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이름은 '차이코프스키 파드 되' 입니다.
'파드 되'는 2인무(남녀 주역 무용수)라는 뜻이구요.
파드 되 형식은 '아다지오(남녀 주역 무용수가 느린 선율에 맞춰 추는 춤) - 남자 무용수 베리에이션 - 여자 무용수 베리에이션 - 코다(남녀 주역 무용수가 빠른 선율에 맞춰 추는 피날레)'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중 여자 무용수 베리에이션을 들고 왔어요.
베리에이션은 원래는 클래식 음악 용어로 '변주곡'이라는 뜻인데, 발레 작품에서는 '기교적인 춤'을 추는 뜻으로 쓰입니다.
따라서 무용수들의 베리에이션은 무용수들이 자신이 가진 기량과 테크닉, 음악적인 감각, 춤선 등을 마음껏 뽐내는 부분으로 감상자들의 보는 눈도 참 즐겁습니다.
오늘 들고 온 작품의 음악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곡으로 여러 사연이 많은 음악인데, 음악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제외하고 발레리나들의 '춤'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함께 감상해보아요.^^
클래식 음악에서 예를 들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연주자들마다 해석이 다르고 연주의 느낌과 템포 등이 다른 이유가 '템포 루바토'라는 연주기법 때문이에요. 템포 루바토는 작곡가의 작곡 의도에 큰 훼손이 없는 한에서 악보에 근거하여 연주자 개인의 음악적인 철학과 연주해석을 가미해서 박자를 늘렸다가 줄이기도 하고, 템포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기도 하는 등 같은 음악을 두고 연주자들마다 다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이 담겨 있기에 수백년동안 내려오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애호가들이 질리지 않고 듣는 이유이지요.
발레에서 '템포 루바토'는 곧 '발레 메소드(발레 교육법)'에요. 언어에서 표준어가 파생되어 지역마다 방언이 생겼듯이 발레 메소드도 이와 같아요.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된 발레 메소드가 각 유럽에 전파되면서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이 있는 메소드로 발전을 했어요. 현재 세계적으로 공인된 발레 메소드는 모두 6개입니다. 따라서 어느 발레 메소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동작을 해도 춤선이 다르고 박자를 쓰는 게 다르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각도도 달라요.
발레 메소드는 러시아, 영국,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메소드가 공인되어 있으나 모두 프랑스어로 된 발레 용어만큼은 공통언어로 사용하고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영어가 공용어이듯이 발레의 세계에서는 프랑스어로 된 발레 용어가 공용어입니다. 그럼 발레 용어를 몰라도 발레를 재미있고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꿀팁!
첫번째 영상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 '알리나 소모바'의 <차이코프스키 파드 되> 중 여자 베리에이션이에요. 바가노바 메소드는 러시아 발레를 상징하는 발레 교육법으로 한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메소드입니다. 한국의 발레는 거의 바가노바 메소드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아발레부터 프로 발레단까지 한국에서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메소드에요. 다른 메소드보다도 바가노바 메소드는 '선의 예술'이에요. 모든 동작을 크게, 에너지를 아주 길게 씁니다. 영상을 보면 음악의 박자가 매우 빠른데도 발레리나가 발레의 모든 동작을 정확하게 다 보여주고 에너지를 아주 길게 써서 발레리나의 신체라인보다도 춤선이 더 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작품의 컨셉은 물고기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를 만든 것인데, 그럼에도 러시아 발레리나는 마치 물고기가 물 위로 올라가려는 듯이 가급적 신체 에너지를 천상에 닿으려는 것처럼 위로위로 올리고 있어요. 러시아의 발레가 대부분 신체를 위, 아래로 가늘고 길게 쓰면서 무용수들의 춤선과 에너지가 더 길어보이도록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릴때부터 고강도로 훈련을 받고 프로 발레단에 입단한 러시아 무용수들의 신체가 다른 나라의 무용수들에 비해 훨씬 몸매 라인이 가늘고 깁니다. 바가노바 메소드는 발레리나들의 신체 라인을 제일 예쁘게 만들어주는 교육법이에요. 러시아 발레리나들은 비주얼만으로도 감상자의 시선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바가노바는 해부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메소드이기 때문에 다른 메소드보다도 다리를 들어올리는 각도가 제일 높습니다. 러시아 발레학교는 입학생들의 손가락 유연성까지 체크를 하고 해당 조건이 안되는 아이들은 입학 허가가 안될 정도로 매우 엄격하고 기준이 까다로워요. 그래서 러시아 발레리나들은 손끝도 매우 유연하고 아름다우니 감상하실 때에도 발레리나의 손끝도 보면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끼실 거에요. 영상 속 발레리나 알리나 소모바가 전형적인 러시아 발레리나 체형으로 손가락의 유연성까지 뛰어난 발레리나에요.^^
https://youtu.be/0MflLwarHUA?si=luVmx3qHqZ83DUN1
두 번째 영상은 지금은 은퇴했지만 현역시절에는 아주 유명했던 영국 로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다시 버셀이라는 발레리나에요. 전세계 발레 메소드 중 영국의 발레 메소드인 'RAD(왕립무용원) 메소드'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다른 메소드와는 확연히 다른 영국만의 개성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메소드로 활기찬 상체의 움직임과 빠르게 구사하는 발스텝이 특징입니다. (영국 발레가 아주 재미있어요.) 영상 속 발레리나가 음악을 가지고 놀면서 춤을 추고 있는데요. 모든 발레 동작을 교과서처럼 보여주는 러시아와는 달리 영국 발레는 음악의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춤을 통해 음악으로 밀당을 하고 있어요. 완급조절을 하면서 동작을 늘였다가 음악의 템포보다도 박자를 더 쪼개서 춤을 추다가 다시 춤선을 늘였다가 또다시 박자를 쪼개서 춤을 추는 등 발레리나가 음악을 사용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게 영국 발레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러시아 발레보다는 다리를 들어올리는 각도는 낮지만 대신에 음악의 활기찬 느낌들을 감상자에게 훨씬 더 잘 전달하고 있어요. 물 속의 물고기가 파드닥거리면서 물기를 터는 것처럼 발레리나도 손끝으로 물기를 탁탁 털면서 춤을 시작하는 것을 감상하는 것도 묘미지요. 일렁이는 물결 속에서 나부끼는 발레리나의 치맛자락이 또하나의 아름다운 춤선이 되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발레는 중간중간에 무용수들이 인사를 해요. (레베랑스) 영상 속의 발레리나 다시 버셀도 베리에이션이 끝난 후 무대 뒤로 들어갔다가 다시 무대 위로 나와서 관객들에게 레베랑스를 하는데, 이 레베랑스가 관객에 대한 예의이자 발레에 대한 경의이기도 합니다.
(영상에서 5분 55초부터 7분까지 다시 버셀의 베리에이션입니다.)
https://youtu.be/zRLulvgeASw?si=cZWSHACWqvkoqdGm
마지막 영상은 현재 영국 발레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발레리나 마리아넬라 누네즈가 춘 '차이코프스키 파드되'에요.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누네즈는 그 어느 발레리나들보다도 춤을 행복하게 추는 발레리나에요.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연습실에서 춘 춤인데도, 춤추는 게 행복해보이니 감상자의 마음도 함께 행복해지더라구요.
누네즈가 그만큼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네즈 베리에이션은 5분 9초부터 5분 53초까지입니다.)
https://youtu.be/kvo5mbecQ60?si=4mrjueIqrMhnhqGw
첫댓글 오랜만에 발레에 관한 글을 올려주셨네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죠?
그런데 사진이 전부 까맣게 나오고 있네요~ㅎ
영상 다시 올렸어요~^^
잘 지내셨지요?^^
역쉬~
영상이 뜨니 확~ 살아나네요
언제 봐도 우아합니다
네. 모든 춤선이 우아한게 발레만이 가진 매력같아요~^^
넘 예쁘다
한동작만이라도 추어보고싶은 소망
해설을 읽고 감상하니 아름다움을 깊게 감상할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각 메소드마다 특징이 있어서 이것만 알고있어도 발레를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