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들은 중년에 흔들리는 것일까?
왜 남자들은 중년에 흔들리는 것일까?
예부터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미혹(迷惑)에 빠진 남자들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중년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언젠가 너의 붉은색이 감도는 눈망울과 그 가장자리를 적셔내리는 눈물을 보고 너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사이임에 틀림없다고 믿게 되었다…” “…정직하게 말해 지금 나의 가정,가족관계도 그러한 숭고한 과정을 거쳐 이뤄낸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당신만을 사랑한다…”.
20대 문학청년 같은 이 문구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부적절한 관계’의 결과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 왜 남자들은 인생의 절정에서 자신이 그간 일군 가정, 지위 등을 미련 없이 버릴 수밖에 없는지, 왜 미혹에 빠져 사서 패가망신을 하는지 한번 짚고넘어가보자.
중년기는 사춘기 못지않게 감정 변화의 폭이 넓고 예민한 시기이며 ‘나는 누구이며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누구를 위해 숨가쁘게 중년의 문턱까지 달려왔는가’라는 정체감의 위기를 맞는다.단언하건대, 여자 남자, 성공한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결혼생활이 안정적인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등이 모두 다 그러하다.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를 인용하면, 기혼남성 10명 중 9명(88%)은 부적절한 관계를 꿈꾼다고 한다. 게다가 황혼이혼이라 할 수 있는 결혼생활 10년 이상의 40대 남성들의 이혼율이 늘어났다. 이혼평균연령이 남자 40.1세로 10년 전에 비해 3.4세 높아지고 이혼인구도 인구 1천명당 13.7명으로 전체평균 6.8명의 2배에 달한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결혼생활 만족도도 40대가 가장 낮다. 30대 62.5%의 절반, 50대의 40.5%보다 1/3 가량 낮은 33%다. 통계들이 말해주는 것은 40대 중년은 지금 심한 마음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흔들리는 남자들에게 돌을 던지랴?
남자 나이 마흔쯤 되면, 어느 순간 옛날 노래, 유행가 가사가 ‘싸’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지나온 과거를 반추하면 허전해지는 것이다. 내가 헛산 건 아닌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등등 여러 잡다한 생각들이 그 순간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나의 존재의미나 이유에 대해서는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아내한테서는 확인이 안된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무단가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만만한 여자를 앞에 앉혀두고 헛소리라 할 수 있는 넋두리도 한다. 내 넋두리에 취해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 부적절한 관계에 이르기도 한다. 비틀거리는 와중에 여자가 끼어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여자가 비틀거림을 잡아주지도 않으며, 잡아주는 걸 기대하지도 않는다.
마누라는 비틀거리든 말든 월급봉투 가져다 주고 꼬박꼬박 집에만 들어가면 무사태평이다. 월급과 밥상을 바꾸는 하숙생이 바로 나라는 걸 씁쓸이 씹고 또 씹으며 또 그 여자를 찾는다. 그런데, 여자도 사귀다보면 아내보다 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으므로 진창에 빠지는 기분으로 아주 푹 빠져든다.
만약 10년만 젊었다면 여자 꼬시려고 이것저것 신경 쓰고 투자도 하겠지만, 사실 지금은 그럴 정력도 의욕도 없다. 때문에 아주 우연한 만남에 시쳇말로 그냥 뿅 가게 된다. 알고 지내는 한 거래처 여직원이랑 밥을 먹으러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느냐며, 그러면 위험하다고 팔을 잡는 순간, 여름이라 티셔츠 한 장 입고 있던 덕분에 터치가 느껴진다. 그런 가벼운 터치, 작은 관심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이다. 또는 부서원들이랑 여직원 생일파티를 한 뒤 바래다 주게 되었을 때, 부장님 때문에 오늘 기뻤어요,라는 한마디에 불꽃이 튄다.
불꽃의 시작은 이렇게 사소하다. 그러나 한번 빠져들면 주체를 못한다. 왜? 지금 비틀거리고 있으므로 현실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자 쪽에서 약간의 적극성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당연히, 스파크가 일어난다.
배우자에게 연애감정이 사라질 때 찾아오는 적, 로맨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회적 부정, 습관적 부정, 구조적 부정과 낭만적 부정 등으로 나눈다. 일회적 부정은 말 그대로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실수라는 것이다. 습관적 부정은 아무런 갈등이나 죄책감 없이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여성의 통제를 두려워하는 남성이나, 여성을 범함으로써 남성다움을 입증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일생에 걸쳐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적 부정은 만족하지 못한 결혼생활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대부분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낭만적인 부정은 배우자와 연애감정이 사라질 때 새로운 낭만을 찾아 제2의 배우자를 찾음으로써 발생한다.사랑에 눈이 멀게 되고, 주변사람들을 사랑의 침해자로 여긴다.우리가 로맨스로 칭하는 일면 아름답다고도 말하는 부적절한 관계가 이 경우다. 사회적으로는 다르겠지만, 일단 한 개인의 사생활만을 놓고 볼 때는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위에서 예를 든 남자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아내의 입장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이 바로 이 경우다. “당신 그 여자 사랑해?”라고 했을 때, 고통스럽게 “그래! 사랑해!”라는 남편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이 일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남편이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할 것인가,또는 정리할 것인가의 결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말고는 답이 없다. 고의적인 무시나 비난을 할 경우 남편에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구실을 주는 것밖에 안되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처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편을 돌이키게 하기 위해 성생활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의 원인이 성적 친밀감이나 신선함이라기보다 감정적 친밀감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등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완벽한 아내가 되려고 하면 자신만 지치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속성상 정서적 친밀감에 약하다
왜 남자들은 로맨스, 혹은 정서적 친밀감에 약할까? 남자들의 속성에 대해 한번 살펴보면, 남자들의 평균수명은 여자보다 6년이나 짧다. 또한 남자들은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할 때도 그렇고, 친구를 사귈 때도 그렇고, 부부가 헤어질 때도 부부의 40%가 헤어지자는 여자의 요구에 의해 이루어진다. 실직자의 74%가 다름 아닌 남자이며, 남자의 자살률은 여성에 비해 4배나 높다. 오히려 여자가 사회에 더 적응을 잘하는 것이다. 때문에 남자들은 외로움과, 평생 강요된 경쟁에 시달려 정서적 공황상태가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섹스,결혼생활,아버지로서 자식을 보살피는 일 등의 방법에 있어 여성보다 미숙하다는 게 남성학자들이 말하는 남성의 모습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남성의 40대의 경우는 어떨까. 그들은 6·25 전쟁, 아니면 전후 베이비붐을 타고 누추한 세상에 던져져, 소년시절 보릿고개를 타고 넘었고, 푸르른 청춘을 단발령(장발금지) 등 억압 아래서 보냈으며, 30대엔 일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앞만 보고 뛰었다. ‘한번도 내 의지대로 무엇인가를 해본 적 없는’ 세대다. 가슴이 답답하다, 가만있어도 속이 상해서 미칠 것 같다, 뒷목이 뻐근하다, 아무 일 아닌 것에도 갑자기 화가 치민다 등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울화병에 시달리고 있고, 심지어 30%의 남자들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직장에 청춘을 바친 대가도, 가장으로서의 권위도 없다. 페미니즘의 세례를 직간접으로 받은 아내들은 이미 자기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이나 아내와는 평소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집에서 “우리 오늘 얘기 좀 하자”고 하면 그날은 싸우는 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을 못해 소심한 남자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년의 안정이라는 것은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한 적 없는, 자기억압의 결과인 것이다.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흔들림은 결국 그 억압이 얼마나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다고 모두들 부적절한 관계로 빠져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피처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연세대 조혜정 교수(49세·사회학)는 논문에서 “로맨스 문화는 뿌리뽑힌 사회의 문화적 허함, 급격히 붕괴되는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나온 도피적이고 졸속적인 대응방식”이라고 진단한다.현실이 어려울수록 낭만적 사랑을 통해 도피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는 뜻이다.
두 명에 한 명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제2의 인생을 사는 데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소”라고 했던 전직 장관의 연애편지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사랑을 꿈꾸는 남자들의 낭만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쳇말로 바람을 피우더라도 단지 젊은 여자의 팽팽한 몸에 혹해서 피운다면 속물, 그렇지 않고 목숨을 건다면 불륜도 사랑으로 승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이 전자의 경우 용서 못할 인간으로 매도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인간적인 감정이 느껴진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뿐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다가오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일찍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어온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역시 이와 다름없는 폭탄 발언을 했다. 16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아주 좋은 친구’인 한 여인과의 관계를 지금까지보다 더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저명한 방송인이기도 한 부인 도나 하노버보다 나이도 많고 미모나 교양면에서 한수 아래인 평범한 여인에게 돌아서겠다는 것은 그의 말대로 진실한 인생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스캔들 때문에 선거에는 지게 될지 모르더라도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데는 할 말이 없다.
결혼해서 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고 한다. 한번 선택한 상대라도 살아가면서 온갖 궂은일에 얽히다보면 “과연 내가 옳은 선택을 했었는가”라는 회의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러한 회의를 자기반성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다.
주간 『사람과 사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와 공동으로 전국 6대 도시 기혼자 5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연애결혼한 경우 66.8%가 결혼생활에 만족을 한 반면, 중매결혼의 경우는 43.2%만이 만족한다고 나왔다.
결혼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처가, 시댁 등 가족의 문제도 고려하지만, 대부분 배우자의 경제력이나 사랑 등 배우자에 한정해 말했다. 그러므로 기혼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다른 사랑을 꿈꿀 수도 있고, 최소한 내가 결혼을 잘했나 하는 고민을 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중매결혼을 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는 것은 불륜을 꿈꾼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으로는 금지된 열정이지만, 문학이나 예술에서는 허용되고 미화되는 인간의 욕망이다. 실생활에서는 은폐되고 억압되지만 요즘은 그 은밀한 사랑을 순수한 사랑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불륜이지만 솔직하고 순수한 감정에 기초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연서사건이 불거져나오면서 그 주인공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쪽보다, 사건의 본질은 왜곡한 채 나도 그런 편지를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라고 부러워하는 주부들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결혼하는 것을 내 남자, 내 여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한 남자의 미래 등 모든 것을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대한 착각인 것 같다.
이제는,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
결혼 12년차인 대기업 과장 주모씨(38세)는 요즘 인생의 색다른 경험에 빠져 있다. 상대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미혼여성(29세).1주일에 한두 차례 퇴근 후에 만나 시내 여관이나 서울 근교 러브호텔 등지를 전전한다.그렇다고 그가 난봉꾼으로 소문난 것도 아니다.오히려 가정과 직장에서 집밖에 모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뭐든지 새로워요. 내가 이래도 되냐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 이런 모습(재미)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걸 어떡합니까. 어차피 내 여자는 아니지만,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 같은 절실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지만 깨지고 나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첫댓글 중년의 남자뿐만 아니라 중년의 여자들도 일탈을 꿈꿉니다~~~
요즈음은 더 그렇치요 ~ 자유부인이 되고싶어 하더군요 ~
결국은 .. 정말 자유부인이 되지요 . 왕따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