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國寶)
"자기 숭례문 봤어요?"
"그럼 봤지. 그런데 불난 뒤에는 가보지 못했고."
"으음. 나도 TV에서만 봤는데. 그런데 우리나라 국보 2호는 뭐예요?"
"뭐, 국보 2호?"
"예, 국보 1호가 불탔으니 이제 2호가 1호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도 그렇네. 국보 2호라…"
"자기 모르죠?"
"음 잘 모르겠다.(화끈)"
"국보 2호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이예요."
"뭐, 원각사지 뭐?"
사실 대부분이 잘 모른다
우리나라 국보 1호가 불났다니 하면서 분노에 끓어 올랐는데. 정작 국보 2호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숭례문이 불탔다고 문화재 관리를 저렇게 해가지고 하면서 열을 냈던 것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아들 놈이 국보 1호가 불났으니 국보 2호가 이제 1호를 대체해야 하지 않겠냐고 자기 주장까지 덧붙이는 것이 아닌가.
그 대목에서 나의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며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과연 숭례문 화재 이전에 국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있었을까. 솔직히 관심 부족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음 포털을 얼른 찾아보았다. 국보 2호 뿐 아니라 최소 10호까지는 알아야되지 않겠나 하는 심정에서였다.
그랬더니 다행이 2호부터 10호까지 사진과 함께 소개된 곳이 있었다.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보존 관리실태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고 복원 노력에 열을 내고 있는 데 과연 국보 2호가 무엇인지 몇 명이나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 국 보(國寶)
2호=원각사지 10층 석탑 (서울 종로구 종로2가 38)
3호=북한산 신라진흥왕 순수비 (서울 용산구 용산동 6가 국립중앙박물관)
4호=여주 고달사지부도 (경기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1-1)
5호=법주사 쌍사자석등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209 법주사)
6호=중원탑평리 칠층석탑 (충북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11)
7호=봉선 홍경사 사적갈비 (충남 천안시 성환읍 대흥리 320)
8호=성주사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 (충남 보령시 성주면 80-2)
9호=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379)
10호=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974 실상사 대장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