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 4권 - 3
“부처님께서 만일 고기를 먹지 말게 하셨을진대
저 다섯 가지 맛, 우유ㆍ타락ㆍ생소ㆍ숙소ㆍ호마유(胡麻油) 따위와,
명주 옷ㆍ구슬ㆍ자개ㆍ가죽ㆍ금이나 은으로 만든
그릇 따위도 받아 사용하지 말아야 하겠나이다.”
“선남자여,
니건자(尼乾子)들과 같은 소견을 품지 말라.
여래가 제정한 여러 가지
금하는 계율은 제각기 다른 뜻이 있느니라.
다른 뜻으로 세 가지 깨끗한 고기를 허락하였고,
다른 생각으로 열 가지 고기를 금하였고,
다른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금하며
절로 죽은 것까지를 금하느니라.
가섭이여,
나는 오늘부터 제자들에게
모든 고기를 먹지 말라고 제한한다.
가섭이여,
고기를 먹는 이가 가든가 앉았든가 섰든가
누웠든가 간에 모든 중생들이
고기 냄새를 맡고는 모두 두려워하나니,
마치 사람이 사자에게 가까이 가면 여러 사람들이 보고
사자의 냄새를 맡아 또한 두려운 마음을 내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람이 마늘을 먹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서
다른 이가 냄새를 맡고는 버리고 가는 것과 같으니,
먼 데서 보는 이도 보기를 싫어하거늘,
하물며 가까이함이겠는가.
고기를 먹는 이도 그와 같으니,
모든 중생들이 고기 냄새를 맡고는
모두 두려워하여 죽을 줄 생각하며,
물에 살고 육지에 살고 허공에 사는 중생들이 모두 달아나면서
‘저 사람은 우리의 원수다’라고 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고기를 먹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고기를 먹기도 하나
보기에는 먹는 것 같되 실상은 먹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깨끗한 음식도 먹지 않거늘 하물며 고기를 먹겠는가.
선남자여,
내가 열반한 뒤 여러 백 년 동안에
네 종류 성인[四道聖人]이 모두 다시 열반하여
정법이 없어진 뒤 상법(像法) 시대에
비구들이 겉으로는 계율을 지니는 듯하면서도
경전을 읽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 호사롭게 지내면서,
몸에 입은 옷은 추악하고 얼굴이 여위고 위의가 초라하며,
소와 양을 기르고 땔나무를 지고 다니며,
머리카락ㆍ수염ㆍ손톱을 길게 기르고,
가사를 입었으나 사냥꾼 같으며,
자세하게 보고 천천히 걷기를
마치 쥐를 엿보는 고양이같이 하면서 항상 말하기를
‘나는 아라한도를 얻었노라’ 하고,
여러 가지 병고로 더러운 데서 누워 자며,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나 속으로는
탐욕과 질투가 가득하여 벙어리 모양을 하는 바라문 같아서,
실제로는 사문이 아니지만
사문 행세를 하며 나쁜 소견이 치성하고 바른 법을 비방하나니,
이런 무리는 여래가 제정한 계율과 옳은 행동과 위의를 파괴하고,
해탈의 과를 말하면서도 청정한 법을 여의고,
깊고 비밀한 교법을 깨뜨리며
제멋대로 경과 율에 어기는 말을 지어내어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우리들이 고기 먹는 것을 허락하셨다’ 하며,
제가 만든 이야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 하여
서로 다투면서 제각기 부처님의 제자라고 하리라.
선남자여,
그때에 또 모든 사문들이 곡식을 모아 두고
생선과 고기를 가져다가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기름병을 들고 다니며,
일산을 받고 가죽신을 신고,
임금이나 대신이나 장자를 따라다니며,
관상 보고 천문을 말하고 의술을 배우고
종들을 두고, 금ㆍ은ㆍ폐유리ㆍ차거(車𤦲)ㆍ마노ㆍ
파리ㆍ진주ㆍ산호ㆍ호박ㆍ벽옥(璧玉)ㆍ가패(珂貝)와
가지각색의 과실을 쌓아 두며,
그림을 그리고 불상을 조성하고 글자를 만들고
글을 가르치고 초목을 심고 가꾸고 방자하는 방법과
주문(呪文)과 환술 따위며 약을 만들고 풍류를 배우며,
꽃과 향수로 몸을 단장하고,
바둑과 놀음과 여러 가지 야릇한 기술을 배울 것이니라.
그런 때에 어떤 비구가
이러한 나쁜 일들에서 벗어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제자라 이름 할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다른 이를 의지하여 생활하나니,
걸식하다가 고기 섞인 음식을 받게 되면
어떻게 먹어야 청정한 법에 맞겠습니까?”
“가섭이여,
물로 씻어서 고기를 가려 놓고 먹어야 하며,
식기에 고기가 묻었더라도
거기에 맛이 배지 아니하였으면 사용하여도 죄가 없으며,
음식 가운데 고기가 많이 섞였으면 받지 말아야 하며,
고기가 드러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나니,
먹으면 죄가 되느니라.
내가 지금 고기를 끊으라는 제도를 말하였지만,
이것을 자세히 말하려면 다할 수가 없느니라.
열반할 때가 다가오므로 대강만 말하나니,
이런 것을 묻는 대로 대답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가섭이여,
어떤 것을 가지고 인연의 뜻을 잘 안다 하느냐.
어떤 사부대중이 와서 나에게 묻기를
‘세존이시여,
이러한 이치를 여래가 처음 나셨을 적에
어찌하여 바사닉왕에게 이런 깊고 묘한 법문을 말씀하시지 아니하고,
어떤 때는 깊다고 말하고 어떤 때는 얕다고 말하며,
혹은 범한 것이라 말하고 혹은 범하지 않는다 말하며,
무엇을 타락이라 말하고, 무엇을 계율이라 말하고,
무엇을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라 말하였습니까?’ 하여,
여래가 말하되 ‘바라제목차는 만족함을 앎이니
위의를 성취하고 받아 쌓음이 없는 것이며,
깨끗이 사는 것[淨命]이라고 하느니라.
타락이라 함은 네 가지 나쁜 갈래요,
또는 지옥이나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니,
빠르기로 말하면 소낙비보다 더한 것이니,
듣고 놀라서 계행을 꼭 지키고 위의를 범하지 아니하며,
만족한 줄 앎을 닦고 모든 부정한 물건을 받지 않는 것이니라.
또 타락이라 함은
지옥ㆍ축생ㆍ아귀를 길러 자라게 함이니,
이런 뜻으로서 떨어진다’고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