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문대가 사랑한 고근산과 한반도 유일의 마르(marr)형 분화구인 하논 분화구를 탐방하는 날이다.
사나흘 간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한라산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공기가 탁해 걱정하면서 카풀 선생님들이랑 얘기를 하며 출발했는데 조금 늦게 도착했다.
여느 때와 같이 탐방 전 체조로 수업 시간을 알렸는데요, 오늘은 아주 오래전에 했던 국민체조를 시작으로 상쾌하게 일정을 시작했다.
1. 고근산
탐방로 입구에서 바다 쪽을 보았는데 손에 잡힐 듯 범섬이 가까이 보였다.
고근산의 유래는 범섬이 가까이 보이는 마을이라 하여 호근리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근처에 산이 외롭게 혼자 서있다 해서 외로울 고(孤) 자를 써서 고근산(孤近山)이라 한다.
최근에 한자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때부터 아주 일찍이 고근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고근산은 표고 396m, 비고 171m로 비교적 높은 오름이며 분화구는 원형이다.
고근산은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어서 주민들의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고, 제주 올레길의 한 구간(7-1)에 포함되어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탐방로는 계단으로 정상까지 연결되는 길과 계단 없이 올라가는 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계단이 없는 오솔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오솔길 왼쪽에는 돌담으로 되어 있어서 운치가 있고 정겹게 느껴졌지만,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곳에는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상수리나무와 파리가 수분한다는 사스레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식생하고 있었다.
나무숲 사이로 유난히 연초록의 빛을 발하는 나무가 있었는데 단풍나무였다. 갓 돋아난 새순이 꽃은 아니지만 예쁘고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길옆에 제피나무와 산초나무도 이곳의 일원이었다.
제피나무와 산초나무가 있는데, 가지의 가시가 마주 보고 있으면 참제피, 가시가 어긋나면 개제피, 제주에서는 참제피는 제피라고 하고, 개제피는 산초라고 한다.
산초는 경상도에서 추어탕에 꼭 들어가는 재료라고 합니다. 제주에서도 자리물회에 제피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이유는 비릿한 냄새를 없애 주고 또한 유해균을 억제하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숲을 어느 정도 지났을까 민눈양지꽃, 미나리아재비, 각시붓꽃, 멀꿀 등 야생화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와 꽃들을 구경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한라산이 제일 높게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곳에서 한라산을 보면 연인의 얼굴 같다고 한다. 설문대 할망이 머리를 뒤로 쫙 펼치고 누워 있는 모습, 오늘은 시야가 좋지 않아 짙푸른 녹색의 한라산은 볼 수가 없었지만 한라산의 능선이 동서로 끊임없이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웠다.
정상부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북동쪽으로 솔오름과 한 여인의 애통한 사연이 담긴 조면암으로 이루어진 각시바위와 남쪽으로는 서귀포시가지 모습과 문섬, 섶섬, 지귀도가 보인다. 범섬은 정상 부근에 나무들이 자라 가려서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한라산 정상 밑에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보이는 오름이 시 오름이라고 하는데, 숫오름이 수 오름으로 부르다가 시오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제주사람들은 원추형 오름을 숫오름, 원형 분화구를 암오름이라고 하여 숫뫼, 암뫼라고 하였으며, 암·수 음양으로 구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근산에도 전설이 있는데, 설문대 할망이 심심할 때면 한라산을 베고 누워 고근산 분화구에 엉덩이를 얹어 놓고,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설문대 할망이 고근산을 사랑한 이유도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서일 것이다.
▶ 여기서 질문
설문대 할망의 키는 얼마나 될까?
힌트를 드리면 제주도는 동서로 74km, 남북으로 32km인 타원형이다. 한라산을 제주도의 중심으로 봤을 때 대략? 몇 km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근산 분화구를 따라 서귀포의 전경을 조망하면서 내려오다가 정상부 남쪽 밑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희미하게나마 가파도, 마라도, 산방산 등을 볼 수가 있었는데 시야가 좋이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고근산 바로 밑에 강창학 구장이 있었는데 월산오름 정상을 깎아 경기장을 만들었다고 하고, 368개의 오름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보호 규정들이 없어 오름뿐만 아니라 곶자왈도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고근산을 뒤로하고 하논 분화구로 향했다
2. 하논 분화구
하논 분화구는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제주 방언에 "많다"를 " 하다"로 표현하는데, 하논은 "논이 많다"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자로는 "큰 논(大沓)이라고 한다.
이 분화구는 용암 분출로 생성된 일반적인 화산 분화구와는 달리 마르(Maar. 폭렬) 형 분화구로 화산체의 분출 없이 깊은 땅속에서 지하수가 뜨거운 마그마를 만나 폭발하여 형성된 것으로 지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이다.
일반적으로 마르형 분화구는 물로 채워져 있으며, 얕은 분화구 호수를 형성하는 데 이를 마르형 화산이라고 부른다.
지질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 전까지는 분화구인지 몰랐다고 한다.
분화구의 규모는 동서로 1.8km, 남북으로 1.3km의 타원형 화산체로 매우 큰 화구가 특징이며, 형성 시기는 5만 년에서 7만 6천 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논분화구 내에 알오름이 있는데 육성 화산체로 이곳이 이중 화산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화구 내에 있는 알오름을 이곳 사람들은 보롬이 오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2002년에는 분화구에 야구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철회하는 등 각종 난개발로 인한 하논 분화구의 외형 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6년 이후 제주도에서도 5만 년 전으로 복원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논 분화구 내에는 물이 있어서 수성 식물과 곤충들이 많아서 그런지 백로로 보이는 새들이 찾아와 있었다
하논 분화구는 습지 생태계가 형성되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고, 퇴적층은 시대에 따른 식생과 기후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 한반도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로 보존가치 높다고 한다.
제주의 소중한 자연 자산을 훼손되지 않게 잘 보호되었으면 한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50년도 더 지나서 만난
국민체조~ ㅎㅎ
음악이 낯설지가 않더군요.
세대에 따라 조금씩 동작이 달라
역시 사용연한이 가장 오래인게
티 나 부럿스요 ㅋㅋㅋㅋ
즐거운 탐방이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예쁜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에요~
올라가면서 마주한 꽃들도 예뻤고. 좋아하는 연두연두한 단풍나무도 많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답니다.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요^^
어릴때 많이 갔던 고근산이지만 그때는 이렇게 예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좋은 후기 감사드립니다~
허은희 샘의 고향마을이라 더욱 정겨웠던 고근산. 예전에도 올라보았지만 교수님과 해설사님들 함께하는 과정은 퀄리티가 다릅니다
사진에 직접 텍스트를 써놓는 세심한 배려심이 각별하네요. 사람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후기네요.
하논에 얽힌 이야기들도 새로웠습니다.
부대영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고근산은 처음 갔었는데 여러 이야기들이 함께 하니 다시금 또 가고싶네요 ^^ 꽃사진도 넘나 훌륭하셔요 !! 글 감사합니다~~~
설화가 터무니없다고 생각이 들으면서도 자꾸 믿게되고 설문대모습이 그려지네요. 또 한번 오름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터전이라고 느끼는 수업이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못가봐서 아쉬웠는데 글로 대신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