들어가는 말
모 티모 j. 애들러(2000)가 제시하는 독서방법은 주로 비문학적 글읽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문학작품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애들러에 의하면 읽기의 기술에는 4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읽기 준비단계"로서 문자를 해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점검독서"인데 먼저 읽어야 할 책인지를 선별하기 위해서 짧은 시간내에 최대한의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다. 다음은 책 전체 내용을 개괄적으로 살피는 작업으로서 다음 단계인 분석독서의 기초가 된다. 즉 숲을 보고 나무를 보는 전략인 것이다. 세 번째 단계가 "분석독서"이다. 이 단계에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꼼꼼히 따져가며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네 번째 단계가 "종합독서"이다. 이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가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읽기 기술들을 소개하면서 애들러는 장르별 읽기 전략에서 문학작품 독서에 관하여 몇 페이지 정도 짧게 다룬다. 하지만 그가 지적하듯이 문학작품에 대한 독서 전략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읽기 영역의 절반밖에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문학작품은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 외에 몇 가지 차원이 더 있다. 즉 심미적인 요인과 정서적 요인이다. 비문학적 글이 독자가 경험한 또는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라면 문학 서적은 책을 읽음으로서 경험하도록 하는 차이가 있다. 문학서적은 독자의 상상력과 정서의 세계에 호소하면서 독자에게 심미적 즐거움을 준다. 때문에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애들러가 제시한 분석독서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독서 전략으로서 敍事學어은 문학작품을 독서하는데 이론적인 기초와 실제적이고 풍부한 방법론적 통찰들을 제공한다. 서사학에 관하여 논의하기 전에 문학작품 읽을 때 지양해야 할 점에 대하여 애들러의 말을 들어보자.
먼저, '문학작품이 끼치는 영향력을 거부하지 말라'고 한다. 지식을 전할 목적으로 쓰여진 책을 읽을 때는 능동적으로 읽을 것이 강조되지만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능동적으로 읽는 것과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오히려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이를 애들러는 "수동적 능동성" 혹은 "능동적 수동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문학작품의 심미적인 성격 때문에 가슴으로 먼저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단어, 명제, 논증을 찾지 말라"는 것이다. 문학은 단어들을 고도의 상징적 방법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글이라는 것이 더 모호한 매체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단어의 뜻을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이는 것은 오히려 글의 흐름을 좇아가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한 편의 시를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시속의 어느 문장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비문학적인 글들은 개념을 될 수 있는 한 직접적인 표현으로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문학 작품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창조하고 거기서 배움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키워드 중심의 분석 독서방법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이 관계, 사건들에 주목하면서 읽는 독서법이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지식전달 목적의 글에서 적용하는 진실성과 일관성이라는 기준으로 비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 정확성의 기준과 정치의 정확성의 기준은 똑 같지 않다. 물론 문학 작품도 역사적 사실을 다룰 수 있다. 역사소설이 다루는 역사적 진실과 역사책에서 다루는 것과 그 의미와 목적이 다르다. 역사소설에서의 진실성이란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핍진성(있을 법한 개연성)에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주의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문학작품의 독서 전략으로서 서사학(敍事學)에 관하여 살펴보겠다. i. 서사학이란 무엇인가? '서사학'(敍事學; narratology)은 서사(敍事)현상에 대한 학문적 탐구를 가리키는 말인데 서사(敍事)란 사전적인 의미에서 정의하자면 '사건의 서술'을 의미한다. 학문적인 의미에서 '서사(敍事)란 한 두 명 혹은 여러 명의 서술자(narrator)에 의해서, 한 두 명 혹은 여러 명의 듣는 이(narratee)에게 전하는 하나 내지 그 이상의 현실의, 혹은 허구(虛構)의 사건(event)의 보고를 말하며, 특히 이런 사건들의 결과와 경과, 관여자와 그 행위, 구조와 구조화의 보고를 말한다.'(제럴드 프린스, 1992. p.162.) 기본적으로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서사의 형식(장르)과 내용 그리고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서사의 형식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학적 양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소설, 동화, 우화, 민담, 수필, 일기, 자서전, 서사시, 극, 신화, 전설, 역사, 뉴스, 설교 등등이 있고 내용을 실어 나르는 매체에는 책과 그림, 음악, 영화, 연극, 신문과 잡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현대에서 서사학은 단지 책에 쓰인 서사물 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다양한 매체로 전달되는 다양한 종류의 서사물을 모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사학은 인간과 인간사이에 커뮤티케이션이 일어나는 모든 영역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야심 찬 학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국내에서 발간되는 학회지 [내러티브; narrative]에 실린 글들을 보면 인터넷 기반의 문학과 게임, 영화 등을 서사적으로 비평한 글들이 다수 실려있다. 이 글에서는 독서전략으로서 서사물을 탐구하기 때문에 책을 중심 한 논의로 한정하고자 한다.
ii. 서사학과 커뮤니케이션 모델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는 것은 없다. 서사학의 기본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이론은 문학자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영역이다. 특히 야콥슨과 바흐친에 의하여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서사적 언술의 이론 분야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야콥슨은 커뮤니케이션의 구성인자를 다음 여섯 가지로 보았다(제럴드 프린스, p. 51)
1) 발신자(addresser): 메시지를 보내는 이 혹은 부호와자 2) 수신자(receiver): 메시지를 받는 이 혹은 복호화자 3) 메시지코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호체계 4) 컨텍스트(context)/메시지가 지시하는 지시대상(referent) 5) 접촉(contact):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심리적 물리적 관계 6) 메시지(message): 전달되는 의미 내용.
서사학이 커뮤니케이션 모델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문학작품 독서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 문학작품 독서의 일차적인 목표는 내포된 독자의 입장에서 서서 내포된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비슷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포된 작가란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물론 작품 속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화자가 있다. 즉 일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나 혹은 3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그러한 예이다. 내포된 저자는 사건과 등장인물, 배경등을 평가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일정한 규범과 가치, 그리고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내포된 저자가 세운 관점을 "평가적 관점"(eval!!uative point of view)이라고 한다. 일단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실제 독자는 내포작가의 관점을 일단 수용해야만 한다. 만약 내포된 작가의 관점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작품 자체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관점을 실제 독자가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의 일이다. 내포된 작가와 구별하여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를 "초점화 화자"라고 한다. 초점화 화자는 스토리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외부에 있을 수도 있다. 외적 초점화의 서사물은 화자가 초점화자가 되며 내적 초점화의 서사물은 이야기의 서술자와는 관련 없이 대개 작중 인물 중의 하나가 초점화자가 된다. 가령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의 서두 부분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 핍은 인식의 주체자인 초점화자이지만, 이야기의 사술자인 화자는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 내세운 화자가 일인칭이든 3인칭이든 그것은 결국 나(내포된 작가)가 들려주는 것이다.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이야기는 일인칭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한편 내포된 독자는 내포된 작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 분명히 명시 될 수도 있고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서사는 듣는 사람을 전제하지 않고(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독백일지라도)이루어 질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 실제 작가는 작품에서 실제 작가를 의미하고 수신자는 실제 독자를, 메시지를 이야기를, 컨텍스트는 작품의 배경(내포된 작가와 독자의 관계, 시간과 공간과 사회문화적 배경 등)을, 그리고 코드는 문장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르게 문학작품은 작가가 그려낸 허구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이다. 즉 작품 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인간의 현실이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이 허구의 세계는 또 허구의 세계를 함축할 수 있다. 즉 이야기 속에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 이야기, 이야기 속에 이야기.... 이런 식으로 양파처럼 이론상 무한히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어서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해지는 것이다.
최근 윌러스 마틴에 의해 개발된 서사 문학의 구조는 야콥슨과 바흐친의 모형을 발전시켜 아래 그림과 같이 정교한 모델을 제시한다(한용환, 1999. p.342).
그 림에서 가운데 줄의 중심에 위치한 "서사체"란 서사 행위에 의해서 글의 형태로 기록된 본문(text)을 의미한다. 서사체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실제 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을 가리킨다. 의사소통에는 발화자가 있고 발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며 이 메시지를 받는 수화자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과정이 문학작품에 서사체의 형태로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은 실제 작가와 실제 독자의 영역을 벗어나서도 그 자체로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서사의 본문을 중요시하는 서사비평의 근거가 된다. 즉 문학작품은 실제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작가와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면서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저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완성된 문학 작품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작품 속에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사체를 중심으로 아래쪽에는 서사적 의사소통이 있다. 서사적 의사소통 과정은 극화된 작가--> 극화된 서술자-->서사체-->피 서술자(피화자)-->모델 독자-->주석적 독자까지를 포함하는 일련의 의사소통 구조를 포함한다. 서사체에서의 발화자는 작품 속에서 극화된 서술자를 말하며 수화자는 피서술자(피화자)와 대응한다.
이처럼 작품의 의사소통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해서 보는데는 작품의 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데 이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가정하는 매우 근본적인 의사소통 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즉 "의미는 맥락이 결정한다" 라는 원리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문장은 '나'라고 하는 존재와 '너'라고 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뜻도 가지지 못한다. 또는 어떤 의미로도 쓰일 수 있는 형식에 불과한 것이다. 이 말이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주고받는 경우와 탈옥 범이 다른 사람 자동차를 쓰다듬으면서 한 말이라면 그 의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상상해 보라! 의미는 맥락이 결정한다고 할 때 가장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맥락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관계적 맥락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서 전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부부 지간에 건네는 말이라도 두 사람이 친밀하게 사랑하는 사이인지 이혼 직전의 갈등관계인지에 따라서 완전히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중요한 맥락은 "상황"(situation)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하는 말인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자녀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난 부모가 "나가 죽어라"라고 했다고 해서 진짜 나가서 죽는다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의사소통이다. 이밖에도 의미를 결정하는 시간, 공간, 사회문화적 컨텍스트가 입체적으로 고려될 때 작품 속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미 있게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 입각하여 작품 속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 안에 내포하고 있는 작은 이야기의 컨텍스트가 됨을 알 수 있다. 이상으로 서사의 큰 틀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독서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았다. 이제 서사의 구성요소를 좀더 깊이 탐구하면서 문학작품 독서전략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서사구조 맵]
iii. 서사(敍事)의 구성요소들과 독서전략
서 사는 넓은 의미에서 서사행위(강화講話;discourse) 자체와 서사행위에 의해 생산된 결과로서의 이야기(story), 그리고 그 결과를 글이나 다양한 매체로 고정시킨 본문(本文; text)을 모두 함축하는 말이다. 미케 발의 서사학 개론은 이 순서를 가지고 전개하고 있다(한용환 역, 1999).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력과 자원이 소요된다. 배우들을 모집하고 각본을 개발하고 세팅을 건축하는 등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거기에다 실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이 따로 있고 자금을 공급하는 제작사가 따로 있다. 실제 촬영 현장을 살펴보더라도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임을 알 수 있다.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으로서의 맥락과 영상자체의 맥락은 판이하게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영화 속에서는 등장 인물만 보인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행위가 서사행위(discourse)인 셈이다. 서사 행위를 통해 무형의 이야기(story)가 탄생한다.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과 인물의 인과관계에 따른 순차적 배열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아직은 텍스트가 아니다. 이렇게 생산된 이야기를 다시 편집과정을 통해 필름이나 비디오 테이프에 고정했을 때 그것을 텍스트(text)라고 한다. 서사행위로서의 강화(講話)와 이야기, 그리고 텍스트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차원의 서사요소인 것을 알 수 있다. 서사로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서사적 개념을 숙지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개념은 사물을 담는 그릇과 같아서 우주 만물은 개념 없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제 서사의 요소들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자. 1. 이야기(story) 이야기 란 일차적으로 의사 소통을 전제로 한 서사 담론의 모든 형태를 의미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의미로 "언술을 통한 사건의 모방"(아리스토 텔레스)이다. 소설 텍스트 속의 이야기는 '시간 속에서 접속된 일련의 사건들'로 정의된다. 이야기에는 3대 요소가 있는데 인물(characters)과 사건(events), 그리고 배경(背景)이 그것이다. 배경은 다시 시간과 공간, 사회문화적 배경(정치제도, 신분제도, 문화적 특성, 경제제도, 종교적 배경 등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실제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의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하여 이야기를 엮어 간다. 서사 재료를 가지고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행위를 서사전략이라고 한다. 서사 전략에서 핵심은 사건의 배열을 인과관계성이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건을 늘어놓아도 그것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없다면 좁은 의미에서 서사로 보지 않는다. 반면 단 세 줄의 문장이라도 인과성이 있다면 훌륭한 서사가 된다. 서사학에서 흔히 드는 예를 보자.
a. 왕비는 아팠다. b. 왕비가 죽었다. c. 왕이 죽었다.
위 의 세 문장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틈이 너무나 커서 서사가 되기 힘들다. 왕비가 아픈 것과 죽은 것 사이에는 그런 대로 인과관계를 짐작할 수 있지만(아프니까 죽을 수 있다고) 왕비가 죽은 것과 왕이 죽은 것 사이에는 수 없이 많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왕이 늙어 죽었을 수 있고 반역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이 글을 다음과 같이 고쳐보자.
a. 왕비는 아팠다. b. 왕지가 죽었다. c. 왕은 슬퍼했다. d. 왕도 죽었다.
같 은 내용이지만 "왕은 슬퍼했다"라는 문장을 삽입함으로서 b와 d 사이에 인과성이 훨씬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왕은 왕비의 죽음이 너무 슬픈 나머지 기진 해서 죽었다 라는 식으로 독자들이 쉽게 인과관계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작가가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배경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 일련의 사건들의 연쇄를 플롯(plot)이라고 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나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글에서는 문단이 글의 기본 요소로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글쓴이는 문단을 재료로 해서 자신의 생각의 집을 지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은 비문학적 글과 달리 문단의 개념이 별 의미가 없다. 대화로만 수 페이지씩 진행되는 문학작품에서 문단을 나눈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문단분석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플롯의 개념을 잘 이해해만 한다. 플롯은 이야기 속에서 핵심 사건을 간추려보면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플롯을 분석해 볼 때 작자가 진정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선명해 진다. 그렇지 않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면 자신이 감동 받은 일 부분을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 아이디어로 착각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그것도 독자반응 비평 쪽에서 보면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독서지도 교사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플롯에 따라 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이다. 문장에 문법이 있듯이 이야기도 일정한 문법이 있다고 서사학자들은 말한다. 이야기 문법이란 일련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조직적인 규칙군에 의해서 서로 관련지어진 일련의 진술 규칙을 말한다. 이야기의 기억이나 이해를 가능케 하는 추상적인 구조 도식을 파악하려고 하는 시도가 스토리 문법인데 제럴드 프린스는 서사학 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예시하고 있다. (여기서 "→"표는 a가 b로 치환된다는 의미이다.)
1) 스토리 → 배경+주제+플롯-해결 2) 배경 → 등장인물+장소+시간 3) 주제 → (사건1+사건2+사건n)+ 목표 4) 플롯 → 삽화1+삽화2+삽화n 5) 삽화 → 부차적 목표+(시행1+시행2...)+결과 6) 시행 → 사건1+사건2.../삽화 7) 결과 → 사건1+사건2..../ 상태 8) 해결 → 사건/상태 9) 부차적 목표/목표 → 희구된 목표 10) 등장인물/ 장소/ 시간 → 상태
다음은 서사 전략에 관해서 살펴보자
2. 강화(講話): 서사전략에 따라 이야기하는 행위
강화야말로 서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사 전략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영역이다. 꼭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사에 따라 음식 맛이 천차만별이듯이 꼭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인 것은 바로 서사전략의 다양성 때문이다. 서서 전략은 기본적으로 스토리의 구성요소들인 인물, 사건, 배경이라는 재료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열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저자의 이러한 서사전략을 읽는 것을 포함한다. 위에서 이야기의 기본적인 재료들은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들 재료들을 배열하는 전략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등장 인물과 관련된 서사 전략들 문학작품, 특히 소설에 있어서 등장인물은 사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속에서 등장인물은 작가의 가장 중요한 창조물로서 사건의 주체이다. 실제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을 통하여 자신의 사상을 담아내고 있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특히 중요한데 작가가 등장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독자의 머리속에 그려가는 전략은 들려주는 것과 보여주는 것이 있다. 들려주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인물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머는 오딧세이가 '영웅적이고', '존경할만하고', '현명하다'고 독자들에게 직접말한다. 들려주기의 방법은 고대 소설일 수록 즐겨 사용하는 서사전력이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작가들은 작중 인물들에 대하여 보여주는 방법을 선호한다. 보여주는 전략은 말과 행동, 느낌, 생각들을 설명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문학 작품에서 등장인물은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작가적인 상상력을 통해 우주의 모든 존재를 등장인물로 내세울 수 있다. 때로는 실제 인물보다도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상징물을 내세우는 경우가 서사전략상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이솝 우화에서 등장인물들은 대개 동물들인데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준다. 생텍 쥐베리는 [어린왕자]에서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가상의 존재인 어린왕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안도현은 모천회귀성 물고기인 [연어]를 내세워 탁월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고 있다. 문학작품을 읽을때 이러한 허구적인 등장인물들에 대하여 과학적인 사실인가를 따지지 않는다. 그것은 문학작품 독서에 대한 작가와 독자의 사회적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2) 사건(events)과 관련된 서사전략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무엇을 강조하는지 강조 점을 듣지 못하면 잘 들은 것이 되지 못한다. 실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하여 일련의 사건들을 전략적으로 배열한다. 사건을 보고하는 서사전략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인과관계의 설정이라는 점을 앞에서 언급하였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밖에도 많은 서서전략을 사용하는데 따라서 문학작품을 독서할 때는 저자 혹은 내포된 저자의 이야기하는 방식(전략)을 함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사건에 는 핵심사건과 주변사건이 있다. 이야기의 뼈대(플롯)는 핵심사건들로 이루어지면서 그 뼈대에 살을 입히는 것은 주변사건(satellites)들이다. 작품의 심미적 관점에서 볼 때 핵심사건과 주변사건 양자 모두가 중요하며 서사체 속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감당 한다. 핵심사건은 그 사건이 빠져 버리면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을 말하며 주변 사건은 그 이야기가 없어도 플롯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건 없이 핵심 사건만 있다면 소설은 매우 무미건조해 지고 말 것이다.
효과적인 이야기하기를 위해 작가는 이야기 진행순서를 뒤바꾸기 일수이다. 이야기에서 사건이 일어난 자연적인 순서와 이야기 되고 있는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을 현재에 알려주기도 하며 이미 일어난 사건을 알려주기 위해 아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이처럼 이야기 진행순서와 담론 진행순서의 사건배열에서 나타나는 불일치를 '순서변경'(anachronies)이라고 하며 문학작품에서는 매우 흔한일이며 사건이 뒤 늦게 보고되는 회고와 미리 알려주는 예고가 있다.
사건의 서술에 소요되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해설자가 한 사건을 보고하는 데 소요되는 총 시간은 사건이 일어난 실제 소요시간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담론 진행시간이 이야기의 실제 진행시간보다 적게 소요되었다면 요약(summary)한 것이며 담론 진행시간과 이야기 진행시간이 엇비슷 하다면 현장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 진행시간이 담론 진행시간보다 훨씬 길게 소요되고 있다면 확시키고 있는 셈이다. 서사전략상 중요한 것은 상세히 묘사하기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한다. 이 밖에도 사건을 생략하는 수도 있으며 특별한 설명과 묘사를 위해 이야기 진행을 일시 중지시키는 경우도 있다.
문학작품에서는 사건의 빈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번 일어난 사건을 한 번 보고하는 것은 단수보고 이며 한 번 일어난 사건을 반복해서 보고하는 것은 반복보고이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사건일 수록 반복해서 보고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또한 반복해서 일어난 사건을 한 번만 보고하는 함축보고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사건이 발생할때마다 한차례씩 보고하는 다수의 단수보고도 있다.
끝으로 사건보고와 관련하여 반드시 고려할 점이 "갈등"이다. 로렌스 페린은 갈등을 '행동, 사상, 욕망, 또는 의지의 불일치'라고 폭넓게 정의한다.(이종록 역, 1999. 재인용. p.82.) 갈등은 사건을 통해서 드러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등장인물들 사이의 불일치에 기인한다. 저자는 등장 인물들 사이에 갈등을 조성함으로써 인물들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의도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갈등은 인물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배경, 자신의 내적 욕구들의 충돌, 사람과 환경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성경에서는 사탄의 세력과 하나님의 나라가 항상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3) 배경과 관련된 서사 전략들
배경은 등장인물들이 행동하기에 적합한 상황을 설정해 주는 이야기의 한 요소이다. 어떤 이야기도 배경 없는 진공상태에서 진행되지는 않는다. 진공상태 그 자체도 하나의 훌륭한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배경은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배경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배경이 없다면 전경도 없다) 갈등을 해소시키며, 이야기의 틀을 마련해 준다. 즉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배경에는 공간적, 시간적 그리고 사회적인 배경이 있다. 시간적 배경은 일상적인 시간과 기념적인 시간, 혹은 연대기적인 시간과 유형론적인 시간이 있다. 유형론적인 시간이란 어떤 행동이 일어나는 시간의 상징적인 의미를 말한다. 특히 성경에 유형론적인 시간이 많다. 사회적 배경은 다시 세분하여 사회관습, 정치제도, 계층구조, 경제체제, 일반문화적 상황, 그리고 종교까지를 포괄하는 의미이다. 본문의 일차적인 컨텍스트는 본문 자체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참고해야만 할 경우가 있다. 예컨대 스토우 부인의 [톰 아저씨]는 당시 흑백 인종차별과 노예제도라는 사회적 상황을 이해할 때 깊이있게 해석되는 작품이다.
공간적 배경역시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에서 공간은 단지 물리적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공간구조는 하늘, 땅, 사람이라는 삼원구조이다. 여기에서 탄생의 공간으로 회귀(모천회귀)라는 공간구조도 있고 내연과 외포(안과 밖)라는 공간구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문학작품의 공간구조에 관해서는 이어령이 [공간의 기호학](민음사, 2000)이라는 책에서 실제 작품을 분석하여 매우 깊이있게 다루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4) 서사이야기의 기법들
이 밖에도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 가기위해 빈번히 사용되는 수 많은 기법들이 있다. 데이비드 바우어(david bauer)는 로버트 트라이나(robert traina)와 하워드 퀴스트(howard kuist)가 발전시킨 체계를 수정 해서, 성경 서사이야기에서 발견되어지는 15개의 '서사전략'의 범주를 제시했다.(이종록 역, 1999.) 이는 일반 문학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도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임으로 인용해 본다.
- 반복(repetition)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요소들의 되풀이를 의미한다.
- 대조(contrast)는 상이하거나 반대되는 것을 묶어서 병치시키는 것이다.
- 비교(comparision)는 비슷하거나 같아 보이는 것을 묶거나 병치시키는 것이다.
- 인과관계와 실증(causation and substantiation)은 서사이야기를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배치하는 것이다(인과관계는 원인에서 결과로,실증은 결과에서 원인으로 나아간다.)
- 절정(climax)은 정도가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전환(pivot)은 긍정적인 것에서 부정적인 것으로,또는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 구체화와 일반화(particularization and generalization)는 본문 내에서 보다 구체적이거나 또는 보다 종합적인 설명으로 이 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 목적의 진술(statements of purpose)은 이야기가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개되도록 서사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 복선(preparation)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독자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재료를 서사 이야기의 한 부분 에 집어넣은 것을 말한다.
- 요약(summarization)은 지금까지 충분히 다루어진 자료를 간추리거나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것이다.
- 질문(interrogation)은 의문이나 문제를 제기한 다음,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 포괄(inclusio)은 예배시에 사용하는 교송(antiphon;시편8:1,9)에서 볼 수 있듯는 것처럼,한 단락의 처음과 끝에 특징적인 것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 교차(interchange)는 'a,b,a,b'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누가복음1-2장에서는,세례요한의 탄생과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 교차대조(chiasm)는 'a,b,b,a'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예를 들면,마태복음 5:45에는 악/선/의/불의의 요소들 이 교차되어 나타나고 있다. 성경에서의 교차대조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김형종의 "나도 바울처럼 설교할 수 있을까-히브리적 문장구조를 적용한 13가지 설교 원리"(기독신문사)를 참고하시기 바람.)
- 삽입(intercalation)은 한 문학단위를 다른 문학단위의 중간에 집어넣은 것을 말한다.
3. 본문(text): 서사체
서사체로서의 본문은 비문학적 글과 그 구조면에서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앞에서 이야기했다. 오른쪽 그림은 양파 껍질 벗기기와 같은 서사체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서사체의 본문 속에는 이미 완벽한 의사소통의 과정이 몇 겹으로 들어 있다. 서사학에서 본문을 따로 취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서사학은 본디 의사서통모델을 문학연구에 응용한 것으로서 의사소통이란 하나의 반복적 과정이다. 어떤 의사소통도 화자의 메시지를 단 일회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보장이 없다. 즉 의사소통에는 많은 장애(잡음)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잡음은 비단 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그 과정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잡음이 가장 빈번하게 침입하는 곳은 코딩(coding)하는 과정이다. 이는 발신자와 수신자 양쪽에서 모두 발생하는 현상인데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담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encoding)해야만 한다. 이때 메시지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을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담을 수 있는 단어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수화자도 매 한가지이다. 아무리 탁월한 이해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한 권의 책을 읽고 저자가 본래 의도한 바를 100% 수용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는 능동적으로 텍스트와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독자는 실제 저자와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은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립된 이야기로 존재하며 더 이상 저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독자가 만나는 것은 작품이지 실제 저자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독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를 실제 저자에게 물을 수 없는 상황이고 오로지 텍스트 안에서 그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떻게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만 의미들을 정확하게 찾아 낼 수 있을까? 서사학의 가정은 작품 안에 완벽한 의사소통 과정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사학적인 독서전략의 가장 일차적인 목표는 작품 속의 내포된 독자의 입장에서 내포된 작가가 전하는 말을 작품의 컨텍스트 속에서 가장 가깝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이제 독자 자신의 컨텍스트 속으로 끌고 들어와 비평이 가능하게된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지 않고 작품 속의 몇 구절이나 인상 깊은 한 대목을 자신의 컨텍스트 속에서 해석하여 이러쿵저러쿵 비판하는 것은 매우 미숙한 독서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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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읽고나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하는지 예를 들어보자. 질문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부분은 [서사비평이란 무엇인가](이종록 역, 1999.)를 참고하였다.
[전체적인 해석과 관련된 질문]
- 이 에피소드를 보고하는 데 어떤 수사적인 기법들이 사용되었는가? 의도적인 상징이나 아이로니가 발견되어지는가? 이 구절들 과 바로 이어지는 문맥을 구성하는 데 어떤 서사적인 기법들이 사용되었는가?
- 전체 이야기의 문맥에서 살펴볼 때,이 에피소드는 내재된 저자에 대해서 무엇을 알려주는가? 이 이야기가 들려지는 방식을 통 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치나 생각,우선순위,또는 선택의 성향 등은 무엇인가?
- 서사이야기는 이 에피소드가 그 독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미칠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가?서사이야기의 담론의 어떤 요소들이 이 효과를 일으키는 데 기여를 하는가?
[사건과 관련된 질문]
- 이 작품에서 핵심사건들은 무엇인가? 그것들은 어떤 인과관계로 배열되어 있는가?
- 이 사건을 이야기 속의 다른 사건들과 비교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한가? 이 사건이 전체적인 플롯에 속에서 주된 전환점의 역할을 하는가 아 니면 이미 일어난 일을 논리적으로 이어서 수행하는가?
- 그 사건이 서사이야기시간(narrative time)에서는 어떻게 보고되는가? 연속적인 순서에서 일탈되어 있는가? 묘사가 눈에 띄게 제한되어 있는가 아니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가? 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가?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의 다른 곳에서 언급하고 있는가?
- 이 사건이 서사이야기의 다른 사건들과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가? 그 사건이 이미 일어난 어떤 것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일어 난 것인가? 이 사건이 다른 사건들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가?
- 여기에서 식별가능한 갈등의 요인들은 무엇인가? 이 본문에서 갈등의 성격과 심도는 그 이야기의 다른 곳에서 발견되어지는 것과 비교해서 어떤가? 여기서 발견되어지는 갈등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소되는가? 이 사건이 이 갈등을 전개시키고 궁극적으로 해소시키는 데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가?
- 이 사건이 전체 이야기에서 하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그 사건이 전체 플롯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등장인물과 관련된 질문]
-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서사이야기 어디에서 등장하는가? 이 등장인물들 가운데 이야기에서 단일 역 할을 수행하는 집단적인 등장인물이 있는가?
- 이 구절에서 등장인물들이 독자에게 어떻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가? 해설자는 우리에게 그들에 대해서 말하는가? 우리는 그들 의 행동, 말, 생각, 또는 신념들에 대한 보고들을 통해서, 그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과 관련되어 있는 다른 등장인물 들의 행동, 말, 생각, 또는 신념에 대한 보고를 통해서, 그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가? 이것은 우리가 이야기의 다른 곳에서 이 등장인 물에서 알게 되는 것과 일치하는가?
- 이 에피소드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평가관점을 갖고 있는가? 그들은 진리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거짓을 지향하는가? 이 것은 서사 이야기 다른 곳에서 언급되는 인물묘사와 일치하는가?
- 이 작품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에게 부여된 성격은 무엇인가? 이 성격들은 본질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그것들 은 다른 성격들을 이끌어내는 본질적인 성격인가? 여기서 알 수 있는 성격들은 서사이야기의 다른 곳에서 이 등장인물들에게 부 여되는 성격과 일치하는가? 서사이야기에서 그 등장인물들은 원형, 평면형, 또는 일시적 유형 가운데 어느 유형으로 묘사되고 있는 가?
- 독자는 이 등장인물들과 이상적으로 감정이입을 하는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감정이입을 하는가? 해설자나 주인공이 등장인물들 에게 보여주는 태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가? 독자는 등장인물들과 공감하는가, 아니면 그들에 대해서 반감을 느끼는가?
[배경과 관련된 질문]
- 이 작품의 공간적,시간적,그리고 사회적 배경은 무엇이며, 그것들은 이야기의 분위기 형성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가?이 배 경들은 서사이야기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어지는가, 아니면 이 특정한 구절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는가?
- 공간적인 배경과 관련해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의 물리적인 환경이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 물리적인 환경은 어떤 감각적인 자료를 통해서 묘사되며,이 묘사유형은 서사이야기에 전형적인 것인가? 물리적인 특징들 가운데 어느 것이 여기서 혹은 이야기의 다른 곳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가?이 배경들 가운데 어느 것에서 적절한 대조(예를 들면,'안'과 '밖'의 대조)가 식별되어지는가? 배경이 이러한 대조들의 사이의 경계역할을 하는가?
- 시간적인 배경과 관련해서,이 에피소드에서는 어떤 유형의 연대기적이고 유형론적인 언급들이 사용되었는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간의 유형'(예를 들면,낮이나 밤,겨울이나 여름)은 이 이야기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마지막으로,여기서 일 어난 일이 이야기의 일반적인 시간개념 '기념적 시간'이나 구원사)에 비추어서 어떻게 해석되어지는가?
- 사회적인 배경과 관련해서,이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문화적인 상황은 무엇인가? 정치적인 제도, 계급구조,경제체제, 사회관습 등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가? 이 정보들은 이 특정한 에피소드를 전체 이야기의 문맥에 서 해석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문학작품이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 하는 것은 위의 그림을 참고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논의된 서사의 전체적인 구조를 마인드 맵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v. 나오는 말
서사학은 문학독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개념들이 생소해서 공부하기 어렵지만 일단 기본적인 서적을 정독하고 차근차근 지식을 넓혀 간다면 그리 어려운 작업만은 아닐 것이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평소에 문학작품을 부지런히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구가 있다고 모든 일이 다 된 것은 아니다. 도구로 할일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을 읽는 습관이 먼저이다. 더 나아가 서사학의 탐구 목적은 문학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인간과 자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조탁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학작품 이해를 위한 서사이론은 독후 질문과 연결될 때 실제 독서지도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굳이 서사학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질문 자체를 서사적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서사이론을 적용하여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난이도가 높은 독서단계에 속한다. 따라서 보다 기초가 되는 독서질문들과 병행하여 사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독후 질문 작성에 관한 것은 이 게시판의 [독후 질문 작성의 원리와 방법]이라는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문헌]
- bal, m.(1999). 서사란 무엇인가(한용환 역). 서울:문예출판사. (원서 1980년 발행)
- powell, m. a.(1993). 서사비평이란 무엇인가?(이종록 역). 서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교육부.(원서 1990년 발행)
- prince, g.(1992). 서사론사전(이기우 김용재 역). 서울: 민지사. (원서 연도미상)
- 김형종(2001). 나도 바울처럼 설교할 수 있을까?-히브리적 문장구조에서 적용한 13가지 설교 원리. 서울: 기독신문사.
- 이어령(2000). 공간의 기호학. 서울: 민음사.
- 정한숙(2000). 현대소설 창작법. 서울: 웅동.
- 한용환(2000). 소설학 사전. 서울: 문예출판사.
- 우공 우한용 교수 홈페이지(http://plaza.snu.ac.kr/~korinst/woo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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