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도록 활짝 핀 벚꽃들을 지나 5.16도로를 굽이굽이 돌아 서귀포 하논에 도착했다.
들어서는 입구를 세번이나 놓친 끝에 하논 분화구를 볼 수 있었는데 '제주에도 이렇게 너른 들판이 있었구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눈으로 몇 번 담고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사진으로 몇 컷 찍어 두었다. 순간, 하논 분화구와 제주를 서양에 알린 외국인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교수님이 내려오라는 소리에 다급하게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차분하고 흐트러짐 없이 하논 분화구를 시작으로 제주를 서양에 알린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왜 하논인지 이유있는 해답을 풀어 주셨다.
제주 지질 역사를 품은 하논 분화구
하논은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마르형 분화구이다.
마르형 분화구는 수증기 폭발 또는 마그마와 지하수가 접촉해 원형으로 폭발이 일어나 형성 되었다. 폭발 과정에서 생겨난 쇄석물들이 퇴적되어 주위에 비해 비고가 비교적 낮은 특성이 있다.
마르형 분화구에는 샘이 존재하므로 비가 올 경우 물이 고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호수 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곳을 부를때는 '넓은 화로 같다'해서 '홍로'라고 불렀다. 그래서 서쪽은 서홍동, 동쪽을 동홍동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논 분화구 형성시기는 5만년에서 7만 6천년 이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분화구의 크기는 동서 1.8km 남북으로 1.3km에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를 이루고 있다.
지질층은 이탄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마르형 분화구는 독일에서 많이 볼 수 있으나 하논 분화구는 한반도 최대, 한반도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로서 제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논 분화구는 이중화산으로 '보롬이' 오름과 삼매봉을 보면 알 수 있다. 분화구내 중앙부에 있는 보롬이 오름은 육상화산으로 스토리아콘 송이화산으로 되어 있다. 높이는 85.4m이다.
삼매봉은 화구벽에 해당하는 외륜산이고 분지 지형을 이루는 하논이 화구원에 해당한다.
삼매봉은 수명을 관장한다는 남극노인성 (카노푸스, 수성, 남극성)을 볼 수 있는 남성대가 있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토정비결을 쓴 이지함선생도 남극성을 보러 왔으나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하논의 생태계
하논은 제주도에서 몇 안되는 논농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제주도 방언에서 많다를 '하다'로 표현하는데 '많은 논'-->'하논'으로 변형되고 한자로는 '대답' 이라고 한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풀꽃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논에서 퍼져 자라는 자운영꽃은 땅을 개선하고 거름이 되어 주는 꽃이라 한다. 또한 다양한 곤충과 간혹, 매와 독수리도 너른 들판을 날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렇듯 하논 분화구는 습지 생태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동 식물과 습지 퇴적층을 간직하고 있어서 보존 가치가 높다.
복원산업을 추진하더라도 제주의 자연자산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를 서양에 알린 외국인에 대해 알아보자면
식물학자 에밀타케 신부(한국명: 엄택기)
사진출처, 위키백과
프랑스에서 24세에 신부가 된 에밀 타케는 한국에 발령을 받아 부산을 시작으로 1902년 제주 서귀포 호근동 하논 성당의 세번째 주임신부로 부임을 받게 된다.
에밀 타케가 들어 올 쯤 제주도는 신유교란(이제수의 난)을 치른 뒤라 천주교에 대한 반감이 강한 때였다.
성당은 비가 새고 신자들은 반으로 줄어둔 상태였다. 타케 신부가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 맞다뜨린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는데 일본에 있는 포리 신부의 권유로 해안가, 중산간, 한라산에서 식물채집을 하게 된다. 타케는 제주 식물 7000여종을 채집하여 유럽학계에 보내게 된다. 이것은 제주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데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타케 신부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관음사 인근의 왕벚나무가 제주가 자생지임을 밝혀 낸 것이다.
또한 왕벚나무를 포리 신부에게 보냈는데 포리 신부는 보답으로 온주 밀감 14그루를 보내주었다. 이것은 서귀포 밀감의 시초가 된다.
타케신부는 한라산 일대에 퍼져있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발견하여 세계적 권위자에게 보고를 한다.
제주에서는 구상나무를 바닷가에 성게와 같다고 하여 '쿠살낭'이라고 불렀는데 일본에서 구상나무라 칭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생지가 제주임이 밝혀졌지만 종자 소유권이 독일로 넘어가면서 구상권을 지불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크리스마스트리 메디인코리아, 어네스트 윌슨
사진출처, 블러그 숲해설과 순례
1917년 제주를 찾은 윌슨은 한라산에서 군락하는 구상나무를 발견하고 그 표본을 기준으로 1920년 한국 특산인 신종으로 발표한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것이다.
구상나무가 외국의 한 식물분류학자에 의해 전 세계에서 제주도 한라산과 한반도 남부 지방에만 자라는 한국의 특산 식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윌슨이 명명한 구상나무의 학명은 '아비에스 코리아나' 즉 '한국 전나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신종 기재문에서 구상나무를 한국의 식물상에 가장 흥미로운 종 중에 하나라고 기록했다.
이렇게 제주의 구상나무가 알려지게 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가 높다하니 매우 가슴 뿌듯한 일이다.
사진은 어네스트 윌슨이 1917년 구상나무 채집 때 제주도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오른쪽에 정낭이 보인다.
제주의 빠삐용 하멜
네덜란드 호린험에 세워진 하멜의 동상.사진출처, 나무위키
하멜은 조선 효종 때 배가 난파되어 제주에 표류하게 된다. 이때 조선은 난파로 들어온 서양인은 돌려 보내지않는다는 법을 정해 놓았다. 조정에서는 박연을 보내 훈련도감에 정착시키려 했지만 탈출을 시도하는 바람에 강진으로 귀양 보내진다.
박연은 조선에 귀화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다. 그는 조선에서 무기나 화포를 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하멜은 여러차례 탈출을 시도한 끝에 13년 만에 성공을 하여 일본을 경유하여 암스테르담에 가게 된다.
<하멜 표류기>는 동인도 회사 근무시 13년간 억류당한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쓴 첨부 자료이다. 이 보고서는 네덜란드, 독일, 불어, 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가 되면서 여러 나라에 알려지게 된다.
제주도를 비롯한 코리아를 유럽 전체에 알린 최초의 조선 견문록이다.
하멜이 들어 왔다고 하는 안덕면 사계리에 배(스페르베르)를 만들어 세웠는데 현재는 철거된 상태이다. 실제로 하멜이 들어 왔다는 곳은 대야수(신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추진중에 있다고 한다.
한라산을 알린 지그프리드 겐테
사진출처, 제물포구락부
독일의 지질학자이며 쾰른 신문기자이다. 조선에서 일본을 드나들며 한라산을 보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들어 온다.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한라산을 등정하여 2개의 기압계로 한라산 높이를 1950m 라고 최초로 측정한 인물이다. 겐테는 강원도, 서울, 제주를 방문하여 <한국 지그프리드 겐테 박사의 여행기>와 베게너가 쓴 <겐테의 제주 여행기>를 발간하게 된다. 단 2개의 기압계로 지금의 측정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는 것이 실로 놀라웠다. 그리고 어릴적 한라산 높이를 외운다고 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1)번만 구(9)경 오십(50)써양! (한라산 한번만구경 오세요)'
문화탐방해설사11기 심화반 동기분들, 예쁘고 잘생겼다!!!
'제주를 서양에 알린 외국인'을 정리하며 일본의 경우는 윌슨이 비를 피하기 위해 보냈던 곳을 '윌슨의 그루터기' 명명하고, '삼나무 윌슨 공원'을 조성하여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주도도 에밀 타케의 업적을 재조명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라 한다. 제주가 가진 자연 자산과 제주에 업적을 남긴 에밀타케와 조화를 이룬다면 제주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자세한 후기 잘읽었습니다.
기억이 새록새록...
수고하셨읍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
하논 분화구 안에서 보는
한라산의 풍광은 그야말로
탁트인 호쾌함과 장엄함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데~~
꼭 한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조곤조곤 선생님 답게 잘 쓰션네요~^^
미세먼지가 나빴네요 ㅎㅎ. 맑은 날 다시 가서 그 가슴을 후벼파는 그 풍광을 보고 싶네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
김교수님의 해설 녹음을 듣는 듯 자상하고, 읽는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기억을 되살리는 답사 후기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하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습니다. 다시 하논을 다녀 온 듯 한 저녁 입니다.
세번 핀다는 동백꽃도 생각나구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해" 꽃말도 지워지지 않네요~~
동백꽃 이야기를 빠뜨렸네요. 덧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동백은 제주 4월의 꽃이기도 하죠. 마침 오늘은 4.3추념식이 있는 날이네요.
세세하게 작성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블러그 잠깐 훔쳐 보고 참고했어요.ㅎㅎ
며칠 지나서 가물가물 해지고 있었는데 자세히 써 주신 후기 읽어보니 또 정리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좀 늦게 올리다 보니 저도 기억을 짜내느라 힘들었어요ㅠㅠ. 감사합니다^^
참 흥미로운 주제였고 선생님의 글도 재미있게 잘 읽어집니다.
한번 구경 오십서양 으로 인해 저도 이제 한라산 높이 잊어버리지 않을것 같아용
고맙습니다^^
선생님 표정, 말투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문탐11기 분들 이것 저것 챙기시느라 고생많으셔요.
정말 글을 예쁘게 쓰셨네요~^^ 날씨도 좋고 줄거운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