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반일 : 2016. 6. 10(금) 2. 등반지 : 탈키트나~카힐트나(BC)
오전 8시에 베이스캠프 매니져가 각 항공사에 현지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각 항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를 운행한다. 아침은 누룽지를 끓여 먹을려고 했는데 아침 내내 네팔리들이 주방을 점령하고 있어서 포기하고 그냥 빵으로 떼웠다. 오전 8시 30분에 TAT 직원이 데리러 왔다. 항공사에 도착하여 표시기(Wands)와 썰매(sled)를 요청했고, 나의 짐과 함께 항공기에 실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항공기가 출발 전에 반드시 CLC(변기통), 표시기(Wands), 썰매(sled) 등 3개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비행기는 5인승(앞좌석 2명, 뒤좌석 3명)이었고, 네팔리 3명과 함께 탔다.
경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로 나가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베이스캠프에서 기상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연락이 왔단다. 오늘 출발을 못하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출발해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경비행기는 시내를 한바퀴 선회한 후 데날리가 있는 북쪽을 향했다. 경비행기에서 보는 알래스카의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알래스카 대평원이 펼쳐졌다. 이끼와 비슷한 식물이 대지를 수놓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빙하수가 웅덩이를 이루거나 내를 이루어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곳,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엇다. <경비행기에서 바라본 데날리 산군 습지> 조금 더 진행하니 이젠 하얀색으로 분장한 설산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선과 여백을 중시하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았다. <경비행기에서 바라본 데날리 산군> 오전 10시에 데날리 베이스캠프인 카힐트나에 도착했다. 카힐트나는 데날리 산군 Southeast Fork에 위치해 있고, 고도는 2200m이다. 먼저 베이스캠프 매니져인 Lisa에게 영수증을 건네주고 휘발유 1갤런을 건네받았다. <데날리 카힐트나(BC)> Southeast Fork 지역을 쭉 둘러보니 독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울 것 같았다. 이곳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 크레바스 지역인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C1으로 가는 방향을 베이스캠프 메니져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등반가에게 물어보았다. 그 등반가가 방향을 알려주었다. 대충 방향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 물어보았던 것이다. 베이스캠프 사무실에서 서북방향 약 50미터 지점에 텐트사이트 자리를 잡았고, 약 1시간에 걸쳐서 노가다를 한 후 텐트를 설치했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잠에 골아떨어졌다. 어제 벙크하우스에서 밤새도록 쿵쾅거리는 소리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Southeast Fork 빙하> 오후 8시에 잠을 깼고, 날씨는 조금 추워졌고,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몇몇 등반가들이 자신의 텐트 주위를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야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해외 원정이나 해외 트래킹 이외에 국내에서는 야영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눈 위에서 텐트를 쳐본 적이 없다. 또, 삼중화와 스노우슈즈 등은 필드에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설산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 저것 생각하면 갈 곳이 하나도 없어진다. 일단 저질러 놓고 하나씩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 삼중화를 신다가 지퍼에 삼중화 끈이 걸려 지퍼가 벌어지고 말았다. 깜짝 놀랐다. 삼중화 지퍼가 고장나면 등반을 할 수가 없다. 링에 올라 싸워보지도 못하고 링에서 내려오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지퍼를 수리하는 곳도 없고, 참으로 난감했다. 칼을 꺼내 삼중화 끈을 잘나내고 지퍼를 밑으로 내린 후 다시 올려보았다. 기적적으로 지퍼가 원상으로 복귀했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콩카과 등반할 때도 베이스캠프에서 C1으로 가는 도중 넘어지면서 스틱이 부러졌고, 결국 등반이 끝날때가지 스틱 1개로 운행을 했었는데,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줄 알았다. 아무튼 이것이 액땜으로 작용하여 앞으로 등반이 순탄해지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
첫댓글 재미나게 보고 있어요 ㅎㅎ 설산은 진짜 장관 이네요.. 일단 부딪히고 보자라는 글이 참 멋있게 느껴집니다..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의 도전 앞으로도 기대하고 볼게요 ㅎ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할 것이 아무 것도 없죠.
하고 싶은일을 하기 위해서는 저질러 놓고 보아죠...ㅎㅎ
우와, 동계 캠핑 경험 없이 가셨다구요????????
대단하십니다 정말!!
글도 재밌어요
대단하시네요ㅎㅎ재밌게잘보고있습니다. 언젠간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