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경인일보 / 소금쟁이를 맛보다 - 한창석

[琴軒김정숙]

■ 경인일보

소금쟁이를 맛보다 ---------- 한창석

하늘과 수면 사이
왈츠처럼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사내는
수심(愁心)이 깊어 차라리 소금이 되면
감옥의 수심(水深)을 가늠해 볼 수 있을까 마음을 절였다
연당(蓮塘)의 가장 깊은 곳까지 가라앉고 싶지만
후들거리던 다리 그 어디에
그처럼 완강한 삶의 근육이 붙어 있었는지
그래도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도무지 가라앉을 수가 없다
차라리 발을 굴러 하늘로 날아오르려 해도
날개가 없어 새의 그림자를 따라 못의 언저리까지 질주해 볼 뿐
잠영(潛泳)도 승천(昇天)도 하지 못한 채 세상 바람이 죄다 그의 몫이다
젖을 수 없는 못은 도리어 사막(沙漠)
내려다봐야 보이는 하늘은 도리어 고해(苦海)
잔비를 맞으며 세상을 미끄러진 하루
잔비에도 등허리가 시큰했을 사내 생각에 코허리가 시큰하다
원(圓)과 원(圓)이 부딪쳐 깨어지는 수면
바람과 바람이 부딪쳐 흐느끼는 세상
하루 종일 위태롭게 뒤뚱거렸을 사내
진인사(盡人事)의 땀이 마르고 응답하지 않는 신(神)을 향한
무녀(巫女)의 눈물마저 다 마르고 경계(境界)에 갇힌 자
마른 영혼을 찔러 혀에 가만히 대 보니
몸서리쳐지도록 짜다
타들어간 염전(鹽田)의 까만 소금
형기(刑期)를 가늠할 길 없는 사내 어느 새
철없이 겁없이 세상을 지치는 어린 새끼들을 수습하여
수초(水草) 사이로 부끄럽게 여윈 몸을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