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 18일차 (2023년 12월 09일, 토)
1) 코스 : 댓재~황장산~큰재~자암재~환선봉~덕항산 갈림길~예수원
2) 거리 : 약 13.3km (백두대간 구간 : 11.3km) / 실거리 (13.3km)
3) 산행 : 09:30 ~ 16:30 (6시간)
4) 일정 : 06:30 동대문역사공원역 => 댓재 (거인산악회 버스)
10:30 댓재 => 16:30분 외나무골교 (13.3km)
17:20 => 저녁 식사
18:20 => 서울(양재, 21:00 도착)
알람 소리가 울린다. 새벽 5시다. 평소 알람 소리에 잠을 깼음에도 상쾌하지 않음은 새벽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불빛이 들어왔다. 아내가 벌써 김밥을 말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했다고 한다. 압력밥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보온병에 넣으니 오늘 점심 준비는 끝났다. 이제 커피를 내린다. 오늘은 예가체프(원두) 30g을 갈아 90도에서 300ml를 2분에 내린다. 아침을 먹고 아내가 불광역까지 태워주면 6시 6분발 3호선은 양재역 1번 출구에 있는 거인 21기 산악회 버스를 7시 5분 전에 탑니다. 백두대간 종주 가는 날 새벽의 일상화된 풍경입니다.
18회차 산행도 이런 흐름에 따라 버스에 오르니, 동대문에서 탑승한 분들과 양재에서 타신 분들과 인사하고 자리에 앉으면 버스는 마지막 정류소인 죽전으로 출발, 그곳에서 회원들이 합류하면 곧바로 버스전용차로로 진입하게 되고 버스 안에 소등과 동시에 침묵에 듭니다.
그렇게 달린 버스는 18회차 들머리인 삼척 댓재에 10시 2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1. 댓재에서 황장산까지 (0.6km)
해발 810m 댓재. 여기서 북쪽은 통골재와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38구간 방향이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황장산을 거쳐 지각산 그리고 덕항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37구간으로 백두대간 종주 18회차 구간입니다.
평소 12월의 강원도 날씨는 분명 방한복이 필수지만, 오늘은 이상기후로 마치 봄날처럼 따스한 기온, 그러나 바람은 세차게 붑니다. 황장산은 해발 1000m 가까이 되지만 댓재에서 0.6km로 약 2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구간, 출발 전 댓재의 커다란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후 팀장을 선두로 행군(?)이 시작됩니다.
줄곧 오르막, 그러나 18회차까지 다닌 회원들의 발걸음은 가뿐하게 오르는 듯합니다. 이제 선두 후미의 구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회원들의 등력(登力)이 향상되었기 가능한 일이지만, 이면에 김O용 팀장님과 3분의 산행 대장님 배려가 있음이겠지요.
2. 황장산에서 큰재까지 (4.4km)
황장산의 푯말은 큰재까지 4.4km를 가르칩니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대간 길입니다. 두꺼운 겉옷 대신 가벼운 바람막이로 갈아입고는 이내 팀장님을 따라 낙엽이 쌓인 대간 길을 걷습니다. 매번 후미를 걷던 회원과 항상 선두에 섰던 회원이 뒤섞여 걷는 즐거운 동행(?)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한바탕 웃습니다.
시야는 좋지 않아 먼 산들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순 없지만, 회원들은 줄을 맞추며 트레킹 하듯 일렬로 걷는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한쪽에선 한바탕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가운데서도 어떤 이들은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낸 파란 하늘을 보며 즐기는가 하면, 세차게 부는 바람에 따라 뒹구는 낙엽 소리를 듣기도 하고, 수북이 쌓인 누른 낙엽 위를 걸으며 듣는 바스락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회원도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이어진 백두대간 길. 황장산에서 큰재까지 4.4km, 도착하니 12시 15분, 마치 평지를 걷는 속도인 시속 4km로 걸었나 봅니다.
3. 큰재에서 자암재까지 (3.4km)
평소라면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지났지만, 발걸음이 가볍다며 앞서가는 회원을 따라가다 큰재에서 조금 벗어난 풍력단지 입구 큰 공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 17회차 때와 비슷하게 몇 개의 그룹으로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도시락 혹은 건강식 또는 별도의 만찬(?)을 준비해와 먹기 시작합니다. 겨울 속의 봄. 한낮의 햇살은 서로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줍니다.
대부분 30분 전후로 식사를 마칩니다. 이후 선두와 후미의 구분은 식사시간이 짧은 순서에 따라 갈라집니다. 임도를 따라 풍력단지에 들어서니 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광동댐 수몰 지구에서 이주 온 주민들이 정착한 곳으로 ‘광동이주단지’라 불립니다.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점을 제외하면 비슷한 풍경입니다.
큰재에서 자암재까지도 해발 1000m의 임도와 산길이지만 평지에 가까운 평탄한 대간 길입니다. 그렇게 자암재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되었습니다.
4. 자암재에서 환선봉까지 (1.5km)
거인 21기 회원 중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그 가운데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부부가 계십니다. 체격은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등력은 부인이 무척 있어 보입니다. 부부에게는 넉넉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자암재 푯말 옆에서의 환하게 웃는 모습, 언제나 부부가 함께 웃음으로 등산하는 모습, 사랑의 마음이 빚어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봅니다.
자암재에서 한 장의 사진을 남기고 이제부터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 코스인 환선봉 1080m. 해발 차이가 많은 게 아니지만 두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러나 지나온 길이 편안했기에 모두가 지치지 않고 오릅니다.
환선봉 아래 ‘신선이 되었다’는 환선굴이 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지각산 환선봉(幻仙峯)이라 합니다. 환선굴로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본 풍력단지와 아래 계곡은 협곡에 가깝습니다. 멀리 삼척 바다는 날씨로 인해 볼 수 없는 것을 아쉬움으로 남기고 이제 마지막 남을 덕항산 쉼터로 나아갑니다.
참고로, 환선굴은 약 5억 3천만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동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석회암 동굴입니다.
5. 환선봉에서 쉼터, 예수원 그리고 외나무골교까지(1.4+2.0=3.4km)
환선봉에서 덕항산 0.4km를 남겨둔 쉼터까지의 1.4km, 대부분 내리막입니다. 쉼터 푯말이 있는 곳에서 조금 전에 내려간 선두그룹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원이 모여있습니다. 자유로운 포즈로 오늘 마지막 사진을 남기고 예수원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약 1km 지점에 예수원 건물이 보입니다.
예수원(Jesus Abbey)은 미국 성공회 사제인 대천덕 신부가 1965년에 중보기도의 집으로 설립한 수도 생활 공동체로 설립한 곳이라 합니다. 하지만 2002년 8월 6일, 84세로 영면(永眠)에 드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6. 마무리
새벽에 허O종 회장님께서 개인 사정으로 18회차 참석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산행 시 무릎보호 보법>이란 소중한 정보를 올렸습니다. 이를 보고 몇몇 회원들은 특히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구부려 걸으시는 분을 몇 분 보았습니다. 특히 이를 체득하신 분이 송(O)수 회원님이십니다. 40대에 하지정맥으로 고생하시다가 마라톤으로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시면서 엉덩이로 걷는 보법을 직접 시범해 보이십니다. 무릎을 구부려 걷는 법도 결국 엉덩이로 걷는 것이라 합니다. 서로의 표현은 달리해도 지향점은 같은 게 아닐는지.
흔들흔들 춤을 추듯이 걸음을 하십시오!
자연(산)과 동화되듯이…. 즐기신다는 마음으로 걸음을 하시기 바랍니다.
세상만사 다 편해지며 즐거움이 오르고 근심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반대로 뻣뻣하게 걸으시면 산행길이 고역이 될 수가 있기에 힘이 듭니다.
이런 걸음은 스트레스를 빨리 다 날려 버릴 수가 있기에 참 좋습니다.
<허 회장님 글 중에>
‘강호(江湖)에는 고수(高手)가 많다.’란 말을 실감하는 18회차 산행이었습니다.
2023년 12월 09일(토)
백두대간 종주 18회차 산행 후기.
PS : 사진과 함께 올려진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ric1960/223289176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