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인근에 위치한 가지산온천은 호화판 대규모 온천단지는 아니지만 가지산을 비롯한 영남알프스 산행객들과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한적하고 썩 괜찮은 온천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온천탕 내에서 넓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의 영남알프스 연봉들의 경치가 빼어나다. | |
'큰 눈이 온다'는 대설(大雪)이 지나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를 향해 가는 요즈음. 때 이른 한파가 한풀 꺾여 예년 기온을 되찾았다고 하지만 간간이 내리는 겨울비는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기 여행을 생각할 때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여행'이 아닐까. 온천욕 자체가 목적이 돼도 좋고, 주변 여행지를 둘러본 뒤 마지막에 온천을 들렀다가 돌아오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 때마침 지나간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짤 시기이기도 하니 온천욕을 즐기며 명상에 잠겨 올해의 마무리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막상 연말에 조용한 온천여행을 계획해 봐도 어디가 좋을지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는 화려한 온천은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겠지만 너무 혼잡해서 온천욕을 하는 것인지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인지 모호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아가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자주 가지는 않는 온천.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수질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아 말 그대로의 한적한 온천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들 말이다. 동래온천 해운대온천 등 부산 내에도 썩 괜찮은 온천들이 있지만 이왕이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 나들이를 겸해 다녀올 수 있는 부산 주변의 가 볼만한 온천 두 곳을 다녀왔다.
창원 북면의 마금산온천과 울산 언양의 가지산온천. 두 곳 모두 주변에 썩 괜찮은 여행지도 있어 연말 연초 겨울여행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가지산온천-연륜 짧지만 어느새 영남알프스 명물로
- 올해 열살 된 '새내기' 가지산온천
- 호화시설 아니지만 물좋기로 소문
- 영남알프스 산행과 연계하면 좋아
가지산온천 건물과 외부 주차장. 왼쪽 멀리 | |
정식 명칭이 '가지산탄산유황온천'인 가지산온천은 사실 개발된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온천이다. 지난 1999년 8월 28일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니 적어도 100년 이상 된 유명 온천들에 비해서는 연륜이 짧아도 한참 짧다. 혹자는 "가지산온천도 있었나?"라며 반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온천은 영남알프스 여행객이나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 능동산 등에서 산행을 하는 산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근에서 '물 좋기'로 소문이 나는 중이다. 부대시설이라고 해야 2층에 대형 남녀 온천탕과 황토사우나, 지하 1층의 25m짜리 3개 레인을 갖춘 소형 수영장과 노천탕, 그리고 3층 가족탕이 전부인데도 탄산 성분을 함유한 강알칼리성(pH 9.42) 온천수의 효험이 사람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가지산온천이 자랑하는 온천욕의 효과로는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 장애 개선 및 고혈압 완화(탄산성분), 충치 및 풍치 예방(불소), 신진대사 촉진 및 정액 생산 효과(아연), 매끄러운 피부 유지(강알칼리성) 등이다.
가지산온천 지하 1층의 수영장. 지하층이지만 햇볕이 잘 든다. | |
다만 "지난 10년동안 거의 매일 셔틀버스를 타고 울산 시내에서 이곳까지 와서 온천욕과 수영을 즐겼는데 전국의 좋다는 온천을 대부분 가 봤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곳이 가장 좋다. 친구들이 60대 할머니 피부가 맞냐고 부러워한다"는 '단골' 김태연(여·63·울산 북구 신천동) 씨의 말에서 어느 정도 유추는 할 수 있을 듯하다.
건강 측면의 효과와 별도로 가지산온천이 갖는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온천탕 욕조에 앉아 대형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맛이다.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휘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탕에 앉아 명상에 잠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게다가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거나 산자락에 눈이 소복히 쌓인다면 근교에서 이보다 좋은 한적한 온천여행지를 찾기 힘들것 같다.
둘러볼 만한 주변 여행지도 많다. 우선 천년고찰 석남사야 긴 말이 필요 없는 가지산의 명찰. 배내고개를 넘어 배내골로 갈 수도 있고 간월재까지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가지산 산행을 가볍게 즐기려면 운문령에서 쌀바위를 거쳐 정상까지 갖다가 되돌아 올수도 있고 석남터널 앞 휴게소에서 정상까지 왕복 산행을 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3~4시간 안에 완주 가능하다. 산행 후 즐기는 온천욕이야말로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겨울의 행복일 것이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산내 불고기단지는 온천욕 이후에 가 볼만한 먹거리단지다.
■마금산온천-주남지가 있어 더 좋은 창원 대표 온천
- 약알칼리성 식용수 내뿜는 마금산온천
- 부곡 비해 한적하지만 수질 만은 자부심
- 주남저수지 철새 탐조 여행과 완벽 조화
창원 북면 마금산원탕의 내부. 동네 여느 목욕탕과 큰 차이가 없는 시설이지만 약알칼리성 식용 온천수의 효험은 널리 알려져 있다. | |
일제 강점기였던 1927년 마산도립병원장이었던 일본인 도쿠나가 씨가 현재의 마금산원탕 자리에서 현대식으로 시추, 개발한 마금산온천은 공식적으로는 80여 년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내력이 훨씬 깊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온천수 분출의 기록이 있고, 이 기록을 근거로 도쿠나가 병원장이 시추에 돌입했다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마금산온천 역시 시설이야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 꽤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어 불편은 없지만 온천탕과 사우나, 가족탕 등의 간단한 시설이 전부다. 그 흔한 노천탕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온천수의 성분과 수질 만큼은 어느 온천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곳 온천수의 특징은 역시 철분과 나트륨 등 20여가지 성분을 함유한 약알칼리성(pH 7.95)의 식용 가능한 온천수라는 점이다. 지배인인 최순봉 씨는 "전국 유일의 마실 수 있는 약알칼리 온천수로 알려져 있어 온천욕을 즐긴 손님들이 물을 떠가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금산 온천수는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피부병과 잠수병 만성변비 당뇨 간질환 위장병 부인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이용객의 남녀 비율을 따지면 4대6 정도로 여성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창원 마금산온천원탕의 건물 외부. | |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은 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주남저수지. 철새 탐조 여행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에는 겨울 진객인 고니가 특히 많이 찾아왔다고 알려져 있어 철새 탐조를 즐긴 후 온천욕을 즐긴다면 당일 겨울여행으로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 유명한 북면막걸리의 원조도 바로 이곳 창원 북면이다. 손두부와 곁들인 북면막걸리는 인근 식당 어느 곳에서나 즐길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가지산온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내려 언양읍을 거쳐 경주 방향으로 가다가 밀양 석남사 방면 24번 국도를 탄다. 석남사 램프웨이에서 내리면 가지산온천 이정표가 있다. 가지산온천은 부산과 울산 시민들을 위해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문의 (052) 254-2216
▶마금산온천
남해고속도로 북창원IC에서 내려 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곧바로 우회전 한다. 200여m 진행하다 화천교차로에서 마금산온천 표시를 보고 79번 국도를 탄다. 6㎞가량 직진하다 막다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마금산온천단지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