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창이다. 모두들 휴가를 떠나고 서울 아들 내외도 잠시 고향을 찾아왔다. 날씨가 너무 더워 바깥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드라이브나 하자고 하여 길을 나섰다. 모처럼의 드라이브길이라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가창댐 정대골을 향하였다. 언제나 처럼 깊은 골짜기에는 숲이 가득하였다. 벚나무 숲 터널을 지나면서 '봄에 이길을 달리면.........'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달리다가 보니 어느새 우리가 탄 차는 청도를 지나고 운문댐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운문댐에 들러서 잠시 구경을 하고 가려다가 길을 잘 못들어 바로 운문사를 향하게 되었다. 댐을 돌아가는 도중에 이름 모르는 옛날 집앞에서 운문댐을 감상하고 지난 봄 극심하였던 가뭄 때문에 줄어들대로 줄어든 물과 주변에 남은 앙상한 맨살들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다시 길을 나서 길가 가득 벚나무 터널을 달리다가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차를 타고 달리온 길이라 목이 마르다. 물이라도 한모금 먹고 싶은 차에 길가 숲 사이로 작은 현수막이 보이고 차를 파는 곳이 있어 차를 돌려 들어섰다. 언젠가 이곳을 지나갈 때에는 작은 주차장만 보였는데 차를 세우고 들어서니 작은 정자 하나 우리를 맞이한다. 목마름보다 주변 경치가 너무 예뻐 정자 가까이 가보았다. 팔각정이 너무 예쁘다. 정자 앞으로는 작은 연못도 있고 연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정자 안쪽으로 운암정사라는 간판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이곳에 누군가 이름 있는 분이 살았던가 보다. 정자가 너무 예뻐 잠시 들러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옛날 그렇게 유명한 박정희 대통령 사진이 보인다. 이곳 청도가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여서 이곳을 다녀간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가 보다. 대통령까지 이곳까지 들렀다는 생각을 해 보니 무엇인가 예사롭지가 않은 곳인가 보다. 팔각정 정자를 나와 찻집을 찾아가니 집은 보잘것 없으나 집앞 작은 정원이 정성들여 가꿔져 있었다. 주인의 마음이 와 닿는다. 옹기 종기 예쁜 꽃들을 심어 가꿔 놓은 작은 정원이다. 카페의 이름은 카페 '홀비'인가 보다. 그 뜻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목도 마르고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도중에 어라 아직 한여름의 시작인데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한여름의 코스모스가 신기하여 한장 담아 보았다. 너무 예쁘다. 카페 주인으로 부터 정자의 사연을 전해 듣고 아울러 이곳에 머물게 된 이유도 들으면서 한참을 쉬었다가 나오니 아들과 며느리가 뻥이란다. 주인 여자의 유창한 이야기들이 너무 과장되었던가 보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서 운문사를 향하였다. 그러나 운문사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 가지산을 넘기로 하였다. 어차피 모처럼 달려온 길인데 깊은 숲을 더 맛보고 싶고 멋진 운치를 더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가지산 정상 근처에서 멀리 언양을 눈으로만 바라보고 경주 산내로 향하였다. 출발할 때 산내에서 불고기를 먹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산내에 들어서니 시골 작은 도시가 너무 썰렁하다. 막상 들어가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자인에서 불고기를 먹기로 약속하고 자인으로 다시 달렸다. 오는 도중에 하늘아래 첫동네도 잠시 들러보고... 자인까지 한달음에 달려 깨끗하고 멋진 식당에서 등심이랑 갈비살을 싫컷 먹고 돌아나오는 길에 자인 장터에서 저녁 반찬도 구입하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물어간다. 오늘은 정말 멋진 하루였다. 사랑하는 아들내외와 함께 한 하루가 더욱 값진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