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방법... 좋은 내용인것 같아 퍼 왔당~

[키다리아저씨^^*]

>>>>>>>죽기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서른가지- 책읽기 <<<<<<<<

 

[죽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뜬금없이 웬 책 읽기일까. 평생 책 안 읽는 사람도 있나...?

이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책 읽기를 이 코너에 등장시키는 이유는 수년간 글을 쓰고 발표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권장 도서나 공부 방법(?)등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독서 방법을 한번 소개해 보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사실 그간 살면서 주변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법을 지켜보면서 좀 의아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저렇게 해서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고 그 결과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모습도 많이 보았다.

필자는 책벌레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독서에 대한 원칙과 방법론이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글쟁이가 되게까지 한 원동력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세상에는 위대한 석학도 진정한 독서광도 많고, 그래서 스스로의 책 읽는 법에 대해 직접 늘어놓기가 민망해 주저하는 마음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그간 견지해 온 독서에 대한 생각을 한번 죽 이야기해 볼까 한다.

한 권 한 권이 인생에 도움이 되게 하는 독서, 진정한 독서, 그런 것에 대한 힌트를 이 글에서 조금이라도 찾으실 수 있다면 아마 평생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자격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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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가지 전제하자면 필자는 전공인 기타 연주 관련된 부분 외에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또 할 줄도 모른다. 공부라는 생각으로는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기도 하다. 결국 필자가 가진 이런저런 방면의 지식이나 관점들은 단기간의 집중된 학습이 아니라 전부 오랜 세월에 걸친 (방만한) 독서와 그에 이은 생각과 경험 등을 통해서 얻은 것이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책 읽기 방법은 어떤 것일까.

1.  반복해서 읽자

이미 읽은 책인지 아닌지 잘 기억도 못하면서 중간 가까이 읽다가 '이거 옛날에 읽은 거네' 하면서 책장을 덮는 사람들을 그간 많이 보아 왔다. 그럴 때 마다 사실 좀 어리둥절하다. 내용을 거의 기억도 못할 정도면서 왜 기껏 재미있게 보던 책을 덮어 버리는 것일까. 저렇게 읽은 책이 과연 그의 삶에 얼마나 양식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때로 심심하고 답답한 세상, 하나라도 즐거운 거리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해 나가야 할 텐데 왜 언젠가 읽은 듯 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중 하나를 버리는 것일까 등등...

암튼 그래서 필자는 읽은 책을 또 읽는 것이 완전히 버릇이 되어 있다. 사실 일부 픽션 계통을 제외한다면 어떤 천재도 책을 한번만 읽어서는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설사 사진과 같은 기억력이 있어 수백 페이지의 책을 전부 암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책, 특히 학문이나 교양을 다루는 책에는 여러 가지의 레벨이 있고, 여러 번 반복해 읽는 과정을 겪어야만 그 다양한 레벨을 온전히 흡수하여 결국 작가의 세계를 진정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책의 줄거리나 그 속의 정보 등을 암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삼국지를 예로 들어보자.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은 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류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삼국지를 막상 읽어보면 분명 재미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내용은 옛날 고리짝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정치/무협 류의 이야기일 뿐이며,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사건들 위주로 줄거리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한두 번 더 읽으면 유비 조조 손권 등 중심 인물들 사이에서의 전략과 인간 관계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처음 읽으면서는 그냥 넘어간 크고 작은 사건들이 기억되고 정리되어 간다. 즉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또 더 읽으면 이제 각 등장인물들이 살아간 모습의 배후의 자리하고 있는 각자의 인생관과 사상이 들여다 보인다. 이때쯤 되면 삼국지라는 이야기 전체의 서사적 흐름을 한 덩어리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좀 더 읽으면 그들 각자가 처한 인간으로서의 희로애락이 점점 내 경험처럼 다가오고,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결과 누가 왜 성공하고 또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도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좀 더 읽으면 이제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과거의 황제와 영웅들, 권력과 야망, 나아가 인간 실존의 덧없음 까지도 피부로 다가온다. 이때 쯤 되면 삼국지에서 읽은 내용들이 점점 나의 삶과 생각 속에 용해되어 가는 것이다.

굳이 삼국지를 예로 든 것은 필자가 우연찮게 이 소설을 여러번 읽었기 때문이다. 집착적으로 반복해 읽은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쯤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2학년 때 쯤 까지 10년간 그냥 끼고 살았다. 처음 네 다섯 번 정도 순서대로 읽은 후에는 12권짜리 책 중 아무 권이나 꺼내서 심심할 때마다 읽고 라면 먹으면서 읽고 버스에서 읽고,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총 몇 번이나 읽었는지 잘 알 수도 없는데, 추정컨대 30-50번 사이가 아닐까 싶다.

그 속에서 위에 이야기한 삼국지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나중에 이문열 삼국지가 나올 즈음에는 이런저런 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이 많은 그 판본의 내용을 보면서 '맞아...' 혹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같은 식으로 내 나름의 해석도 가능해졌다.

그럼 삼국지를 수십 번 읽은 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내 자신의 입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고, 또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운운하는 말이 적용될 만큼 대단한 결과를 얻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성격 및 세계관 형성기인 사춘기에 끼고 살았던 책인 만큼, 최소한 당시 일반 십대들에 비한다면 세상을 큰 그림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나 다양한 성향과 처지의 사람들의 시각을 빌어 현실의 사물과 사건을 보는 습관 만큼은 발달했던 것 같다(언젠가 삼국지도 이 코너를 통해 제대로 한번 다뤄볼 예정). 그리고 그런 삼국지의 영향은 분명히 아직도 남아 있다.

삼국지 이야기의 배경은 중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도 아니고, 사실보다 소설적 요소가 무척 많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디테일에 충실하고 다변적인 입장에 놓인 많은 사람들을 풍부하게 그려냄으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끝없는 해석과 논쟁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참고로 북쪽의 붉은 색이 조조의 위, 동쪽의 푸른색이 손권의 오, 서쪽의 노란색이 유비의 촉한 영역.

삼국지 외에 역시 초등학교 때 구입한 '한국의 역사' 10권짜리와 과거 이 코너에서 소개한 바 있는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 '과학상식백과' 10권짜리 등등도 비슷한 기간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2~30 번 정도 읽은 듯 하다. 한국의 역사는 신동우 화백이 그린 교육용 만화책인데 고 3때까지 국사 시험은 전부 그 힘만으로 치렀고, 일본 만화를 번역한 과학상식백과에서는 아직도 이런저런 도움 - 기억을 통해 - 을 받는다. 이 책들은 이미 보던 과정에서 너덜거리는 휴지 조각으로 변해 버렸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예일 뿐이고 필자도 모든 책을 다 이렇게 읽지 않으며 읽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읽었다고 그냥 처박아 없애 버리는 것은 책을 읽지 않은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맨날 끼고 살 필요도 없고, 그냥 잘 놔두었다가 몇 년 후 쯤 해서 가물가물 할 때 다시 읽으면 되고, 그 몇 년 후에 또 다시 읽으면 된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기 때문에 같은 책이라도 10 년 전에 읽은 것과 5년 전에 읽은 것, 지금 읽는 것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 자체가 결국은 삶과 지식이 결합된 과정에서 찾아지는 의미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아닌가.

2. 쉬운 책일수록 꼭꼭 씹어 읽고, 어려운 책일수록 훌훌 마셔 버리자

이걸 반대로 하는 분들이 많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상식으로 여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어려운 책부터 먼저 이야기하자. 암기 시험을 치르기 위한 전공 서적 등이 아닌 한, 책은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구절 구절에 무게를 너무 두지 말고 큰 틀만 이해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넘어가야 한다.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어려운 책을 지나치게 집중해서 읽으면 그건 공부가 되어 버리고, 그 결과 얼마 안가 책을 덮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설사 한 두 권 정도까지는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자도 아닌, 생활에 바쁜 보통 사람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결국 독서 행위 전체의 포기라는 비극적 귀결을 낳게 된다.

물론 이때 '그건 그래도, 어려운 책을 그렇게 읽어서 어떻게 이해하냐...' 는 식의 이의제기가 가능하다. 바로 이를 위해서 재등장하는 것의 앞의 1번이다. 반복.

생각해 보면 우리의 지적인 관심은 대부분 지금 당장의 필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상당한 여유가 주어지게 된다. 양자역학이나 마르크스, 로마인의 의식구조를 왜 지금 즉시 이해해야만 할 것인가? 어차피 내가 알고 싶어서 읽는 것일 뿐이고, 그걸 이용해 먹고 살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 현실적으로 자기가 원래부터 잘 아는 분야가 아닌 한 어차피 밑줄 그어가면서 읽는다 한들 제대로 소화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래저래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주제가 어렵다고 해서 불필요하게 너무 어려운 책을 머리 싸매며 읽을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다면 물리학도가 아닌 한 교양용 입문서만 읽어도 충분하다. 입문서도 문장은 쉽지만 양자역학 자체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물론 내용은 쉽지 않다. 그러니 처음부터 정복할 생각 말고 일단 제일 쉬운 책을 골라 널널하게 한두 번 읽고 좀 개념이 잡히면 약간 어려운 것으로 옮아가서 또 몇 번 읽는 식으로 가면 되는 거다.

그렇게 몇 년 지나면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세계관에 익숙해 지게 되고 이후 더 어렵고 전문적인 것으로 들어가냐 마냐는 순전히 본인의 취향과 의지에 의해 결정하면 된다. 심적인 부담을 갖고 무리를 하게 되면 제대로 다 읽을 수도 없을 뿐더러 또 거기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원리는 고난도의 물리학이지만 특성상 우주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사고 방식의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인문적인 성격도 많다.

따라서 이과 계통에 적성이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번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그럼 이제 쉬운 책. 세상에는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책도 있긴 하지만, 필자가 지난 30년 가까이 접한 책들 중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다시 말해, 제 아무리 쉽고 가벼운 책에서도 나름대로 배울 것이 있었다는 말씀이다. 여기에는 만화책이나 로맨스 소설, 무협지 등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쉬운 책일 수록 꼭꼭 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쉬움과 가벼움에 가려지기 쉬운 나름대로의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물론 어려운 책과 마찬가지로 반복해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고 필자도 어려서 시간이 많을 때는 그렇게 했지만, 쉬운 책이라면 굳이 시간을 들여 여러 번 읽지 않고 한 두 번만 읽으면서도 제대로 빠져들기만 해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권으로 된 연재 소설이나 만화라면 여러 번 다시 읽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

이렇게 차근차근 씹어 읽다 보면 놓치기 쉬운 작은 표현이나 내용들도 보다 밀도 있게 와 닿게 되고, 대충대충 넘어가 버렸을 수도 있는 것들에서 뜻밖의 의미, 행간의 뜻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필자는 만화에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몇몇 만화들을 통해 어떤 고전 소설이나 교양 서적에서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그 결과 만화 읽는 속도가 일반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늦지만 들인 시간만큼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에 분명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말도 있듯이 아무리 가벼워 보인다 해도 대부분의 책 속에는 건질 것들이 있다. 일단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라도 소홀히 넘기지 말자.

(참고: 쉬운 책은 그에 비해 느리게 읽고 어려운 책은 그에 비해 빠르게 읽는다는 뜻이고, 어려운 철학 책을 만화책보다 훨씬 빨리 읽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님. 결과적으로 어떤 책이든 비슷한 속도로 읽게 됨)

3. 책의 내용을 생활 속에서 화두로 만들자
 

필자가 생각하는 책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보를 얻는 것이고 또 하는 생각할 거리를 얻는 것으로, 이 두 개가 합쳐졌을 때 만이 진정한 영혼의 양식으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단지 전자를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매뉴얼이나 실용서, 각종 시험대비용 서적이라면야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족할 지 모른다. 그러나 문학 작품이나 교양 서적, 좋은 만화 (사실 영화, 다큐멘터리, 티비 드라마 등 그 밖의 매체들도 마찬가지다)등의 경우 대개 그 이상의 내용과 의미들이 담겨 있고, 그런 것들은 나의 삶과 세계관에 때로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문제는 화두는 '붙잡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다.

앞의 양자역학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이걸 공부해서 먹고 살 전문가가 아닌 대부분의 교양인에게 양자역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한 물리학 보다는 '우주의 주관성' 이라는 인문/철학적인 부분과 더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핵심적인 부분들은 우리의 일반 상식에 비해 상당히 극단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와 닿지 않기 십상이다. 따라서 양자역학과 관련된 책을 접하면서 그 본질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음, 이런 게 있군' 이나 혹은 '누가 언제 중요한 실험을 했군' 식의 정보 획득에서 끝나 버린다면 책을 읽은 아무 의미도 없으며, 이런 상태로는 몇 번을 반복해 읽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화두를 붙잡는 것이다.

양자역학에 보면 관찰자에 의해 변하는 우주라는 관점과 이와 관련된 복잡 미묘한 실험과 논리들이 등장한다. 이는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지만 즉각 이해되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고, 일종의 깨달음의 과정을 필요로 하기에 머리를 싸매거나 줄 치면서 공부한다고 해서 되지도 않는다.

화두를 붙잡는다는 게 사실 별게 아니다. 이런 책을 읽은 후에 - 앞에서 말했듯이 편하게 넘어간 후에 - 그 이해되지 않았던 주된 내용 부분을 기억해 뒀다가 틈날 때 마다 한번 씩 다시 생각하는 것 뿐이다. 매일 할 필요도 없고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충분하며, 그저 놓지만 않으면 된다. 단지 중요한 것은 기계적으로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궁금증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부분인데, 이것이 습관이 되기 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화두는 이 분만 붙잡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탐구 정신을 갖고 사색하고 정리해 나가면 되는, 사실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다 보면 아무리 어렵고 복잡미묘한 과학, 사회, 논리, 윤리적 개념이라 한들 몇 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공부를 특별히 한 것도 아닌데 이미 내 속에서 상당히 발전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즈음이 되면 이제 문제의 책을 다시 한번 읽기에 적합한 때가 되고, 그렇게 다시 읽어가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들이 절실히 와 닿으면서 무릎을 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화두들은 꼭 어려운 책에 있는 것만도 아니고, 쉽고 가벼운 책 속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그 화두를 풀어내는데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지만 서둘 이유가 뭐가 있나. 괜히 부담 갖고 이해도 안 되는 것에 지나치게 골몰하다가 다 포기하느니, 이렇게 크고 작은 화두 여럿을 간직한 채 자기 생활을 충실히 해 나가면서 삶의 경험이나 다른 책, 혹은 사색 등을 통해 연관 짓고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옛날부터 뿌려 온 화두들의 답을 하나 둘 씩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십대 초/중반부터 뿌려 온 수십 개의 화두들이 있다. 어떤 것은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것이고 어떤 것은 사소한 지적 호기심일 뿐이다. 그것들이 대략 십여 년이 지난 이십 대 중반부터 답으로 돌아오기 시작해서 지금도 하나 둘 씩 돌아오고 있으며, 이를 느낄 때의 기쁨이란 말할 수 없이 크다. 물론 지금도 다른 화두를 계속 뿌려 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화두가 정리되어 가면 그 것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반자동적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들어가며, 그 결과 세상을 보는 시각과 세상을 사는 입장의 통합적인 전체상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스스로 자신이 사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있고, 하는 말과 행동이 명료해져 책임감이 생기고 또 혼란이나 두려움, 불필요한 실수 등은 점점 사라져 가게 된다. 이렇게 얻어 나간 지혜를 우리는 흔히 '통찰력'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결국 내가 가진 부족함이나 미숙함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발견을 통해 보충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삶과 세상에 가졌던 의문을 점점 풀어 나가고, 또 그를 통하여 안정되고 강한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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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는 '공부'에 대해 다소 극단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책상에 앉아 하는 식의 공부나 암기는 학생이나 학자, 혹은 먹고 살기 위해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만 하면 된다. 이런 식의 공부는 빨리 빨리 해서 자격증도 따고 입학도 하고 졸업도 하고 직장도 구하는 등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때가 있는 법이고, 그래서 좀 서둘러 바짝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서는 공부가 아니며 절대 공부여서는 안 된다. 독서는 공부보다는 이를테면 바둑이나 스타 크래프트 같은 게임과 비슷하다. 머리를 많이 쓰되, 그 머리를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단기간에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즐기기 위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이나 스타 크래프트는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고 대입 시험이나 토익 점수나 임용고시처럼 오늘 한 게임 졌다고 해서 인생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졌으면 좀 더 실력을 쌓아서 다음에 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평생 조금씩 바둑이나 스타 크래프트를 잊지 않고 한다면 20년 쯤 후에는 자기도 모르게 상당한 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지위나 명예나 수입 같은 것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 책 읽기의 프로 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아무리 다양한 책을 읽고 많은 지식과 통찰을 쌓는다 한들 그것만으로 대학 교수가 되거나 재벌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문제다. 기왕에 세상에 태어난 것, 인간이 지난 수천 년 간 생각하고 창안하고 만들고 경험한 것들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또 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어 배울 것은 배우고 또 실수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나를 가능한 한 발전된 존재로 만들어 가려 시도인 것이다.

독서의 생활화는 큰 부담이나 어려움 없이 이런 우리의 이런 여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 바로, 옛날에 재미있게 읽었던, 혹은 읽다 말아 버린 책 한 권을 다시 꺼내어 소파에 푹 기대 앉아 보시라. 읽다가 졸리면 잠이 들어도 상관 없다. 내일 더 읽으면 그만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이어지면 10년, 20년, 30년 후의 여러분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런 불확실성이 바로 삶의 재미고, 그때가 되면 분명히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