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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기주도 학습전형’, 공교육에 힘 싣나?
올해 중3이 진학하게 될 2011학년도 특목고 입시가 확 바뀌었습니다.
지난 1월26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후속 추진방안’을 보면 외고와 국제고 진학을 준비한 학생들은 영어 내신과 입학사정관 면접 등만 준비하면 됩니다. 교과부는 기존 외고, 국제고 입시에서 과도한 사교육을 불러일으키던 전과목 내신 성적 반영과 토플, 텝스, 토익 등의 각종 인증시험 점수를 반영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대신 전공의지 및 학습 계획, 봉사ㆍ체험 활동, 독서 활동 등을 토대로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교과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이번 특목고 입시제도 변화로 사교육이 억제되고, 공교육에 힘이 실릴까요? 이번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허와 실에 대해 살펴봅시다.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선 부단한 노력 필요]
모든 사람이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나, 우리는 좀더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희소가치가 상류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특히 하류 계층의 복지 수준을 더욱 높여 계층에 따른 생활 수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는 경제 발전을 꾀하고, 누진세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며, 각종 복지 제도를 확충하거나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등 일련의 국가 정책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정치·사회적인 지도층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대한교과서)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한 학생이 외고·국제고에 입학한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지난 1월26일,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후속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엔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세부 추진 매뉴얼이 제시돼 있습니다. 다음은 이번 추진방안 관련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가운데 ‘자기주도 학습전형’ 관련 내용만 추린 것입니다. 편집자
2011학년도부터 외고·국제고 등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하는 등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입시가 전면 개편된다. 이번에 도입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자기주도 학습과 독서 강화를 통해 중학교의 학습문화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사교육 유발요소’ 최대한 배제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외고·국제고 등 학생 선발권을 가진 고등학교(자립형 사립고, 비평준화 지역 자율형 사립고, 면접 등으로 선발하는 자율학교 포함) 입시에 있어서 과도한 사교육 유발요인을 최소화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학생선발을 학생의 잠재력 계발과 자기주도 학습역량 배양에 적합한 전형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 기본방향은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사교육 유발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금지, 경시대회, 인증시험 등 선행학습 유발요소를 배제하고, 전형 과정에 교육청이 위촉하는 입학사정관이 직접 참여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로 했다. 또 면접은 독서기록, 학습계획 등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토록 했다.
영어 내신성적과 입학사정관 면접이 관건
외고·국제고에 도입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절차와 방법을 살펴보면, 1단계는 ‘영어성적(160점)’과 ‘출결’로 일정 비율을 선발하게 된다. 영어성적은 고교내신산출방식과 동일하게 9등급제 환산점수를 적용하되 중학교 2학년, 3학년 4개 학기의 성적만 반영하고, 입학원서 제출시에 영어 등급만 기재하며, 학교생활기록부는 교과성적을 제외하고 출력해 제출토록 했다.
2단계에서는 영어성적 160점과 면접 40점을 합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된다. 영어성적과 면접의 반영비율은 시·도별 여건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 다만, 외고·국제고가 아닌 고등학교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경우, 영어 이외의 다른 과목 성적 반영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교육청, 해당 학교와 협의 후 2월말 발표할 계획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위해 학교별로 입학전형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학교별 입학전형위원회는 학교의 입학사정관, 시·도 교육청 위촉 입학사정관, 전공 관련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다. 지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입학전형위원회에서 학습계획서, 교사추천서, 학생부(교과성적 제외)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지원동기, 학습계획, 독서경험 기술 중요
지원하는 학생은 학습계획서, 교사추천서, 학생부를 제출하는데, 지원동기, 자기주도 학습경험, 향후 학습 및 진로계획, 독서경험 등으로 구성된 학습계획서를 학생 본인이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게 된다. 이때 각종 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입상실적 등은 기재하지 않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교사 추천서는 학생의 전공의지 및 진로계획, 학생의 학습 과정, 학교내 봉사활동, 체험활동 및 독서 활동을 평가하여 제출한다. 고등학교에 제출하는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경시대회 수상 경력 및 인증점수 기재 항목은 삭제하고, 독서 항목을 신설한다.
교육과학기술부,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후속 추진방안’ 보도자료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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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전형’ 관련 Q&A
다음은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를 토대로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질의 응답 형태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편집자
1. 외고·국제고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 내신성적을 반영할 때, 영어 성적만 반영하는 이유는?
그 동안 일부 외고와 국제고 입시에서 전과목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는 지필고사 형태의 구술면접 시험을 치름으로써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과잉 사교육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외고·국제고의 입시제도 개선의 초점은 사교육 유발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외고 등 특목고 설립 취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데 있다. 영어 내신만 반영함으로써, 학생·학부모님들은 사교육을 통한 전과목 내신을 준비하던 부담감에서 벗어나 학교교육에 충실히 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외고·국제고 외에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하는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학교에도 도입하나?
외고·국제고 이외에도 일부 학교에서 입시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이들 학교에 대해서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하게 됐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 및 자립형 사립고 시범학교에 적용할 것이다. 또한 2009년 3월27일 이전에 지정된 자율학교 중에 내신이나 연합고사 외에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면접, 학교장 추천서, 인증시험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 고등학교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외고·국제고가 아닌 고등학교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경우, 영어 이외의 다른 과목 성적 반영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교육청, 해당 학교와 협의 후 2월말 발표할 계획이다.
※ 자기주도 학습전형 적용 대상이 되는 학교들
● 자립형 사립고 : 서울 하나고, 울산 현대 청운고, 강원 민족사관고, 전북 상산고, 전남 광양제철고, 경북 포항제철고 ● 자율형 사립고 : 경기 안산 동산고, 충남 북일고, 경북 김천고 ● 자율학교 : 경기 양일고, 충남 한일고, 충남 공주대부설고, 전북 익산고, 경남 거창고
3. 영어 내신성적 1등급은 몇 %에 해당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 기재되나?
1등급은 4%, 2등급은 4~11%다. 한 학년이 500명 이라면 1등급은 20등 이내, 2등급은 55등 이내다. 학교생활기록부엔 중학교 2학년 1, 2학기, 중학교 3학년 1, 2학기 영어성적이 등급만 기재된다. 대입 수능처럼 4번 모두 1등급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4.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범위 및 전형 방식은?
입학정원의 20%까지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선발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범위는 ① 기초생활 보호 대상자 또는 그 자녀 ② 차상위계층으로서 교육감이 정하는 사람 또는 그 자녀 ③ 국가보훈대상자 또는 그 자녀 ④ 그 밖에 교육감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등을 바탕으로 시·도교육청에서 결정한다. 외고와 국제고의 경우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일반학생 전형 방식과 동일하게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적용된다.
깊이 있는 ‘체험’과 이를 ‘글’로 잘 엮어내는 능력 필요
“제 비전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독서 심리 치료사입니다. 우리나라의 독서 치료는 미국과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으며 독서 치료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이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독서치료에 대해서는 좋은 책들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책을 원서로 읽고 번역도 하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중에 JPT 900점과 JLT 350점 이상을 취득하고자 합니다.…” (<조선일보> 2010-02-08 기사 가운데)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경기외고에 합격한 이유진 학생의 학습계획서 일부다. 경기외고 김은진 입학사정관은 이유진 학생이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구체적이고 확고하게 서술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그가 평소 정신지체아동을 돌보거나 결식아동을 위한 사랑 나눔 걷기 대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 점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의 꿈과 관련해 책을 많이 읽은 흔적이 뚜렷해 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원학생과 입학사정관과의 첫 만남 ‘글’
이유진 학생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기외고 입학사정관은 무엇으로 그의 첫인상을 결정하고, 그의 적성과 꿈에 대한 열정을 평가했나? 바로 ‘글’이다. 지난 1월26일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외국어고·국제고 자기주도 학습전형 매뉴얼’에는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 학습계획서’ 양식이 첨부돼 있다. 표지를 포함해 5페이지로 돼 있는 이 학습계획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쓰라’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지원동기, 자기주도 학습경험과 학습계획 및 졸업 후 진로계획,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 경험 등을 각각 600자 이내 모두 2400자에 담아내야 한다.
‘글’과 ‘삶’, 모두 오랜 시간 공들여야
이는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어른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랫 동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했어야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정해진 조건에 맞춰 풀어낼 수 있다. <한겨레> 김창석 기자는 이를 두고 “말하기는 걷기라면, 글쓰기는 달리기에 견줄 만하다”면서 “말하기는 특별한 훈련이나 연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 잘 쓰는 것만으로 입학사정관의 눈에 띌 수는 없다. 글 잘 쓰는 게 ‘보기 좋은 그릇’이라면 그 그릇에 무엇이 담길 건가도 역시 중요하다. 학습계획서의 지원동기, 학습경험, 학습계획, 진로계획,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 경험을 꿰뚫는 건 “넌 왜 여기서 배우고 싶니?”와 “넌 왜 여기서 배워야만 하니?”란 두 질문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말’이 아닌 지나온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결국 내용으로서의 ‘삶’과 형식으로서의 ‘글’이 진실하고 간절하게 어우러져야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여기까지 보자면 이번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재 공교육은 ‘삶’과 ‘글’을 제대로 가르칠 준비가 돼 있나?
조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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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주관식 단답형에서 서술형으로”
지난 1월20일 서울시교육청은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시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서술형 시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5~6학년과 중·고교 내신시험의 주관식 문제가 이르면 오는 1학기 중간고사부터 단답형에서 서술형으로 바뀔 수 있단 것입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05년부터 객관식과 간단한 기술형 문제가 혼재된 시험 형태를 시작으로 답안 분량이 제법 긴 서술형 또는 논술형 형태의 문제로 점차 바꿔나간다는 것을 기본 계획으로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별 중간·기말고사에서 답안 분량 300~500자의 긴 서술형 문제를 일정 비율 이상 출제하도록 의무화하고 고교 작문과 같은 과목은 서술형으로만 평가하는 방안이 고려돼 왔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긴 호흡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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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전형’ 학습계획서 작성시 유의사항
교육과학기술부 ‘외국어고ㆍ국제고 자기주도 학습전형 매뉴얼’을 참고로 학습계획서 작성시 유의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편집자
1. 지원자 본인이 정직하게 쓰라
“학습계획서는 평가를 위한 중요한 자료이므로 반드시 본인이 작성하여야 하며, 사실에 입각해 적직하게 자신의 지원동기, 자기주도 학습경험, 향후 학습 및 진로계획 등을 기술하십시오.”
2. 수상실적을 자랑하지 말라
“본문에는 학생 본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 영어, 등 각종 인종시험 점수, 경시대회 입상실적 등은 기재하지 마십시오.”
3. 각 질문별로 600자를 넘지 않게 쓰라
“반드시 본 서식을 사용하여 작성하고, 분량은 정해진 서식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지정된 분량 내에서 작성하십시오.”
‘입학사정관’이 치솟는 사교육비를 잡아줄까?
본 칼럼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10일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에 <한겨레>에 실린 것입니다. 글쓴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학 입시에 적극 추진 중인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특별활동 활성화나 진로교육 등엔 긍정적이나 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인 사교육비 절감엔 매우 부정적이라 말합니다.
이번 교과부가 발표한 특목고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와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글 마지막 부분에 지적한 ‘평가에 대한 차가운 불신의 벽’은 대학 입시나 고교 입시에 동일하게 부딪히는 장애입니다. 교과부는 이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갈까요? 편집자
입학사정관의 좋은 점은 딱 두가지다. 첫째, 학교에서 동아리활동 등의 각종 특별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올해 내가 만나본 고교 교장들은 거의 예외없이 ‘내년부터 학생들의 특별활동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비교과영역에 적힐 각종 활동 내용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적성·진로·전공에 대하여 일찍부터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윤곽을 중학교 무렵부터 잡아놓은 학생들은 몇년에 걸쳐 학과성적·비교과영역·독서이력 등을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을 터이니, 고3 막판에야 전공을 정하여 이것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 학생보다 유리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교협 또한 지난 5월에 입학사정관제하에서 ‘전공적합성’을 주요한 선발기준으로 삼을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입학사정관제, 사교육비 절감에 매우 불리
그런데 입학사정관제는 장점을 압도하고도 남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교육비 절감에 매우 불리하다.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줄여줄 것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다. 미국의 입학사정관들도 사교육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데, 컨설팅 서비스와 대학입시(SAT·AP)학원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일으키는 요인을 중요한 것부터 차례로 나열하면 다음 세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로 인한 ‘선발경쟁’이고, 둘째는 학교교육의 책무성과 효율성 부족, 셋째는 전형요소의 난이도·과목수·복합성 등 기술적 요인들이다. 기술적 요인 가운데 여러가지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요구할수록 사교육이 커진다는 것은 2년 전 ‘죽음의 트라이앵글’ 사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제에서 요구하는 전형요소는 내신성적, 수능성적, 각종 자필서류, 면접, 논술 등 삼각형(트라이앵글)을 넘어서 오각형 내지 육각형에 달한다.
특히 강력한 뇌관이 ‘학생부 비교과영역’이다. 여기에는 학생회 활동이나 봉사활동 경력뿐만 아니라 공인 외국어시험 점수나 각종 경시대회 입상실적 등이 모두 적힌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토플 성적표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요구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토플을 치렀는지 여부와 점수를 알 수 있다. 이미 고려대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수시 일반전형에서 토플과 경시대회 입상실적을 은밀하게 반영했다. 이제 학생들은 끝간데없는 스펙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나도 강연회에서 ‘문과생으로서 수시전형에서 서울지역 유명 사립대에 지원하려면 토플을 챙기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얼마 전 외고 교장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외고입시 개선책이랍시고 내놓았는데, 이게 어떤 꼼수를 내장하고 있는지는 알아서들 상상해 보시라.
‘차가운 불신의 벽’을 어떻게 넘을 건가?
얼마 전에 책을 출간한 기념으로 강연을 하다가, 강연장을 메운 수백명의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 손들어 보세요.” 한명도 없었다.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분”에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입시제도에 대하여 가장 발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강남 학부모들은 이미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판정을 끝냈다.
미국발 금융위기 앞에서 ‘시장의 불신’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입학사정관제를 진두지휘해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또한 차가운 불신의 벽에 직면해 있다. 학생부 비교과영역과 관련하여 투명한 사회적 규칙이 수립되어야 함을 명심하고, 강력하고 일관적인 조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이범 교육평론가, <한겨레> 2009-12-07,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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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입학처장들, “입학사정관제 전형, 사교육비 절감 효과 없다”
지난 8일 <한국일보>는 서울 지역 10곳의 주요 대학 입학처장 10명을 상대로 입학사정관제 전형 관련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시행이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효과가 있었다’는 대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명은 ‘기여하지 못했다’, 나머지 7명은 ‘그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입학사정관제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전무하다는 뜻입니다.
이번 설문이 입학사정관제 전형 시행 초기인 점과 입학처장의 주관적 견해라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나라 입시 풍토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만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기엔 역부족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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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근본 원인인 학벌체제 개선 없이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발표하며 기존 학생 선발의 특권을 누리던 외고 등 특목고들이 이젠 ‘선발 경쟁’이 아니라 ‘교육 경쟁’으로 체질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교과부의 이번 고교입시안은 선발 과정에서 사교육 유발 요인은 최대한 차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잠시 주춤했던 영어 사교육 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습니다. 외고 입시에서 내신이 강조되고, 수능에서 외국어영역 듣기 평가가 50%까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또 ‘생소한’ 글쓰기 능력이 주 평가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사교육이 유발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카이대학’ 출신이 권력과 자본, 지식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학벌체제가 사교육 증가의 근본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안은 잎사귀만 잘라냈단 평입니다.
70은 없다
이 글은 7면에 게재된 이범씨의 칼럼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합니다. 학부모설명회에 참석한 강남 학부모들의 의견 표명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판단을 정리했다는 것에 대해 글쓴이는 불편한 심기를 밝힙니다. 기존 무비판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나타한 상식’들에 제동을 거는 것입니다. 편집자
<오마이뉴스>는 며칠 전 대원외고 입시 풍경을 큼직하게 보도했다. 시험장 입구에는 외제차가 즐비하고, 서울대, 연·고대 가려고 이 학교에 지원한 건 아니라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헤드라인으로 뽑아올리니 흥미 만점의 기사가 되었다. 같은날 <한겨레> 칼럼에서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입학사정관제가 끝없는 스펙 경쟁으로 사교육비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는 그 주요한 근거로 강남 학부모들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자신처럼) 판단을 정리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한국 사회 교육 담론은 강남 학부모가 이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 담론은 사실상 강남 학부모들이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이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칼자루를 뽑아든 와중에도 ‘끄떡없을’ 거라 자신있게 말하고(실제로 다음날 정부가 외고 존치를 발표했다), 자식의 고교 입학시험장에 외제 승용차를 끌고 와서 온종일 진치고 있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물리력과 놀라운 응집력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그렇게 무력화되었고,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그렇게 당선되었다. 캐나다 땅덩이를 몇 개나 살 수 있다는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강남의 눈치를 제일 먼저 살핀다. 이런 생각을 굴려가다 보면 우리는 한없이 무력해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한 판단과 결정의 권능을 한 줌도 안 되는 저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서글프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나태한 상식’이 돼 버린 ‘강남 신화’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것은 사실일까. 우리는 강남의 위력이 작동하는 범위가 ‘실제로’ 어디까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들 스스로가 강남을 신화화함으로써 강남의 권능이 더욱 강화된 것이라고. 그러므로 ‘강남 신화’야말로 우리 사회를 수렁으로 이끄는 ‘나태한 상식’이며, 강남을 올려다보고 강남에 모든 이유를 떠맡기면서 ‘진짜 문제’를 외면해 왔다고 말이다.
강남이 이끌어가는 교육 의제들, 이를테면 최근 들어 이야기되는 외고 존폐 논란이나 입학사정관제, 이제는 한물간 논술 광풍과 고교 내신 변별력 논란들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아무리 넓게 잡아도 상위 30% 안에 드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이 흐름이 어떻게 귀결되든 아무 상관이 없는 나머지 70%의 아이들은? 이들 가운데 절반은 어떻게 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에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위 30%의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많은 경우 가난하고, 가정이 성치 못하다.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거나, 짙은 화장을 하고 쏘다니는 아이들, 거칠고 무기력하며, 오직 자극에만 반응하는 그 많은 아이들을 떠올려보라. 많은 중학교, 전문계고 선생님들
은 이들로 인해 아예 수업 자체가 안된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음지식물들처럼 엎드리고 있지만, 때로 무시무시한 사건을 통해 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교육 현장에서 그들은 ‘폭탄 돌리기’ 게임 하듯 기피되는 대상이고, 모쪼록 사고 없이 졸업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교육은 없다.
경쟁과 일탈 속에 ‘진짜 교육’은 설 자리 잃어
상위 30%의 마당에는 미친 경쟁만 있을 뿐 교육이 없고, 그 반대편 하위 30%에게는 불량과 일탈이 있을 뿐 교육은 없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도대체 교육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진짜 교육 문제’는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교사인 나는 때때로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게 온당한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울 지경인데,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교육에 미쳐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이계삼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한겨레> 2009-12-12,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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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등 특목고 입시 문제의 본질
이번 외고 등 특목고 입시안이 전면 개편된 배경엔 ‘사교육비 절감’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교육비는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화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때문에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은 노후 대신 자식의 미래를 위해 사교육비를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사교육비는 교육 양극화뿐 아니라 그 결과로서 사회 양극화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정두언 등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해 초 ‘외고 폐지’ 등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결국 외고는 그대로 두고 선발 제도만 바꾼 꼴이 됐습니다.
“외고 문제의 본질은 특정 기득권 세력 형성”
이러한 ‘외고 입시=사교육비 주범’이란 틀에 갇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 당국의 안이한 인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2월8일 <폴리뉴스>와 인터뷰한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본질적으로 외고가 가지는 최고의 문제점은 사교육비 증가라 보지 않는다”며 “외고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외고’라는 공룡과 같은 집단이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특권세력들을 재생산해내는 기득권집단의 근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양극화의 고착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당장 사교육비 줄일 목적으로 입시 제도만 바꾸는 건 효과도 없을 뿐더러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다는 것입니다.
낱말풀이
① 스펙 (spec) 영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입니다. 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봉사 활동 경험 따위를 총칭합니다.
② 담론 (談論, discourse) 본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한다’는 뜻이지만 소설에서 ‘서사 구조의 내용을 이루는 서술 전체’를 뜻하면서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오늘날엔 의제(아젠다)와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③ 존치 (存置, maintenance) 제도나 설비 따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를 뜻합니다.
④ 응집력 (凝集力, cohesion)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속하는 구성원들을 통합하는 힘을 가리킵니다.
⑤ 온당하다 (穩當-)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알맞다’는 뜻입니다.
출처 : 함께하는 NE 논술... 기획·편집 조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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