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關雎)
詩經
⑴ 關關1)雎鳩2)(관관저구) 노래하는 한 쌍의 물수리
在河之洲(재하지주) 황하의 물가에 노는구나.
窈窕3)淑女(요조숙녀) 얌전하고 조용한 아가씨는
君子好逑(군자호구) 덕 높은 군자의 좋은 짝일레라.
▶1연 : 아름다운 연인들
⑵ 參差4)荇菜5)(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들을
左右流之(좌우류지) 이리저리 찾고
窈窕淑女(요조숙녀) 품위 있고 얌전한 아가씨를
寤寐6)求之(오매구지) 자나 깨나 생각하네.
▶2연 : 요조숙녀에 대한 그리움
⑶ 求之不得(구지부득) 생각해도 얻지 못하니
寤寐思服7)(오매사복) 자나 깨나 또 생각하네.
悠哉8)悠哉(유재유재)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輾轉反側(전전반측)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네.
▶3연 : 그리움으로 인한 고뇌
⑷ 參差荇菜(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採之(좌우채지) 이리저리 뜯으며
窈窕淑女(요조숙녀) 얌전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琴瑟9)友之(금슬우지) 금슬좋게 사귀네.
▶4연 : 요조숙녀를 사귐. 사랑의 성취
⑸ 參差荇菜(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芼之(좌우모지) 이리저리 가려 내고
窈窕淑女(요조숙녀) 얌전하고 아리따운 아가씨와
鐘鼓樂之(종고락지) 풍악을 울리며 즐기네.
▶5연 : 요조숙녀와의 행복한 삶
[어휘 풀이] 1) 關關(관관) : 새의 암수가 서로 어울려서 우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2) 雎鳩(저구) : 물수리새. 암수의 구별이 엄한 새로 알려져 있음 3) 窈窕(요조) : 얌전하고 자태가 아름다움. 4) 參差(참치) : 길거나 짧거나 하여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5) 荇菜(행채) : 노랑어리연꽃. 늪이나 연못에 자라는 수초(水草)로 어린 잎은 먹기도 함. 6) 寤寐(오매) : 잠에서 깨어 있는 때나 자는 때. ‘자나 깨나, 언제나’의 뜻을 나타냄 7) 思服(사복) : 늘 생각하여 마음속에 둠 8) 悠哉(유재) : 길구나. 여기서 ‘재(哉)’는 탄미를 나타내는 어조사임. 9) 琴瑟(금슬) : 중국의 옛 현악기로 금(琴, 거문고)은 5현 또는 7현이고, 슬(瑟, 비파)은 25현. 오늘날 부부 사이의 화목을 ‘금슬이 좋다’고 한 말은 여기서 유래함.
■ 핵심 정리
• 갈래 : 4언 고시
• 성격 : 비유적, 영탄적, 민요적
• 제재 : 군자와 숙녀의 사랑
• 주제 : 아름다운 사랑의 성취 과정
• 특징
① 소박하고 진솔한 어조
②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연꽃을 따는 과정으로 비유적으로 표현
③ 전체 내용을 1연에서 요약적으로 제시
• 출전 : <시경(詩經)>(BC1000~600년)
• 옮긴이 : 이상진, 이준영
■ 이해와 감상
○ 시경(詩經)의 이해
4서3경의 하나인 시경(詩經)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동시에 사회, 문화, 역사를 모두 담고 있는 귀중한 문학자료다. 주나라 초기(BC 11세기)부터 춘추시대 중기까지(BC 6세기)민간에서 전승되어오던 시를 공자(孔子)가 시집(詩集)으로 엮으면서 비로소 시경이라는 책으로 정리되었다. 시경은 공자 이전 시대부터 내려오던 민간의 민요와 제사 지낼 때의 노래, 궁중에서 사용하던 각종 시들의 총합체다. 때문에 시경은 다양한 갈래의 문학이 섞여있다.
시는 채시(采詩) 헌시(獻詩) 산시(刪詩) 등의 세 과정을 통하여 수집되었으며 전체의 편수는 311편이다. 이 중 가사가 없는 시를 빼면 305편이 수록되어 있다. 형식상으로는 4언(四言)을 위주로 하며 흥체(興體) 부체(賦體) 비체(比體)의 3가지 표현방법을 쓰며 6가지의 체로 이루어졌다. 부는 자세한 묘사, 비는 비유, 흥은 사물을 이용해 시를 이끄는 방법이다. 내용은 풍(風) 아(雅) 송(頌)의 순으로 구분된다. 풍(風)은 백성들이 부르던 민요를 모은 것이고, 아(雅)는 궁중에서 잔치 및 의식에 사용되던 음악, 송(頌)은 종묘에서 제사지낼 때 사용된 음악이다.
판본으로는 노시(魯詩) 제시(齊詩) 한시(韓詩) 모시(毛詩) 있으며, 현존하는 판본은 모장(毛)의 모시다. 여기에는 정현(鄭玄:127~200)의 전(箋)과 공영달(孔穎達:574~648)의 소(疏)가 포함되어 있으며, 남송 때 주희(朱熹)가 쓴 시집전(詩集傳)이 가장 유명한 주석본이다.
이중 풍(風)이 160편인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내용도 자유분방하고 인간세상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여러 나라의 노래가 수집되어 있다고 하여 국풍(國風)이라고도 한다. 풍은 주남(周南)·소남(召南)·패()·용()·위(衛)·왕(王)·정(鄭)·제(齊)·위(魏)·당(唐)·진(秦)·진(陳)·회(檜)·조(曹)·빈()의 15개국 노래로 분류된다. 아는 소아(小雅) 74편과 대아(大雅) 31편으로 구성된다. 송은 주송(周頌) 31편, 노송(魯頌) 4편, 상송(商頌) 5편으로 구성된다.
이 시경의 첫 번째 노래가 바로 국풍 주남 절에 있는 관저(關雎)다. 그런데 이 관저에 대해서 대부분의 학자는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시(상사)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학교 때 이 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남녀상열지사였다. 한 마디로 시가 음란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묘사를 피해 비유법을 썼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다. 먼저 시를 감상하도록 하자.
○관저(關雎)
關關雎鳩(관관저구) 在河之州(재하지주) 窈窕淑女(요조숙녀) 君子好逑(군자호구)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流之(좌우류지) 窈窕淑女(요조숙녀) 寤寐求之(오매구지)
求之不得(구지부득) 寤寐思服(오매사복) 悠哉悠哉(유재유재) 輾轉反側(전전반측)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採之(좌우채지) 窈窕淑女(요조숙녀) 琴瑟友之(금슬우지)
參差荇菜(참치행채) 左右芼之(좌우모지) 窈窕淑女(요조숙녀) 鐘鼓樂之(종고락지)
관저란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노래에 등장하는 '요조숙녀, 군자, 호구, 전전반측, 금슬'이라는 표현은 일상에서도 쓰일 정도로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이 시를 낱말 그대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관관(꾸륵꾸륵) 우는 저구(물수리새)는 물가(황하)에서 노네. 요조숙녀(아름다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고요. 요조숙녀는 자나깨나 찾는다네.
구하려해도 얻지 못 해 자나깨나 생각하네. 길고 길어라(긴 밤이), 이리저리 뒤척이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캐고요. 요조숙녀는 금슬(거문고와 비파)을 벗으로 삼는다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고르고요. 요조숙녀는 종과 북을 울리며 즐긴다네.
그러나 이 시를 남녀 성행위를 비유하는 것으로 본다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저구의 뾰족한 부리를 남자의 혀나 성기로 본다면 '재하지주'는 촉촉하게 젖은 여성의 옥문 지역에서 논다는 뜻이 된다. 당연히 옥문은 군자의 성기와 결합되는 좋은 짝이다.
'참치행채 좌우류지'는 손으로 여성의 음모 및 기타를 이리저리 헤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고, '오매구지'는 여성은 잠자리에 누워 애타게 원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오매불망'이 자나깨나 잊지 못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원래 오(寤)는 잠자리를 매(寐)는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뜻하는 한자다. '오매구지'를 '자나깨나 나물을 구한다'로 해석한 것은 아이들 때문에 점잖게 하는 해석이고,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요조숙녀는 침대에 누워 그것(남성)을 구한다네'가 된다.
3연은 안타깝게도 전희만 하며 애를 태우며, 숙녀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 하자 전전반측(몸을 뒤틀면서 이리저리 꼬는 행위)한다는 뜻이다.
4연은 계속된 애무로 흥분한 상태를 묘사한다. 금슬은 여성의 몸을 악기로 비유할 때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악기다. 전희가 절정에 달해 금슬처럼 몸이 팽팽하게 긴장된 흥분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5연은 금슬이 아닌 종고로 바뀌었는데, 비로소 남성과 결합되어 열락에 빠진 상황을 묘사한다. 종은 굵은 기둥으로 두드리는 악기고, 북도 굵은 막대로 두드리는 악기다. 종고는 곧 남성 성기를 뜻하며 이를 통해 요조숙녀가 열락에 빠졌음을 묘사하고 있다.
'관저'를 성행위의 묘사로 본다면 차분하게 전희를 거쳐 마침내 결합까지 과정을 잘 묘사한 시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비유법은 시경 전체에 걸쳐 숨어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각종 민요에도 이런 식의 비유가 많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수로부인이나 천안삼거리 흥타령, 방아타령 등 많은 노래가 남녀상열지사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학에서 Ero와 Sex라는 코드를 빼면 참 무미건조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인 고대 시가나 시조, 소설, 판소리에서도 성적인 코드는 빠질 수 있는 중요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