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순수한 임길택의 시집 "할아버지 요강"을 읽으니 나도 무엇인가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동시라는 게 써지대요. 5월 22일(토요일)에 식구들하고 몇 군데 다녔는데 그 이야기가 다음의 글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어요. 그냥 맘 편히 읽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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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립리 돌부처
오랜만에 식구들
나들이 나섰어요
이백면에 가면
돌부처 있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돌부처는 무척 컸어요
귀도 컸지요
코끝이 문드러지고
두 손도 달아났지만
부처님의 두 눈은
편안했어요
그런데
돌부처 옆에서는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부처 옆에서 살아도
저 개는 왜 저리
사나운 걸까요
나는 너무나 무서워
눈물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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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모양의 그네를 타고
엄마랑 아빠랑 동생 산이랑
이백초등학교에 갔어요
작년 봄에 벚꽃이 무더기로 피어날 때
할머니랑 와 보고는 두 번째에요
아담한 학교는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 있어요
공이 있어서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다가
지구 모양의 그네를 신나게 탔어요
아빠더러 밀어달랬는데
꼭 바이킹 타는 것 같았어요
무서워서 소리지르고
재미있어서 소리지르고
힘들어서 쉬다가 또 탔지요.
얼마나 많이 탔는지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어요
얼굴이 노래졌다며 멀미한다고 했어요
동생 산이도 같이 탔는데
왜 나만 멀미할까요?
아빠 등에 업혀서 더 놀지 못하는 나는
계속 신나게 노는
동생 산이가 무척이나 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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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집
조경남 장군 누워 쉬는
이백면 초동 마을로
식구들이 나들이 갔어요
하늘로 오를 듯
계단이 가파른데
아빠는 나를 업고
성큼성큼 올라갔어요
동생 산이는
저 혼자 올라오다
"왕개미집이다!"
소리쳤어요.
개미들은 저마다
모래 흙 한 덩이씩
물고 올라와
둥글게 성을 쌓았어요
우리가 지켜보아도
상관 않고 쉬지 않고
일만 했어요
엄마가 조그만 풀꽃을
놓아두니 입으로 끊어내며
일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