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일억 마을에 살고픈 아버지의 유언과 아들의 보시 이야기
옛날 왕사성에는 사람이 많고 물자가 풍족하여, 아홉 종류의 사람들이 각기 따로 살아 섞이지 않았다.
그런데 따로이 일억(一億)이라는 마을이 있어서, 1억의 재물을 가진 부자가 거기 들어가 살았다.
그때 어떤 거사가 꼭 거기 들어가서 살고자 하여, 곧 살림을 살기 시작하였다.
몸을 괴롭히고 아껴 쓰면서 온갖 방법을 다하여, 수십 년 동안에 재물이 9천만은 되었지만 1억이 차지 못하였다.
그는 병으로 매우 위독하여 스스로 살아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나이 7, 8세 되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부탁하였다.
“우리 아들이 자라거든 재물을 맡기고 살림을 늘리게 하시오.
그래서 1억이 차거든 꼭 거기 가서 살아 내가 살았을 때의 원을 풀게 하시오.”
이 말을 마치고 죽었다.
장사를 치른 뒤에 그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창고에 들어가 그 보물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네 아버지께서는, 네가 자라면 재물을 천만을 더 늘려 1억을 채워 저 억리(億里)에 가서 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아들은 대답하였다.
“꼭 자라기를 기다릴 것이 없습니다. 빨리 제게 살림을 맡기고 일찍부터 같이 살도록 하십시오.”
어머니는 곧 아들에게 살림을 맡겼다.
이에 그 아들은 재물과 보배로 거룩한 세 분에게 공양하고 가난한 이에게 널리 보시하여, 반 년 동안에 재물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어머니는 걱정하면서 그 아들의 하는 짓을 괴상히 여겼다.
얼마 후에 아이는 중병을 얻어 드디어 죽었다.
그 어머니는 이미 재물을 잃었는데, 또 아들까지 어린 채로 죽으니, 그 애통함이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 성 중에 큰 부자가 있었는데 80을 살도록 아들이 없었다.
그 아이는 그 집의 첫째 부인의 아들이 되어 열 달이 차서 다시 태어났다.
얼굴은 단정하고 또 지혜롭고 총명하여 스스로 전생의 일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안고 젖을 먹여도 입을 다물고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모가 안아 길러도 또한 그와 같았다.
그 아이의 먼저 어머니가 갓난아기가 그렇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집에 가서 보고 사랑하여 안자마자, 아기는 울면서 입을 열고 먹을 것을 찾았다.
장자는 매우 기뻐하여 중한 값을 주고 아기를 기르게 하였다.
장자는 그 부인과 의논하였다.
“우리 아기가 다른 사람이 안으면 젖을 먹으려 하지 않더니, 저 부인이 안으면 매우 기뻐하오. 저이를 맞아들여 첩으로 삼고 우리 아기를 기르게 하면 어떻겠소?”
부인은 허락하고 곧 예(禮)로써 맞아들여, 따로 집을 짓고 재물을 나누어 모자라는 것이 없게 하였다.
아기가 갑자기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를 모르시겠습니까?”
어머니는 매우 놀라면서 말하였다.
“모르겠다.”
“나는 바로 어머님의 전생의 아들입니다.
어머님의 9천만을 보시하여 지금 함께 와서 80억의 주인이 되어 힘들이지 않고 먹으니 이 복이 어떻습니까?”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였다.
그 아이는 자라나 대승의 도로써 일억 리(一億里)를 교화하였으니, 그러므로 이른바
‘억천을 내어 한 마을이 한집이 되도록 도로써 보시하여 편안하게 하였다’ 하니,
보살이 들어가는 곳은 이와 같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