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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한 발의 총성이 고요한 천지를 뒤흔들었다.
사람이 죽었다.
하룻밤 이슬비에 파릇파릇한 새싹들은 자라나고
솔솔 부는 봄바람에 꽃잎은 낙화 되어 휘날린다.
평양의 대동강 변 연광정(練光亭)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연광정이 어느 매뇨?
연광정이라 함은 이 일대의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
예로부터 관서8경의 하나요.
명나라의 사신 주지번이 평양에 왔다가 연광정에 올라
그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에 현혹되어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라고 일필휘지 휘두른 곳이 아닌가.
연광정 기슭의 배나무밭에서는 배꽃(梨花:이화)이
마지막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듯 분분히 날린다.
분분히 날리는 꽃잎 사이로 꽃보다도 어여쁜 여자가
대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물을 캐고 있다.
머리에 꽂힌 다홍색 리본은 바람에 나부끼며
연분홍 치마 저고리는 햇빛에 반사되어 그 미묘하고
아름다운 모양은 이루 형용할 수 없더라.
앵두 같은 입술에 검은 눈썹은 깎은 듯이
가는 허리는 빚은 듯이 백옥같은 얼굴에
두 가닥으로 땋아내린 귀밑머리 속으로 도화색이
은연히 물든 두 볼이 청초하기 그지없다.
정히 이슬을 머금은 꽃송인가?
그 여자는 나물을 캐다 말고 떨어지는 배꽃을 보고
" 에그~ 세월이 빠르기도 해라 벌써 봄이 다 가고
이화가 떨어지네~ 이화야 너 이름이 이화요
내 이름 또한 이화(梨花)다.
언제나 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아 즐거운 마음 금치 못한다.
우리 집 뒤뜰에도 이화원(梨花園:배나무 밭)이 있지만
이곳에서 너를 보니 깊은 정회가 더욱 간절하다"
하더니 분결 같은 손으로 아직 피지 않는 꽃가지 하나를 꺾어
배나무 밑에 앉아 그 꽃을 바라보고 글 한 수를 읊는데
그 청아한 목소리는 어찌나 구슬프던지
<연광정 밖에 꽃은 다 떨어지는데
너는 어찌 하야 피지 않느뇨
성 서쪽에 봄은 이미 다가는 데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뇨>
하면서 꺾은 꽃가지를 귀 위에 꽂는데
그때 마침 어디선가 그 글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견화는 다하고 행화는 날리는데
이화 하나 피지 않는 것을 서러워 마라.
그 꽃봉오리는 머물러 피지 않고
내 돌아 오기 많을 기다리느니>
여자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니
연광정에 한 남자가 흑색 모자에 겹두루마기를 입고
난간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자는 부끄러운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연광정 기슭을 내려와 모란봉을 향해 한참 가다가
조그만 초가집으로 들어가는데
그 여자의 성은 한(韓)이요 이름은 이화(梨花)라
나이는 열아홉 살이더라.
한이화(韓梨花)는 다섯 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화에게는 자기보다 열살 위의 오빠 한철수(韓哲洙)가 있다.
재산이라고는 삼간초옥과 조그만 배밭 한때기가 전부다.
두 남매는 부모가 돌아가자 비둘기 같이 의지하여
근근이 살아가는데 그 어려운 형편은 이루 말할 수 있으리오.
그러나 오빠 철수는 나이는 어리나 의지가 굳세고 강한 성품이라
비록 가난하지만,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수성가로 살림하여
그 누이동생 이화 하나만은 극진히 양육하는지라 세상에 안 해본 일이 없다.
세월이 흘러 이화의 나이 열세 살이 되니 균형 잡힌 미려한 용모와
단아한 자태는 평양에 제일가는 미인이라 할만하다.
이화의 부모가 살았더라면 분명 이화의 용모를 가만두지 않고
어려운 살림에 이화를 평양 화류계에 보내면
그 용모가 첫손가락에 꼽을지니 그렇게 하면
이화도 호의호식하고 집안 형편도 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빠 철수의 사고는 달랐다.
지금은 이십 세기 문명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비록 여자라도 생존경쟁에 나아가서 남자와 같이 활동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니 나는 비록 공부를 못하였으나
이화만은 공부를 잘 시켜 여성계에 모범적인 인물이 되게 하리라
마음먹고 그해 봄 이화를 평양 보통학교에 입학시키고
자기는 노동을 하면서 이화의 학비를 지성으로 대어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이화는 시험마다 우등생으로 진급하며
열여섯에 평양 여자고등학교에 입학 열아홉에 평양전수학교 법과에 입학하더라.
대학생이 된 이화가 상춘을 맞아 연광정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가
자기가 읊은 시 한 수에 화답한 사람을 보고는
그 사람 얼굴은 봤으나 그 사람이 누군지 자뭇 궁금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어느 날 평양 대동강 상의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서편 하늘에 오색 노을이 사라지더니 어두 컴컴 초저녁이 되었다.
대동강 건너편의 능라도에서 난데없는 총소리가 빵 하고 나면서
고요한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 총소리 그치는 곳에 포수 복장을 한 사람 하나가
총대를 거꾸로 메고 언덕 밑을 살살 기어 도망을 간다.
그 포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화의 오빠 한철수더라.
철수는 동생 학비 보태느라 안 해본 일이 없는데
공경한 산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은 무었 하나 가리지 않고 했다.
막노동도 해보고 평양전위대에 자원입대도 해보고,
심지어 남의집 품일까지도 했다.
지금은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각 지방에서는 새와 짐승들이 번식하여 가축과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고로 한 달간 엽총사용 허가가 났다.
장사하며 중국을 오가며 구입한 엽총을 평양경찰서에
엽총 소지 신청을 해두었는데 총포사용허가가 떨어지자
야외에 구경도 할 겸 대동강 건너편으로 오리 사냥을 나갔다.
황새,비둘기,꿩,오리 등 여러 가지 날짐승은 한 망태 잡으니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집으로 오는데
능라도 버드나무 숲을 막 지나려고 하니 버드나무 숲 속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수군수군 들렸다.
철수는 이상하여 자세히 들어보니 남자 두 명이 싸우고 있는데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상대편을 겨누며
<야!~ 이 안병수야 내 말 들어라 너의 목숨은 오늘 내 손에 달려있다.
내가 너의 집에서 밥을 먹고 이만큼 자라서 지금 내 손으로
너를 죽이는 것은 차마 못 할 일인 줄 안다마는
너를 죽이지 않으면 너 집 재산을 찾이할 수 없는고로
비록 인생은 불쌍하다마는 어찌할 수 없다 이 칼을 받아라>
하면서 번쩍번쩍하는 칼을 휘두르며 상대방에 달려드는데
상대방은 버드나무를 안고 칼을 피하며 하는 말이
<야!~ 안병기 이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너는 나와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다마는
형.동생하는 사이가 아니냐.
내가 너를 지극히 사랑하고 보살 폈는데 이게 무슨 행동이냐.
재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지 않아도 반은 너의 재산이다.
이것은 너가 미친 마음이 들어서 그러니 너의 본심이 아니다.
다시 생각하고 제발 이러지 마라>
하는데 칼 든 놈은 더 흥분하여
<흥!~ 그 말은 좋다마는 너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어서 잔말 말고 이 칼을 받아라>
하면서 옥신각신하는데 사람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고
위태한지라 철수는 사냥하고 돌아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비록 자기하고 관계는 없으나 마음이 어찌 분한지
<에라 저런 놈은 그만두면 안 된다
사람의 의와 용맹을 두었다가 무엇에 쓰랴?>
하면서 총에 실탄을 넣어 방아쇠를 당기니
빵!!~ 하는 총소리와 함께 칼 든 안병기는 그 자리에 꼬꾸라진다.
평생 남에게 뺨 한 대 때려본 적이 없는 철수는
순간적인 의분에 못 이겨 총 한 방을 놓은 것이나
막상 사람을 죽여놓고 보니 후회막급이라
아, 내가 잘못 생각하였구나!
공포로 쏘아 그 사람에게 엄포만 주고
살려 놓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되지만
지금은 엄연히 사람을 죽였으니 도망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철수는 집으로 도망와 버렸다.
이화에게는 오늘 있었던 사건을 일절 얘기하지 않았다.
<안병수>와 <안병기>는 어떤 사람인가?
병수는 원래 안승지의 아들로 병수의 나이 두 살 되던 해
안승지는 평양 군수로 발령받아 서울에서 평양으로 왔다.
그러나 이듬해 병수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간신배의 모함으로 안승지 마저 평양군수직을 박탈당했다.
심기가 타락한 안승지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평양에 눌려 붙었다.재산이야 선대로부터 물러받은 것과
그동안 관직에서 모은 돈으로 평생 떵떵거리며
먹고살아도 남을 정도나 문제는 어린 병수가 엄마를 찾고
울부짖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있으면 유모겸 소실로 데려다 앉히고 싶었는데
마침 늙지도 젊지도 않은 과부가 하나 있어 소실로 데려왔다.
그 과부는 백날이 지날까 말까 한 아들도 하나 있어서
모유도 풍족해 병수까지 먹을 수 있어 금상첨화였다.
그 여자는 소실로 들어와 살림도 규모있게 잘하고
자기가 데려온 아들이나 병수에게도 똑같이
자기가 낳은 아들처럼 대하니 안군수도 아주 흡족하여
데려온 아들 이름을 병기라 짓고 자기 호적에 입적시키니
안군수의 만년 신복이 매우 유복했다.
그러나 단란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더라.
병수의 아버지 안군수가 병수나이 열 한 살에
우연히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병수는 그의 서모를 지극히 공경하고
의붓동생 병기에게 사랑하기를 친동생처럼 대하니
마을 사람들은 병수의 덕행을 칭찬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원래 남의 집 서모는 다른 뱃속이 있으며
제 버릇 버리지 못하는 속셈이 있는 고로
그의 흉중에는 병수를 꺼리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
겉으로는 병수에게 좋은체하면서 속으로는
장차 크면 저놈 때문에 우리 모자가 큰 지장을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어느덧 병수가 장성하여 혼기가 찰 무렵 서모는 친아들 병기를 불러
<이애 병기야!~ 저놈이 만일 장가들어
가속을 얻고 자식이라도 낳으면 제홀로 자란 듯
우리를 박대할 것이니 그 일을 생각하면 일구월심 근심이 되어
잠이 안 오는 구나! 이를 어쩌면 좋으냐?>
고 하니 병기는 어머니 나도 벌써 생각이 있으니
그런 것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병수를 없애버릴 작정을 한다.
그리하여 병기는 칼과 육혈포를 준비하여 형 병수에게
대동강 변에 금 은어 낚시를 가자고 유인한다.
마음 착한 병수는 동생의 말이라면 거절해본 적이 없는지라
그러자고 한다.그리하여 둘은 대동강에서 낚시를 하고
이윽고 황혼이 물들자 병기는 형 병수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황혼을 구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형님! 우리 오늘 황혼 구경하고 어스름 달뜨면 집으로 돌아갑시다
하니 병수도
<오냐 그 역시 좋은 말이다.
언파강산(堰波江山)에 물결은 고요하고
일륜명월(一輪明月)이 이곳에 비치면
우리는 월중주중수중인이 될 것이니 이 아니 좋을쏘냐>
하면서 둘은 배에서 내려 대동강 변 능라도 숲으로 간다.
능라도 숲 으슥한 곳에 다다라서 앞서가던 병기가
홱 돌아서며 <네 목숨은 오늘 내 손에 죽는다> 하면서
한 손에는 육혈포를 잡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달려들자
병수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중에
빵!~~ 하고 총소리가 나서 이제는 죽었구나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데없이 병기가
피를 토하며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이는 철수의 엽총에 맞아서 병기가 죽은 것이다.
병수는 하도 이상하여 동생 병기를 매만지는데
손에는 온통 피범벅이고 칼과 육혈포는 널브러져 있다.
이때 마침 대동강 상류에서 불빛이 빤짝하며 조그만
배 한 척이 쏜살같이 달려와 사람이 내리더니
총소리가 나던 병수 쪽으로 온다.
그들은 평양경찰서 순사로 밤이면 대동강 변에서
오고 가는 배를 노략질 하는 수적을 단속하는 형사들이다.
빼도 박도 못하고 현장범으로 체포된 병수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동생 병기의 흉악을 피했을 뿐인데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수갑에 채워져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 취조계에서 동생 병기가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피하다 총소리가 나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병수가 죽어 있었다는 진실을
아무리 얘기해도 순사들이 현장에서 목격한 이상
살인 누명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병수는 사형이 선고 되고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는 이화가 졸업식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아서
오빠 철수에게 보여주려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왔더니
오빠 철수가 신문 한 장을 들고 하는 말이
<이화야 너도 이제 졸업했으니
나도 이제 한시름 놓았다만은
오늘부로 너와 이별을 하게 되었으니
비참한 마음 금할 길이 없구나>
이에 이화는
<오빠 그게 무슨 말이요.
갑자기 이별한다니 당최 무슨 말이요?>
하면서 황급히 묻는다.
철수는 손에 들었던 신문을 이화에게 보여주는데
그 신문에는 <살인법 처형>이라는 주먹만 한 활자 아래
<안병수(安炳洙) 23세 그는 자기의 의붓동생 안병기(安炳基)와
늘 불편한 관계로 지내던 중 그의 의붓동생 병기가
놀고먹는 것이 미워 병기를 꾀어 대동강 변에 낚시갔다가
병기를 능라도 솦 속으로 끌고가 무참히 총살함.
마침 평양경찰서 형사가 지나가다가 현장에서 체포
병수로부터 사실을 자백받고 병수를 살인죄로 기소
평양지방법원에서 사형선도를 받고
내일 오전 10에 사형 집행한다>고 쓰여있었다.
이화는 읽어보고 오빠와는 상관없는데 무슨 이별이냐고 하자.
철수는 이화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하고
<나는 오늘 법원에 자수하러 갈 터인데 앞으로
일은 어찌 될지 모르겠다 너는 부디 내 생각 하지 말고
좋은 배필 만나서 영원히 복을 누리기 바란다>
고 하니 이화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오빠의 말씀은 옳으나
오빠를 놓아 보낼 수는 없소
오빠가 자수를 하려고 가시거든
나를 죽여놓고 가시오>
하며 매달리자
<이에 이화야 놓아라, 비록 남매의 정도 중하지만
사람이 되어서 죄짓고 어찌 천지신명을 대하리오
나 때문에 엄한 사람이 사형되어서야 되겠느냐>
하면서 이화의 소매를 뿌리치고 그 길로 법원에 가서
모든 사실을 기록하여 자수하는 청원서를 평양지방법원에 낸다.
병수의 사형을 집행하려고 교도관이 두 명이
병수의 양쪽에서 병수를 잡고 교수대로 올라가
병수를 교수대에 앉히고 검은 두건으로 눈을 가린다.
집행관이
<너는 오늘 사형 집행한다.
너가 죽는 것은 죄를 짓고 죽는 것이니
원통한 생각을 두지 마라>
면서 사형을 집행 하려고 하던 찰나 법원의 정리가 급히 달려와
사형을 중지하라고 하면서 공문 한 장을 보낸다.
그 공문에는 한철수가 진범이라고 자수를 했기 때문에
사형집행을 잠시 중지하라는 것이다.
이리하여 병수의 사형집행은 중지되고
한철수가 검사국에서 조사를 받는다.
한철수는 그간의 이야기를 자세히 검사에게 설명하고
자기가 죽인 증거를 제시했다.
자기의 엽총에는 묵철을 한주먹 넣었는데
죽은 병기의 시체를 검안해보면 안다고 하면서
육혈포로 죽었으면 총환 자국이 하나지만
엽총은 총환 자국이 여러 개라고 했다.
검사가 다시 검안서를 보니 상처에는 묵철 탄환 세 개를 맞았는데
그 탄환은 분명한 엽총 탄환이라고 했다.
이리하여 철수가 진범으로 잡혀 검찰에 송치되고
철수의 재판 선고가 있는 날 재판장은
<한철수 너는 사람을 죽였으되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하나 너가 병기를 죽인 이유가
나쁜 마음으로 죽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부득이 행한 것인즉
의분의 정당방위로 볼 수 있으며,
병수의 애매함을 불쌍히 여겨 정직한 마음으로
너 스스로 자수를 하였으므로
이는 가히 의리있는 사람으로 간주하여 특별히 형벌을 면제한다>
고 하면서 한철수와 안병수를 풀어줬다.
얼마후 안병수는 자기 생명을 구해준 한철수를 보은 하기 위해
한철수 집을 찾아갔다.
한철수 집에서 그의 누이동생 이화를 보자
아!~ 저 여자가 연광정에서 시를 읊던 여자구나!~~
병수는 연광정에서 이화가 나물을 캐면서
시를 읊는 모습을 보고는 상사병이 날 정도였는데
자기 생명의 은인 누이동생이라니 병수는
즉시 철수에게 이화와의 청혼을 부탁했고
철수도 병수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이화의 의견을 들어
그 자리에서 이화와 병수는 백년가약을 맺기로 약속했다.
이후 이화는 병수를 장래의 자기 남편으로 생각하고
병수도 이화를 아내될 사람으로 여기니 둘의 사랑은
날이 갈 수록 깊어만 가더라 병수는 삼일이 멀다 하고 이화를 찾았고
이화도 병수를 하루만 못 봐도 못 살 지경이었다.
급기야 병수와 이화가 결혼하게 될 거라는 얘기가
병수의 서모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 한철수 안병수 두고 보자 내가 너희 둘은 가만두지 않을 테다
하면서 서모는 죽은 자기의 아들
병기의 원수를 갚아 주기 위해 계교를 꾸민다.
음력 칠월 온 천지가 불에 달군 듯 푹푹 찌는 염천이라
하루는 병수가 철수를 찾아와 더위도 식힐 겸
능라도 대동강 변으로 낚시를 가지고 해서
철수가 집을 비운 사이 평양경찰서에서 제일 유명한
오창규(吳昌奎)라는 형사가 이화네 집으로 찾아와
아무도 안계십니까? 한다.
이화가 나가보니 오형사는 이화의 오빠 철수를 찾는다.
오형사는 집안을 뒤져보고 이화에게 하는 말이
평양 경제리에서 대낮에 살인사건이 났는데
<이애자>라는 여자가 대낮에 아랫도리는 벗겨진 체로
살인을 당했는데 그 여자 양손에 명함을 들고 죽었는데
그 명함은 안병수와 한철수로 되어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이화는 머리 회전이 빨라
서둘러 오빠는 지금 출타 중이니 없다고 했다.
오형사가 이화 더러 어디 갔느냐고 묻길래 이화는
중국에 장사하려 가서 언제 올지 모른다고 둘려댔다.
오형사는 미심쩍어하면서 집안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서
다음에 다시 조사하려 나오겠다고 하고는 돌아갔다.
오형사가 돌아가자 이화는 능라도로 철수와 병수를 찾으려 갔다.
철수와 병수는 낚시를 하고 있다가
이화가 갑자기 찾아가자 둘은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한다.
이화는 방금 평양경찰서 오형사가 집으로 와서
평양 경제리에 이애자라는 여학생이 대낮에 칼에 난자당해 죽었는데
그 죽은 여학생 손에는 명함이 쥐이어졌는데
김병수와 한철수 것이라고 하니까.
병수는 경제리면 우리 집 근처인데 하면서 머릿속에 잡히는 감이 있었다.
병수는 분명 서모의 짓이라고 확신하지만
물증에 두 사람 명함이 나와서 잡히면 전과도 있고 해서
분명 감옥에 갇혀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철수도 가만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경찰서로 가서 결백을 주장하고 싶지만,상황이 그렇지 않다.
전과가 있고 물증까지 나왔으니 진실은 결백이지만
상황은 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화가 생각해도 이건 분명 병수 씨의 서모 죽은 병기의 어머니 짓이나
병수 씨와 오빠가 잡혔다가는 무한한 고난을 받을 뿐 아니라
변명할 도리가 없으니 일단 두 분이 피신을 한 다음
범인이 잡히면 그때 두 분이 나타나면 어떠냐고 한다.
법학을 전공한 이화의 능력을 믿고 철수는 병수에게
진범이 잡힐 때까지 도피하자고 하면서 평양에 있으면 금방 잡힐 수도 있으니
일본 동경으로 피신 갔다가 진범이 잡히면 돌아오자고 한다.
병수도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같이 가면 위험하니 따로따로 가자고 하면서
그날 밤 행장을 꾸려 병수는 육로로 해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부산서 연락선을 타고 동경으로 가고
철수는 진남포에서 배를 타고 동경으로 떠났다.
둘은 동경에 가면 상야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거할 곳이 정해지면 편지 할 테니
이화에게 뒷수습이 잘되면 편지로 연락하라고 했다.
두 사람이 동경으로 떠나고 오형사는 하루에 한 번씩
이화의 집에 와서 철수의 동정을 묻고 간다.
오 형사는 병수와 철수를 만나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데
두 당사자가 없으니 사건은 오리무중이었다.
하루는 오 형사가 이화집으로 가서 철수의 동정을 묻는데
이화는 오 형사를 방으로 안내하고는 주안상을 차려
약주를 한잔 권하며 아직 범인을 잡을만한 꼬투리가 없느냐고 여쭈자
오 형사는 병수네 집에는 병기가 죽었으므로
병수의 서모와 그 집 에서 잡일 하는 일꾼 섬돌이가 있는데
서모와 섬돌이가 의심이 가서 서로 불러 문초를 했지만
죽어도 자기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니 물증이 없으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이화는 오 형사에게
범인을 잡을 계략을 가르쳐 준다.
그 계략은 이렇다.
오 형사께서는 병수네 집으로 가서
병수의 서모와 머슴 섬돌이를 불려 놓고
<사람이 죽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동자에 태양광선에 의해서
사진이 박힌다.죽은 피해자의 눈을 사진으로 찍어보면
살해 당시 진범의 사진이 박혀있다고 엄포를 주고는
거짓말 말고 진실을 고백하라>
고 문초하면 진실을 말할 겁니다 하였다.
오 형사가 들으니 정말 그럴듯한 계략이었다.
오 형사는 다음날 병수네 집을 찾아가
병수의 서모와 머슴 섬돌이를 불러놓고
이화가 가르져준 계략대로 문초하니
섬돌이는 벌벌 떨며 모든 일을 낱낱이 자백했다.
주인마님께서 명함 두 장을 주면서 이애자를 죽이고
명함을 쥐여주고 오면 된다고 하면서
모든 일이 잘 되면 장가도 보내주고 자기 집 재산도 떼주겠다고 하여
그리했다고 자백하자 서모도 병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러한 흉계를 꾸몄다고 순수히 자백했다.
두 죄인은 법원에 기소되고 오 형사는 범인을 잡은 공로로 일 계급 특진 되었다.
이화는 진범이 잡혔으므로 오빠 철수와 사랑하는 병수씨의 편지가
동경에서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웬일인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가도 두 사람은 소식이 없다.
이화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처 있는데 하루는
오창규가 찾아와서 이화에게 오빠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면 무슨 변고가 있는고로 자기와 결혼하자고 한다.
사실 오 형사는 이화집에 탐정하러 드나들면서 이화의 미모에 푹 빠져 있었다.
가끔은 형사의 직분도 팽개치고 이화에게 정욕을 품어볼까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이화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궁리를 늘 가지고 있었다.
끈질긴 구애에도 이화는 결혼을 약속한 병수가 있으므로
그의 청혼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하다 못한 오 형사는 철수를 탐정하는 과정에서
철수가 중국으로 장사하면서 대동 문밖 김문수로부터
꽤큰돈을 차용한 것을 알아낸다.
오 형사의 속샘은 김문수를 찾아가
한철수가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면
김문수는 이화네 집으로 달려가 돈을 갚으라고 할 것이고
돈이 없는 이화는 어찌할 방법이 없을 것이고
그러면 자기가 대신 갚아주고 이화의 마음을 돌려볼 심산이었다.
김문수는 오 형사로부터 한철수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즉시 철수네 집으로 달려가 이화에게
철수가 차용한 차용증 수결을 보여주면서
돈을 갚을 기한이 지났으니 빠른 시일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서 가산을 집행한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오 형사는 얼른 이화에게 우선 돈을 자기가
대납하고 철수가 오면 언제 되든지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이화는 간사한 오 형사의 말을 거절하자.
김문수는 법원에 가산을 집행 한철수 명의로 된 초간누옥을 압류한다.
졸지에 집을 잃은 이화는 진남포 항구에서 술장사하는 이모 집으로 갔다.
이모는 원래 평양기생으로 젊어서는 장삼이사의 귀염도
많이 받고 추월춘풍에 향락도 많이 했으나
꽃이 떨어지면 나비도 오지 않는다고 아름다운 얼굴에 주름이 들자
소슬한 문전이 한산하여 당장 먹고살기도 바쁘던 차
뜻밖에 나이 어리고 어여쁜 이화가 오자 마음속으로
대단히 반가운지라 저 이화를 이용하여 돈을 좀 벌어 볼 작정이었다.
이화는 이모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자세히 얘기한다.
안병수와 정혼한 사실, 안병수의 서모 때문에
오빠 철수와 안병수가 피신한 후로 오늘까지 소식이 없고.
오빠의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하여 갈 곳이 없어
여기까지 온 얘기를 하니 이모는 그 말을 듣고
자기 욕망에 더욱 적합한 고로 마음속으로 아주 기뻐하면서
밖으로는 아주 불쌍히 여기며 걱정하는 척하며 융숭한 대접을 한다.
이화는 그것도 모르고 오직 감사한 마음에 눈물만 흐를 뿐이다.
이때 오 형사 오창규는 이화의 용모를 한번 본 이후로는
이화를 사모하여 별별 수단으로 이화에게 청혼하였으나
듣지 않고 진남포로 이모 집으로 갔다는 것을 알아내고
하루는 진남포 출장을 얻어 권력과 금력을 이용하여
술장사하는 이화의 이모를 찾아가 이화와 혼인 중매를 부탁하고
만약에 성사가 되면 거액을 두둑이 준다고 한다.
이모는 그렇지 않아도 이화가 그 지경이 되어서 온 것을 기회로
한밑천 잡으려고 했는데 오 형사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으니 귀가 번쩍했다.
이모는 오 형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중매의 장담을 약속했다.
이때 마침 우체부가 편지 한 통을 들고 와
이 집에 평양 사는 이화라는 여자가 있느나고 한다.
이모는 그 편지를 받아보니 동경에서 온 편지로
이화가 그렇게 잊지 못하던 안병수의 편지였다.
그 편지는 평양을 경유하여 이곳까지 온 것인데
이모가 그 편지를 읽어본 즉
이화 읽어보오
총망이 떠난 후로는 서로 소식이 두절되어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은 이루다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간 모든 일이 잘되었는지요. 오빠의 소식을 아는지요
서로 헤어질 때 동경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였으나
아직 만나지 못했으니 도중에 무슨 사고가 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소
그때 종적을 숨겨가며 별고생을 다하여 부산에 도착하였으나
뜻하지 않게 장질부사에 걸려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하였다가
요행히 살아나서 오늘에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였소
그대 오빠는 어데 가서 어떻게 되었는지
내 마음 미안하고 송구할 뿐이오
일이 이렇게 되어서 이화에게 미안하오
오빠에게 연락이 왔는지요. 그리고 일은 잘되었는지
편지 받는 즉시 회답하여 주시기를 바라오
오매불망 이화를 못 잊어 쓸쓸한 여관방에서
잠을 못 이루나이다-병수
이화의 이모는 편지를 읽어보고 즉시 불에 넣어 버리고는
젊은 시절 멋쟁이들 우려먹는 솜씨로 능청스럽게 답을 쓴다.
병수씨를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였으니
부디 잊어달라는 내용의 위조답장을 이화의 필체로 써서
봉투의 주소대로 동경으로 보내고는 이화를 불려
좋은 혼사가 들어왔으니 결혼하라고 재촉한다.
그 혼사 자리가 평양의 유명한 형사 오창규라는 이모의 말에
이화는 몸서리를 치고 그런 말을 하는 이모까지 정이 뚝 떨어졌지만
너무 강경하게 거절하면 이모에게 눈치가 보여 화를 입을까 봐
유화한 언변으로 오빠 없이는 결혼할 수 없다고 분명히 거절한다.
며칠 후 밤중에 이화가 화장실을 갈려고 하는데 문밖에 어떤 사람 와서
이모와 소곤곤곤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들어보니 오창규와 이모의 목소리로
<...이화가 말을 듣지 않으니..>
<오늘 새벽녁에...들어가서..>
< ...겁탈을 해서..> <..알았다>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이화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옷과 소지품을 챙겨 뒷문으로 살며시 빠져나와
포구로 가서 인천 가는 배표를 사서 새벽에 인천으로 떠났다.
호호망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이화는
사정이 절박한 이 몸 이 행색이 무엇이뇨
이제는 오빠나 병수 씨로부터 편지가 와도 받아 볼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하면서 신세 한탄을 한다.
인천에 도착한 이화는 얼마 남지 않는 돈으로 서울 가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무작정 서울에 도착한 이화는
갈 곳이 없어 우연히 <부인 다과점>이라는 찻집에 들어갔다가
찻집 주인도 자기와 나이가 비슷해서 둘은 금방 친해져
흉금 없이 이야기를 터놓는데
찻집주인은 이화의 기구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기도 원래 고향이 평양으로 이름은 <이정숙>이라고 하면서
일찍이 부모를 잃고 무한한 고생을 하다
열세 살에 서울에 와서 유리걸식하는 중에
뜻밖에 은인 한 분을 만나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도 하였는데
주인집이 갑자기 폐가하는 바람에 학교를 그만두고
간호사가 되어 오륙 년고생 하다가
나이 이십이 넘어 지각이 차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
적은 밑천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얘기를 한다.
둘은 동병상련이라 이정숙은 이화를 자기 집에서 기거하게 하고는
간호사로 취직시켜준다. 이화는 열심히 근무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아 이정숙에게 생활비도 조금 보태주고
남은 돈은 앞날 자기 뜻대로 써보려고 한 푼도 남용하지
정성껏 저축해서 무궁한 세월을 하루 이틀 보내더라.
동경의 안병수는 어찌 되었는가?
그때 이화와 이별하고 한철수와 동경에서 만나자고 약조하고
헤어진 후로 고생을 다하여 십여 일 만에 부산에 도착하였으나
동경으로 갈 뱃삯이 없어 부두에서 노동을 하여
노자를 장만하느라 며칠 묵었는데 뜻하지 않게
유행하는 장질부사에 걸렸으나
하나님이 도우사 죽기를 면하고 살아나
두 달 동안 노동을 해 간신히 노자를 마련해서 동경으로 떠났다.
동경에 도착한 병수는 하숙집을 정해서 남은 돈을 다 맏기고
장래는 차차 벌어서 줄 테니 하면서
그 이튿날부터 직장을 구하려 다니는데 변변한 일자리는 없고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죽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는 이화로부터 편지 답장이 왔는데
그 편지는 이화의 이모가 쓴 위조 답장인데
병수는 이화가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박명한 이화는 병수 씨의 편지를 받아봄에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 금치 못하나이다.
사랑하는 그대와 우리 오빠를 이별한 후로
부탁하시는 말씀을 시행하여 장래에 행복을
누려볼까 하였으나 이화의 재주가 부족하여
백방으로 노력한 일도 헛되이 그대와 오빠는
결석판결에 무기징역을 받았나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깨지는 듯하나이다
그대와 오빠의 장래를 생각하면 어찌하면 좋을지
통곡하여도 시원치 않습니다.
그대가 고생한다고 하니 이화의 마음 형용할 길이 없으며
오빠의 소식을 모른다고 하니 이렇게 참혹한 일도 다 있습니까
그동안 이화의 고생도 이루다 말할 수 없나이다
오빠의 빚진 것에 가산을 집행당하고 진남포 이모 집에
의탁하고 있던 차 이모의 중매로 혼사가 결정되어
결혼을 앞두고 있나이다. 이런 와중에 병수씨의 편지를
받으니 난감하기 그지없고 병수 씨는 무기징역을 받은 고로
동경에서 고국으로 들어 오기는 힘들 듯하오니
그대와 결혼하기로 약조했던 언약을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화를 잊어주었으면 하나이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오니 섭섭하시겠지만
부디 이 사람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대뿐만 아니라 오빠와도 의절을 한 것이니 행여
오빠를 만나시면 이러한 사정을 전해주시오
만수무강하심을 바라나이다.
-한이화 상정
편지를 읽고 난 병수는 머리가 쪼개지는 듯 아프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이화에 대한 배신과 분노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리통을 마구 뒤흔든다.
오매불망 이화만 생각하고 있었던 지신이 한심스럽고 비참하고
삶의 희망마저 송두리째 날아가 벼렸다.
내 팔자가 이 지경이니 살아서 무었 하리오!!~
이화의 변신이 야속하구려!~~
그런데 철수는 어디로가서 소식이 없는고!!~
병수는 마지막으로 상야공원을 한번 둘러보고
준비해간 끈으로 사꾸라 나무에 목을 매었으니,
가련토다 아까운 안병수의 청춘이여~
인명은 재천이라 그때 마침 상야공원 한 모퉁이에서
자박자박 사람의 발소리가 나는 곳에 멋쟁이 여자 하나가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다.
그 여자는 동경의 유명한 조선 기생 영자다.
인물과 가무가 출중하여 동경 화류계에서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웬 남자 하나가 나무에 목맨 것을 보고 인정 많고 의협심이 강한 영자는
무서움보다도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화류계 여성이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은장도로 목의 끈을 잘랐다.
영자는 병수의 손을 잡아보니 아직 온기가 있어
인공호흡을 하니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기가 타고 온 인력거를 불러
병수를 태우고 하곡정 자기 집으로 갔다.
영자의 집은 영자와 친모 두 사람만 살고 있는데
영자는 집으로 데려온 병수를 잘 간호하니 병수는 의식이 금방 돌아왔다.
병수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정결한 방에 전등불이 환하고
비단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데 꽃 같은 아리따운 여인이
자기의 팔을 주무르고 있지 않는가.
이국에서 기구한 연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급격히 사랑하는 사이로 가까워졌고
영자는 돈을 벌어 병수를 공부시켜 병수는 대학생이 되었다,
급기야 둘은 결혼을 앞두게 되었다.
동경 최고의 기생 영자와 안병수의 결혼 소식은 순식간에
동경 유학생들 사이에 짝 퍼져 나갔다.
결혼을 약속하자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금슬은 견고한 돌과 같이 단단해져 갔다,
영자는 자기의 살을 깎아서라도 병수에 주고 싶고
병수의 마음은 영자를 항상 업고 다녀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병수의 팔자는 저렇게 펴이는데 서울의 이화는 어찌 되었는고?
이화는 병수가 동경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찌 알리오!
그토록 사랑하던 병수가 동경에 와서
영자를 만나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어찌 알리오!
<부인 다과점> 찻집 이정숙을 만나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던
이화는 병수와의 비장한 정회를 생각하니 심사가 적적하기 이를 데 없다.
무정한 세월은 여류 하여 서울에 온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어언간 사 년이 되었다.
하루는 병원 일을 하고 돌아온 이화가 벽장에 걸린 거울을 보며
거울 속에 비친 자기의 얼굴을 보고 혼자 한탄을 한다.
서울 온 지도 벌써 사 년이로구나 그동안 돈도 좀 모아 놓은 게 있으니
에라 이러고는 더는 못 살겠다.
동경으로 떠난 오빠와 병수 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내가 직접 동경으로 가서 찾아보리라 하면서
그동안 막역하게 도움을 주고 신세를 졌던
이정숙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는 동경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화보다 두 살 많은 이정숙은 이화의 동경행에 깜짝 놀라 하다가
이화의 자세한 얘기를 듣고는 여비에 보태쓰라고 하면서
두둑한 돈 봉투를 내민다. 이튿날 이화는 저금을 찾아 동경으로
오빠와 병수를 찾으러 떠났다.
동경으로 간 이화는 머무를 여관을 구해놓고
입방으로 수소문하고 노동자 집합소에도 찾아가 보는 등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오빠와 병수을 찾는데 정신을 쏟았다.
어느덧 동경에 온 지도 두 달이 지났다.
하루는 화도 나고 답답하여 상야공원에 바람을 쒸려나갔다.
공원 저쪽에서 한 무리의 유학생들이 오는데 이화는
같은 말소리가 분명 한국 유학생인 줄 알아차리고
앞으로 가서 혹시 유학생들 중에 안병수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안병수는 유명한 기생 영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
유학생 사회에서는 다 알고 있었다.
유학생 하나가 안병수는 동경 기생 영자가 학비를
보태주어 대학생이 되었다며
영자와 병수가 사는 집을 가르쳐 주었다.
이화는 그 말을 들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변해도 유분수지 병수가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약속하다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금방 냉정을 되찾아 어찌 된 영문인지 일단
병수를 만나보고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병수가 머무는 영자 집으로 병수를 찾아갔다.
이화를 본 병수는 깜짝 놀라며 대뜸 하는 말이
<당신은 무슨 낯짝으로 나를 찾아왔소.
그대 오빠의 은혜는 죽어도 잊을 수 없지만,
그대는 볼 필요가 없소.
내가 아무리 이 모양이 되었을망정
의리 없는 사람을 대하기 싫으니 어서 돌아가오>
하면서 노기 뛴 얼굴을 보이더니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화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의리 없는 사람으로 치면 병수 씨가 의리 없지
오매불망 병수 씨를 잊지 못해서 그리워 찾아온
사람을 보고 의리 없다니 이화의 가슴은 쪼개지고
원통하고 야속한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려 한치의 앞을 볼 수 없다.
에이 세상에 무정한 사람 저와 같이 무도한 사람에게 속아서
우리 남매의 신세가 하루아침에 망쳐 버렸구나.
너 같은 무정한 사람이 천복을 누리고 잘 사나 두고보자
하면서 돌아서는 이화의 가슴은 칼로 도려내는 듯 아프다.
풍천 바다가 호호망망하게 보이는 여관으로 돌아온 이화는
에라 장래에 희망이 없는 인간이 세상에 살아서 무엇 하리요.
모든 인연을 하직하리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비참한 지경에 빠진 것도
다 자연의 법칙이요.
세상을 버리는 것도 다 자연의 법칙이니
슬퍼하고 원통할 것은 없으나
오직 우리 오빠를 못 보고
서울의 이정숙에게 보은하지 못한 것이 한이로구나!!
이화는 동경에서 병수 씨를 만나면 입으려고 가지고 왔던
연분홍 공단 한 벌을 입고 여관을 나와
풍천 바다가로 가서 바다에 비치는 달을 바라보며
저기 있는 저 달은 내 마음 알 거야!
저 달 속에 오빠가 있구나!
나는 오빠를 만나러 간다 하고는
바닷물결에 비친 달그림자 바닷속으로 하염없이 들어간다.
이화의 외로운 혼령 누가 어루만져 주리오
바닷물과 하늘의 저 달 뿐이랴!!~
슬프고도 슬프도다 한이화의 일생이~
이때 이화의 오빠 한철수는 어떠하였던가?
철수는 이화와 작별하고 병수를 육로로 보내고
진남포에서 일본으로 가는 기선을 탔는데
대판항을 향하여 가다가 태풍을 만났다.
파도가 태산같이 오르는 풍랑에
배는 난파되고 사람들은 바닷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철수는 중국은 오가며 장사를 할 때 배를 타고
위험한 경험을 많이 겪어본 터라 정신을 가다듬고
옆을 보니 조그만 종선이 보이는지라 얼른 잡아타고
눈을 감고 죽은 듯이 누워 있으니 파도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그 요란하던 파도도 잠잠하고
눈앞에 우뚝한 육지가 보인다.
철수는 허기진 몸이나 육지를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급히 종선에서 내려 해안을 올라가 보니
보이는 것은 수목과 짹짹거리는 새소리뿐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울창한 수목은 야자수 나무라
분명 열대지방 무인도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그런데 별안간 중얼중얼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
사람도 같고 원숭이도 같은 것들이 한 떼가 무리 지어 오는데
발가벗은 몸뚱이는 온 전신이 먹칠한 것과 같이 검고
빤짝이는 흰 눈알과 뽀얀 이빨은 더한층 흉측하고 무섭게 보인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들끼리 이야기하며 지나가다가
철수를 보고 붙잡아 자기들 끼리 사는 마을로 대러 가
토굴속 에 가두고는 저들끼리 좋아라. 날뛰고
일부는 칼도 갈고 일부는 불도 피우며 좋은 음식 장만하는 듯 대단히 기뻐한다.
날뛰던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조용한 틈을 타
철수는 동여맨 문을 간신히 열고 기엄기엄 나와서
몸을 피해있는데 난데없이 중국인 한 떼가 약대를 타고 오는데
모두 무기를 가졌더라 검은 것들은 이 지역 식인종으로
철수를 요리해서 삶아 먹으려고 하다가
무기를 가진 중국인들을 보고 모두 숲 속으로 도망간 것이다.
철수는 중국으로 장사를 할 때 중국말을 대충하는지라
살려달라고 애원하니 중국인들은 철수를 약대에 태워
포도주와 음식을 주며 허기를 달랜 후 울밀한 총림으로 간다.
그 중국인은 이곳은 남양군도 중에 <마누쓰>라는 섬인데
토인들은 야만인이라 낮선 사람 잡아먹기를
돼지 잡아 먹는듯한다고 하면서 이곳에서는 무기가 없으면
생활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철수는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중국인들은 이곳 원산지의 약초를 재배 생산하는
기업인들로 철수의 자초지종을 듣고 우선 권총 한 자루를 주면서
당분간 이곳에서 일하면 월급도 준다고 한다.
착실하게 일한 철수는 월급으로 받은 돈을
착실하게 모아 저축도 하고 어느덧 사 년이 지났다.
철수는 그동안 주인에게 신세 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주인에게 말을 하니
주인도 그동안 정이 들어서 철수에게 금화를 듬뿍 주며 여비로 사용하라 한다.
철수는 몇몇일 배를 타고 동경의 풍천으로 와서 여관을 정하고
자기의 인생사를 돌아보니 기구하기 이를 데 없더라.
심란한 심사를 달랠 겸 바닷가로 나가서 담배 한 대를 피워 무는데
어스름 달빛 속으로 저 멀리 여인 하나가 가슴에 무엇을 움켜쥐고
허우적거리며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철수는 얼른 뛰어들어 그 여인을 구하여 밖으로 나와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이게 웬일인가?
이화가 아닌가.
<이화야! 이화야!~ 너가 정말 이화냐
네가 정말 이화라면 이곳에 어떻게 왔느냐
정신을 차리고 네 말을 좀 듣자>
하면서 철수는 이화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이화는 한참 많에 <오빠>하며 겨우 두 마디 하고는 정신을 잃고
두 눈에서는 눈물만 하염없이 흐른다.
철수는 이화를 여관으로 데리고 와서 자초지종을 묻는데
이화는 병수씨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자기를 배반한 일이며
서울에서의 생활 등을 자세히 오빠에게 얘기한다.
가슴에 움켜쥐고 있는 두꺼운 잡기장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그간의 지낸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였더라.
이화가 철천지한을 눈물로 기록한 일기장이다.
철수는 이화의 얘기를 듣더니 갑자기 가슴속 주머니에서
중국인이 준 권총을 꺼내 배은망덕한 안병수를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이화에게 병수집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이화는 오빠의 팔을 붙잡고 하는 말이
그럴 필요 없다면서 병수라는 사람은 내 마음속에서 떠났으니
그냥 두라고 하면서 또다시 사람을 죽일 순 없다고 애원한다.
그러면서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모든 것 잊고
옛날처럼 오빠와 의정 있게 살자고 한다.
순간 흥분했던 철수도 이화의 말이 옳아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동경을 떠나 평양로 가기를 결심한다.
동경을 떠나기 하루 전 이화와 철수 남매는
그동안의 회포를 씻어버릴 작정으로 상야공원에 갔는데
저쪽에서 세비로 양복에 금테안경을 쓴 남자와
얹은머리에 모자를 쓰고 하까마를 입은 여자가 걸어오는데
누가 보아도 그 둘은 병수와 영자더라.
병수는 철수와 이화를 보고
<아! 이게 누구요 당신이 철수구려> 별안간 달려들어 철수의 손목을 잡는다.
철수는 병수를 보기만 하여도 토막을 치려고 하던 터라
천만뜻밖에 병수를 만나니 분한 마음에
<오냐 너가 안병수냐!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
너도 사람이냐 의리 없고 무심한 놈아>
하면서 권총을 꺼내 병수에게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던 찰나에
이화가 병수앞을 가로 막는다.
철수는 이화를 보더니 권총을 내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
너는 끝내 그 지경이 되어도 병수많은 잊지 않는구먼 하면서 털썩 주저 앉는다.
이에 병수는 철수를 보고 놀라며 하는 말이
<여보 철수씨 아무리 분해도 내 말을 들어보오.
나도 의리를 모르는바 아니요.
나는 당신 은혜는 지킬지언정 이화와는 인연이 끊어졌소.
그동안 지난 일을 자세히 들어보오.
그때 이별 후 천신만고를 다 격고 간신히 동경에 도착 후
뒷일이 궁금한 고로 우선 이화에게 편지를 보내고
회답 오기를 기다렸소.
그 후 얼마 있다가 이화로부터 편지가 왔소.
당신은 저버리지 못 할지언정 이화는 용서할 수 없소,
편지를 받아보고 이화를 단념하고
이 세상을 하직할까 하여 이 공원에서 자결코자 할 때
저기 선 저 여자가 구원해 좋소.
다시 죽지 못하고 저 여자의 덕택에 학교를 다녀 졸업하고
그로 인하여 약혼까지 했소.
이화는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별로 잘못한 것이 없소.
이 편지좀 보시오.>
하면서 이화가 쓴 답장을 내어준다.
그 답장은 이화의 이모가 쓴 위조답장인데
병수는 정말 이화가 병수를 배반 한 줄 알더라.
철수가 그 편지를 보니 필적은 분명 이화의 것인데
사실은 분명 이화가 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고로
이화의 일기장을 내어놓고 편지한 날짜와 대조하여보니
그때는 벌써 이모가 이화를 꾀어 팔아먹으려고 하던 때라
철수는 깨달은 바가 있어 병수를 보고 하는 말이
<이봐라 나는 너를 비범한 인물로 알았더니
너가 하는 처사를 보니 하잘것없구나
너가 이화의 편지만 믿었지 이화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구나
이화는 너 때문에 폐물이 되었으니
이런 못된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이놈아 이것을 봐라 이화의 일기장이다>
하며 감상한 심회를 이기지 못하여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병수가 그 일기장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화는 과연 정정당당한 여자일 뿐 아니라
처사 범절도 대단하고 그 사이 고생도 많이 하였더라.
병수는 경솔한 처사가 후회막급이라
이화 앞에 가서
<여보 이화!~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지각없이 이렇게 되어서
당신을 몰라보았소 아무쪼록 이 못난 인간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비나이다>
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광경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던 영자는
혼인날을 받아놓고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공원에 데이트 나왔다가
뜻밖에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그제야 병수 씨가 얘기하던 이화라는 여자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영자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하늘이 도우신 것인데 누가 잘하고 못하고 따지지 말고
우리 어디 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하면서
그 일행을 데리고 상일관 요릿집으로 가는데
영자는 무슨 생각이 났던지 병수더러 나는 빠질 테니
당신만 가서 무한한 회포를 푸시구려 하면서 집으로 간다.
병수는 영자를 무한히 달래서 결국 네 사람은 상일관으로 갔다.
술잔이 순배순배 돌고 회포의 정은 밤새는 줄 모르더라 .
훗날 한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병수는 이화와 영자 두 여자를 아내로 맞았고
철수는 이화를 극진히 보살펴준 <서울 다과점> 찻집의
이정숙과 결혼해서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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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편의 영화를 본듯,^^
얽히고 섥힌 사연들이 결국은
풀리고 해피엔딩이네요
예나 지금이나
악한 끝은 없다는 말이 딱
정답입니다.
이화나 병수.철수중 누구하나
죽어 버렸으면 너무 안타까웠을 "능라도의 살인"
이것도 영화로 나왔던가
그랬다면 눈물콧물 엄청
흘렸겠네요
책임감에 의리있고
헌신적인 한철수가 젤
매력있네
이런책은 어디서 구했나요이가 아주 오래된 책 같은데촌이
누런
참으로 귀한것 같네
50여 년 전 송골 외갓동네 살때 외
저런책을 들고 읽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가 어쩌고 하시는걸 보니
지금생각하니 "장한몽" 이였던듯
세로줄에 써내려간 글씨도 거꾸로. . .
오래 간직하려면 보관도 잘 해야겠습니다.
유명 박물관이나 큰 도서관엔 귀중한 책이나
물건이 상하지 않게 공기조절을 위해서 일정한 온도를 맞추고
유지 관리에 철저하단 소릴 들었지요
세로 긴 글 옮기느라 무지 힘들었겠네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구한 것이니 30년은 훌쩍 넘었죠.
사실 우리 어머님 세대는 장한몽과 같이
최찬식의 <능라도>의 스토리를 아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내 유년 어머님께서 <넉나도> 참 재미있더라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넉나도가 뭐지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알고보니 넉나도가 아니고 능라도더군요.
장한몽은 일본소설을 번안하여 이수일과 심순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정소설인데
우리 어머님 세대는 거의 춘향전과 같은 귀에 익은 스토리죠.
소설에서는 상황묘사와 인물묘사가 빠지면 시체인데 다 옮기지도 못하고
긴 내용을 스토리 구성으로 압축하기가 창작보다 더 힘드네요.
원작에는 끝 부분이 이화가 정신병자가 되었다가
오빠를 만나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너무 진부한 감이 있어 스토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약간 개작
@남시학 책표지에 후배 이름보고
그런줄 알았어요.
긴스토리 압축하고 힘들게
올린 자료같아서
여러사람 보게 링크해서
동기밴드에 옮겼더니
답글은 없어도 조회수보니
많이 와서 읽고가네~!~~~
뜻깊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