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소년문학> 2021. 1월호 제338호 발표
까마귀의 선물
“모두 아직까지 뭘 하는 거야? 쯧쯧...” 오늘따라 싱글벙글 할머니는 이길 저길 살피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모두 하나 둘 나타 날 시간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자식들 따라 갔나?” 어쩐지 싱글벙글 할머니는 얼굴이 밝지 못합니다. 아침 열시쯤이면 모두 나타날 할머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이구 내가 너무 일찍 나온 거야?” 어쩜 자기가 할 일 없어 제일 먼저 나온 것 같아 마음이 어둡습니다. 자기를 빼고는 모두 아들 딸 아니면 손자 손녀와 같이 사는 이웃 할머니들이 부럽다는 생각에 또 마음을 허전하게 합니다. 마을 친구 할머니들은 몇 사람 안 됩니다. 싱글벙글 할머니만 자식들을 모두 객지에서 직장을 갖고 있어 혼자 옛 부터 자라 온 마을에서 마치 터줏대감처럼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늘 푸르게 보이던 높은 하늘이 더욱 까마득 멀리 보입니다. “허어 참, 내가 괜히 나왔나?” 싱글벙글 할머니 혼자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걸터앉아 마을 할머니들을 기다리는 것이 마음 허전합니다. 매일 아침밥을 먹은 후에 이곳에 하나 둘 모이는 친구들이 오늘따라 늦도록 나타나지 않아 싱글벙글 할머니의 얼굴에 구름이 덮은 듯 어둡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즐거움이 있어 매일 일찍 이곳으로 나옵니다. 농촌 마을 입구에,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던 느티나무가 할머니처럼 늙고 늙어 울창하게 가지로 뻗어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 마을 노인들의 모임 장소로 쓰고 있습니다. 마을 회관도 있지만, 그 마을 회관은 한참동안 걸어 다른 마을 회관으로 가야하기에 이곳에 사는 할머니들은 바로 마을 입구에 있는 이곳 느티나무 아래에 평상 하나를 놓고 쉼터나 만남의 장소로 쓰고 있습니다. “허..참..쯧쯧.” 싱글벙글 할머니는 늘 웃는 얼굴이지만 오늘따라 싱글벙글 웃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이 시간이면 하나 둘 찾아오는 할머니 친구들이 오늘따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어디로 갔나? 아니면 모두 집에 무슨 일이 .....” 할머니는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큰 길을 살핍니다. “응? 그럼 그렇지....” 싱글벙글 할머니 얼굴에 다시 웃음이 흐릅니다. 마을 안쪽에서 허리를 숙이고 지팡이를 잡고 그 모습을 나타낸 것은 제일 마을 안쪽에 사는 참새 할머니 모습이 보입니다. ‘어이구... 기다리는 줄 뻔히 알면서...’ 늦게 모습을 나타난 참새 할머니를 발견한 싱글벙글 할머니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늦게 모습을 나타냈지만 그래도 반갑기 만합니다.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늘은 웬일이래?” 한참 만에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도착한 참새 할머니 손을 반갑게 잡습니다. “아니, 오늘은 무슨 일이야 모두 아직...” 참새 할머니도 허리를 쭉 펴며 여기저기를 살핍니다. “응, 글쎄 말이네... 모두 집에 무슨 일들이 생긴 모양인지...” “그러게... 난, 손님이 와서...” “응, 그렇구나... 난, 사람들이 안보여 은근히 걱정하며 기다렸지....” “어? 저기 저기...호리호리 할머니가 오고 있네... 오늘은 모두 늦어...” 싱글벙글 할머니는 모습을 들어 낸 호리호리 할머니를 가르칩니다. 이곳에 모이는 할머니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났을 때야 아침마다 만나는 할머니 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모두들 집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지 약속이나 한 듯 늦게 서야 모두 모였습니다. 언제나 혼자 살면서도 싱글 벙글 싱글벙글 웃는 싱글벙글 할머니. 외 손주와 같이 살고 있는 참새 할머니. 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호리호리 할머니. 별로 말을 잘 하지 않는 부르퉁 할머니. 할머니 가운데서 언제 제일 똑똑한 척 하는 똑똑이 할머니. 모두 모이면 다섯 명의 할머니들은 언제나 집에 별일이 없으면 이곳에 모여 한나절 보내고 다시 집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또 이곳에 모여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하루해가 질 무렵이면 각자 집으로 가곤 합니다. “오늘 또 뭘 그리 들고 왔어?” “응, 어제 저녁 아이들 감자전을 지져주면서 내가 몇 개 더 지졌지...오늘 우리들 먹을 것을...” “하하 오늘은 감자전이네....” 가끔 먹을 것을 싸들고 오는 호리호리 할머니는 비닐봉지에 싸들고 온 감자전과 간장 통을 내려놓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 둘러앉은 할머니들은 이 애기 저 얘기 꺼내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깍 깍깍 까 까까- 깍 깍깍 까-까까- -.......- -깍 깍깍 까 까까- 깍 깍깍 까-까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 들이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며 느티나무를 쳐다봅니다. “어이구, 또 왔구나..또 왔어!” 언제나 찾아오는 까마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지 숲에 숨어 오늘도 노래를 부릅니다. 매일 찾아 와 울어대는 소리만 들어도 이제는 까마귀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놈의 까마귀는 갈 곳 도 없는 모양이야!.” “그러니 매일 여기에 와서 시끄럽게 울지....” “저 까마귀, 무슨 사연이 있는 게 아니야?” 어이구 할머니가 나무 위를 쳐다봅니다. 그러나 까마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면 다른 곳에 가서 울지 왜 하필 여기서 시끄럽게...” “그러게 말이야!” “저 놈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 -깍 깍깍 까 까까- 깍 깍깍 까-까까- 느티나무 어디에선가 까마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은 듯 더 크게 웁니다. “시끄러워 죽겠어!.” “워 이! 워 이!.” 똑똑이 할머니가 늙은 느티나무 위를 쳐다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그래봐야 소용이 없어요,” “그렇게 갈 곳이 없냐?” “으 흐흠...우리 꼴이지 뭐.” “그래 우리 꼴이야....” “우리처럼 갈 곳이 없으니 매일 여기를 찾아오겠지...쯧쯧쯧.” 모두 한마디씩 합니다. “신경 쓰지 말어! 늘 오는 까마귀인데....우리가 못 들은 척 해.” 부르퉁 할머니가 오늘따라 화를 내지 않고 가지고 온 부침개를 풀어 놓습니다. “이거나 먹어 신경 쓰지 말고..” “까치 놈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까마귀만 남아 시끄럽게 우니...” “어떻게 여기 못 오게 하는 방범은 없을까?” 할머니들은 무척 까마귀 소리를 싫어하는 듯 한마디씩 합니다. “그냥 둬. 그놈도 오직하면 매일 이곳에 찾아 와 울까!” “우는지 노래하는지 알 수나 있나?” “아, 우는 거지 까마귀가 무슨 노래를 불러? 까치면 몰라도.” “참, 옛날부터 말이 있잖아.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나 좋은 소식 온다하고 까마귀가 울면 재수 없다고...” “맞아, 그래서 까치가 울면 무슨 손님이 오는가 하고 기다리고 까마귀가 울면 퇴 퇴 침을 뱉으며 쫓아냈어.” “그건 다 옛날 얘기야. 그렇다고 뭐 꼭 손님이 온다는 것도 아니고 재수 없는 일도 안 생길 수 있는거야” “옛 부터 내려오는 소리일 뿐이야.” “어서 부침개나 먹어.” -깍 깍깍 까 까까, 깍 깍깍 까 까까.- 까마귀는 할머니들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웁니다. “참, 정말 시끄럽네...워이 워이!” 어이구 할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느티나무를 쳐다보며 두 팔을 위로 쳐들고 흔들며 더욱 큰 소리로 까마귀를 쫓습니다. -........_ “그래 그래 그렇게 조용해라. 입 다물고 가만있어.” 어이구 할머니는 느티나무를 쳐다보며 싱긋 웃으며 다시 자리에 와 앉습니다. “그 녀석 참 신통하네. 말도 잘 듣고.” “그러게.” “조용해 좋네.” 바로 그때입니다. 나뭇가지에 앉았던 까마귀는 푸드득 하늘로 날아오르며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아이구 잘한다. 그래 그래 멀리 가서 놀아라.” 할머니들은 멀리 날아가는 까마귀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이제 조용해 좋다.” “진작 갈 것이지.” 느티나무 아래서 할머니들은 며느리 이야기, 손주 이야기 동네 사람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그것도 잠시 입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던 할머니들은 시간이 지나자 할 이야기를 모두 한듯 하나 둘 말이 없습니다. 가끔 젊은이들이 느티나무 옆을 지나 시내로 나가며 꾸벅꾸벅 인사합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느티나무 위에서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느티나무 잎들이 우거진 나뭇가지 속에서 사라졌던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깍 깍깍. 까 까까. 깍 깍깍 까 까까- “어?..어라. 또 왔네. 또 왔어!” 호리호리 할머니뿐만 아니라 할머니 모두 느티나무를 쳐다봅니다. “참, 그놈의 까마귀도....그렇게 갈 곳이 없는가?” “그녀석이 맞는가?” “모르지 그녀석인지...아니면 또 다른 녀석인지...” “어이구...그냥 모른 척 해야 하겠구만. 여기밖에 갈 곳이 없는 모양일세.” “쯧쯧 그렇게 갈 곳이 여기밖에 없단 말인가?” “훠이! 훠이!” 참새 할머니가 다시 나무 위를 쳐다 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소용없어 또 올 정도면 갈 곳이 없다는 거야.” “어쩜 그럴지도 모르지...” “어이구, 어느 듯 점심때가 되어가네,. 저 녀석 마음대로 울라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세.” “그게 났겠네. 점심 먹고 오면 어디론가 날아가겠지.” “자 점심 먹고 또 나와.” 하나 둘 할머니들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깍깍깍 깍깍갂, 까악까악 까악까악!_ 느티나무가지 숲에 숨어 울던 까마귀가 갑자기 종종 걸음으로 아래 나뭇가지로 나오며 더욱 큰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들을 보고 내려다보며 온몸을 흔듭니다. “아니,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저래?”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까마귀를 바라봅니다. 무엇인가 불안한 듯 이쪽저쪽 나뭇가지를 타고 깍깍 소리를 지릅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장터에 있는 중국집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세우며 그릇가방을 들고 느티나무 아래로 옵니다. “여기가 맞군. 할머니 여섯 분? 맞아.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자장면 여섯 그릇...시킨 점심 배달 왔습니다.” 중국집 아저씨는 급히 평상위에 싣고 온 짜장면 그릇을 내려놓습니다. “자장면? 우리 시킨 일 없는데...” 싱글벙글 할머니가 놀란 얼굴로 다른 할머니들을 바라봅니다.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한 참 찾았어요. 여기 맞아요. 시내 나가는 길 옆 큰 느티나무 아래 평상..할머니 여섯분!. 자 어서 점심식사하세요.” “누가 이것을?” “아침에 우리 집 감나무에 자주 오는 단골 까마귀가 할머니들 점심 주문하고 갔어요.” “뭐, 까마귀가?” “그래요 어서 드세요 식으면 맛이 없어요.” -깍 깍깍 까악까악. 까악 까악 깍 깍깍- 느티나무 위에서 까마귀가 할머니들을 내려다보며 어서 식사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푸드득 날개를 펴고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아니, 그럼 저 까마귀가?” “맞아요 맞아. 우리 집 감나무에 늘 찾아오는 까마귀 맞아요. 자, 어서 드세요 제가 그릇 다시 가져가야해요.” “뭐? 저 까마귀가 시켰다고?” “그래요. 오늘 아침 쪽지를 물고 와서 주문했어요. 느티나무 평상에 게시는 할머니 여섯 분에게 자장면 여섯 그릇 시킨다고. 자기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서 그런다고... 참 착한 까마귀에요.” “뭐라고요?” 할머니들은 날아간 까마귀를 찾았지만 까마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참, 세상에 별일이....” 짜장면을 앞에 놓고 둘러앉은 할머니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다시 하늘을 바라봅니다. “참 착한 까마귀네. 우리가 시끄럽다고 그렇게...” “나..난 까마귀 울면 재수 없다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가 봐. 요즘 까마귀는...” “오늘 까마귀에게서 선물 받았네! 하하.” 할머니들은 제각각 한마디씩하며 짜장면을 먹으며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동안 우리가 괜히 미워하고 쫓아냈네....내일부터는 잘 모셔야겠어!”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가득 넘쳐흐릅니다.
*<강원일보>신춘문예 소설 입선. <아동문학세상> 동화 신인상. 불교 동요 당선. 국악 동요제 작사2회 입선. 불교동요제 2회 입선 *수상: 전국 환경 노랫말 장려상. 통일문예 도지사 상. 강릉문학상. 관동문학상. 한. 중 아동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외다수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강원문학회. 솔바람 동요문학회 외 회원 *동화집 5권. 동요가사집2. 회고록. 꽁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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