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1주차는 책 소개와 ‘1장 베이비부머의 번아웃’
2주차 ‘2장 가난부터 배우는 아이들’, ‘3장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4장 좋아하는 모든 게 일이 되는 기적’을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5장 일터는 어쩌다 시궁창이 되었나’, ‘6장 일터는 왜 아직도 시궁창인가를 살펴보겠습니다.
〈 읽고, 정리하기 〉
5장 일터는 어쩌다 시궁창이 되었나
임시직은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우회할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회사 측 비용 절감을 도와주는 동시에 고용과 관련해 책임이 따르는 계약을 피하게끔 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상의 위험을 다시 개인 직원들의 몫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오늘날 임시직은 노동 시스템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이 체계에서 시간강사, 독립 계약직, 프리랜서, 임시 직원, 다른 모든 유형의 파견직 노동자들은 계속 확장되는 새로운 사회적 계급을 만듭니다. 그 계급은 바로 프레카리아트precariat입니다.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을 뜻하는 ‘precarious’와 노동자를 뜻하는 ‘proletariat’의 합성어로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노동자를 말합니다.
프레카리아트에는 우버 운전자, 소매점 종업원, 아마존 창고 직원, 시간 강사, 프리랜서, 기업 청소부, 재택 요양보호사, 마트 점원, 패스트푸드 서빙 종업원 등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이러한 일을 몇 번이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에 속합니다.
프레카리아트 노동자는 동료들을 거의 알지 못하고, 아는 사람 몇몇은 금방 다른 사람으로 대체됩니다. 대개는 대학 학위가 있거나, 학위 과정을 밟는 중으로 몇 학기를 수료한 뒤에 그렇게 됩니다. 시간 강사, 프리랜서 작가와 같은 일부는 열정을 계속 좇다가 프레카리아트 계급에 들어오게 됩니다. 또 다른 일부는 자포자기 끝에 프레카리아트 계급에 도착합니다. 그들의 경제적 지위와 계급은 불안정한데, 이는 아주 자그마한 불운이라도 그들을 빈곤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언제나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쳐 있습니다. 구체적인 업무가 무엇이든 번아웃에 빠져 있습니다. 프레카리아트 계급에 속한 이들은 불안정, 불확실성, 빚과 굴욕에 지배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현재 직업이나 학력, 부모의 입지로 인해 프레카리아트가 될 위험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착각입니다. 지금은 월급을 받고 주체적으로 일하며 사내에서 의견을 존중받는 노동자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프레카리아트를 향해 표류합니다. 정규직 직원들이 해고당하고 독립 계약직으로 대체됩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인력의 많은 부분을 직원으로 분류하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노동자들이 게을러지고 있거나 멀티태스킹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끈기나 야망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일터의 조건이 나쁘고,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일터가 불안하고, 더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6장 일터는 왜 아직도 시궁창인가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직원은 로봇입니다. 우리는 모두 로봇이 되기는 싫다고 말할 것입니다. 밀레니얼들은 간절히 갈망하지만 자꾸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안정성을 얻겠다는 일념으로 기꺼이 로봇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점점 더 우리 자신의 필요를, 생물학적 필요마저도 무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수면은 휴식보다는 작동과 접근이 연기되거나 감소한 상태인 기계의 수면 모드와 점점 더 닮아가고 있습니다. 수면 모드는 전원을 완전히 끈 상태가 아닙니다. 다시 켜지는 순간만을 긴장하며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2017년 9월에 아마존은 창고 직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배달할 물건 가까이에 갔을 때 혹은 물건을 잘못 집었을 때 가벼운 진동 등을 주는 “촉각 피드백” 손목 밴드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특허가 공개되자 아마존이 직원들을 로봇처럼 대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직원들을 로봇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전직 아마존 창고 직원이 <뉴욕 타임스>에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1년 동안 창고에서 일하고 나서, 저는 제가 함께 일하는 로봇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기계로 만들려고 해요. 로봇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으니, 만족스러워질 때까진 인간을 로봇처럼 부리겠다는 거죠.”
패스트푸드와 소매업계에선 노동자를 일터에 최적화해 수익을 증가시키려는 기술적 감시가 이미 표준이 되었습니다. 모든 게 초 단위로 시간이 기록되고 디지털 방식으로 감시됩니다. 속도가 느릴 경우 시스템이 관리자에게 통보하여 질책을 듣습니다. 2015년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의 79퍼센트가 번아웃에 빠지거나, 혹은 완전히 녹초가 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보수는 쥐꼬리만 하고 저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노동으로 지친 이들에게 출구를 찾는 일이란 요원합니다.
알고리즘은 언제, 몇 명의 직원이 필요한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판단 후 직원에게 통보합니다. 대규모 패션 소매점의 경우 알고리즘이 작년, 같은 날의 매출을 근거로 근무 스케줄을 정하기 때문에 휴일이나 날씨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한 일로 갑자기 상황이 분주해지면 모두가 지원 인력을 달라며 아우성 칩니다. 여기에 ‘오픈·마감’ 근무 일정이 걸리면 가게를 닫기 몇 시간 전 출근해서 마감 업무를 한 다음 집에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아침 일찍 가게로 나와 오픈 업무를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신체를 와해시켜 다른 어떤 유형의 일에도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은 번아웃으로 직행하게 하고,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계속 일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보지 못하게 만들어 그 상황에 가두기 때문입니다.
파트타임 노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장 일꾼이든 보모든, 등록하지 않고 일하는 이들에겐 법적 지위가 없습니다. 착취를 보고할 수단도, 임금이 체불됐을 때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가정에 고용된 사람들을 비롯해 ‘장부 외’ 노동자들에겐 초과근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바로 선택지가 없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적어도 일터에 관한 한, 당신에겐 협상할 힘이 없습니다. 그 어떤 종류의 힘도 없습니다. 이것이 선택의 여지가 있는 프리랜서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든 로펌에서든 풀타임 근무가 노동자에게 너무나 심한 스트레스를 주자, 원래 일하던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나가거나 긱 경제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동 시장에서 프리랜서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대충 이런 식입니다. 그래픽디자인, 사진, 글쓰기, 디지털 편집, 웹디자인 등 시장에 팔 만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도 여럿 있습니다. 과거엔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가진 사람을 직원으로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균열 일터에서는 기업들이 굳이 필요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러느니 한 명의 직원이 할 일을 나누어 맡을 다수의 프리랜서를 고용합니다. 그러면 회사는 고품질의 작업물을 얻고, 직원의 건강보험료 분담이나 공정한 근무 조건을 조성하는 등의 부가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됩니다.
밖에서 보기에 프리랜서는 꿈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원할 때 일하며, 표면상으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일할 시간을 정할 자유’란 ‘스스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자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프리랜서가 병원에 가면 자기부담금이 너무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애초에 의사에게 가는 일을 피한다고 했습니다. 자칫 더 버티지 못하고 병원에 가면 더 비싼 청구서가 날아오기 일쑤라고 했습니다. 회복할 때까지 주어지는 유급휴가 따위는 당연히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고용주의 도움을 받아 401k에 가입할 수 없고, 고용주가 보태어 주는 납입액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매달 퇴직을 위한 저축 개념으로 사회보장연금에 일정 금액을 넣습니다. 이것 외에는 다른 보조 장치도, 은퇴 후의 안정을 보장하는 협정된 수단도 없습니다. 쓸데없이 어려운 세무 구조를 상대하기 위해 회계사를 고용해야 할 수도 있고, 몇 시간을 일하든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선 고정된 보수를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공급이 수요보다 클 경우, 보수 협상은 불가능합니다. 고객이 내고자 하는 비용이 얼마든 그에 자기 몸값을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회사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득을 취한 건 새로 부상하고 있던 긱 경제의 고용주들이었습니다. 우버, 핸디Handy, 도어대시Doordash 외에 수십 개 회사들이 해당됩니다. 훗날 대침체Great Recession(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8년 이후 찾아온 세계적 경제 침체) 직후를 돌아보면 그 시대는 대혁신의 시대가 아니라 대착취의 시대로 기억될 것입니다. 테크 기업들이 직원으로서 존중하기는커녕 직원이라는 이름표도 붙이기 싫은 노동자들을 밟고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 지위를 획득한 시대였습니다.
이들은 파괴를 전제로 하여 오래되고, 다소 투박하며 아날로그적이었을지언정 직원들에게 먹고살 만한 임금을 주던 산업을 가져다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더 매끈하고 쉬운 서비스로 바꾸어 돈을 끌어옵니다. 그 결과, 우버Uber, 리프트Lyft, 주노Juno 등 승차 호출 서비스 회사들은 사람을 태우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산업을 파괴시켰습니다. 이들이 인기를 얻자 아예 각종 일상적 업무의 개념을 바꾸는 서비스 업계 전체가 태어났습니다. 로버Rover는 반려동물 케어 업계를 파괴했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숙박업을 파괴했습니다. 핸디는 심부름 업계를 파괴했습니다. 포스트메이트Postmate와 심리스Seamless, 도어대시는 테이크아웃을 파괴했습니다. 이 앱들은 소비자들이 더 쉽게 휴가를 떠나도록, 음식을 배달시켜 먹도록,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반면 엄청난 수의 나쁜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이는 대침체 이후 아직도 절박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기쁘게 받아들인 일자리들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버 같은 회사들은 경제적 구세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들은 옛 체제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하고 분배하는 수단이라고 스스로 광고했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던 중산층들은 그들이 만든 일자리를 필사적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의 비밀은 엄밀히 말해 아예 일자리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 망가진 계급의 사다리를 고칠 수 있는 일자리는 절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자리들은 마땅히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영원히 노역하게 될 운명의 영구적 디지털 하류계급이라고 부르는 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긱 경제에서 운전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남는 침실을 빌려주거나, 쉼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사람들은 이 일을 n잡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궁창 일자리를 보조하기 위한 또 다른 시궁창 일자리인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는 긱 경제가 아닙니다. 항상 미친듯이 다음 임시 일자리를 찾는 경제입니다.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 긱 경제 노동자, 임시직들은 안정성 없는 유연성은 무의미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행동을 요구할 유일한 방법은 영향력을 지니는 것입니다. 선택지를 갖기 위해, 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영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 체제를 전복해야 하는데, 여기엔 정부 개입이 필요합니다. 입법자들이 우버 같은 회사에게 직원들을 독립 계약직으로 분류하는 관행을 그만두라고 강제한다면, 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사회적 계약은 강화될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그 사람들의 노동으로 얻은 이윤이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이 대단히 급진적인 방법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60년 전 과거에는 이러한 인식이 대단히 미국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한창 번성 중이라고 이야기들 하는 오늘날의 경제는 로봇처럼 취급받는 수백만 명을 짓밟고 지어졌습니다. 금방 다가올 미래에 이용당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들, 즉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처럼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문제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시궁창 같은 근무 조건이 번아웃을 만들고, 번아웃이 일터가 시궁창에서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게 만듭니다. 현재 일터의 현실에 맞게끔 노동법을 갱신하는 중요한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대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케케묵은 단어는 끈끈한 결연보다는 단순한 합의를 의미합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으면 저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합의입니다.
〈 새날의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갈수록 악화되는 일터의 이야기를 알아보았습니다. 이중에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임시직 등의 대안적 근로 형태를 일컫는 ‘긱 경제(gig economy)’도 일부 소개되었습니다. 그 긱 경제에서의 일과 삶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새라 캐슬러 지음의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가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메커니컬터크의 크리스티 밀런드 이야기를 읽어 보시면 그 실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딸아이 하나를 키우는 크리스티 밀런드Kristy Milland가 긱 경제에 합류한 것은 백만장자가 되거나 풀타임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수년 전에 출산을 앞두고 고등학교를 중퇴했을 때 그녀는 남편이 일을 구하는 동안 기초생활수급비로 최대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습니다. 각종 생필품을 최저가에 판매하는 가게의 목록을 만들고,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고, 쿠폰을 애용하고, 아기 옷은 1달러숍에서 샀습니다. 그러면서 캐나다 최초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해 집에서 고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마침내 남편이 임시인력 공급 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고, 얼마후 임시직으로 일하던 네슬레 공장에서 풀타임 직원으로 승격되자 살림이 좀 폈습니다. 풀타임 직원이 되면서 중개비를 떼일 필요가 없어지자 남편의 시급이 거의 2배로 올랐고, 크리스티도 잡다한 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버는 돈이 있었기에 이후로 11년을 그럭저럭 편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7년에 불황이 닥쳤습니다. 남편이 일하던 공장이 매각되는 바람에 직장에서 해고되어 크리스티는 또다시 살림을 꾸려갈 방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녀는 아마존이 2005년에 설립한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중개소인 메커니컬터크에서 2005년부터 틈 날 때마다 부수적인 수입을 올려왔고, 여기서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2007년에는 전통적인 직업을 포기한 독립노동자의 대열에 합류했는데, 그건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메커니컬터크는 의뢰인들이 일감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가 그중에서 원하는 일을 합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일은 대체로 단순하고 보수가 건당 몇 센트밖에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이미지에 태그를 붙이는 일, 스프레드시트에 연락처를 입력하는 일, 웹사이트용 상품 소개문을 작성하는 일 등이 올라옵니다. 메커니컬터크에서 이런 자잘한 일을 받는 노동자를 ‘크라우드crowd 노동자’로 부릅니다.
크리스티가 초반에 메커니컬터크에서 했던 일 중에 컴퓨터에서 수천 장의 옷과 신발 사진에 색깔 라벨을 붙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파란색 신발 사진이 나오면 ‘파란색’이라고 쓰인 라벨을, 회색 스웨터 사진이 나오면 ‘회색’이라고 쓰인 라벨을 클릭했습니다. 당시 아마존은 이렇게 메커니컬터크를 이용해 각 색상에 대한 예시를 수천 개씩 확보함으로써 자사 알고리듬이 ‘파란색’과 ‘회색’에 대한 검색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학습시켰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게 아마존이 메커니컬터크를 만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의 약점을 인간의 지능으로 보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마존이 일찍이 메커니컬터크를 근간으로 하는 초기 앱 중 하나를 개발한 때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는 주고받을 수 있지만 아직 인터넷에는 접속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아마존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근처 맛집이 어디야?” 같은 질문을 보내면 즉각 답을 해주는 앱을 제작했습니다. 모르고 보면 무슨 마법 같았지만 실제로는 반대편에서 크리스티 같은 노동자가 질문 하나당 푼돈을 받으면서 구글 검색으로 답을 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메커니컬터크 플랫폼을 출시할 때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메커니컬터크를 만든 취지는 프로그래밍 코드에 인간의 지능을 접목하는 것, 다시 말해 프로그래머를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설문조사 결과 메커니컬터크 노동자 중 35퍼센트는 메커니컬터크 플랫폼을 ‘주’ 수입원으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는 절대 대수롭잖게 여길 수치가 아닙니다.
크리스티는 남편이 실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메커니컬터크로 큰돈을 벌 생각은 없었지만 이제는 메커니컬터크를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요령을 터득 해야만 했습니다. 초보자는 이미지에 라벨을 붙이는 것 같은 작업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령을 터득하면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크리스티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직장을 구하자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메커니컬터크는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메커니컬터크는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요구하는 경험을 요구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녀가 예전부터 선호했던 방식으로, 다시 말해 집에서 혼자 업무를 보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티는 메커니컬터크에서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글을 한 편씩 독파해나갔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살림을 알뜰히 꾸려갔습니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더라도 근처 약국에서 14달러씩 받는 조제료를 4달러만 받는 약국을 찾아가서 더 크고 저렴한 알약을 구매한 후 집에 와서 1회 복용량에 맞게 칼로 잘라 썼습니다. 치과에는 발길을 끊었습니다. 지역 먹거리를 홍보하는 갈비 축제에서 남편이 복용하는 소화불량 약의 샘플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 다음 날도 가서 공짜로 받아왔고, 이후로도 사흘을 더 갔습니다.
크리스티의 남편이 네슬레 공장에서 해고된 후 2년이 지난 시기에 크리스티는 메커니컬터크에서 돈을 버는 데 도가 텄습니다. 2011년과 2012년에 이 플랫폼에서 연간 4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세전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메커니컬터크의 다른 노동자들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소득이었습니다.
메커니컬터크 노동자의 시간당 소득 중간값은 미국 거주자가 4.65달러였고, 인도는 1.65달러였습니다. 크리스티는 주간 40시간 노동을 한다고 쳤을 때 시간당 20달러 정도를 벌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린 비결은 좋은 작업을 찾는 요령을 터득하고, 그런 작업을 한층 쉽게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메커니컬터크 내 커뮤니티에는 보수가 좋고 한꺼번에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일감’이 올라오면 서로 알려주는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크리스티는 그런 일감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좋은 일감’이 신규 등록되면 자동으로 보수와 자격 요건을 확인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만약 보수가 0.05달러이고 그녀가 요건을 충족하는 일이 올라오면 컴퓨터가 ‘띵’ 하는 소리로 알려줬습니다. 보수가 0.05~0.25달러이고 그녀가 요건을 충족하는 일이 올라오면 빨래를 마친 세탁기의 완료음과 비슷한 소리가 났습니다. 보수가 0.25달러 이상이면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크리스티는 집 안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신호음이 울리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메커니컬터크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고임금 작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 중이었고 누구든 먼저 지원하는 사람이 임자였습니다. 크리스티는 밤에 남편을 깨우지 않고 신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작업실에서 잘 때가 많았습니다. 좋은 일감은 주로 신호음을 통해서 포착했고, 자신에게 배정되어 대기 중인 작업 건수를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항상 최대치인 25개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채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작업을 완수하려고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크리스티는 좋은 일감을 놓칠까 두려워 집 밖에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컴퓨터 앞을 떠나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청소 회사 직원과 달리 그녀는 쉬는 시간에 보수를 받지 않았기에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더 영리하고 빠르게 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무슨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시합에 임하는 것 같은 심리가 또 그녀를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매일 100달러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 푼 한 푼 모아 목표를 달성해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도 본의 아니게 맡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작업물을 열었더니 ISIS(이슬람국가) 동영상의 캡처본을 모아놓은 슬라이드쇼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폭발물에 연결된 선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고, 고리버들 바구니에는 사람의 머리가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작업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인 사진에 태그를 붙이는 작업과 비슷하게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슬라이드쇼에서는 적나라한 동물 학대 사진이 나왔는데, 크리스티는 그 후로 몇 년 동안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고생했습니다.
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크리스티는 손목에 딱딱한 혹이 생겼는데 조그마해서 대수롭잖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커지더니 급기야는 구슬만 하게 자라서 마우스를 잡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아팠습니다. 참다 참다 병원에 갔더니 결정종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그럴 경우에 수술 후 처방약 비용은 캐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일명 ‘성경 물혹’으로 불리는 이 증상의 민간요법 중 하나는 성경책처럼 두꺼운 책으로 가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번 세게 후려쳤습니다. 결국 통증이 사라지긴 했지만 손목에서 팔꿈치 쪽으로 새로운 통증이 생겼습니다. 신경과에 갔더니 손목굴에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이 왔다고 했습니다. 제일 좋은 치료법은 안정을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긱 경제에는 재해보상이 없습니다. 유급병가도 없습니다. 그리고 메커니컬터크 같은 사이트를 유일한 수입원으로 둔 미국 노동자 중에서 약 40퍼센트가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크리스티는 손목과 팔꿈치에 보호대를 차고 계속 마우스를 클릭해야 했습니다.
메커니컬터크는 크리스티 가족에게 급전이 필요할 때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대학 졸업장이나 두툼한 이력서 없이 집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메커니컬터크를 요긴하게 썼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마침내 프린터 공장의 지게차 기사로 취직하자 그녀는 남편에게 다시는 메커니컬터크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얼마 후 크리스티는 대학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는 노동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녀는 시험 직전에 팔목 통증이 재발했습니다. 시험을 쳐야 하는데 혹시라도 연필을 못 쥘까 걱정이 됐습니다. 남편은 그녀가 착용하는 팔꿈치 보호대를 ‘메커니컬터크 명예훈장’이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공부에 방해가 될까 싶어 되도록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그녀는 토론토에 있는 로스쿨 두 곳에 합격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녀는 변호사가 되면 노동자를 위해 일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며 자신의 최대 강점을 포기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했습니다.
긱 경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노동의 세계를 이토록 처참한 풍경으로 만든 요인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긱 경제 때문에 노동자의 직업적·경제적 안정성이 더욱 약화되면서 오히려 위험성이 증가하고 권리가 더 심하게 위축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 책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고, 입법자들이 직원들을 독립 계약직으로 분류하는 관행을 그만두라고 강제하게 하여야 하며, 또한 같은 생각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아 연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음 주에는 ‘7장 전시와 감시의 장, 온라인’, ‘8장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하고’를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 도서 〉
O 출처1: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드퀘스트 출판, 2019.02.14 출간, 352 쪽,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교보문고
〈 마인드 맵으로 한 장에 보기 〉
〈 소통과 성장의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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