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개인전
웨이브(wave)
생동하는 선의 율동으로 해답을 찾았다.
그가 사실적인 재현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도달한 것이 추상적인 선의 약동이다.
이는 대자연의 기운이지만, 또한 인간의 노동이 시간을 통해 자연 속으로 녹아들어간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글 : 조송식 철학박사(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2011. 8. 10 - 8. 16 갤러리라메르]
[갤러리라메르]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T.02-730-5454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gellerylamer.com
심상(心象)의 상징으로서 자연 -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현대적 해석
이지호 박사는 공식적으로 1989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과 이에 대한 예술로의 승화를 추구해 왔다. 그의 작업 세계를 돌이켜 보면, 그는 남도의 전통남종화에서 실경산수화 등을 거쳐 추상화, 민화풍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왕성하게 작업을 시도해 왔다. 그 자신은 “방만하고 다양한 장르의 미완의 붓질만 해 왔다.”고 자책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의 왕성한 “끝없이 분발하는[自强不息(자강불식)]”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작업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이어져 왔다. 첫째는 그가 나서 자랐던 자연에 대한 접근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자연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묻는 것이었다. 그는 사방이 바다로 쌓인 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때문에 그가, 대자연에 순응하며 동화되었던 인간의 역사적 흔적, 즉 남도와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답과 천수답의 경계선(이랑과 고랑)을 통해 자연의 근원을 묻고자 하였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여기에서 생동하는 선의 율동으로 해답을 찾았다. 그가 사실적인 재현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도달한 것이 추상적인 선의 약동이다. 이는 대자연의 기운이지만, 또한 인간의 노동이 시간을 통해 자연 속으로 녹아들어간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이를 “인간의 삶과 생명의 율동성”이라고 규정하였다. 두 번째는 자연에서 찾은 인간 생명의 율동성을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작업이다. 이는 그의 내면에 잠재되었던, 어려서부터 동경해 왔던 생명의 근원인 바다로의 회귀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답과 천수답이 있는 산이나 섬을 그리면서 추출한 생명의 율동성을 물결, 즉 파형(波形)으로 귀결시켰다. 세 번째는 지금 그가 한층 시도하고 있는 민화(民畵)풍의 회화이다. 이는 이전부터 간간히 그 가능성을 시도하였던 것인데, 이번 개인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의 회화적 역정을 통해 볼 때, 이 민화풍 회화는 앞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삶과 생명의 율동성”과 “자연의 순리와 율동성”의 조형적 귀결점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회화적으로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화가 갖는 친숙함과 자연스러움이 그의 작품에서 기조를 이룬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된 민화풍 작품을 네 가지의 조형적인 특성으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이지호 박사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여전히 이전부터 시도해 왔던 선, 즉 파형이 주된 요소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 구릉이나 천수답에서 추상화시키고 이를 자신의 내면에 잠긴 생명의 근원인 바다와 연결시켜 조형화한 파형을 계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그것이 좀 더 간결하면서 형식화된 것이다. 그의 작품이 이전보다 편안하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전의 작품이 구상적인 형상에서 추상적인 세계로 전개되었다고 한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추상적인 세계에서 구상적인 형상의 추구로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이 구상적인 형상은 외재적인 세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드러낸 것이다. 즉 심상(心象)의 상징으로서 구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는 형상을 평면적으로 해체시켜 문양화시킴으로써 친숙한 인간적인 조형으로 다가오도록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 중국 미학자 리쩌호우(李澤厚)가 동양에서의 조형적인 발전을 사실에서 추상으로, 다시 추상에서 일상적 문양으로 전개되었다고 보았는데, 이를 이지호 박사의 조형적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출품된 작품에서 <rhythm> → <rhythm wave> → <rhythmic movement> → <dreamland>, <a girl dream>, <angel of the sea>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색채의 강렬함을 들 수 있다. 이는 민화의 오방색을 연상시킨다. 주지하고 있듯이 오방색은 다섯 가지의 색을 말하지만, 그것은 개별적인 대상의 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색이다. 즉 오행(五行), 오감(五感), 오성(五聲), 오미(五味) 등과 같이 ‘오(五)’란 숫자는 동아시아 전통에서 모든 것, 전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오방색에서 나온 강렬하고 상징적인 색감은 여인, 물결, 산과 같은 형상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대관(大觀)적인 시점과 서로 어울려 그의 작품을 더욱 의미 있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상징성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이는 그가 추구해온 일련의 과정과 관련하여 살펴볼 때 더욱 부각된다. 물론 이는 모든 화가에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특히 이지호 박사는 작품을 순간순간 대외적인 환경에 따라 그리기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며 작업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의 변화에는 일관된 자신의 내재적인 필연성이 잠재되어 있다. 그것은 구체적인 개별적인 삶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되 다시 초월하여 보편적인 이상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그는 세계는 “자연과 인간은 무한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조화되어 있다”고 보고, 이로 회귀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율동, 조화, 안정, 관계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가 모든 조형은 자신의 작품에서 자유와 평화, 평화를 지향한다고 한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조형은 자유(=여인), 평화(=물결), 평화(=산, 섬)등과 같은 상징적인 형상들과 서로 어울리면서 그가 지향하는 이상향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의 작품은 밖에 존재하는 사실적 형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이상적 산수, 즉 바다의 천사(angel of the sea)나 이상향(dreamland)과 같은 심상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E52354E3797B401)
rhythmic movement (100×150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806D2354E3797B428)
Angel of the sea(150×100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596354E3797B529)
Dream of young girl (150×100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61CE2354E3797B502)
A River Runs Through It(122×63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80260354E3797B635)
mountain-History(55×45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232354E3797B717)
a walk in the clouds(55×45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746354E3797B70E)
Hopes song(60×50cm)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B08394E3797B803)
Island travel(55×45cm)
웨이브(wave) - 이지호 작가노트
자연을 표현현하는 방식에 있어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전통 수묵위주의 현학성을 벗어나 명료한 색조와 선형(線形)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산·들·바다·우주로 이어지는 자연의 선율에 매료되어 그것을 탐문하고 해부하거나 장축(長縮)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를테면 자연에서 시작된 필획은 실타래처럼 풀어 헤쳐져 굽이쳐 흐르는 물결이 되거나 산과 섬의 형상으로 솟아오르는가 하면, 다시 꽃잎이 되어 대지로 흩어진다. 여기에서의 선형은 자연으로부터 유기적 연속선상에 있으며 단순히 외적 형식으로서의 범위를 벗어난 심상(心象)의 표현이자 그 것을 정리해주는 일종의 문리(文理)의 역할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 선은 물상(物像)을 심찰하고 내적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부단한 반복에 의해 형성된 울림(율성)과 자연을 골격화 한 장치와 해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일관된 선형 중심의 표현형식은 다양한 시도를 거치게 되는데, 그간의 회화적 중심 키워드가 되었으며 지속적인 연구과제가 되었다. 나는 이러한 곡선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웨이브, 즉 곡선을 내 회화적 근거로 삼아 정신적 표상은 물론 표현형식의 기능적 요소로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의 외형을 함축한 윤곽선과 물결 등을 나의 회화적 표현형식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산·섬·바다에 펼쳐진 선조(線彫)를 취합하고 형식화 시키는 표현과정을 통해 나는 비로소 자연과 인간의 상호 유기적 관계를 조명하려는 의지, 즉 형식과 정신의 규합에 합류하게 된다. 나의 선형은 단순성과 가변성의 부재로부터 탈피해 기억과 상상을 넘나들며 발현된 것으로 도식화되거나 상식적 범위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내 그림에서의 선율은 가상 또는 실상의 근저에서 정신적 idea로서 역할을 충족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표현형식의 정점에서는 조화·균형·질서·평화·평등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의 그림(웨이브) 전반에서는 리듬을 중요시한다. 리듬의 근간은 결국 필획에서 나오게 되는데 필획의 조율에 따라 선형은 비로소 심상에 파고드는 음악이 되고 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그림에서는 쉽게 자연에서 오감으로 전해오는 울림을 찾아내 거기에서 리듬과 율성(律性)을 감응하고 감지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반복하여 재 생성되는 파동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적(리듬) 특성에 의한 영향이 크다. 내 그림을 음악과 쉽게 결부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시(詩)적 요인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은 나의 시정화의(詩情畵意)에 의한 미학적 어법이 음악적 리듬에 용해됨과 동시에 동양회화의 요체인 골법용필(骨法用筆)에 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가 하나의 형식을 갖추기까지 언어를 함축하고 소소한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 회화에 있어 일종의 골법과 같다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시가 함축과 비유를 통해 뜻을 전달하듯 회화의 골법역시 하나의 필획에 즉 개개의 선마다에 그 깊은 속성을 은연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가 공간에서 형(形)을 구사 하는 것이라면 시는 인간의 심성을 통해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나는 이러한 양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 그림에서 시적인 의미와 음악적 형식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내 그림에서 주된 표현형식의 핵심 키워드는 민화적 표현기법(색상대비·복합 ·반복·역 원근법 등)인 민속적 심미감을 통한 서정적 정서와 형식의 조화에 있다. 특히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함에 있어 직관이 아닌 경험과 그것을 토대로 한 환기와 잔상(기억)에 의존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필획에 혼으로 담아 각인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곡선의 미적 감흥(선線)으로 시작된 ‘웨이브’를 통해 대자연에 펼쳐진 음악과 시를 노래하고 읊으며 이상향을 향한 항해를 준비 하려는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9D5394E3797B805)
이 지 호 | 李 知 鎬 | RI JI HO
조선대학교 미술학박사 / 홍익대학교 미술학석사 / 국립목포대학교 미술학사
개인전 및 개인 초대전(1989-2011) (총22회)
2007(10) 광주 대동갤러리 전관
2008(02) 목포 시청앞 미술관 목포투데이 초대전
2008(4) 서울 라메르갤러리 제2전시실
2008(10) 목포 자연사박물관 초대전
2008(09) 서울 하나아트 갤러리 초대전
2009(05) 서울 라메르갤러리 제2전시실
2009(10) 목포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2010(08)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2전시실
2011(08) 서울 라메르갤러리 기획초대전(서울 라메르전시관)
2011(09) 단암후원회 초대전(목포 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아트페어(총19회)
2005 CAF2005(서울 COEX 호수길 특설전시장)
2007~ 2011 KOMAS 목포 아트페어 5회연속(목포 문예회관)
2008~ 2009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서울 COEX)
2008 SICAF 서울국제현대미술축제(서울 COEX)
2009 아트대구(대구 EXCO)
2009 화랑미술제(부산 BEXCO)
2009 목포 아트페어 서울특별전(서울 영아트 갤러리)
2009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서울 COEX)
2009 대구아트페어(대구 EXCO)
2010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서울 COEX ) 예정
2010 AIAA 홍콩 아시아 국제아트페어(홍콩 월드엑스포 제 3홀)
2010 KAFA 한국 국제 에로티카 페스티발전(안산 단원미술관 제1관)
2010 마이애미 아트아시아페어(북 마이애미 FL 33137)
2011 홍콩 아시아탑 호텔아트페어(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011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서울 COEX)
단체전(1993~2011 총 170여회)
1993 한국화 청년작가초대전(목포예총) ~2011
현대 자연회화제(서울 한국미술관) 미디어 홍보
midas(The monthly economic magazine). 2008
목포의 미학 미술로 읽기(정태영 지음). 2008
명품예술의 창작 비밀(목포 투데이). 2009
머니투데이(권력이 긋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 2009
komas Documentary 방영(komas 페어). 2009
HBC(호남방송) 특별한 만남 방영. 2010
현재
한국 기초조형 학회 회원. 한국미협 제1분과 위원.
목포대학교.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출강(2007~2010)
E-mail _ danam@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