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쨍그랑, 깨질 것처럼 추운 날이다. 웃옷을 벗어던지고플 만큼 상쾌한 날이기도 하다. 수덕사로 향하는 길목에 선 그날이 그랬다. ‘호서의 소금강’이라 불린다는 가야산과 덕숭산, 오서산과 용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수덕사로 가는 길이다. 당진에서 차로 30분 거리. 늘 잠시 들리는 관광지 중 하나였던 수덕사에 하룻밤 묵으러 가는 길이다. 템플스테이, 사찰체험을 하러 가는 길이다. 마음을 열고 ‘한 해를 어찌 보낼까,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으러 가는 길이다.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사찰체험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과 전통문화, 수향정신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화됐다. 당시 외국인을 위한 부족한 숙박시설 보충을 위해 사찰이 활용된 것. 사찰체험이란 우리말보다 ‘템플스테이(Templestay)’라는 외래어로 더 잘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충남에는 수덕사와 마곡사를 비롯해 총 8곳의 사찰에서 사찰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고즈넉한 자연 속 산사에서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사찰체험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대안여행’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8일, 수덕사에서 열린 사찰체험에는 예산과 분당에서 온 두 가족과 교사 2명, 총 9명이 참여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문턱에서 함께한 1박2일을 소개한다.
“가족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불교에서 ‘나그네’를 뜻한다는 흰구름의 방, ‘백운당’에 짐을 푼 참여자들은 자리를 옮겨간 ‘심연당’에서 보광스님을 만났다. 사찰체험을 담당하고 있는 보광스님이 말문을 연 이야기는 뜻밖에도 스님의 가족 이야기였다. 속세에서 맺은 모든 인연을 끊고 정진하는 스님에게 듣는 가족이야기는 생경하기 까지 했다. 스님은 체험 전날 출가이후 연락을 끊고 살던 동생을 수십년만에 다시 만났다고 했다. 불가에 귀의한 승려지만 속세에서 연을 맺은 동생을 돌려보낼 땐 가슴 한 켠이 아리더라는 말에 참석자 누군가의 코끝이 찡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주는 가족과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가 되었네요. 1박2일 동안 함께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수덕사에서는 사찰체험에 참여한 구성원에 따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참여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1박2일 동안 참여자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가족에 대한 의미와 아이들의 꿈과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공양과 예불, 참선과 차담 주말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수덕사의 사찰체험은 토요일 오후 2시경에 시작된다. 사찰예절을 배운 뒤 108배를 하며 소원염주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일정이다. 이미 요가나 수행의 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불교식 ‘절’을 108번 하며 염주를 꾀는 것이다. 안으로, 아래로 몸을 숙이는 ‘절’에는 ‘나를 되돌아 본다’는 의미와 함께 ‘내 마음을 비우고 낮고 넓어지자’는 뜻이 담겨 있다. 108배가 끝난 뒤에는 공양을 했다. 절에서 식사를 일컫는 공양(供養)은 웰빙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음식문화인 사찰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다. 남김없이 먹으며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고한 자연과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겨울철에는 음식이 쉽게 식어 발우공양은 하지 않는다. 식사 후에는 저녁예불에 참가하게 된다. 법고, 목어, 운판과 함께 불전사물에 속하는 범종을 직접 쳐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고즈넉한 산사를 울리는 범종을 직접 쳐보는 일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스님들과 함께하는 예불시간. 70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수행하고 기도했을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의 위엄이 그대로 느껴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 두 시간 남짓 차를 마시며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꿈과 장래희망이 화두로 올랐다. 참여자들은 부모와 자녀, 인생 선배와 후배, 교사와 학생으로서 아이들의 꿈을 격려했다. 스님의 좋은 말씀도 이어졌다. 바쁜 일상에서는 쉽사리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다음날 새벽 3시, 졸린 눈을 비비며 참석자들은 새벽예불에 참석한 뒤 심연당에서 참선과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아침공양을 마친 후에는 덕숭산에 올랐다. 만공탑까지 올라 일출을 보고 내려와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사찰체험을 마무리했다.
새벽녘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길, 체험객 중 가장 어린 순규와 스님이 나눈 대화다. 순규 : 스님, 물 없어요? 목말라요. 스님 : 목 마르니? 저런, 스님이 미쳐 생각을 못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순규 : 괜찮아요.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스님 : 하하하, 네가 옳다. 그리 말해주어 고맙다. 1박2일 사찰체험을 마무리하는 차담시간, 스님은 아침나절 순규와 나눈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실수하는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시 실수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사찰체험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 마음이 겨울바람만큼 가볍다.
•수덕사 가는 길 자가용 : 당진 - 면천(지방도 622) - 고덕(지방도 620) - 덕산 - 덕숭산 수덕사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20 전화 : 041-337-0173 홈페이지 : www.sudeoksa.com
•수덕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형(1박2일) : 성인 5만원, 초중고 3만원 휴식형(1박2일) : 성인 4만원, 초중고 2만원 - 짜여진 일정없이 자율적으로 지내는 유형. 평일만 가능. 최장 일주일. 방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며 산사에 머물고픈 사람에게 적합. 사전 전화 문의 필수. 기획형 : 수시, 별도 홈페이지 공지
•인근지역 가볼만한 곳 - 덕산온천 : 수덕사 가는 길목에 위치, 덕산스파캐슬 330-8000, 세심천 338-9000 - 충의사와 윤봉길의사 기념관 : 수덕사 가는 길목에 위치, 330-2552 - 한국고건축박물관 :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수덕사에서 차로 5분 거리, 337-5877 •충남도 내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 - 공주, 갑사 : 041-857-8981 www.gapsa.org - 공주, 마곡사: 041-841-6226 www.magoksa.or.kr - 서산, 부석사 : 041-662-3824 www.busuksa.com - 서산, 서광사 : 041-664-2001 www.seogwangsa.or.kr - 공주, 영평사 : 041-857-1854 www.youngpyungsa.org - 공주, 전통불교문화원 : 041-841-5050 www.budcc.com - 논산, 지장정사 : 014-773-5628 www.jijang.net |
첫댓글 참 좋은 기회를 가졌구만 나도 한번은 꼭 가보아야지 하고 몇년을 별르고 있구만 잘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거늘
참 잘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