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스호의 선상 서점이라..'색다르네요'>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이야기로만 듣다 처음 둘로스호를 타봤는데 다양한 책이 있는 서점과 자원봉사자들의 생활을 엿보니 색다르네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객선으로 각국을 순회하는 선교선인 둘로스호를 찾은 채수연(27.여)씨는 귀중한 추억과 경험이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21일 경북 포항신항에 입항한 둘로스호는 22일 오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 배에서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서점. 선상 서점 중 최대규모라 입항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6천종 50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서점은 장소만 배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시중의 대형서점과 마찬가지였다. 성경을 비롯한 기독서적, 아동도서, 요리책, 소설, 교육, 취미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음악 CD나 간단한 문구류도 구비하고 있다. 그럼 세계 50개국 출신 350여명의 선교 자원봉사자들이 생활하는 곳인데 계산은 어떻게 할까. 단일화된 통화단위인 유닛(unit)을 사용한다. 25유닛이 우리 돈으로 600원이다. 배 윗부분에 있는 서점에서 아래 객실로 내려가다보면 커다란 액자가 눈에 띈다. 수많은 인물사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무려 2만4천명이나 된다. 바로 앞에서 보면 단순한 사진에 불과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면 사진들이 항해하고 있는 둘로스호를 형상화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둘로스호의 대회협력부장인 수레이 펭씨는 "서점과 선교뿐만 아니라 각국의 생활상과 문화를 싣고 다니는 배"라며 "방문객과도 이 같은 문화를 나누기 위해 개방행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1천명분의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의 테이블만 봐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탁마다 가족 사진이나 각 나라의 유명한 곳 등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작은 마을'로 일컬어지는 이 배에는 규모는 작지만 소방서, 병원, 학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고 가족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가족 객실이 운영된다. 안타깝게도 객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승선자들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청소 등 방문객 맞이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1914년에 건조된 길이 130m, 폭 16m, 총톤수 6천818t 규모의 현존하는 최고령 여객선인 둘로스호는 내달 3일까지 선상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h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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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바다의 UN, 둘로스호 [조인스]
22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시 청림동 포항 신항 안 포스코 부두.
길이 100m에 6800t이 넘는 거대한 여객선인 둘로스호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출입문을 따라 아프리카 출신 흑인부터 흰 피부의 유럽인까지 전통 의상을 차려 입은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툴게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서 방문객을 맞았다.
둘로스호는 1914년 건조돼 현재까지 운항하는 최고령 여객선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 영화로도 유명해진 ‘타이타닉호'(1912년 건조)보다 2년 뒤에 만들어졌다. 처음엔 양파를 나르는 화물선으로 이용되다가 이민자 수송선을 거쳐 호화 여객선으로 바뀌었다. 78년에 독일의 비영리 구호단체인 GBA(Good Books for Allㆍ좋은 책을 모든 이에게)이 인수해 선교ㆍ구호활동용 여객선으로 쓰이고 있다.
이 배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ㆍ미국ㆍ몽골 등 50여 개 국 3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타고 있다. 그래서 애칭이 '떠다니는 UN(국제연합)'이다. 현재 한국인 승선자는 29명으로 남아공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둘로스호는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목적은 선교활동과 둘로스호를 한국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처럼 정정이 불안한 나라를 방문해서는 구호활동도 활발히 펼친다.
개장식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전통의상 퍼레이드를 펼치고 춤과 노래 공연을 했다.
작은 UN을 이끄는 둘로스 국제공동체 단장은 한국인 최종상(55) 박사다. 그는 런던 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생활을 하다 2004년 9월에 단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곧 포스코를 견학할 예정"이라며 "51개국 승선자들에게 한국의 발전상을 보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정박 중이지만 배는 조금씩 흔들렸다. 선실에서 한 층 올라가자 둘로스호가 자랑하는 선상 서점이 펼쳐졌다. 자그마치 6000여종 50만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종교ㆍ건강ㆍ컴퓨터ㆍ아동도서 등 다양한 책이 진열돼 있었다. 한국 입항에 맞춰 한국 책도 10만권을 새로 준비했다. 지난 29년 동안 약 2000만 명이 찾은 서점이다. 책 판매로 연간 600만 유로(74억5000만 원)가 들어가는 운영비의 30%를 충당한다고 한다.
서점에서 책 판매를 돕는 독일 출신 자원봉사자 키키(21)는 "한국이 처음이지만 따뜻하게 맞아 주어 즐겁다"고 말했다. 키키는 고교를 졸업한 뒤 2년째 둘로스를 타고 있다.
둘로스호는 다음달 3일까지 포항에 머물며 자원봉사자와 일반인이 함께 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책도 판매하고 배 안 조종실ㆍ기관실ㆍ숙소를 관람하는 투어 프로그램(어른 5000원)도 운영한다. 둘로스호는 포항에 이어 부산ㆍ목포ㆍ인천에 차례로 머문 뒤 8월 말 홍콩으로 떠난다.
둘로스 호를 볼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규정에 따라 2010년에 폐선될 예정이다. 영국인 선장 맥도널드는 "3년 뒤면 둘로스호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전에 한국인과 우정을 쌓고 싶다"며 "많이 찾아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