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경북대학교 산악부 08학번 추재은!입니다.
하계를 다녀오고 나서 이렇게 감상문을 쓰게 되었는데요
글 솜씨가 많이 미흡하더라도 이쁘게 봐주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6월 27일 하계 Go Go Go!
우와, 드디어 오늘이 설악산으로 떠나는 날이다.
다른 동기들이 부실에서 밤을 지새운 것과는 달리 나는 집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침 일찍 부실에 도착했다. 벌써 부실은 처음 보는 연맹 동기들과 형들로 포화상태.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니 앞으로의 생활이 정말 즐거울 거 같다.
모두들 함께 모여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꾸려, 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1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은 뒤,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솔직히 텐트 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데, 문제는 ‘배수로 만들기’였다. 그 뙤약볕에, 동기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배수로를 파는데, 우와 정말 우리 동기들 수고했어. 그래도 우리 동기들이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든든하고 해서, 누구보다도 정말 빨리 빨리 일을 끝낸 것 같다. 역시 우리 동기 최고! ㅎㅎ 특히 보건대 여자동기들 배수로 팔 때는 어찌나 열심이던지 ㅋㅋㅋ 진짜 귀여웠다. 그렇게 힘들게 배수로 작업이 끝나고 5시 50분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다. 그 이후 텐트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긴장감도 조성되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시간! 우리 조는 다른 조와 함께 저녁을 하게 되었는데, 메뉴는 ‘닭도리탕’이었다. 처음 해보는 닭도리탕이라 손질하고 다듬고 양념하는 것에도 초보라서, 재규형이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세 개의 코펠의 닭도리탕 중 우리 닭도리탕이 제일 맛있었는데, 재규 형이 간을 딱! 맞게 맛을 조절해주신 덕분이다. 와, 닭 손질도 일품이시고, 재규형은 정말 요리사인거 같다.
이 날 저녁은, 하계 기간 중 정말 맛있게 먹은 저녁이었다.
나는 이번에 경대조로 조편성이 되었다. 다른 학교조가 될 거라고 걱정반 기대반으로 조편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재규형이 계신 경대조라니! ㅎㅎ 우리 학교 형이 계셔서 그런지, 안심도 되고, 훨씬 더 힘이 나는 거 같다. 경대조가 된 만큼! 우리 애기들(장비) 꼭 잘 챙겨야지!
6월 28일 장군봉
새벽 4시다. 와우,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여전히 잠이 쏟아지긴 했지만, 깨끗한 산 공기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아침이다.
계대 유진형과 경일대 내 동기 정규와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오늘 쫑우형을 따라 장군봉을 등반하게 되었다. 앞에 남자 동기들이 먼저 올라갔는데, 모두 등산화로 올라갔다. 나는 이 때까지 암벽화로 올라갔는데, 등산화로 올라가려니 미끄러질까봐 겁도 나고,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암벽화로 올라가면, 암벽화가 바위에 닿을 때, 쫀득쫀득하고 그 착 감기는 느낌이란. 그 느낌에 내 안전을 맡기고 그랬었는데, 등산화라니 솔직히 불안했다. 내 차례가 다가오려는 찰나, 바위에 물기가 많아서 그런지, 보건대 수민이 차례에서 쫑우형이 암벽화로 갈아 신으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다행이었다. 그 이후, 수민이는 스파이더맨처럼 쭉쭉쭉 준기와 쌍벽을 이루며 잘 올라갔다. 와우, 수민이 정말 암벽을 잘하는 거 같았다. 나도 질 수 없지! 승부욕에 불타서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1피치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의 부족함에 약간 속상하긴 했지만, 1피치에 도달했을 때,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1피치에 모든 사람이 도착했을 때, 사람 수는 12명이었다. 나는 슬링에 빌레이를 걸었는데, 많은 동기들이 함께 걸고 있었다. 슬링이 왠지 아슬아슬하게 보여, 모든 애들이 웬만하면 슬링에 힘을 싣지 않았다. 끊어지면… 으아~ 생각만 해도>.< 막막 위에서 버티는데, 작은 암벽화 때문에 발가락은 너무 아프고,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편한 자세도 못 취하고, 정말 힘들었다. 1피치 끝에는 12명이 옹기종기 모두 모여, 정말 복작복작했다. ㅋㅋ 호준이랑 성호는 확보 본다고, 고생 많이 했다. 사람이 많아서 더 이상의 피치는 하지 못하고, 1피치에서 모두 하강했다. 장군봉에서 내려올 때, 길이 조금 위험했는데, 한 쪽은 정말 미끄러질 거 같아서, 나뭇가지를 잡다가 그만,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그 바람에 오른쪽 팔이 싹 갈리고 말았다. 솔직히 아무렇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흉터의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되는 일 중에 하나다.ㅜㅜ 근데 웬만하면 나뭇가지 잘 부러지지 않는다는데, 내 힘이 너무 셌나? 하하;;; 아니야, 단지 약한 나뭇가지라서 그런 것 같다. 절대 내가 힘이 센 게 아니야. 어쨌든 영광스러운 상처가 생긴 첫 날이었다.
함께 산행을 하니, 서로에 대해서 더욱 돈독해지는 거 같다. 보건대 동기들도, 오늘 진짜 많이 친해졌다. 산악부에서 드디어 여자동기가 생겼다!! 너무 행복해♥
6월 29일 물치 구보
재규 형을 따라 우리 경대조는 오늘 물치에 가기로 했다. 물론, 구보로 가는데, 소공원보다 거리가 더 먼 물치까지 내가 쉬지 않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수월하게 뛰었지만, 분명히 지치는 상황이 생길 거라고 확신했다. 한 몇 분 뛰기 시작했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정말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뛰어도 힘든 건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도저히 힘들어서 한 10초 쉬었나? 뒤에서 재규 형이 쉬지 말라고, 힘들어도 천천히 뛰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래도 하계 왔는데, 뭔가 하나는 이루고 가야하지 않냐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뛰고 뛰고, 속으로 나를 달래다보니 어느덧 해맞이공원이 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나타해지는 마음이란, 쯧쯧. 그걸 아셨는지, 재규 형이 날 막 잡으시고는 해맞이공원 간판으로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셨다. 와, 정말 그 순간 너무너무 힘들었다. ㅠㅠ 재규 형은 정말 무한체력이신 걸까. 간판에 도착했을 때는, 발갛게 상기된 내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재규 형은 너무 멀쩡하셨다. 역시, 형은 형인 것이다. 재규 형, 멋져요!
어쨌든 재규 형 덕에 무사히 멋진 내 구보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아주~ 잠깐 몇 초 쉬었지만, 그래도 완주했다는 기쁨에, 내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이걸 계기로, 내가 줄넘기 대신, 구보를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보, 이 날은 구보가 정말 이뻐 보이는 날이었다.
6월 30일 노적암
오늘은 쫑우형 조가 되어 노적암에 가게 되었다. 등산로도 아닌 구불구불한 길로 들어가 도착한 노적암. 앞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계곡 맞은편에는 노적암이 ‘떠억’하고 버티고 있었다. 드디어, 장군봉에 이어 바위를 하게 되는 날이 온 것이다. 나는 오늘 세 구간 중, 제일 오른쪽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잡을 곳이 많아서, 슝슝슝 무작정 신나게 올라갔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의 난관에 부딪쳤는데, 거기서 정말 몇 분을 끌었던 거 같다. 아 정말, 여기만 올라가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데, 정말 올라가고 싶었다. 자꾸 이 난관 하나 때문에 못 올라간다는 것이 너무 약올랐다. 그래서 계속 잡아보고, 다시 올라가보고, 앙카를 먹어도 다시 손으로 짚어보면서, 나름대로 올라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정말, 해도 해도 안 되는 구간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도저히 못 올라가니 너무 화가 났다. 결국은 못 올라갔다. 으앙,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 진짜 그것만 넘으면 되었는데. 허무한 마음에 형들이 올라가는 걸 보다가, 동기들을 따라서 트롤리안 브릿지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몸무게 때문에 내려갈 때, 땅으로 푹 꺼질 거 같아서 정말 걱정되었다. 그래서 스타트를 하는 게 겁이 났는데, 쭉쭉쭉 계곡을 가로질러 안전하게 착지하니,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계곡을 건너가 다시 한 번 쭉 내려오다가 자일에 턱 밑이 쓸려 버렸다. 두 번째, 영광의 상처인 것이다. 휴, 그렇게 착지를 하고 나서는, 주마를 가지고 트롤리안 브릿지 반대방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매달려서 올라가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밑에서는 물이 흐르고, 위에서는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나중에 사진을 보니 꼭 원숭이 같았다. 그렇지만 내려오는 것보다 반대로 올라가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결국 이 날, 노적암 정상에서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만약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정상에 오를 것이다. 아니, 꼭 다시 와서 정상에 서야 한다.
7월 1일 노적암
와, 운이 좋은 걸까. 오늘부터 각 조마다 운영하게 되어서, 우리 경대조는 내가 어제 갔던 노적암에 다시 오르게 되었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왼쪽부터 올라갔다. 위에서는 태경이형이 확보를 봐주시고, 나는 열심히 오르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앙카를 하고 말았다. 으이구, 추재은 ㅜㅜ 햇빛이 무섭게 내리쬐는 대낮에, 위에서 태경이 형은 확보 본다고 고생하시고, 내가 시간을 오래 끄는 바람에, 상당히 지치신 것 같았다. 그래도, 태경이 형이 끝까지 확보를 잘 봐주셔서, 힘을 내서 정상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아 그 때, 그 기분이란. 두 번째 구간도 정상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세 번째 구간은 올라가지 않아서, 결국 세 번째는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없었다. 아마, 나중에 다시 설악산을 오게 된다면, 노적암 세 번째 구간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 할 것 같다. 완등하려고 눈에 불을 켜겠지.
7월 2일 예비일
7월 3일 노적봉 릿지
오늘은 말로만 듣던 릿지를 처음 하는 날이다. 릿지라는 게 산의 능선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들어서 나는 막연히 ‘아! 그런가보다!’하고 형들의 뒤를 따라갔다. 산의 능선을 오르기 전, 아침 7시 55분. 중간에 계곡에서 휴식을 하면서 벨트를 차고 운동화를 암벽화로 갈아 신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능선에 올라가자마자 눈앞에 바위들이 펼쳐졌다. 상당한 고도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바위를 타면서 정상으로 가는 것이란다. 더욱 황당한 건, 이렇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자일로 가는 구간이 있다는 것! 그나마 자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 무자일일 때 내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이세상과 안녕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무서워졌다. 땅에 있을 때는 잘만 가던 구간도, 무자일일 때는 높은 고도 때문인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정말 이 때는 릿지라는 것을 다시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너무 무섭고 정말 싫었다. 릿지 대신에 하루 종일 바위만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재규 형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무자일로 가는 구간도 자일로 가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걸 몸소 느낀 건, 앞에 가던 성훈형조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 우리 조는 칼날 바위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재규 형의 목표는 성훈 형을 따라잡는 거였는데, 나 때문에 상당한 차이가 나버렸다. 정말 죄송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걸 어떡해 ~ㅜ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바위를 타넘고, 토왕성 폭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도착했다. 진짜 그 때 기분이란 최고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빨리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제 하강은 쉽겠지.’ 하고 생각한 찰나, 하강 전까지 무자일로 클라이밍 다운을 한다고 했다. 그 때, 정말 눈앞에 캄캄했다. 진짜 눈물 날 거 같았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를 몇 번이나 속으로 제창했는지……. 결국 안자일렌으로 클라이밍 다운을 했다. 그리고 슬링이 있는 지점을 찾아 하강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슬링은 경렬 형이 달아 놓은 거라고 하셨다.
하강을 하고, 이제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덜지대’가 날 아주 반갑게 반기고 있었다. 한차례 뒹굴까봐 헤드랜턴을 켜고 조심히 내려오면서 눈물 나게 바위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7월 4일 장군봉
장군봉을 두 번째 경험하는 날이다.
지난 시간에는 1피치까지였지만, 오늘은 7피치까지 예상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1피치는 괜찮았다. 2피치? 그래도 3피치에 비하면 무난한 편. 그렇지만 2피치에서 쉬는 자리가 너무 애매해서, 그 땡볕에 계원이형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제 드디어 3피치로 가는 구간. 나는 주마로 올라가게 되었다. 내가 주마의 요령이 부족한 탓인지, 힘을 무작정 써버린 건지, 올라가다가 바로 직벽인 구간에서는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원래 루트로 가야하는 곳을 어찌하다가 내가 옆으로 새버려서 더욱 곤란하게 된 것 같다. 거기서 한참 낑낑대다가, 결국 정규가 주마를 가지고 뒤로 따라 올라와서는 나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힘을 줘서 올라가야 했는데, 도저히 힘이 생기질 않았다. 정규가 하도 답답했는지 막 방법을 또 얘기해주는데, 솔직히 그렇게 말 많은 정규는 처음이었다. 애가 표정 변화도 살아있고, 진짜 보통 평범한 아이 같았다. 아마 연맹 기간을 통틀어 내가 제일 정규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유일하게 봤을 것이다. 왜 이게 자랑스럽지ㅋㅋ 어쨌든 정규가 먼저 올라가고, 시간이 흘러 나도 3피치에 올랐지만 그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렇게 7피치까지 가려던 계획은 3피치에서 머물고 말았다.
그 날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던 말.
‘죄송해요, 재규 형.ㅜㅜ’
7월 5일 울산바위
이 날은 울산바위를 하다가 너무 너무 더워서 하산하고, 찬동이형이 계시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 여기는 발 째밍을 해서 올라가는 곳인데, 무슨 바위인지는 모르겠다. 첫번째 타자로 재규 형이 쭉쭉쭉 올라가시고, 두 번째는 정규가 올라갔는데, 역시 정규는 잘했다. 형들의 기대주 ~ ♪ ㅋㅋㅋ 그 다음은 내 차례였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긴장하면서, 손 째밍, 발 째밍을 했다. 조금 올라가려면 앙카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 자신감이 점점 없어져서 약간 의기소침해 있을 때, 재규 형이 옆에서 많은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매일 장난 끼 많으시던 재규 형이 그렇게 형처럼 어른스러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옆에서 진지하게 가르쳐 주시니까 정말 더 잘하고 싶었다. 저녁 5시가 다 되어서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 노력하고 싶은 하루였다.
근데 이 날,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발 째밍이 워낙 잘 안되서, 나름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려고 다리를 90˚ 옮겼을 때, 앉아 계시던 형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내 바지에 구멍이 난 것이다. ㅜㅜ 아 진짜 부끄러워서 ㅜㅜ 수경이형이 귀띔해주시지 않았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왜 그 때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걸까. 바로 알았다면 이렇게 안 부끄러웠을 텐데 ㅜㅜ 형들 말해주시지,,, 미워요!
7월 6일 연맹 배웅. 이마트 고고씽!
7월 7일 토왕성 폭포 (제를 지내다.)
7월 8일 베이스돌이.
7월 9일 교육.
7월 10일 노적봉 릿지.
아이고~ ㅜㅜ 자체를 하는 동시에 그 하기 싫던 릿지를 다시 하게 되었다.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노적암조와 노적봉 릿지조가 있었는데, 릿지조로 당첨된 것이다. 성훈 형 앞에서 릿지 싫다고 말하지 말껄. ㅠㅜㅠ 어쨌든 눈물을 머금고 걱정이 앞서면서 저번에 갔던 길을 다시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는 게 너무 수월하고 쉬웠다. 특히 그 어렵던 칼날 바위. 시작 전에 또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하고나니 그렇게 어렵지가 않았다.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저번에 왔던 길을 다시 되짚으면서 쭉쭉쭉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고 내려오니 오후 2시. 지난번에는 어두워져서야 내려왔는데 정말 놀랄 일이었다. 어째서 그 때와 다르게 쉽게 느껴지는 걸까. 그렇게 하강을 하고 너덜지대를 내려오다가 기복이형이 너덜지대에서 구르시고 말았다. 정말 놀랐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기복이형이 크게 다치지 않으신 것 같았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그렇게 하산하시는 게 빠르시던 기복 형이 그날따라 천천히 내려오셨다. 빨리 노적봉 정상을 찍고 내려와서 기분도 좋았지만, 기복 형이 큰 상처가 없어서 다행인 하루였다.
7월 11일 장군봉 (with 경렬이형)
오늘은 잘생기신! 경렬이형과 함께 장군봉에 올랐다.
‘경렬 형, 연수 형, 나, 수환이’ 이렇게 네 명이 조가 되었는데 장군봉에 가는 도중 즐겁게 노래를 부르면서 올라갔다. 경렬 형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노래 부르면서 오르니까 힘이 들어도 어느새 얼굴에 웃음이 띠어지고, 무엇보다 빨리 도착해서 좋았다.
경렬이형은 원래 부실에서 이야기를 잘 안하셨는데, 산에서는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조용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형이시다. 무엇보다 제일 큰 형이 계셔서 그런지 장군봉에서 떨어져도 다 구해주실 것만 같아서 너무 든든했다.
저번처럼 오늘도 장군봉 3피치까지 등반하였는데, 이번에는 저번보다 훨씬 수월하게 3피치를 등반한 것 같다. 근데 이번에는 쫌 방해물이 많았다. 3피치로 가는 도중, 퀵드로우에 자일이 통과되어 있는데 직각으로 되어 있었다. 그 곳을 통과하면서 퀵 드로우를 회수해야 하는데, 퀵드로우를 빼는 순간, 직각으로 되어 있어서 잘못하면 몇 미터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다가 주마를 너무 올려서 퀵드로우에 걸려 팽팽하게 당겨진 자일 때문에 퀵드로우가 빠지질 않았다. 오~ 맙소사.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난감하게 있는데, 다행히 경렬 형이 방법을 강구하셔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일단 볼트에 빌레이를 건 다음, 내 안전을 확보하고, 위에 픽스된 자일을 풀어서 느슨하게 한 뒤, 퀵드로우를 빼내고 주마를 다시 자일에 끼웠다. 그리고는 빌레이를 볼트에서 뺐다. 나는 이 순간이 가장 무서웠다. 자일이 직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클라이밍 다운을 하지 않으면 몇 미터 앙카먹는 것이다. 빌레이를 빼고, 내 벨트에 거는 순간, 온 힘을 다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바위를 세게 잡고 천천히 클라이밍 다운을 했다. 평평한 곳에 발이 닿았을 때, 그 때의 안도감이란. 그 이후로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수월히 올라간 것 같다. 3피치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올 거 같아서 결국 하산하게 되었다.
7월 12~13일 종주
1박 2일을 거쳐 경험한 하계 종주. 마등령을 넘어 오세암을 지나 봉정암에 도착.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대청봉에 오른 다음, 장장 4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종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2가지가 있었는데 마등령과 봉정암이었다.
어택을 메고 올라가던 마등령. 내리막길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리막길이 나올 거라고 희망을 품고 꿋꿋이 올라갔지만, 나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는 내 체력을 K.O패 시킨 무서운 마등령^^++++ 그리고 힘들었지만 한줄기 빛처럼 유일하게 푸근한 미소를 짓게 한 봉정암의 절밥. 배탈 때문에 힘들었던 호준이가 미역국을 봤을 때의 그 표정이란, ‘심봤다’ 였다.
비가 와서 춥기도 하고 너무 걸어서 발이 아픈 힘든 종주였지만, 나에게 이 2008년도 설악산 하계는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값진 보물이 될 것이다.
우와, 드디어 끝이에요. 부족한 글솜씨인데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연맹기간동안 많이 도와주신 재규형!
레닌봉 무사히 완등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경대 산악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