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해바라기 피다
강 경 옥
나는 지금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웃고 있다
까만 껍질을 벗겨 내고 알맹이를 입안에 넣고
고소한 맛을 음미하며 한 사내를 생각하고 있다
느닷없이 제 귀를 잘라
네모난 액자 속에 심어놓고 떠나버린 사내
어느 봄날 액자 속에서 움이 트더니
잎 열고 줄기 뻗어 올려
열 두어 송이 꽃을 피워
잘린 귀보다 더 큰 귀를 열고
소리가 싫어 귀를 닫은 사내가
세상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내는 아무것도 모르나 보다
노란 꽃, 그 황홀한 현기증
눈 부시게 흔들리다가
가을 햇살에 톡톡 여물어
누군가의 입속에서
으드득 까맣게 으스러지고 있는 것을
(시작 노트)
그림 만큼이나 삶도 강렬했던 화가, 고흐. 태양을 닮은 타는 듯한 터치로 에너지가 넘치고 생동감 있는 그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난 이후 난 늘 그의 삶에 관심을 갖고 꼭 그에 관한 시를 한편 쓰고 싶었다. 하지만 시는 생각대로 써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일당 독서회 회원들과 터키 여행을 하며 "터키 사람들은 뭔가 까먹는 것을 좋아 합니다. 호박씨 나 해바라기씨 같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시의 첫 마디가 풀리며 이 시는 탄생하게 되었다.
고흐에게 과연 해바라기는 무엇이었을까? 한때 목사로 살았다는 고흐. 그는 해바라기가 태양을 따라 가듯, 도시를 옮겨가며 여러 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왜 그렇게 태양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을까? 진정 강렬한 생명력을 해바리기를 통하여 본 것일까? 어떤 해석에 예수님과 열두제자를 표현했다는 말도 있는데 진정 그가 꿈꾸는 신에 대한 열정을 해바라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그에 대한 한편의 시를 쓰며 이 땅에서 너무도 치열하게, 너무도 정렬적으로, 하지만 너무도 고달팠던 삶을 산 이 비운의 화가, 그 고독 속에 내 한쪽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었다.
첫댓글 오늘 독서회에서 시 작가 경옥님의 낭송을 들었지요. 들었을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글로보니 탄탄한 짜임새의 시가 가슴에 와 닿네요.나는 시를 잘은 모르지만 시인의 강렬한 마음만은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이 시를 쓰게된 배경까지 친절하게 올려 주시고 해바라기 그림을 많이 그렸던 고흐의 삶도 소개해 주어 감사하며 보았습니다.자랑스럽습니다.
빈센트 반고흐! 이세상 모든 천재들은 고독과외로움이 함께 하지않나? 생각 드네요. 세상과 소통이 어려윘고 이루어질수 없었던 사랑! 그래서 ...치유 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들..노란 해바라기로 피어났네요. 고흐의 생애와 그림에 대하여 알게 해주어 감사 드려요! 고맙습니다.
나도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어딘지 반항적인듯하고 강렬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경옥님 시가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