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산(九萬山) 산행 후기
너무나 멋진 산행이라서 책을 한권 만들어도 족할것 같은데,
재주없는 제가 글을 올려서 구만산을 욕되게 하고,
산 좋아하시는 형님들의 눈을 어지럽히지는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움이 앞습니다.
< 또 다른 봄은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모처럼의 산행에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구나….라고
속 맘이 편치 않았지만, 막상 모임 장소에 나갈려니 산행하기엔 딱 좋은 날씨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장유문화 센터에 도착을 하니, 잠시후에 이원재 자문의원님이 오셨고,
또 잠시후에 남영희 자문의원님. 천도철님 그리고 이종철님, 최영철 자문의원님 내외분
이렇게 총 7명이 원재 형님차에 몸을 의탁하고 우리는 밀양으로 향하였다. (07:50)
앞 좌석엔 원재형님(운전). 시루봉형님.형수님 이렇게 탔고, 뒤엔 영희형님. 도철형님. 나. 이종철님 이렇게 앉아 갔다.
(난 긴좌석과 작은 좌석 중앙에 힙을 걸쳐서 꼭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서 가는 기분이었다…
그시기가 한두번 나왔으면 분의기가 더 재미있었을 껀데….^^)
차를 타고 가면서 저번 산행때 너무 찐하게 마신 술 얘기로 꽃을 피웠고,
이제 부터는 술 적게 먹자고 다짐들을 하였다. (공염불인걸 예감하면서… ^^)
영희 형님 말씀이 어제 저녁에 흥동팀들의 술유혹에도 빠지지 않고,
오늘 산행하게 되었다며 오늘의 산행에 뜻 깊음을 얘기 하셨고,
비가 계속 많이 오면 그냥 포항으로 가서 게나 먹고오자는 제안도 하였다.
그래서 내가 형님 그라마 개(게)판 됩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산행하입시더~ 라고 해서 좀 웃었다.
시루봉 형님의 구만산 안내와 밀양까지의 길안내에 우리 모두 적잖게 놀랐고
(모르는 장소가 없음. 정말 머리 좋으신 형님…) 공인 IQ 150을 주기로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한곳의 길을 잘못 안내해서 (-)10하여 140이 되었음)
밀양에 들어와서 재래 시장앞에서 골초 형님들 담배 한대 꼬실리고, 잠시 휴식하여 다시 밀양 산내면으로 향하였다.
휴식때 시루봉형님이 삼겹살 좀 사가자 했는데, 안주많으니 안사도 되겠다…라고 한걸 나중에 그렇게 후회하게 될줄은
그땐 미처 몰랐었다.
원재형님의 확실한 안전운행 덕분과 시루봉 형님의 지름길(알고보니 지름길이 아님. ^^) 안내 덕분에
산내면 구만산장에 시간이 한껏 여우있게 도착을 하였다. (09:10)
오면서 속이 안좋다는 영희 형님과 화장실에가서 그시기를 비우고 깨끗한 속과 마음으로 신발끈을 동여맺다.
그리고 능선으로 올라가서 정상을 밟고 계곡으로 하산하자는데 합의를 하였다. (사실은 본인의 우격다짐으로… ^^)
날씨는 한끼 굶은 시어머니 얼굴같이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
오히려 산행하기엔 그저 좋은 날씨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를 나눴다.
산행 시작. (09시 30분)
선두에 시루봉형님이 섰고, 다음에 내가 섰고, 원재형님이 그 다음에 섰고….
이렇게 쭉 일자로 산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오르는 길이 능선 코스라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졌고,
회원들끼리의 거리도 조금씩 벌어졌으며 몸 학대를 잘하는 본인이 선두에 서서 혼자 횡하니 나아갔다.
오르는 곳곳에 진달래가 수줍게 입을 벌리고 서 있고, 산수유도 질새라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무심한척 스쳐 지나가는 나를 유혹이라도 하듯이 진달래가 내 어깨를 툭.툭치고 그때마다 가쁜숨을
한번씩 몰아 쉬며 내 어깨에 얻혀져 있는 진달래의 여린 손들을 어루만져 본다.
오르는 내 발이 놓일 그자리에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짙은 밤색의 집없는 달팽이가 한마리가 있어서,
뒤우뚱하며 발을 옆으로 옮겼고 이렇게 길 중앙에 있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밟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풀속으로 옮겨 줄려고 엄지와 검지로 잡았는데…. 잡은 손가락에 전달되어온 느낌이 이상하였다.
아… 이렇수가 달팽이가 아니고 ㄸ이었다. 으…… 미쵸~!!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
(여기서 잠깐 막간을 이용하여 문제. 호젖한 길에 X이 있다.
이 X이 개X인지 사람X인지 구분을 어떻게 할까요?) 정답은 제일 밑에…
급경사길을 싸움이라도 하듯이 오르다 보니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오르기 시작한지 30분이 경과되었다. (10시)
지금부터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참나무 낙엽들이 길위에 잠들고 있는 그 길을 나그네는 묵묵히 그리고 쉬지않고 나아갔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낙엽을 밟는 느낌은 저번 눈많이 온날 용제봉 산행시 밟아 보았던
그 느낌이랑 비숫한 느낌이 들었다. 다르다면 색깔이 다르고, 신발이 다르고,
어제의 그 사람이 아니고 더 주름이 깊어진 나 인것이다.
더 주름이 깊어진....
계속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에 진달래 나무가 있다.
여기 진달래 나무는 구만산의 아홉九를 닮아서 인지, 모두들 키가 구척(약 2.727m)이다.
원재형님 같다....
콩나물 시루안에 콩나물들이 빈틈없이 자리잡고 있는게 천주산이나 비슬산의 진달래라면
구만산의 진달래는 소나무를 닮은것 같다. 나무간의 간격이 약2~3m 이며, 그 간격만큼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진달래들이 이웃하고 있다. 마치 우리 산벗들 같이 각자의 개성이 있으나, 색깔은 초록이듯이....
산 능선이라 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지만 내 머리속엔 온통 분홍의 빛들로 가득찬 그길을 걸었다.
그런길을 약 30분걸었다. 매우 긴 거리를….
이제 저 멀리 운무에 덮인 산들을 보며 나아간다.
내가 나아감에 따라 운무들도 내 곁으로 점점 다가온다.
작은 봉우리들을 여러개 넘고, 안개속을 거닌 내 검은 옷에 하얀 물방울들이 감쌀때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길이 내 몸에 성큼 다가왔다. 깊은 숨을 들이키고 나아간다. 조금(약5분) 오르다 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왼쪽에 구만산정상 500m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제 다왔다는 기쁨에 지친줄도 모르고 나아간다. 마음속으로 이제 약 200m 쯤 왔겠지...했는데 벌써 정상이다.
(아까 500m는 분명 잘못된 표기임)
큰 바위에 九萬山이라는 검정 글씨가 용의 눈깔같이 부릅떠고 있다.
정상까지 1시간 30분 소요.(11시00분)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정상까지 오는도중 사람을 한명도 못만났는데,
여기 오니 두 사람이 정상에서 삼겹살을 꾸워먹고 있었다.
서로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고 소주 나눠먹고 삼겹살 얻어먹고… ^^
정상에 오니 바람도 좀 불고 비도 온다. 조금 있으니 비가 우박이 되고, 함박눈이 되고…
4월에 함박눈을 보니 또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진달래먹고 봄을 품었고,
비맞으며 여름의 향기를 맛보았고,
낙엽길 걸어며 가을을 담았으며,
내 머릿칼이 하얗게 되도록 함박눈 맞으며 인생의 겨울을 느꼈다.
구만산. 구만산…
춘하추동을 다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정상에 도착한지 약 18분후 원재형님이 도착했고,
도착하자 마자 함박눈이 너무 좋아서 형수님에게 보고 전화하고….(애처가 형님…^^),
그리고 11시 40분 나머지 일행들이 다 도착하였다. (2시간 10분 소요)
도철형님도 함박눈이 너무 좋아서 형수님에게 보고 전화하고...(애처가2)
그리고 열심히 박고. (사진 ^^)
정상 기념주를 마셔야 한다는 모두의 의견에 내가 가지고 온 족발을 풀고 소주 4홉들이 2병 비우고,
하산을 시작하였다.(1차술)
이제 하산길은 계곡으로 행한다. 오른만큼 내려가야 하지 않겠나…
내려가되 내 머릿속엔 구암산의 정상이 있고 진달래가 있고,
내 가슴속엔 나의 사랑하는 산벗님들이 있으니 내려가도 서운하지 않다.
아~ 이럴수가… 이럴수가….
눈앞이 펼쳐지는 경치가 말로할수 없을만큼 너무나 감격스럽다.
옛날에 일본의 한 유명한 시인이 북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시를 쓸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7일동안 시상을 떠 올렸지만 그냥 아~ 아~ 라고 감탄사만 연발하고 끝내 시를 쓰지 못하고
일본으로 갔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내가 그 시인은 모르지만, 그 시인의 발끝도 못따라갈
문장력이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다.
그냥 아~ 아~ 만 나온다.
아~ 아~
계곡 저편에서 휘몰아쳐 오는 구름. 비. 함박눈…
구름. 비. 눈에 가려 희끗희끗하게 머리칼만 보이는 기암절벽들….
아~ 선경이다.
인간이 왜 신들의 영역에 들어와 있나?
눈앞에 상영되는 신들의 영화를 보며 우리 산벗들은 그냥 숙연해 질 따름이다.
그 영화를 관람케 허락해준 신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인간으로써 그 누가 그 영화를 만들수 있겠는가?
어떤 인간이 수 km의 길이의 계곡에 수백m의 기암절벽을 만들고,
그 계곡에 구름을 만들고 비를 만들고 함박눈을 만들어 날릴수 있을까?
여러 어록이 만들어 졌다. 초록의 어록이…
이종철님. "정상은 실패하더라도 삼겹살은 실패하면 안된다"
(삼겹살이 있는줄 알고 넓고 얇은 돌(돌꾸이용)을 무겁지만 배낭에 넣어 정상까지
힘겹게 올라왔는데, 삼겹살이 없다는 얘기듣고 남긴 말. ^^ )
시루봉형님. 내려가는 힘이나 오르는 힘이나 같다. 고로
"에너지는 항상 같다"
기타 등등….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리가 부끄럽다.
내려오면서 만물상같은 여러 기암들. 맑은 계곡물… 괜찮은 자리를 잡고 간식 겸 술한잔(2차술)
원재형님이 가지고 온 문어 대친것에 초장찍어 안주 삼고…
죽엽청주가 있고 쇠주가 있고 웃음이 있고…
도철형님은 아~ 개고기 좋다…. 개고기 좋다…(계곡이 좋다…의 발음을 애매하게…)를 연발하시고,
시루봉형님은 도철동숭 발음 똑바로해~~ 나 개고기 안먹는단 말이야…하고,
도철형님은 또 약올린다고 자꾸 그러고… 하하하~ 정말 웃음이 끝이지 않는 산행이었다.
온김에 흔적 남기고 가자…해서 모두 물에 뛰어들자…했는데, 나이가 나이니 만큼 좀 참자.
그 대신에 안에 든것 비우고 가자…해서 단체로 계곡물에 그것 비우고…(사진참조)
비우면서 사진 안 찍힐려고 몸 비틀고…
웃고… 또 웃고… 모두들 웃음병이 걸린 하루였다.
이제 다 내려왔다. 오후 2시. 총 산행 시간은 4시간 30분.
초빼이들이 어떡하나… 참새가 방앗간 옆을 그냥 지나치리….
모두들 의견이 잘도 일치된다.
구암산장에 입장.
도야지 고기 푸짐하게 굽고, 도토리 묵 큰접시 한 개, 동동주 한 동이...
영희 형님은 옆에서 라면 끊이고, 원재형님은 숭어회 두 봉지 꺼내고, 아까 먹다 남은 문어 꺼내고,
도철형님은 양주 한병 꺼내고… 먹을게 너무나 많은 상차림이었다. (3차술)
술에 취해서 구만미시들에게 작업걸고...
(누군지 안 밝히겠음. 성에 "ㅊ"자가 들어가는 사람과
이름의 끝자에 "ㅈ"자가 들어가는 사람이란 것만 말하겠음. ^^ )
작업걸은것 형수님에게 안 일러 바친다는 약속하에 성에 "ㅊ" 자 들어가는 형님이 돼지고기값 지불하고…
하하하하~
정말 정말 많이 웃고,
많이 감탄하고, 많이 먹은 즐거운 하루였다.
모두 술에 절여 시루봉 형수님이 장유까지 운전해 주셨고, 또 술집으로 직행. 장수 곱돌구이집 (4차 술)
그기서 오늘 참석못하신 형수님들 다 모셨고, 곧이어 이덕우 부회장님 내외분 오셨고,
또 그렇게 술 파티는 시작되었다. 이쯤에서 난 술에 못이겨 합바지 방구새듯이 집으로 갔고,
다른분들은 또 어디론가 술 마시러 간 모양인데 그 뒷 사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상 < 또 다른 봄은 우리에게 그렇게 와 있었다 >
형님들~ 4월 24일 기억하십니까?
구만산장의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초록"이라는 글 적은것 기억하십니까? ^^
그날은 모두 부부 동반하는것 맞습니까?
아까 문제의 정답
X위에 휴지가 눌러져 있으면 사람X. 없으면 개X. (^^)
휴~~ 지금까지 독수리로 타자 친다고 시끕했습니다.
머리따로 손가락 따로….
재미있게 봤던 재미없게 봤던, 무조건 꼬리말 달아주이소~~~
형님들 이제 술좀 줄입시더~~ ^^
*** 나그네 ***
(작성일 : 2005년 04월 04일 (22:31), 작성자 ; 정길수. 조회수 : 165, 추천수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