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시간관-고대 중국문헌에 나타난 시간개념을 중심으로-이향만/카톨릭大 ykl1215 ・ 2023. 12. 22. 18:40 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I. 서론 II. 본론 1. 수행적 시간성 2. 형이상학적 시간성 3. 의례와 우주론적 시간성 4. 천문을 통한 시간 측정과 인문성 5. 공간과 시간의 조화로서 풍기 風氣 론과 율력 律曆 사상 III. 결론 I. 서론 시간에 대해서 물을 때 우리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물리적인 시 간 역사적인 시간 어떤 정황의 때와 짝 개념인 공간과의 관계 정도이다 . 고대인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시간은 정적 이면서도 동적이며 양적이면서도 질적이다.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동서양이 공히 어느 정도 존재인식의 조건에 대한 철학적 사변이 발달한 후에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 따라서 중국철학사에서 시간을 주제로 한 철학적 논구가 나타난 것은 보편적 사유가 나 타나면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삶의 조건과 사태에 대한 객관적 추론을 통해서 나타난 철학적 사유와 병행된다. 중국철학사에서 시간에 대한 보편적 사유에 가장 먼저 눈 뜬 이들은 묵가계열 의 철학자들이다 . 동아시아인에게 익숙한 상관 개념인 우주(宇宙) 는 바로 공간과 시간을 결합한 개념으로 기원전 2세기 초 회남자에 나타나고 있다 .1) 1) 淮南子 齊俗訓 ,往古來今謂之宙 四方上下謂之宇. 이에 따르면 우주는 도 (道 )가 운행되는시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인도 (人道 )를 포함하는 천도 (天道)가 운행 되는 시공간으로 공간을 점하는 존재자는 존재성을 지속시키는 한 에서 본질적으로 존재자로 남아있을 수 있다. 따라서 멈춤과 지속을 나타내는 지(止) 와 구 (久) 가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 다. 후기 묵가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시간적 개념을 정의하고 형 이상학적 논구를 시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앞서 존재하는 것은 변화한다는 역(易)의 철학적 대전제 하에서 철학적 사유를 수행한 중국철학자들에게 시간 개념은 결코 양적으로 모든 대상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선험적 표준이 아니었다. 변화가 가지고 있는 질적인 차이를 주목한 철학자들은 대상들이 경험하는 시간의 질적인 차이를 일찍부터 인지했다고 할 수 있다 . 더욱이 삶의 정황 을 중시한 유가 철학자들은 그 적시 (適時) 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 게 여겼다. 이러한 사유는 시간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수행적 의미 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도록 도왔다. 따라서 삶의 양식을 중시한 공자의 철학적 사유에서 시간성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공자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이후의 선진시대의 철학자들에게 시간성이 어떻게 논구되고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역사와 관련하여 공자가 춘추 (春秋) 를 저술했다고 하는 것은 고대 중국인이 남다른 역 사의식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적 사실을 편년체 ( 編年體 )로 기록하고 선악의 대의명분을 밝혀 후세의 존왕(尊 王)의 길을 가르쳐 천하의 질서를 유지하려 한 것을 목적으로 삼음으로써 이는 춘추의 필법 으로 일컬어졌다. 후대에 기원 전 90년경에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는 245개의 왕조에 대한 역사적 저작물로 다른 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역사의식을 보여주며 이러한 전통은 1736년에 완성된 명사 (明史)로 끝을 맺게 된 다. 이러한 역사 의식은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 저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사기 는 왕조의 기본 연대기뿐 만이 아니라 동시에 천문학 경제학 관리 조직 행정 지리학 치수 세금 및 통화문제 법률 그리고 개인 전기와 같은 특수 주제에 대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시간성에 대한 상관적 이해의 지평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시간 측정과 관련하여 고대 중국에서 천문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은 천문성수학 ( 天文星宿學)과 천문역산학 (天文曆算學) 이다. 천문성수학은 전통적인 천문사상을 나타내는 칠요 (七曜 )인 일월 (日月) 오성( 五星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 이 인간의 삶과 관계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로 삼원(三垣) 2)과 28수( 宿)의 별자리로 천문을 이해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신앙적인 점성술과 천체운행의 법칙에 대한 이해가 복합되어있다. 2) 하늘의 영역을 구분하여 중심에 있는 삼원 (三垣) 은 자미원 (紫微垣) 태미원 (太微垣) , 천시원 ( 天市垣 ) 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28수(宿)로 이루어져 있다. 자미원은 하 늘의 황궁으로 그 안쪽에 천추성 (天樞星,북극성) 과 북두칠성을 가지고 있으며 뭇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태미원은 정무를 보는 조정으로 가운데 다섯 별자리가 왕조의 변화를 말해 준다하여 오덕종시설 (五德終始說)이 나타났다. 천시원은 종실제후를 거느린 하늘의 도시를 묘사하고 있다.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12, 138-148 쪽 참조. 이에 비해 천문 역산학은 상서 요전 이 말하는 바대로 역은 일월성신을 관찰하여 백성들에게 시기를 알려주는 것이다 ( 曆象 日月星辰 敬授人時) . 따라서 별을 고 찰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며 역법의 발달은 천체운행의 관찰에 대한 과학적 기술이 발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한 때 황실 천문대를 사천감 이라 명명한 이후로 사천감 (司天監)의 수장을 태사령 (太史令) 이라 하였는데 사마천의 직책이 태사령인 것을 보면 천문과 역사를 깊은 상관성을 갖고 받아들였음이 나타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천문학을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한 것이 천문역학(天文易學) 이다 . 역경 계사전 에서 말하듯 그 의미는 우러러 천문을 관측하고 굽어 지리를 살핀다(仰觀天文 俯察地理)에 함축되어 있 다. 이는 천지 변화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도덕수행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의적 점복과는 거리를 두는 의리 (義理) 역학이라 할 수 있다. 3) 3) 김일권 앞의 책 40, 46, 51 쪽 참조 . 고대 중국문화에 나타난 시간관은 니덤(Joseph Needham, 1900~ 1995)이 언급한 바와 같이 타 문화와 분명히 구별되는 점을 보이고 있다 . 따라서 본고에서는 불교의 영향 이전에 나타난 중국의 고유한 시간관을 고대 문헌을 중심으로 수행적, 형이상학적, 의례적 그리고 시간 측정과 관련하여 천문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마지막으로 고대 중국의 시간관을 시간과 공간의 조화와 관련된 율력의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II. 본론 1. 수행적 시간성 철학적 사유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공자의 어록인 논어에 나타난 시간 개념을 통해 원형적인 시간성 개념에 접근할 수 있다. 논어 에 나타나는 시간성 개념은 천지의 변화에 내재하고 있다. 공자는 시냇가에서 물의 지속적인 흐름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구나" 4)하며 자연의 변화에 따 른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언급한 바가 있다. 4) 論語, 子罕, 子在川上曰 逝者 如斯夫 不舍晝夜 이러한 언급은 단지 변화 속에 내재된 시간성의 이해에 다다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에 따른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다음 의 언급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련다 자공 子貢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만일 말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이 어떻게 도 (道) 를 전하 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사시(四時) 가 운행 (運行)되고 온갖 물건이 자라난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 5) 이 언급에서 공자는 사계절의 운행을 유비적으로 본받고자하는 수행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천도(天道) 를 유비적으로 본받는 인도(人道 )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시간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나타 나는 천지의 변화에 따른 도를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수행적 삶 을 살아가는 것에 있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천지 의 변화이다. 인간 역시 만물과 더불어 시간과 더불어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존재이다. 후대의 기록이지만 도덕경 1장에 도와 천 지의 시작에 관한 분명한 언급이 있다. 무명천지지시 (無名天地之 始) 유명만물지모 有名萬物之母 ) 6) . 5) 論語, 陽貨, 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 6) 이 문장은 무 와 무명 무명천지로 끊어 읽는 데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무는 천지의 시작을 이름하고 도의 무명은 천지의 시작이고 도는 무명천지의 시작이고 로 해석할 수 있다 . 시간성의 시작이 도의 운행과 관 련되어 있으며 천지가 이에 대응한다. 이는 태초를 말하기보다는 천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시점들이 도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도의 운행을 따르는 것이 수행이다 . 시간과 수행성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잘 나타낸 언급이 논어 첫 어록에 나타난 학이시습의 시습 (時習) 이다. 일반적으로 때때 로 익히다로 번역하는 시습 에는 단순한 반복함을 넘어서 정황에 맞는 수행을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배운 바를 정황에 맞게 수행했을 때 참된 내적 기쁨을 맛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 유사한 내용이 같은 학이 편에 있다 사민이시( 使民以時)’이다 . 백성에게 때에 알맞게 일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통치자는 백성들의 삶 의 정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시간 개념은 그리스의 시간관인 카이로스(kairos)와 유사한 질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고백한 내용이 위정 편에 잘 나타나있다.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뜻이 확고하게 섰고 마흔 살에 사리 (事理)에 의혹 (疑惑)이 없었으며 쉰 살에 천명 (天命)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듣는데 거슬리는 것이 없었고 일흔 살에는 마음대로 하여도 법도 (法度) 를 넘지 않았다. " 7) 이 고백은 일반적으로 보통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이상적 삶의 여정이지만 삶에 적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해야 할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나 통치자에게 있 어서나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른 선후의 수행적 질서는 군자가 되려는 이에게 요구되는 삶의 질서이다 . 공자는 삶의 질서 행 위의 인과관계를 잘 파악하고 행위 해야 함을 도덕적으로 강조하 고 있다: “자공이 군자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일을 행한 후에 말을 하는 사람이 군자이니라.”8); “해야 할 일을 먼저하고 소득을 뒤로하는 것이 덕을 높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따지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이 사특함을 없애는 일이 아니겠는가 ?일시적인 분노로 인해 자신을 잊어 화가 부모에게까지 미친다면 미 혹된 것이 아니겠는가?”9); “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 禮樂 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 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10) 7) 論語 ,爲政, 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8) 論語, 爲政,子貢問 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 9) 論語, 淵顏, 先事後得 非崇德與 攻其惡 無攻人之惡 非修慝與 朝之忿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 10) 論語, 子路,事不成 則禮樂不興 禮樂不興則刑罰不中 刑罰不中 則民無所措 手足. 따라서 일의 선후를 아는 것은 수행의 조건이다. 이는 통치자에 게 있어서 더더욱 중요한 지적 덕목이다. 그 효과와 영향이 백성들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화와 통치제도의 시행도 모두 적절한 때와 더불어 그 가치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를 잘 실천한 성왕은 탕왕(湯王) 이다 . "따르면 탕왕에게서 원형적인 중(中) 개념이 나타난다. 탕왕은 중을 잡으시어 어진 이를 등용하시 되 부류를 따지지 않으셨다(湯執中 立賢無方)". 집중은 본래 윤집 궐중 (允執厥中) 으로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해준 것으로 이후 순 임금이 우왕에게 그리고 우왕이 탕왕에게 전한 통치의 가장 중요 한 요목이라 할 수 있다. “ 순임금이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 하니 마음을 정일하게 하여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11)고 한 것은 결국 윤집궐중 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때에 맞게 통치하고 처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역 계사전에도 때를 기다려서 행동하라는 구절이 있다. 중용에도 때에 처신과 도리를 강조한 개념인 시중 (時中) 이 있다. 시중과 관련하여 군자(君子) 와 소인(小人 ) 의 삶의 태도를 중용 과 반중용 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군자는 내면에 실력과 도량을 쌓아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하여 때가 왔을 때 움직여야 한다. 때를 아는데 어찌 이롭지 못한 결과를 얻겠는가?”12) 중니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중용하며 소인은 반중용한다 .군자의 중용은 군자로서 때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고 소인의 중용은 소인으로서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것이다.”13) 11) 尙書, 虞書, 大禹謨,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12) 周易 ,繫辭傳, 君子藏器於身 待時而動 何不利之有 13) 中庸, 仲尼曰 君子中庸 小人反中庸 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물러나 야 할 때가 있으며 말할 때가 있고 침묵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사람은 늘 때에 맞게 처신할 줄 알아야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같이 삶의 정황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수행적 시간성은 군자에게 요구되는 지적 덕목으로 상황에 대한 분별을 필요로 한다. 맹자는 노나라의 현인을 예로 들어 분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자막 (子莫) 은 중을 잡았는데 중을 잡는 것이 도에 가까우나 중을 잡기만 하고 저울질함이 없으니 한쪽만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 한쪽만을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는 까닭은 도를 해치기 때문이다. 하나만 시행되면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다.”14)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저울질한다는 권(權) 개념이다. 권은 정황 에 맞는 적절함을 찾는 과정이다. 똑같은 정황이 일어나는 법은 없 다. 시간에 따라 관계적 정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공자는 ”함께 배울 수는 있어도 함께 도에 나아갈 수는 없으며 함께 도에 나아갈 수는 있어도 함께 설 수는 없으며 함께 설 수는 있어도 함 께 권(權) 을 행할 수는 없다 "고 하였다.15) 14) 孟子 盡心章上 子莫執中 執中爲近之 執中無權 猶執一也 所惡執一者 爲 其賊道也 擧一而廢百也 . . 15) 論語 子罕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 權. 불변의 상도 (常道) 에 반대되는 권도(權道)는 그만큼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그 까닭을 살펴보 면 외부의 변화하는 정황과 내면의 인식직관이 일치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황이 외적이라면 내적인 평정이야말로 그 중을 올바로 저울질 하여 찾을 수 있는 지적 성품이다. 권도가 마음의 문제인 중화 (中和)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맹자의 심학을 발전으로 논구한 중용은 이 마음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희로애락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중(中) 이라 하고 희로애락이 일어나 모두 절도(節度) 에 맞는 상태를 화( 和)라 하니 중 (中) 이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 란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 이다. 중화 를 지극히 하면 천지 가 편안히 자리를 잡고 만물 이 제대로 길러진다. 이 감정의 적절한 표출은 내적인 평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나 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상태는 단순히 중간을 나타내는 산술적 평 균이 아니라 기하학적인 균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올바른 정 황에 따라감정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맹자가 부동심 (不動心) 의 마 음공부를 중시한 것은 그 때를 올바로 포착할 줄 알고 그 표현이 적절하기 위함이었다 . 그러 므로 군자는 활쏘기를 통하여 수행적으로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검증하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으니, 활을 쏘아 정곡 (正鵠) 을 맞 추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16) 16) 中庸, 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이는 감정 표출의 적절한 때에 대한 주관적 성찰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수행적 시간성은 예의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 다. 예가아니면보지 않고 예가아니면듣지 않고 예가아니면말 하지 않고, 예가아니면움직이지않는 것 은 바로 적절한 때가 아 닌데 행하는 것은 예가 아님을 말한 것이다. 예는 내외가 일치를 이루는 데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바로 중화의 상태이자 수행적 시 간성이 귀결되는 점이다. 2. 형이상학적 시간성 수행적 시간성에서 시간 자체를 철학적으로 성찰한 형이상학적 시간성에 이른 데에는 사변 철학적 사유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 개념과 실재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논구한 명가 (名家) 는 형이상학적 사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시간 개념을 철학적으로 논구한 후기 묵가 계열의 저작과 후기 장자 계열의 저작은 여기서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특별히 시간과 공간의 상관성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묵경 에 나타나있는 후기 묵가의 시간 개념이 어떻게 변모해가는 지 살펴보는 것은 형이상학적 사유의 단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묵자는 형이상 학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라고 하지만 후기 묵자 계열의 학자들이 명실론 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형이상학적 논의가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이는 명가의 철학자인 공손룡의 견백론에서 명료하게 나타나는데 이 논의는 돌의 단단함과 흰 색깔이 존재론 적으로 어떻게 결합하고 있느냐를 묻는데서 비롯하였다 이를 살 펴 보면 다음과 같다: 단단하고 희고 돌은 셋이다. 옳은가? 옳지 않다.둘이면 옳은가? 옳 다.어째서 그런가 단단함이 없이 흼을 얻어 거론하면 둘이고 흼이 없 이 단단함을 얻어 거론하면 둘이다. 그 흼을 얻었는데 흼이 없다고 말할 수 없고 그 단단한 바를 얻었는데 단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한 돌이니 그것은 당연하다.셋이 아닌가? 보아서는 그 단단함을 얻지 못하고 그 흼을 얻지 못한 곳에는 단단함이 없다.만져서는 그 흼을 얻지 못하며 그 굳은 것을 얻고 그 굳은 것을 얻은 곳에는 흼이 없다 . 17) 17) 公孫龍子 堅白論 堅,白, 石 ,三 可乎? 曰 不可 曰 二可乎? 曰 可 曰 何哉? 曰 無堅得白 其 也二 無白得堅 其 也二 曰 得其所白 不可謂無白 得其所 舉 舉 , 堅 不可謂無堅 而之石也 之於然也 非三也? 曰 視不得其所堅 而得其所白者 無堅也 拊不得其所白 而得其所堅 得其堅也 無白也 . 서양철학에서 우유적 속성을 나타내는 단단함과 흼을 실체적로 이해하여 단단함, 흼 ,돌을 세 가지 실체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 개의 실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두 가지 실체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 여기서 말하고자하는 것은 단단함 (堅) 과 흼(白)이 분리( 離 )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식의 한계가 존 재의 한계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단단함과 흼의 상관성을 부정하 려는 논지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단단한 돌이거나 흰 돌이다 . 이는 전통적으로 단단함과 흼의 관계를 상호 침투하는 관 계에서 보았던 것을 벗어나 분석적으로 바라보고자하는 사변적 시 도이다. 이러한 분 석적 이해가 시간과 공간에도 적용되어 나타났 다 . 이는 그 레이엄이 잘 파악했듯이 후기 묵가의 논변을 통하여 분 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 주장은 분명히 후기 묵가에게 중요했 는데 이전의 전한 시대의 자 료가 우 (宇) 와 주 (宙) 를 사용하는 곳에서 공간인 우(宇) 와 지속성인 구 (久)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데 반영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출처에서 우와 주는 물리적 우주에서 추 상화된 공간과 시간으로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그것들은 오히려 확장되는 우주와 지속되는 우주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 다면 단단한 돌과 흰 돌처럼 궁극적으로 동일하다 . 두 명사 모두 집 지붕을 의미하는 부수 갓머리에서 유래한 은유적 파생어( 처마 宇 와 마루 宙) 로 표기된다. 우주 와 확장되는 우주 우 는 모두 일반적인 표현이지만 주 만 ‘ ’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다.”18) 공손룡의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사유는 분석적으로 서로 결 합할 수 없음을 논증하고자 하였다 . 그러나 공 손룡의 시간과 공간 에 대한 분리논증과 연관되어 있는 견백론 은 돌과 단단함 그리 고 돌과 흼 사이의 분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 묵경에 견백론 에 대한 반론이 나타나 있다: “단단함과 흼은 서로 배제하지 않는다.” “단단함과 흼은 처한 곳을 달리하는 것을 용납 하지 않는다 서로 시비함은 . .” “ 배제하는 것이다 지속됨이 없는 것 ( 無久 ) 과 공간( 宇) 은 단단함과 흼의 관계이다 .서로 의존하는데 있 다.”19) 장자 역시 분석적 사유를 비판 한다: “변론가들이 말하기를 ‘단단하고 흰 것을 둘로 나누되 마치 처마 끝에 매달아 보여 주는 것처럼 분명하다 고 하니 이 같은 사 람은 성인이라 할 만합니까?” "노담(老聃) 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잡일이나 담당하며 기술에 얽매 이는 자들인지라 몸을 수고롭게 하고 마음을 졸이게 할 뿐이다.”20) 장자 경상초 에 나타난 우주 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실 재하나 처한 곳이 없는 것은 우 이고 길지만 그 끝이 없는 것은 주 이다. 21) 회남자 제속훈 에 따르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를 일컬어 우 라 하고 동서남북 사방과 상하를 일컬어 주 라 한 다. 도는 그 사이에 있으며 아무도 그 위치를 알지 못한다.”22) 18) A. C. Graham, Later Mohst Logic, Ethics and Science, The Chinese University Press, 1978, p. 365. 19) 墨經, 經上, 堅白 不相外也 堅白異處不相盈 相非是相外也 經下 無久 「 」 與宇堅白 設在因. 20)莊子, 天地, 辯者有言曰 離堅白若縣宇 若是 則可謂聖人乎 老聃曰 是胥易 ? 技係 勞形 心者也 , . 怵 21) 莊子, 庚桑楚, 有實而無乎處者 宇也 有長而無本剽者 宙也 , . 22) 淮南子, 齊俗訓, 往古來今謂之宙 四方上下謂之宇 道在其間而莫知其所 , 앞에서 언급한 전한시대 자료로 판단되는 묵경 경편 에 나타난 시간개념의 정의를 살펴보면 구 ( 久) 란 두루 다른 때까지 걸쳐있 는 것이다. 우(宇) 란 두루 다른 곳까지 걸쳐있는 것이다." "시 (始) 란 바로 그때이다.” 23) 경설편 에서 구“‘ ’란 예부터 지금까지와 아침부터 저녁까지이다 . 우 란 동쪽에서 서쪽까지 그리고 남쪽에 서 북쪽까지이다 . 시 란 시간에는 오랜 경우가 있고 혹 오래지 않은 경우가 있다 . 시 는 시간이 오 랜 경우도 있고 오래지 않은 경 우도 있는데 시 는 마 땅히 오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24)라고 주석하고 있다. 이 정의들을 살펴보면 시간과 공간 개념이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 와 주 개념을 호환해서 사용함으로써 시 간적 공간 과 공간적 시간 으로 시간과 공간이 상 호 침투한 상관성 을 추론할 수 있다 . 시간과 공간은 도의 운행을 인식할 수 있는 인식론적 선험적 조건일 뿐 아니라 도가 운행하는 존재론적 전제 임을 알 수 있다. 후기 묵가의 시간에 관한 개념들의 정의를 살 펴 보면 과학적으로 선형적이며 연속적인 시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 서 물리적인 시공간에 대한 이해에 접근해 볼 만 하다. 묵자가 보 편개념이라 할 수 있는 겸 (兼) 을 중시한 이래 후기 묵가의 논설은 과학적 사유를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조건이 일정한 움직임과 멈춤에 대한 관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상관적으로 공간에서 일어나는 개념을 살 펴보자: "움직임 (動)이란 지속적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멈춤 (止)이 란 그대로 오래있는 것이다."25) 23) 墨經, 經上, 久 彌異時也 宇 彌異所也 始 當時也 24) 墨經, 經說 ,久 古今旦莫 宇 東西家南北 始 時或有久 或無久 始當無久 25) 墨經, 經上, 動 或從也 止 以久也 26) 墨經, 經說 ,動 偏祭從者 戶樞免瑟 止 無久之不止 當牛非馬 若矢過楹 有久之不止 當馬非馬 若人過梁 경설편 에 따르면 “움직인다는 것은 전 체 또는 일부가 옮아가는 것이다. 문지도리와 누에 같은 것이다. “오래 지속해도 멈추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은 소를 놓고 말이 아 니라고 하는 것과 기둥 사이를 지나가는 화살처럼 확실하다. 오래 지속해도 멈추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은 말을 놓고 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가는 것과 같다.”26) 지속적인 움 멈춤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추론하게 한다. 천체의 변화 를 바라보는 관찰자에게 시공간은 운동을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시공간으로 운동의 선험적 조건이 되는 것이다 . 운동은 인과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경편 첫 문장이 원인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보면 의미가 깊다. "원인(고) 이란 결과를 얻은 후에 이루어지는 것 이다.”27) 경설편 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있다. "원인이란 작은 원인이 있어서도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고 없어도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큰 원인은 그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 게 되어 마치 그것을 보아야만 보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28) 시간에 따라서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사물이 갖고 있는 운동의 인과과정은 필요한 조건과 사소한 유발 원인들을 구분하고 있 다. 여기서 일어나는 인과는 단선적인 인과만을 생각할 수 없다. 상호적으로 공명하여 일어나는 호인(互因)이 또한 존재한다. 인과적 사유는 지속성 안에서 무한 시간과 무한 공간에 대한 사유를 발전 시킬 수 있었다. 경편 의 글을 다시 살펴보면 "우주는 나아가는 데 가까움이란 없다 .이유는 어 디나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의 끝이 없음은 사랑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이유는 차는가 차지 않는가에 있다.”29) 27) 墨經, 經上, 故 所得以後成也. 28) 墨經, 經說 ,考 小故 有之不必然 無之必不然 體也若有端 大故 有之必無然 若見之成見也. 29) 墨經, 經下, 宇進無近 說在敷 無窮 不害兼 說在盈否 이러한 사유는 열린 시공간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유를 열어가는 계기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노자와 장자에게서 이러한 본질적인 형이상학적 시간성의 의미 에 다가갈 수 있다. 노자는 도덕경 1장 첫 구절 도가도비상도 (道可道非常道 常) 에서 도의 항상성을 상 개념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상 은 도의 운행에 따른 도에 내재된 시간성이다. 불변하는 시간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운데 질서의 항상성을 갖는 시간성이 다. 상도 가 마왕퇴 (馬王堆) 백서 갑본과 을본에는 항도 (恒道) 로 표현되어 있다. 도를 언급할 때 이미 제한할 수 없는 시간성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시간의 회귀성에 대한 새로 운 이해도 나타났다 . 회귀는 도의 움직임이다 (反者道之動) . 회 귀는 자연 질서의 움직임이다 . 여기에 마 침이란 없다. 노자에 따르면 시간은 이러한 순환에 의하여 생성되는 것이다 . 장자는 더 열린 시간성을 표현하고 있다: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천지가 있기 이전을 알 수 있습니까 ?공자 가 말하였다. 알 수 있다 .옛날이 지금과 같다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으며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며 자손이 있지도 않은데 자손이 있다는것이 가능하겠는가? 염구가 대답하지 못하니 공자가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너는 답하지 못할 거다 .생 때문에 사가 생기는 것이 아니며 사 때문에 생이 죽는 것도 아니다 .생과 사가 의존하는 것이 있는가 ?모두 일 체가 되는 곳이 있다. 천지보다 먼저 생긴 것이 물체이겠느냐 ?물이 물 되게 하는 것은 물이 아니다. 물이 물보다 앞서 나올 수 없으니 그것은 사물이 이미 있는 때와 같다. 사물이 이미 있는 때와 같은 것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사람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라는 것 역시 여기 에서 취한 것이다.”30) 30) 莊子, 知北遊, 冉求問於仲尼曰 未有天地可知 , 邪 仲尼曰 可 古猶今也 無 古無今 無始無終 未有子孫而有子孫可乎 求未 , 冉 對仲尼曰 已矣未應矣 不以生生死 不 以死死生, 死生有待邪 皆有所一體 有先天地生者物邪 物物者非物 物出不得先物也 猶其有物也 猶其有物也 無 已 聖人之愛人也 終無已者 亦乃取於是者也 장자는 지북유 에서 공자와 제자 염구를 등장시켜 연출한 대 화를 통해 새로운 시간의 지평을 열고 있다 .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은 흐르고 반복되는 데서 경험하는 시간이다. 공간 역시 그렇다 . 태 어나고 죽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시공간이다. 그런데 공자는 천지가 생기기 전의 시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한다. 인간은 삶이 죽음으로 제한되고 죽음이 삶의 마지막 단계로 규정되는 차원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는 삶을 삶 자체로 바라볼 수 없고 죽음을 죽음 자체로 바라볼 수 없다 . 모든 것을 그 자체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새로운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 . 천지의 시작과 지금 이 같다고 하는 시간이란 이렇게 구분될 수 없는 바탕이 되는 영 원한 시간이다 . 이 시간은 바로 도가 운행되는 시간이다 . 따라서 도가 만물을 생성하는 원리는 인식하기 어렵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 다. 인식의 한계 안에서는 현상적으로 같은 것을 낳고 또 낳는 것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지보다 먼저 존재하고 물이 물 되게 하는것은 형이상자인 도이다. 시간과 공간을 이루게 하는 근원적 시공 간 속에 이 형이상학적 도가 운행된다. 따라서 성인은 이 근원적 도의 원리에 따라 그침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3. 의례와 우주론적 시간성 도가 운행되는 시간에 인간에게는 마치 자연법에 따르는 당위처 럼 이에 상응하는 행위가 요구된다. 따라서 공간과 시간은 구체적 행위와 분리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 이때 세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범주적 사고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 그라 네(Marcel Granet) 가 잘 파악했듯이 중국의 어떤 철학자도 시간을 획일적 운동에 따라 질 적으로 유사한 시간들이 연속되는 단조로운 시간으로 이해하지 않 았으며 공간을 동질의 요소들이 병립된 넓이로 간주하지 않았다. 모든 철학자들은 시간에서는 절기와 시기, 즉 일체의 시대를 공간 에서는 기후와 방위의 복합체, 즉 지방의 복합체를 보고자했다. 방 위마다 기후나 지대에 따른 속성을 가지며 기간은 다양한 주기로 구분된다. 공간이나 시간이 각기 구분되는 것과는 달리 각 주기는 기후와 마찬가지로 방위는 절기와 불가분 관계에 있다. 매 절기는 특정한 공간과 동일한 본질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청색은 봄과 동 쪽을 백색은 가을과 서쪽을 붉은 색은 여름과 남쪽을 검은 색은 겨울과 북쪽을 표상하며 각각 인 의 예 지의 덕목을 속성으로 표 시한다 . 시간과 공간의 상 호적인 복합표상을 나타내는 개념이 시 (時) 와 방 (方) 이다. 시는 어떤 때가 적기인지 기회를 방은 방향과 위 치를 상기시키며 시간과 공간은 위치와 기회의 결합체로 이해되어 왔다. 31) 31) 마르셀 그라네 중국사유 유병태 옮김 한길사 (Marcel Granet, 1884~1940)2015, 99-100 쪽 참조 중국인에게 시간과 공간의 원형적 표상은 회남자에 나타난 대로 원과 정방형으로 표현되어 왔다. "하늘의 도는 둥글다고 하고 땅의 도는 네모지다고 한다. 네모짐은 그윽함을 주관하고 둥금은 밝음을 주관한다.”32) 중국의 고대화폐인 동전에 두 표상이 통합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천제를 지내는 원형의 환구단과 궁궐의 정방형은 이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시간의 고유한 속성은 순환이다. 정방형의 대지와 공간에 대한 사상은 일체의 사회규정과 관계를 맺고 있 다. 공간의 다양성은 사회 결성체의 다양성을 의미하며 다양한 종 류의 공간에 관련된 상징들은 다양한 사회적 집단의 행위표상과 일치한다 . 따라서 사회화된 공간만이 충만한 공간에 속한다. 천하의 안배를 관장하는 군주가 법령을 공포할 때는 야만족의 수장들은 완성된 사회의 구성원인 신하들 밖에 정방형으로 위치하게 된 다 . 이러한 공간의 위계질서는 여러 분파의 표상들을 결집시켜 복 합적인 권능을 의식하게 한다. 또한 제후들의 위상은 군주와의 접 촉하는 빈도수에 따라 결정되며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의 영지에 결속력을 불어 넣는다. 또한 군주는 주기적으로 태양의 운행을 따 라 봉토를 순행함으로써 공간이 갖고 있는 특수성의 복원한다. 춘분에는 동쪽을 하지에는 남쪽을 추분에는 서쪽을 동지에는 북쪽 을 순행하며 제후의 알현을 받으며 5년마다 제국의 재구성을 통해 통일성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 이를 통해 군주는 인간사회의 구성 집단을 주기적으로 분류하고 안배함으로써 봉건질서라 할 수 있는 공간질서를 확립시키고 유지한다. 33) 32)淮南子, 天文訓, 天道曰圓 地道曰方 方者主幽 圓者主明 33) 마르셀 그라네, 앞의 책, 105-108 쪽 참조 . 이렇게 공간을 복합적이며 폐쇄적으로 보는 공간관은 시간을 회 귀적 측면에서 한정적이며 순환적이고 단속적이며 그 자체로 완결 된 여러 시대로 보는 시간관과 병행한다 . 중국인은 공간을 구분하 듯이 시간 또한 여러 시기로 분할하며 각각의 구성부분을 일군의 속성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은 모든 정신으로 수용해 각각의 개념이 부여된다 . 시간 자체를 일시나 천문시로 구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표상을 제공한다 . 시간은 순환하는 가운데 계절적 주 기의 이미지와 다양한 주기적 특징을 드러내는 상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인의 시간관은 일상 의 례에 대한 인식과 구분되지 않는다. 연호와 책력을 공표하는 것은 구질서를 폐지하고 새로운 질서로 통치를 시작하기 위한 법령의 공표와 같으며 새 시 대의 도래를 알리는 정치 의례이다 . 시간은 주기적으로 연속되는 왕조 한 왕의 통치기 5년 주기 한 해 등의 여러 유형으로 구분된 다. 각각의 시간은 고유한 의 례체계로 구성되며 의례가 수행되는 중앙이 세상의 축으로 존재한다. 의례 지리 공간의 체계는 공간상 중앙에 위치하는 지존의 덕성에 의해 안정성을 보장받는다는 전제 에 의해 효력이 유지되었다. 34) 군주는 정교한 의례준칙에 따라 매년 한 번 명당의 중앙에 체류 해야 했다 . 이와 같은 군주의 체류는 고대 수장이 자신의 영지 가 운데 가장 오지를 택해 일정기간을 보내는 은둔생활과 유사하다. 이 은둔생활은 12일 간 지속되었는데 12달의 표상인 12동물을 기리는 기간이다. 이 12일의 은둔기간은 1년인 12달을 응축한 시간으로 이 기간 동안 제례를 지내고 가축의 번성과 풍년을 기원하였다 . 백성들의 겨울 축제인 동지는 한해의 종료와 시작을 의미하며 책력 을 결정짓는 기점을 제공하였다 . 연중의 의식들은 한편으로 춘분과 추분 다른 한편으로 동지와 하지를 축으로 분 배하여 거행하였다. 따라서 한해를 4계절로 나누는 방식에 의거하는 의례체계는 공간 을 4구역으로 분할하는 공간관과 부합하여 시간에율동을 제공하 였다. 특별히 겨울철 농한기에 사람들이 마을로 모여들어 공동의 성취에 필요한 종교적 소망과 창조적 활동으로 내적 충만을 회복 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공동사회를 재창조하고 복원하였다. 시간이 갱신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자연의 변화에 대한 관찰과 한해의 공 전에 상응하는 재사회화의 과정 영속시키는 것을 필요로 했다. 이들은 축제를 통한 사회화과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질적으로 충 만해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35) 34) 앞의 책 , 109, 115 쪽 참조 . 35) 같은 책 , 119-122 쪽 참조 . 예기 월령 (月令) 은 자연질서 에 따른 통치자의 수행적 의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적 사유에 크게 영향을 미친 철학자는 추연(鄒衍,기원전 305~240)이었다. 그는 세상의 사물과 현상은 음양 (陰陽) 과 목화토금수(木 火 土 金 水) 즉 오행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결정된다고 믿었으며 이에 따라 역사의 추이(推移)이나 미래에 대한 예견(豫見) 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음양오행상생설 (陰陽五行相 生說)은 중국의 자연철학적 전통의 기초가 되었다. 중국 고유의 세 계관은 이 모든 요소들로부터 형성되었고 수세기에 걸쳐 도교의 도사와 음악가, 풍수학자와 약사 대장장이 직조공 장인들의 전통적 자연철학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음양과 오행의 범주론은 철학적으로 결합하는 데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중세에 이르러서야 주렴계( 周濂溪, 1017~1073) 의 태극도설 을 통하여 완 성된 이론체계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이 범주에서 시간성은 순 환하는 계절이 중요하였고 낮과 밤의 시간을 구분하는 12범주로 나 누었다. 일반적으로 10간 (干)은 날짜를 12지 (支) 는 달수를 세기 위 만들었다. 36) 36) Needham Joseph, Wissenschaftlicher Universalismus, übers. Tilman Spengler, Suhrkamp, 1977, p. 188. 니담이 주목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자연주의적 이론체계는 일반 적으로 받아들여져 원시과학에 기여하는 바가 있었지만 초기부터 후기 묵가와 명가는 이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천문학과 우주론 발전에는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였다. 자연철학에서는 주기적인 반복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계절 월 일 시간 등의 주기 로 생물학적 , 또는 사회적 유기체에서 발생하는 것이었지만 천문학적 변화에 대한 관심은 전한 시대에 이르러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4. 천문을 통한 시간 측정과 인문성 수의 양적인 측면보다는 수가 갖는 표상적인 측면을 중시한 고 대 중국인들에게 수는 변화와 생성에 동반되는 질서를 이해하는 상징이었다. 이 질서를 파악하려는 관심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 식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점을 이끄는 대상은 해와 달 그리고 천체의 별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의 시작을 나타내는 개념은 철학적으로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는 도덕경 42장에 나타나는 생성의 상징적 표현에서 처음 접할 수 있다. 여기에 나타난 수는 양적인 수가 아니라 세계를 나타내는 형상적 수라고 할 수 있 다. 도는 모든 생성의 시원이며 일( 一 ) 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 ( 二 ) 는 음양과 같은 존재의 양상을 삼( 三 )은 존재의 관계와 참여를 통한 생성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텍스트보다 후 대의 문헌인 회남자 천문훈 에서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접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형태가 없었고 무정형이고 빈듯하며 침침했다 .그러므로 태소라 불렀다. 도는 텅 비어 투명한 것에 서 시작되었고 그 텅 비어 투명한 것이 공간과 시간을 만들었고 공간과 시간은 기를 만들었다. 기는 한계가 있다 맑고 위로 치솟는 것은 뿌옇게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무겁고 탁한 것은 엉기어 땅이 되었다. 맑고 미묘 한 것은 모이기 쉬워도 무겁고 탁한 것은 응결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하늘이 먼저 이루어지고 땅이 나중에 정해졌다. "37) 이 신화적 표현에 따르면 세상의 시초는 태소(太昭) 로 표현되어 있다. 태소에서 도가 나오며 도가 시간과 공간을 낳고 시간과 공간 에서 기가 나오는 생성을 보여준다. 열자에 따르면 천지의 시작은 태역 태초 태시 태소 ( 太易 太初 太始 太素) 로 표현되어있다 . 태역은 기가 발현되지 않은 상태이며 태초는 기의 시작이고 태시는 형 상의 시작이며 태소는 형질의 시작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기와 형과 질이 아직 분리되지 않은 상태를 혼륜(渾淪) 이라 하고 있다38) 37) 淮南子, 天文訓, 天墮未形 憑憑翼翼 洞洞灟灟 霩 霩 故曰大昭 道始于虛 虛 生宇宙 宇宙生 氣 氣有漢垠 清 為 為 清 陽者薄靡而 天 重濁者凝滯而 地 妙之合專易 重濁 之凝竭難. . 故天先成而地後定 38) 列子, 天瑞 ,子列子曰,昔者聖人 因陰陽以統天地 夫有形者 生於無形 則天 地安從生 故曰 有太易 有太 初 有太始 有太素 太易者 未見 氣也 太初者 氣之始也 太始者 形之始也 太 素者 質之始也 氣形質具而未相離 故曰渾淪 시간에 대한 원시과학적인 접근은 천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 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천문에 대한 이해는 사마천의 사기 천관서 에 나타난 언급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사마천은 천관서 (天官書) 를 통하여 이전까지 산발적으로 내려오던 천상에 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천상(天象)을 이해하고 분류할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으로 사마천은 하늘과 땅 의 세계를 대응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전통적인 관념에 따라 하늘의 별자리 역시 지상의 관료체계와 일치할 것이라는 믿음을 제시 하였다 . 천관서에는 여개의 90별자리에 총500 여개의 별이 중 궁 동궁 남궁 서궁 북궁 (中宮 東宮 南宮 西宮 北宮)으로 나뉘어 기록되어있다 . 이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중궁의 설명은 전체적 으로 천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북두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 북두칠성(北斗七星)은 소위 선기옥형(旋璣玉衡) 이제칠정 (以齊七政)을 말한다. 두건 (斗建) 으로 시각과 방위를 알 수 있으며 음양을 나누고 사시를 세우고 오행을 가지런히 하고 절기와 도수의 변화 및 기년을 정하는 일은 모두 북두와 관련되어있다.”39) 39) 史記 ,天官書, 索隱 北斗七星 所謂旋璣玉衡 以齊七政.斗爲帝車 運于 中央 臨制 四海 分陰陽 建四時 均五行 移節度 定緖紀 皆檕於斗; 이문규 ,古代 中 國 天文 解釋의 原理 ‘1997. 東亞文化제35집 74 쪽 참조 좀 더 구체적인 시간의 측정은 해와 달의 운행을 중심으로 이루 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한무제의 태초력(太初 曆 B.C. 104) 이다. 태초력은 낮과 밤이 하루를 이루고 달이 차고 기 울면서 한 달이 이루어지며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여 계절변화가 오는 1년을 12달로 여겼다 .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1년을 달 의 변화에만 의존하는 태음력의 경우와 태양력을 나타내는 계절의 변화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 태음력과 태양력의 차이를 일치시키기 위하여 윤달을 넣어주는 것이 치윤법 (置閏法) 이다. 하지만 해 와 달의 공전주기 (周天)를 일치시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 었다. 해는 1태양년이 365.2422 일이며 달은 1태음월 (삭망) 이 29.5306 일로 이를 열두 번 반복하면 354.3671일의 태음년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12달은 1태양년 속에 대략 12번의 삭망월이 들어가는 주기를 통해 도출한 것이었다 . 중국 고대 력에서 열두 달을 지 칭하는 십이진 ( 十二辰) 의 진 을 일월이 만나 이루는 마 디로 설명하 였다. 한서 율력지에 따르면 "진이란 해와 달이 만나서 모이는 곳 으로 북두의 두건이 가리키는 것이다.”40)라고 하였다. 앞의 계산대로 태양년과 태음년의 차이는 매년 10.8751 일이다 . 이렇게 여분으로 남는 11일이 3년이 쌓이면 대략 33일로 한 달을 이루고 3,4일이 남는다. 5년이면 55일로 2삭망월에 4일정도가 모자라고 ,8년이면 약87 일로 약 3삭망월을 만들 수 있다 . 따라서 개략적으로 윤법을 일컬을 때 "3년 1윤, 5년 재윤, 8년 3윤" 이라고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정 확하게 해와 달의 주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19년에 7번의 윤달을 넣어야 한다 . 이것이 "19년 7윤법" 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 장법 (章法) 이라고 하며 춘추시대 (B.C. 589 년경) 부터 알려졌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과 달이 한 기점에서 동시에 출발하였다가 그 출발시기의 계절과 월상으로 완전히 복귀하는 주기가 19 광년이 걸리며 달의 공전주기로는 235 삭망월이 걸린다는 것 이다. 이와 같은 장법이 중국 최초의 반포력인 한무제의 태초력에 도입되었다. 그런데 아직 미세한 오차가 남아있어 235태음월은 19 태양년보다 0.0865일 길기 때문에 이 여분을 줄여주는 새로운 치윤 법을 고려하게 되었다 . 이것을 기존의 장법을 깨고 새로운 치윤법 을 제시한 파장법 (破章法) 이다. 5세기경 (北凉 )북량 의 조비가 현시력 ( 玄始曆 ) 에서 처음으로 19년 7윤법을 버리고 600년간 221개의 윤달 을 넣는 파장법을 시행하였다. 이는 19년 7윤법보다 약간 짧은 주기로 19년간 6.9983 개월의 윤달을 넣는 것이다.41) 40) 漢書, 律曆志, 辰者日月之會而建所指也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12, 197-99 쪽 참조 . 41) 같은 책 쪽 참조 , 200-1 . 182 여기서 해와 달의 두 주기가 만나는 장법 가운데 해가 주천하는 기점인 동지일과 태음이 주천한 기점인 초하루가 같은 날에 돌아 오는 삭단( 朔旦 ) 동지 (冬至) 주기를 중요시했다. 이 주기는 19년 7윤 법의 장주기로 시간의 순환이 새롭게 시작되는 기점으로 황제(黃 帝) 가 하늘의 보정 (寶鼎)을 얻어 불사 (不死) 의 선인( 仙人) 이 되었다 는 신화가 있다. 사기 한무제본기 에 따르면 이는 불사사상으 로 이어져 계속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시와 초하루 그리고 동지 세 가지가 기점인 야반 (夜半) 삭단 동지 를 주기로 삼아 전한 시대에는 태초력에서 통법(統法)이라하여 1539 년을 주기로 삼았고 후한시대의 사분력 (四分曆) 에서는 부법 (蔀法) 이라하여 76년을 주기로 삼았다 . 이는 천체역학적으로 해와 달의 공전과 자전주기가 첫 기점으로 모두 복귀하는 주기로 천문학적인 대통일의 기점인 셈이다. 또한 그날의 간지가 갑자일인 경우 ‘갑자 야반 삭단 동지로 중국 역법의 역산 요소들이 모두 자신의 기점으 로 돌아오는 대통일의 주기가 되어 이를 원법이라고 한다. 중국 최 초의 반포력인 태초력의 개력시점을 한무제의 태조 원년(B.C. 104) 을 '갑자야반삭단동지' 일로 삼은 것은 시간의 처음인 태초를 구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비천체학적인 간지 주기가 들어있어 인문과 천문이 결합된 주기라 할 수 있다 . 이뿐만이 아니라 일월식(日月蝕) 과 관련된 일월합벽 (日月合壁) 의 주기와 금목수화토 (金 木 水 火 土 )의 다섯 행성이 동일선상에 있는 오성연주 (五星連珠)의 주기를 추구하였다. 일월오성의 칠정 (七政) 주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점을 상원 (上元) 이라 하였다. 이 상원으로부터누적된 년수인 상 원적년을 추산하여 모든 순화주기를 해결하려 하였다 . 상원적년은 원나라 수시력(授時曆) 에 의해 폐지될 때까지 역산의 원점으로 기능하였다. 42) 42) 앞의 책 , 203-205 쪽 참조 . 태초력의 개력 시점을 ‘갑자야반삭단동지' 일이라 했을 때 갑자 로 부터 ‘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의 10간 (干) 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의 12지 (支)의 결합인 60 갑자의 사용을 추론해 볼 수 있다 . 십간은 십일 십모 세간 (十日 十母 歲干) 이라고 하는 주기와 12지는 십이자 세지 ( 十二子 歲支) 라고도 한다. 이 렇게 10간12지에 각각 의 의미를 부여한 것은 천문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한 인문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사기 율서에 10간 12 지의 의미를 일부 음양소장( 陰陽消長) 설로 풀어놓았다. 갑(甲) 은 만물이 껍데기를 가르고 나오는 것을 말하고 을 (乙) 은 만물이 밀치고 나오는 것을 말하고, 병( 丙) 은 양기의 도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것을 말하고 정 (丁) 은 만물이 굳게 성장하는 것을 말하며, 경(庚) 은 음기 가 만물을 성숙시키는 것을 말하고 신 ( 辛) 은 만물이 새로 생겨남을 말하고 임(壬) 은 양기가 아래서 만물을 맡아 기름을 말하고 계 癸 는 만물을 가히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이다 . 자子 는 만물이래에서 번식하는 것 을 말하고 인 (寅) 은 지렁이와 같이 만물이 태동하는 것을 말하고 묘(卯) 는 만물이 무성한 것을 말하고 진 (辰) 은 만물이 움직이는 것을 말하고 , 사 (巳)는 양기가 이미 기운을 다한 것을 말하고, 오 午 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교차하는 것을 말하고 신(申) 은 음기가 작용하여 만물을 제한하여 , 알맞게 펴는 것을 말하며, 유 (酉) 는 만물이 노쇠한 것을 말하며 술 戌 은 만물이 모두 소멸하는 것을 말하고 해 (亥) 는 양기를 감추는 것을 말한 다. 43) 사마천은 율서 서두에 왕이 정사를 다스림에 법도를 세우고 사물의 규율과 법칙을 헤아릴 때 모두 육율(六律) 에 근거하였으니 육율이 모든 일에 근본이라 하였다. 그리고 율서 말미에 논평 하기를 선기 옥형으로 칠정 (七政) 을 가지런히 하니 즉 천지의 28수 (宿)이다. 10모와 12자의 조합은 상고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율을 만 들고 역법을 계산하고 태양의 운행과 도수를 만들어서 이를 근거 로 법도를 삼았다. 사물의 실제와 부합하고 도덕이 통하게 되니 즉 이를 따라 하는 것을 말함이다.”44) 하였다 . 43) 史記 25卷, 律 書 ,甲者 萬物剖符甲而出也 乙者 萬物生軋軋也 丙者 陽道 著明 丁者 萬物之丁壯也 庚者 陰氣庚萬物 辛者 萬物之辛生 壬 壬之 言為 任也 陽氣 任養萬物於下也;癸 癸之 言為 揆也 萬物可揆度 故曰癸 滋者 言萬物滋於下也 寅者 萬 物始生如尾也 卯 之 言為 蜄 茂也 言萬物茂也 辰者 言萬物之 也 巳者 言陽氣之已盡也 午者,陰陽交 故曰午 未者 言萬物皆成 有滋味也 申者 言陰用事 申賊萬物 酉者 萬 物之老也;戌者 言萬物盡滅 亥者 該也 言陽氣藏於下 44) 앞의 책, 王者制事立法 物度軌則 壹稟於六律 六律 萬為 事根本焉 太史公曰: ( )[ ] 故 在 旋璣玉衡以齊七政 天地二十 即 八宿 十母 十二子 鐘律調自上古 建律運歷 造日度, 可據而度也 合符節 通道德 從斯之謂也 即 이를 통해 분명하게 드 러나는 것은 천문은 항상 인문 즉 도덕과 연관되어있었다. 이는 단 순히 유비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관적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가치의 통합이며 가치의 구현을 위한 사실의 이해가 요구된다. 여기서 도 덕은 윤리가 아니라 이상적 가치의 실현이다. 시간 측정의 또 다른 기준은 한 해의 이름을 붙이는 독특한 방식 에 있다. 목성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세 (歲) 이다. 태양을 기준으 로 한 한 해를 년 이라 한다. 목성은 공전 주기가 대 략 12년으로 1 년에 천도의 황도 주기를 30도 씩 운행한다 . 이 세성의 12년 1천 주기를 12 등분한 분야설을 십이차법 또는 십이차 분야설 이라한 다. 십이차의 명명법은 한서 율력지 에 처음 나타나며 12진으로 십이차의 성차 기능을 대신하였다. 즉 성기 (星紀) 에서 현효 (玄 枵) 를 거쳐 마지막에 석목 (析木) 에 이르기 까지 12년에 걸쳐 일주천 하는데 십이지로는 축 자 인... ( 丑 子 寅... )순으로 거꾸로 순환한다 . 이것은 지상에서의 시간의 흐름이 천구상에서 서에서 동으로 순행 하는 목성의 운행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을 해 소하기 위 하여 가상의 천체로 지상의 시간을 표시하였는데 이를 태세기년법 (太歲紀年法) 이라 한다. 가상적인 태세( 太歲 太陰 歲陰 )의 위치에 따라 고유한 세명이 붙여졌다. 태세가 인 (寅) 에 있으면 섭제격세 ( 攝提 格歲) 묘에 있으면 단알세( 單閼歲) 진에 있으면 집서세( 執徐歲) 등으로 불렀다. 섭제격세는 간지법으로 인녀에 속하고 세성은 축차에 있으며 이렇게 정원새벽 동쪽에 출현하는 목성을 감덕이라 하였다. 이렇게 세성이 위치한 성차 (星次) 를 그해의 기년으로 삼는 세성기 법은 전국시대 중엽에 나타났다. 45) 45) 김일권, 앞의 책, 215-222 쪽 참조 . 세성의 공전주기를 정밀하게 계산하면 11.8565 년이어서 태세의 12년 주기보다 짧으므로 7회 정도 공전하게 되면 태세기년이 천상의 세성과의 편차가 1년 정도 발생한다 .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십이 진의 진차를 늦추는 초진 (超辰) 의 문제가 제기 되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기년안이 마련되었다 진대와 한대에는 전욱력 (顓頊曆) 에 따라 세성이 자에 있을 때에 태세를 축에 두었다 . 후에 한무제가 태초개력을 하면서 태조 원년 (B.C.104) 을 전욱기년법에 따른 병자년 (丙子年) 으로 하지 않고 1차를 초진하여 정축년 (丁丑年)으로 하였다. 이는 축차 (세성) -자세 (태세)인 병자년을 자차 (세성)- 축세 (태세)인 정축년으로 초진한 것이다 전한 말 유흠 (劉歆) 의 삼통력 (三統曆) 은 초진법을 좀 더 명확하게 하여 144년이 지나면 1차를 초진하도록 하였다 . 그러나 후한의 역법가들은 초진을 하지 않고 삼통 력을 초진법을 폐지하여 이후부터 연명을 세성의 천구상의 위치와는 무 관하게 육십간지의 순서를 매기는 간지 기년법을 쓰게 되었다. 제사의 상향문이나 고사의 축문에서 유세차 (維歲次) 로 시작하는 것은 세성의 차례에 따른 태세기년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다. 46) 46) 앞의 책 , 223-224 쪽 , 226-228 쪽 참조 5. 공간과 시간의 조화로서 풍기(風氣)론과 율력 (律曆) 사상 공간에 대한 이해는 천상과 지상의 공간질서가 서로 상응하는 데서 시작된다. 천상의 질서는 구 야 (九野)론, 공간의 기운을 구분한 팔풍(八風), 별을 구분한 이십팔수 (二十八宿), 오성 ( 五星),삼원(三垣), 십이차(十二次 )등이 있다. 구야론은 이십팔수의 별을 방위로 나누고 중앙을 합하여 하늘을 아홉으로 구획한 것이다. 팔풍은 천기 와 지기가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서로 상응하는 관계를 나타낸 것 이다. 공간은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기가 흐르고 있으며 인간의 성정(性情)도 이에 상응하는 것을 도리로 여겼다. 회남자 천문훈에 따르면 팔풍은 광막(廣莫) 풍, 조(條)풍 ,명서(明庶)풍,청(淸) ,명(明)풍,경(景)풍,량(凉)풍, 창함풍,부주(不周 )풍으로 각각 서북 북 동북 동 동남 남 서남 서의 팔 방위에 따른 바람을 말한다. 지형훈에도 팔풍이 있는 것을 보면 태양의 운행에 따라 만들어 내는 절기의 바람을 천상과 지상의 팔풍으로 나누어 나타낸 것이 라 할 수 있다 . 하늘에 팔기가 있다면 지상에는 팔풍이 있다. 따라서 바람은 기의 운행으로 계절과 방위에 응하여 하늘과 땅의 기 운이 나타난 것으로 율력(律曆)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율력이란 하늘이 오행 팔정의 기를 통하게 하는 원리이며 하늘이 만물 을 성숙하게 하는 까닭이다. 이것이 팔풍이 시간의 범주인 율력의 기초가 되는 이유이다 .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만나는 곳에 만물이 있 다 . 만물이 이 기운의 조화에 상 응하는 것이 바로 율이다. 이 때 시간과 바람과 소리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율력은 기의 변화에 따른 12개월의 기후 변화를 12 율려(律呂) 의 조화로운 소리로 배당하여 만물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12율려는 홀수 달의 6양률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 과 짝수 달의 6음률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로 나누고 기준을 황종률로 삼았다. 12 종률은 오성 ( 五聲 宮商角徵羽) 가운데 궁성에 해당되며 율의 소리는 9 촌 (寸) 의 길이인 황종률을 기준으로 하여 삼분손익법 ( 三分損益法 ) 에 따라 3분의 1을 빼거나 더하여 그 음 으로부터 8번째의 음을 얻게 되는데, 8율씩 떨어져 있는 음들 즉기본음 황종 → 임종 → 태주 → 남려 → 고선 → 응종 → 유빈 → 대려 → 이칙 → 협종 → 무역 →중려의 순으로 얻어지는 것을 격팔상생 (隔八相生) 이라고 한 다. 47) 음률에 대해 회남자 주술훈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 고 있다. "악 은 음 에 의해서 생기고 음 은 율 에 의해 서 생기며,율 은 풍 에 의해서 생긴다. 이것이 음성 의 근본이다.”48) 47) 蔡元定, 律呂新書 , 문진 2011, 139쪽 48)淮南子, 主術訓, 樂生於音 音生於律 律生於風 此聲之宗地 악과 음과 율과 풍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전한 시대에 유흠은 음률에서 나온 용어를 정리하여 비수(備數) 화성(和聲) 심도(審度) 가량 (嘉量) 권형(權衡)의 도량형 표준안을 마 련하였다. 비수는 일 십 백 천 만의 숫자체계를, 화성은 궁상각치우 의 음의 체계를, 심도는 분촌척장인(分寸尺丈引)의 길이체계를 ,가 량은 약합승두곡( 籥合升斗斛 ) 의 부피체계를 ,권형은 수량근균석 (銖 兩斤鈞石) 의 무기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이 다섯 종류의 율제는 척 도에 대한 규약이다. 사마천은 육률이 제도와 성상(星象) 그리고 기상(氣象) 뿐만이 아니라 모든규범의 원칙이 됨을 밝혔으며 율성을 통해 전쟁의 길흉과 승패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사마천은 궁극적 으로 인간의 도덕률이 천지조화의 육률에 상응함에 있음을 밝혔다. 선기옥형으로 칠정을 다스리니 곧 천지의 이십팔수이다. "십모(간), 십 이자(지), (6)종률은 상고 때부터 조화를 이루어 왔는데 율제를 세워 역법 을 운영하고 태양의 운행도수를 관측하는 것에 근거하여 헤아릴 수 있 다. 부절에 합하고 도덕에 통한다는 것은 곧 이것을 따름을 일컫는 것이다". 49) 예악이 음률에 기반하고 있음이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 음률 이란 기의 조화된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므로 예악은 이에 상응하는 인간의 문화의식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은 "음이란 사람의 마 음에서 생기는 것이며 악이란 인간의 윤리를 관통하는 것 이라 "하여 “군자만이 악을 알 수 있으니 이로 말미암아 소리를 살펴 음을 알 수 있고 음을 살 펴 악을 알 수 있으니 악을 살펴 정치를 알 수 있으니 치도를 마련하는 까닭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악을 아는 것이 곧 예에 가까운 것이며 예악을 함께 얻는 것을 일컬어 유덕” 이라 하였다. 50) 공자는 예악의 첫 단계에서 청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는 "제 (齊) 나라에서 순(舜) 임금 때의 음악 소(韶)를 듣고 나서 참 으로 아름답고 참으로 선 (善) 하도다!" 라며 찬탄하고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잃었다고 하였으며, 또 무왕 武王의 음악 무 武 를 듣고 "참으로 아름다우나 참으로 선 善 하지는 못하 다”51)고 하였다 49) 史記, 律書 , 太史公曰: (故) [在] 旋璣玉衡以齊七政 即 ,天地二十 八宿, 十 母, 十二子, 鐘律調自上古 建律運歷造日度 可據而度也 合符節 通道德 即從斯之謂也 50) 史記, 樂記, 凡音者 生於人心者也 樂者通於倫理者也 唯君子為能知樂 是故審聲以知音 審音 以知樂 審樂以知政 而治道備矣 知樂則幾於禮矣 禮樂皆得 謂之 有德. 51) 論語, 八佾, 子謂韶盡美矣又盡善也 謂武盡美矣未盡善也 이 언급은 음악이 그 나라의 도덕적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공자는 악에 비유하여 통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공자께서 노(魯) 나라 태사 (大師)에게 악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악은 알 수 있으니 처음 시작할 때에는 오음(五音) 을 합한 듯하며 이어서 조화를 이룬 듯하며 음을 분명한 듯 하며 풀어내듯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52) 한 대에 이르러 예악 사상이 크게 발전하여 사마천은 "악은 천지 의 조화이며 예는 천지의 질서이다. 조화하는 까닭에 백물이 모두 변화하고 질서가 지켜지며 무리가 모두 구별이 된다 . 악으로 말 미암아 하늘이 이루어지고 예로 말미암아 땅이 다스려진다 . 그러므로 선왕은 성정에 바탕을 두고 천지도수를 살 펴 예의를 지으며 이런 까닭으로 군자는 바른 감정으로 돌아가서 그 뜻을 화하게 하고 유를 분별해서 그행실을 이룬다 .지극한 덕의빛을 떨치게 하며 4기( 氣) 의 조화를 움직여서 이로써만물의이치를 나타나게 한다”53)고 하였다. 52) 論語 ,八佾, 子語 魯大師樂曰 樂其可知也 始作翕如也 從之純如也 如也 皦 繹如也以成. 53) 史記 ,樂記 ,樂者 天地之和也 禮者 天地之序也 和 故百物皆化 序 故群物 皆別.樂由天作 禮以地制 是故先王本之情性 稽之度數 制之禮義 君子反情以和其志 比類以成其行.奮至德之光 動四氣之和 以著萬物之理 이러한 천인 감응의 세계관은 율력과 예악의 상관성을 우주적 시공간성 안에서 조화롭게 풀어내려 한 것이다. 정리해 보면 공간의 질서와 시간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 을 풍기론에서 율력사상 그리고 예악사상으로 이어지는 상관성으 로 이해할 수 있다 . 하늘의 기운을 절기에 따라 여덟 가지 바람으 로 구분하고 여기에 방위를 부여한 것은 공간과 시간이 만나는 기 의 질서로 천지간에서는 율과 력으로 나타나며 이에 상응하려는 인간에게는 악과 예로 나타난다. 이로 말미암아 율력과 예악이 상 호간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우주 즉 시공간의 질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III. 결론 앞에서 인용한 묵경 경편의 "움직임(動) 이란 지속적으 로 옮아가는 것이다" 에 대해 포르케(Forke)는 일찍이 움직임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관념을 유전적으로 이끌었다고 하였다. 움직이는 물체나 관찰자가 이동하는 거리는 공간을 구성하고 태양이나 달과 같이 관찰되고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 변화는 시간의 개념을 일깨 운다. 모든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본질적인 필요에 따라 빛 과 어둠의 주적인 주기에 반응하는 생체 시계가 내장되어 있음 을 인식하고 있다. 54) 이는 주관적 시간성의 의미로부터 시간을 이 해하고 있으며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자의 친구인 혜시(惠施) 의 역설은 이러한 시간관을 잘 보여준다: “해는 중천에 떠오르면서 기울기 시작하고 사물은 생기는 동시에 , 죽어간 다 남방은 끝이 없으면서도 끝이 있다. 오늘 월나라에 갔는데 어제 도착했다.”55) 정오의 순간은 지나가고 노화는 태어나면서 시작된 다. 또한 지역마다 시간 구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주의와 공간과 시간의 상 응이론이 후대에 기(氣) 론을 통해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라네가 잘 파악했듯이 춘추좌전 의 한 구절이 공간과 시간의 유기적 질서의 조화를 함 축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화합은 불 위에 물을 올린 다음 식 초와 젓갈 소금 매실을 넣고 어육을 익혀 국을 끓이는 것과 같다. 소리 역시 맛과 같아서 일기( 一氣 ),이체( 二體) ,삼류 ( 三類 ), 사물(四物), 오성 (五聲), 육률 (六律) ,칠음(七音),팔풍(八風),구가(仇歌) 가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56) 54) Needham Joseph, op.cit., p. 179. 55) 莊子, 天下, 日方中方 物方生方 睨, ; , . 死 南方無窮而有窮 今日適越而昔來 56) 左傳, 昭公 20년 和五聲也 以平其心 成其政也 聲亦如味 一氣 二體 三類 四物 五聲 六律 七音 八風 九歌 以相成也. 이 언급은 단지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본론 에서 언급한 공간과 시간의 상징들의 조화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 다 . 일기는 하나이면서 전체이다 . 이체는 음양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삼류는 관계의 상징이다. 사물은 공간을 배치를 의미한다. 오성 은 다섯 기본음을 의미하며, 육률은 율려의 천상기준이다. 칠음은 기본적인 날수 7일을 의미하며 팔풍은 공간을 지배하는 여덟 가지 기운이다 . 구가는 완전함에 이르는 궁극적 조화의 단계이다 . 이렇게 해석할 때 본문의 시공의 조화 단계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57) 고대 중국인의 시간관이 갖는 현대적 의미는 현대물리학에서 공 간과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성이 있다. 아인 슈타인에 따르면 공간은 빈 것이 아니라 마치 기(氣) 처럼 물결을 이루고 휘 고 굴절하는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다. 시간 역시 중력에 따라 빠르 거나 늦게 흐른다고 예측하였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물리적 공간은 미세한 과립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세상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어떤 관계처럼 보인다 . 연속적인 공간이 사라지자 사물과 별개로 흐르는 기초적인 시간 개념도 사라진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은 세상 안에 있고 세상 안에서 양자들 간의 관계로 만들어진다. 양자들 간의 발생하는 사건이 이 세상이며 그 자체가 시간의 원천 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의 보편적 흐름에 대한 생각 이 환상이며 효력 없는 일반화라는 입장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이러 한 입장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도 역시 환상이다. 열역 학에 따르면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가운데 시 간의 흐름을 통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공간에서 객관적 여기 가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객관적 지금 도 존재하 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미세한 상호작용들이 하나의 체계에 의해 시간적인 현상을 발생시키며 무수한 변수들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기 억과 현상은 이러한 현상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시간을 의식할 뿐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객관적 시간의 흐름은 존 재할 수 없는 것이다. 58) 57) 마르셀 그라네, 앞의 책, 171-172 쪽 참조 . 58)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김현주 옮김 쌤앤파커스 2016, 18, 78-79, 105-106쪽 참조 현대물리학의 시간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의 혜시의 역설은 일면 이해할 만하고 시사하는 점이 있다. 객관적 시공간이 아니라 사물의 관계적 장의 측면에서 주관적인 인식과 관련하여 흐르는 시공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한 점은 고대 중국인이 갖고 있었던 기의 변화의 세계상에 상응하려는 수행적 인식과정에 서 나타난 고유한 시간관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 문헌 Graham, A. C., Later Mohst Logic, Ethics and Science, The Chinese University Press, 1978. Needham, Joseph, Wissenschaftlicher Universalismus, übers. Tilman Spengler, Suhrkamp, 1977. Roetz, Heiner, Die chinesische Ethik der Achsenzeit, Suhrkamp, 1992. Yabuuchi, Kiyoshi, “The Development of The Sciences in China from The 4th To the End of The 12th Century”, Journal of World History, Vol. 4:2, 1958. 그라네 마르셀 중국사유 유병태 옮김 한길사 , , , , , 2015. 『 』 그레이엄 음양과 상관적 사유 이창일 옮김 청계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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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respect, time is both static and dynamic,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Ultimately, ‘the universe’ is the time and space in which the Tao operates. For Chinese philosophers who conducted philosophical thinking under the philosophical premise of the inverse that what exists changes, the concept of time was never a transcendental standard that could be equally applied to all objects quantitatively. Rather, the meaning of performative temporality was highlighted while the context of life was emphasized. The tradition of measuring time was also for the recognition of the change of heaven and earth and for moral practice accordingly. Therefore, this paper deals with China's unique view of time from a performative, metaphysical, ritual, and astronomical point of view in relation to time measurement, focusing on ancient literature, and finally, the ancient Chinese view of time deals with the significance of the Calendar/Music related to the harmony of time and space. ▶ Key Words: time, space, performative temporality, astronomy, calendar, harmony 투고 접수 일 : 2023.04.21. 심사 수정일 : 2023.06.08. 게재 확정일: 2023.06.12 가톨릭신학과사상 제88호발행년월: 2023/여름 첨부파일 88호 04 논문4 이향만 161-193.pdf 파일 다운로드 태그#시간#공간#수행적시간관#천문학#율력#조화#가톨릭신학과사상제88호 공감 이 글에 공감한 블로거 열고 닫기 댓글 쓰기 이 글에 댓글 단 블로거 열고 닫기 블로그 보내기카페 보내기Keep 보내기메모 보내기기타 보내기 펼치기 인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