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장, 고통의 나날
김윤희는 남편이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그대로 떠나버린 것이 너무나 속이 상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워낙에 외국의 출장이나 세미나를 떠나도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갔다 오는 사람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때하고는 모든 사정이 다른 것이다. 차라리 자신과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떠났으면 지금쯤 얼마나 마음이 편했을까? 이 집안에서 며느리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송구스럽고 가시방석이었다. 더구나 시부모님께서는 너무나 극진하게 보살펴 주시고 마음을 써 주고 계시니까 김윤희의 마음은 더욱 지옥 속이었다.
아마 창살 없는 감옥이나 보이지 않는 굴레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날그날을 마음을 졸이면서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인범 회장 부부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날이었다. 정 회장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싱글벙글이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은 경사의 잔치가 벌어지곤 한다. 처음으로 친 손자를 보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정 회장 부부의 기쁨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었다. 허인경 여사는 며느리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신선한 생선들과 야채들이 들어오고 새로운 재료들이 주방을 채우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며느리인 김윤희를 위한 것들이었다.
“아가! 밤에 잠을 편히 잤니?“ 아침에 야채즙을 내서 며느리에게 먹이려고 가지고 들어와서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며느리의 침대 머리맡에서 묻는다. 김윤희는 몸을 일으킨다.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아주 서서히 몸을 움직여라!“ “어머님! 제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데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그런 걱정을 다 하고 있니? 이 집안에 사람이 얼만 줄이나 아니? 그 사람들이 왜 필요하겠니? 모두 우리 가족을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네가 우리 가족들 중에도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 줄이나 알고 있니?“ “.........................”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거라! 어서 입덧이 가라앉고 입맛이 돌아와야 할 텐데........“ 김윤희는 시 어머니가 가져다준 야채 즙을 마신다.
향이 좋고 속이 참으로 편안하다. “입맛에 맞니?” “네! 향이 참 좋고 속도 편안해 집니다.“ “그래! 그럴 것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입덧이 가라앉을 것이다.“
“네! 어머님!“ “아가! 집안이 소란스러워 신경에 거슬리지나 않니?“ “아닙니다!” “네 아버님이 저렇게 좋아하시니 오는 사람들 마다 축하한다고 상을 차리고 축하주가 돌아가고 하니 그렇게 되는구나!” “어머님!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냐? 네가 죄송하다니? 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마음편안하게 지내고 있기만 하면 된다. 그나저나 이 사람이 이리도 무심하구나! 아무리 일이 좋다고 하지만 임신을 한 아내를 두고 갔으면 안부 전화라도 해야지.....원!...“ 허인경 여사는 아무런 연락도 없는 아들인 정 교수가 며느리 보기에 민망스럽다. “...........................” “서운하지?” “아닙니다!”
“그래! 네가 이해를 해 주어라! 그 성격이 그리 쉽사리 바뀌겠느냐?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도 모르게 변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네가 더 참고 기다려야지 어쩌겠니?“ “네!” 김윤희로서는 달리 어떻게 대답을 할 말을 찾지를 못한다. 시어머니와의 대화는 김윤희의 별 대꾸가 없자 이내 끊어지고 만다. 허인경 여사는 며느리가 피곤해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 방을 나간다. 김윤희는 마음이 저려온다.
한편, 최종현은 윤희와의 연락이 두절이 되자 마음을 잡지 못한다. 정릉 시댁에 들어 가 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을 뿐 그녀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정릉 시댁으로 연락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윤희와의 연락이 되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는 최종현을 매일 귀가를 한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서도 예전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정은은 너무나 달라진 남편의 태도에 서먹함이 있었으나 그래도 꼬박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윤희언니가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있었다.
최종현은 거의 귀가 시간이 늦는다. 허지만 정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남편의 내조만을 묵묵히 해 내고 있었다. 최종현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다. 허나, 요즘의 그는 거의 매일을 술을 마시고 귀가를 한다. “여보! 당신의 건강을 해치면서 그렇게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해요?“
“아직도 당신의 마음에 내가 그렇게 걱정이 되오?” “그럼요! 당신은 내 남편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에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거든요.“ “나를 위해서 그렇게 마음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소! 차라리 나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좋을 것만 같소!“ 최종현은 아내의 그런 마음에 마음이 무겁다.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그가 아니었다. 그러나 김 윤희를 향한 그의 마음은 아내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서재로 들어간다. 그리고 김윤희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으로 인해서 가슴이 타 들어가는 것만 같다. “아! 윤희!..........“ 최종현은 자신의 머리를 책상에 엎드려 괴로워한다. 정은은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본다.
“지석이 아빠! 윤희 언니를 잊기가 그렇게 힘이 들어요?“ “............ 미안하오!” “그래요! 당신은 평생을 나와 아이들에게 미안해해야만 할 것에요. 그렇게 괴로워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편치를 않아요. 가세요! 그러나 그 언니가 이혼을 한다면 나도 이혼을 해 드릴게요!“
“여보! 그 말이 정말이오?“ “네! 허지만 윤희언니가 이혼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도 우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 주어야 해요.“ “그렇게 하리다. 만일 당신 말대로 윤희가 이혼을 하지 않는다면 나도 당신하고 이혼을 하지 않겠소!“ 최종현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희망의 빛이 떠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본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정은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최종현은 전혀 윤희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의 방황하는 모습을 보는 정은의 가슴은 피를 말리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차라리 남편이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남편이 미운 것으로 하자면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도 고통스러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괴롭다는 생각을 하는 정은이다. 이제 남편의 마음에 가족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안타까워하면서 피를 흘리면서 괴로워한다고 해도 남편의 마음에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은은 심한 갈등에 시달린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잡고 있어본들 서로가 괴로울 뿐이었다. 그러나 정은은 자신의 마음이 남편에게서 돌아서지지가 않는다. 오랜 세월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사람이던가? 그 사람의 날개 아래서 편안하고 행복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정은은 불면의 밤들을 보낸다. 이제는 아픔조차 느낄 수도 없다.
그를 보내야 한다고 수 없이 자신에게 주입을 시키면서도 그것이 그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남편의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갈 자신도 없다. 이제 남편은 지석이도 지원에게도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틀 속에서 방황을 하면서 신음을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서 행여나 폐인이라도 된다면 하는 불안감이 밀려든다. 정은은 언니를 찾아간다. 남편의 일이 터지고 나서 정민은 정은이네를 잘 가지를 않는다. 동생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너무나 속이 상하고 보기에 힘겹다.
“언니!” “정은아! 아무리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리고 힘을 내서 아이들을 보살펴야만 한다. 알았지?“ “언니! 이제는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 문제가 아니야! 저렇게 내 버려두다가는 우리 지석이 아빠가 폐인이 될까봐 정말 겁이 나! 차라리 지석이 아빠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 돼! 절대로 그래서는 안 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너라도 굳건하게 이겨내야 하는거야!“ “언니! 정말 나는 그이를 사랑해! 그런데 그이가 저렇게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것을 보니까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이제는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윤희언니를 내가 만나야겠어!“
“네가 윤희를 만나서 어쩌려고?” “힘들지만............. 정말 견디기 힘들지만 그이의 마음을 잡아 줄 사람은 윤희언니뿐인걸!“ 정은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정은아! 다시 생각해 보자! 지금 윤희가 지석이 아빠를 만나지 않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지석이 아빠도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 올 거야! 그때까지 네가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대로 참고 있어!“
“언니! 나도 그러고 싶어! 허나, 그러다 정말로 그이가 폐인이 되어 버린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고?“ “그렇지 않아!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래도 지금까지 사업을 꾸준하게 잘 이끌어 오는 사람이 아니냐? 내가 생각하기로 지석이 아빠는 절대로 자신을 망가뜨리고 그럴 사람이 아니다. 너무 마음을 약하게 가지고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도 언니! 난 너무나 두렵고 힘들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정은은 언니인 정민의 무릎에 엎디어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 울고 싶으면 얼마든지 울어라! 허지만 절대로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두 자매는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흐느낀다.
“정은아! 이제 그만 울어라! 네가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달려가서 지석이 아빠를 흔들어 놓고 싶을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라고 할 말이 없고 남들보다 말을 하지 못해서 이런 너를 보면서 참고 있는 줄 아니? 그러나 지금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감정대로만 한다면 이다음에 지석이 아빠가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석이 아빠는 절대로 가족을 버리고 떠날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리고 윤희도 그렇게 모질고 나쁜 사람이 아니다.
어쩌다..... 정말 윤희가 어쩌다 마음 붙일 곳이 없어서 지석이 아빠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정은아! 우리 다시 생각하고 좀 더 참고 지내자!“ 정민은 정은을 다독인다. 그러나 이제 정은의 마음은 그 누구의 위로도 받을 수가 없을 정도로 상처가 깊이 패어 있었다. 정은은 윤희를 만나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윤희를 만난 다음에 자신의 마음을 결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고향설 시인님의 좋은글 "애증24회"와 아름다운 영상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은 마음밭에 사랑과 행복을 심는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