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15일자 홍대신문사설("무능한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열차11]

“무능한 대통령”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

요즈음 주변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듣는 것은 매우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중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이 아마 “무능”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말은 대부분 구체적 대안 없는 비난의 상투어로 쓰이거나, 아니면 특정 세력의 의도 달성을 위한 일방적이고 전략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고위층”의 누군가를 욕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욕하는 순간 일종의 우월감에 빠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과 맥락의 고려 없는 일방적 비난은 오히려 비난을 한 사람의 품격과 신뢰를 떨어뜨린다. 지난 대통령에게도 “거짓말쟁이”라는 용어를 반복 사용해 그것을 이미지로 고착시키려는 세력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무능”과 “거짓말”을 논하자면 IMF 구제금융을 야기한 정계, 관계, 학계의 소위 엘리트 세력과, 그 일이 터진 순간까지 경제는 걱정 말라며 국민들을 기만했던 거대 언론들을 뺄 수 없을 터이다. 그들이 행한 이러한 유의 일은 이루 수를 세기 어려우니, 이들의 비난과 욕은 눈곱만큼의 양심만 있다 해도 차마 못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인신 공격성의 욕마저도 무한정으로 허용할 정도로 ‘말할 자유’를 보장해왔다. 자유롭게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척도 중 하나로 칠 수 있다면 그 공로는 과소평가될 수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하여도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도 죽을 경을 쳤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허용하고 용인만 하는 바로 이런 ‘민주적’ 태도야 말로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의 근원이다. 특히 그의 무능은 자신에 대한 ‘적대적 반대자’를 합리적 파트너라고 착각함으로써 결국 그들에게 발목이 잡힌데 있다.

그들 적대적 반대자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군사 독재 시대에 이르기까지 부와 권력을 축적해왔으며, 그 결속력과 영향력에 있어서 현재 대통령을 능가하는 공고한 권력을 가진 세력이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 바로 세우기” 같은 작업을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쯤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용어 자체가 지금까지 자신들이 행해왔던 사악한 행위의 폭로이자,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은 갖은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 생존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대통령에 대한 저주를 쏟아냄으로 국가 권력의 무력화를 획책한다. 

이 적대적 반대세력은 미국에 대한 절대적 지지 세력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국 내에서 실제로 미국의 힘을 체험했고, 이전에 일본에 대해 가졌던 숭배 의식을 이후 미국에게로 옮긴 사람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미국을 “국제 사회”와 동일시하며, 미국의 절대 선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다민족 국가로서 민족주의를 위험시하기에, 이들 역시 민족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기에 당연히 이들에게도 북한을 민족의 범주에서 말하는 사람은 없애야 할 적이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현재 대추리의 경우에서도 보듯, 모 인사는 시위자들에게 총을 쏘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미국 앞에는 부모 형제도 총을 쏠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들의 기본적 인식이요 태도다. 

이들의 태도와 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에 도움이 되는 면이 없지는 않다. 미국은 자신들의 일방적 판단에 근거한 금융제재를 통해 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릴 수 있고, 이라크의 경우에서 보듯 존재하지 않는 핵무기를 구실로 수천의 양민도 죽일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사에 반할 때 한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예외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미국의 필요가 한국에 위협이 되어도 미국을 따라야 할 때가 있을 수는 있다. 허나 앞장서서 자기 민족을 부정하고 외세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들 반대 세력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실제적 권력은 그들에게 있으며, 한국의 모든 면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의중도 살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민족적 공영과 평화로 나가는 발길을 지체시킨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직무유기다. 최소한 민족적 문제에 있어 대통령은 그 누구의 방해가 있더라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민족간의 갈등과 전쟁을 부추기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해야 한다.

정적에 의해 무능의 딱지가 붙여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언젠가 하나 된 민족의 자부심 위에 설 미래의 역사에 의해 다시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워 할 것은 그 역사가 내릴 심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경외감과 단호한 실천만이 미래의 역사 뿐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전동열: 신문 사설에는 이름이 붙지 않았음)

[오드리]

교수님 ㅠㅠㅠㅠㅠ 눈물납니다 그래도 우리 노짱님은 셜코 외롭지 않으셧던거 같아요 ㅜ 교수님같은 분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셧으니까요 ㅠ 감사합니다

[써니x써니]

'말할 자유'에서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freebird]

여기서 말씀하신 적대적 반대세력이 이토록 우리사회에 깊숙히 오랫동안 뿌리내려 있음을 이전에는 잘 몰랐습니다..몰랐을때는 막연히 사회는 발전해 나갈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알고 나니 더 무섭고, 답답한 마음만 생기는것도 사실입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이글 퍼갈게요 교수님~

[gurum]

적대적 반대세력.
그들의 결속력과 영향력을 무시하고 착각한건 노통을 뽑은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던것 같아요.
국민이 무능해서 그 분을 그리 보내버린듯 해서 아픕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