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어서 앓느니 갔다와서 앓기로 했다. 한라산을 벌써 몇 번을 올랐건만 겨울등반은 예측이 안되어 신중히 일기예보를 검색하면서 날짜를 골랐다. 좀 더 쉬운(?) 성판악 코스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겨울 산행의 맛은 관음사코스가 나을 것 같아서 관음사코스를 선택했다. 초겨울 등반이어서인지 해발 800m지점까지는 가을 분위기이고, 1,000m를 넘어서면서부터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했다. 1,300m부터는 쌓인 눈이 돌계단 틈을 메꾸어 그냥 눈비탈길이다. 호흡보다도 다리가 먼저 고통을 호소한다.
헤드랜턴을 켜고 아침 6시에 등반을 시작하여 정확히 10시에 백록담에 도착하였다. 바람 한 점 없이 날씨가 좋다. 잠시 머물다가 하산을 시작하여 삼각봉 휴게소에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쉰 다음 하산하여 탐방로 주차장에 도착하니 13:30분이다(관음사 코스는 왕복 9시간으로 안내된다). 산행은 늘 새로운 신선함을 전해주지만 환상적인 눈꽃으로 인해 피곤함이 다 사라진건 이번 산행의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