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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사이님이 주신 표지와,
무기명으로 받은 것 같은(?) 캘리그라피입니다! 감사합니당^^
남사친 박찬열 24
w.알찬10
"가지 마."
내 손목을 잡은 너의 손이 불안하게 떨렸다. 네가 간절한 딱 그만큼 나는 불편했다. 항상 예쁘다고 생각해왔던 손을 떨어냈다. 힘없이 떨어졌다.
저항 없이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 같은 눈을 뒤로 나는 떠났다. 차마 뒤돌아 볼 수 없었다.
"너 뭐 먹을래?"
요즘 카페들이 이렇다. 지나치게 빵빵한 에어컨 덕에 살닿는 곳마다 한기가 묻어 나왔다. 제일 편한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주문대에 붙어섰다. 메뉴를 훑어볼 것도 없이 나는 민트초코였다. 그러나 박찬열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따듯한 라떼랑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민트초코라떼' 짚고 있는 내 손가락이 깡그리 무시당했다. 지 마음대로 주문할 거면 뭐 먹을 건지 왜 물어봐?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라떼 나왔습니다."
주문된 음료가 제조되고 전주가 시작된 노래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가뜩이나 에어컨 바람에 추워 죽겠는데 내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진짜 냉방병에 걸려버릴 것 같았다.
"안먹냐?"
'나는 따뜻한 라떼가 내건 줄 알았지.'
닭살 돋은 팔만 쓸어대는 날 힐끔거리던 녀석이 골드 카드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주문 다시 해."
녀석의 카드를 주워드는 대신 나는 지갑에서 오빠의 VIP 블랙카드를 두 손가락 사이에 껴 보였다. 돈이라면 누구한테 뒤지지 않게 나도 많다고.
"지지를 않아요, 지지를."
투덜대는 목소리에 한 번 미소 지어주고 내가 마실 음료를 새로 주문했다.
"기껏 사 온 게 치약이야?"
치약이라니. 그건 민트에 대한 모욕이었다. 한 번 노려봐준 후 탁 터지는 시원하고 달달한 맛을 음미했다.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찬열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거 다 마시고 뽀뽀하면 이 닦은 기분이겠다."
그 순간 고루 섞이지 못한 민트 시럽이 목에 걸렸다. 켁켁 댈 새도 없이 입안에 고여있던 내용물이 정면으로 분사되었다.
"미친."
"..."
"여자애가 진짜."
진심 어린 정색으로 박찬열은 제 쪽으로 튄 내용물을 휴지로 닦아냈다. 당장이라도 쓴 욕설을 뱉어낼 것 같은 불만 가득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박찬열도 덩달아 실소했다.
웃음이 멎어들 즈음 나는 박찬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뭐야? 끼 부리는 거야?"
나는 본래 나쁜 년이었다. 박찬열 역시 상대적으로 좋은 새끼는 아니었다. 그래서 녀석의 감정에 대한 배려는 필요 없었다.
'사귀어 줄게.'
그건 순수하게 박찬열에 대한 내 마음이었다기보다는 내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선택이었다. 박찬열은 내가 휴지 위에 꼭꼭 써낸 글씨를 가만히 바라보다 웃었다.
"뭔 소리야."
"..."
"내가 너랑 사귀어 주는 거지."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유난히 강한 빛이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야."
올곧게 뻗어 나가던 내 발이 멈췄다. 햇빛에 잔뜩 부서진 시야 안에서 나는 새 남자친구와 마주했다.
"내신관리 안 하냐? 볼 때마다 지각이야."
아침 바람부터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고 온 건데. 당혹감보다는 황당함이 앞섰다. 내가 1학년 반 카페에서 박찬희 주소를 알아냈던 그런 비슷한 야매 루트로 알아냈나.
"가자."
맞잡은 손에서 올라오는 온기만이 우리가 나누는 소통의 전부였다. 나는 본래 필요한 용건 외에는 먼저 대화를 거는 성격이 아니었고, 박찬열 역시도 쓸데없이 재잘대는 성격은 아니었다.
침묵은 교실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박찬열이 교실까지 모셔다 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를 느끼지 못 했다.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뒷문으로 한데 모였다. 그중에는 변백현의 시선 또한 있었다. 애초에 내가 그렸던 그림도 그런 거였다.
"수업 잘 듣고."
"애들이 까불면 이르고. 또."
"바람피우지 말고."
마지막 말은 변백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장난스럽게 내 코끝을 톡 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박찬열은 떠나갔다.
"..."
반쯤 잠겨있던 뒷문을 더욱 활짝 열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박찬희는 변백현 옆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한 달 사이 박찬희와 내 자리가 몇 번이나 바뀌는 건 줄 모르겠다. 나는 융통성 있게 박찬희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박찬희와 달리 변백현은 줄곧 나만 주시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어제보다 더 난폭해진 말들이 쏟아졌다.
"지금 뭔데? 김여주랑 박찬열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지 않았어?"
"아무 사이가 아닌 것 같지 않은데?"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김여주가 대주기라도 했나?"
말도 못하는 주제에 찬열 선배를 어떻게 꼬셨냐는 비꼼부터, 내 장애에 대한 비하까지.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더 유리해졌다. 선생님이 그토록 요구하던 증거라는 걸 수집하는 중이었으니까.
"이 벙어리야, 내가 틀린 말했어? 칠뜨기처럼 노려보고 지랄이네."
그 여자아이는 제 목소리가 녹음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더 진득한 욕설을 뱉어냈다. 너는 좆된 거다.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 년 진짜 맛 갔나 봐. 실실 쳐 웃는 거 봐."
희열이 일었다. 오늘 하루 종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내 폰은 선생님이 아닌 경찰서로 넘겨질 것이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않고 있을 때 변백현이 다가왔다. 내 입 가득 고여있던 미소가 어그러졌다.
"폰 줘."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네가 내민 손을 눈 깜박하지 않고 노려봤다.
"얘 녹음했어."
너의 나른한 목소리 한 번에 내 계획은 부서졌다. 나에게 한 번씩 욕설을 뿌렸던 아이들이 미친년놈처럼 몰려들었다. 주머니에 손을 꼭 넣고 폰을 사수하려 사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일 대 다수의 몸싸움에서 나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잡았다 씨! 우리 좆 될 뻔했어!"
왼쪽 머리가 한 움큼 잡혔다. 땅기는 느낌에 핏대가 섰다. 아이들 뒤에서 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변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네가 원했던 게 이런 거야?
"야 쌤오기 전에 빨리 뺏어!"
몇 번의 손톱 긁힘에 팔과 손등 부분에 생채기가 생겼다. 내 피를 보고서도 저들은 지가 먼저 살겠다고 난리였다. 결국 나는 폰을 꼭 쥐고 있던 힘을 풀었다.
"야, 지웠다."
저들의 손에 녹음 파일은 지워졌다.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폰이 내 앞으로 던져졌다. 후끈거리는 상처보다도 쉽게 제어되지 않는 화에 가슴이 콕콕 쑤셨다.
"와 진짜 미친년 아까 웃는 거 봤어? 개소름이네."
빈깡통이 되어버린 휴대폰을 꼭 주워들었다. 휴지로 피 부분을 꼭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짝 곤두선 신경에 걸음은 불규칙적이었고 빨랐다.
"김여주! 수업 시작하는데 어디 가!"
"..."
"아, 다쳤어? 손은 어쩌다 이랬어?"
국사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얼른 가봐."
얼마나 눈에 힘을 줬는지 눈이 따끔거렸다. 내 머릿속은 복수할 궁리로 가득 찼다.
"왜, 또 너야? 어디서 맨날 다치고 와? 이거 봐라, 긁힌자국인데 이건?"
치료 중 쏟아지는 보건 선생님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쉬었다 갈게요. 배도 좀 아파서요.'
텅 비어버린 음성 메시지함을 보며 침대에 누웠다.
밴드 투성이인 내 손과 아직까지도 땅기는 머리를 매만졌다. 잇새를 꼭 씹으며 다짐했다. 너희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박찬열? 절대 안 줄 거라고.
유치한 괴롭힘은 점심시간 정점을 찍었다. 막 받아온 내 급식판에 남아있는 음식이 없었다. 무한리필인 우리 학교 급식제도상 식사에 지장은 없었지만 굳이 이 짓을 당하면서 먹어야 하나 싶었다. 고의적으로 흘린 스프가 내 손을 뜨겁게 적셨다.
"엄마야! 미안."
박찬희는 멀찍이서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하고 있었다. 액정에 스프까지 묻혀가며 타이핑을 마쳤다. 짧고 간결한 내 글을 박찬희에게 들이밀었다.
'따라나와.'
미친개들을 잠재우는 방법은 하나다. 미친개들의 조련사를 조련하면 된다.
"응, 그래. 용건이 뭐야."
강당 앞 쉼터에 앉았다.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나를 내려보는 눈빛은 가식이었다. 사실 지금 박찬희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 너네 오빠랑 사귀어.'
"어쩌라고?"
'언제든 버릴 수 있어.'
"너 진짜 제대로 돌았구나?"
사실 박찬희는 나만큼이나 화가 나 있었다. 그 분노의 요인은 오롯이 내 '매력'에 있었고.
'박찬열 버린다는 소리가 뭔 뜻인 줄 알고 있지? 변백현을 가진다는 소리야.'
박찬희는 부정하지 않았다. 맹목적으로 변백현만을 바라보는 애가 변백현의 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변백현은 지금 삐뚤어진 시위를 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내가 손 내밀면 잡고 충성할 녀석이었다. 우리는 둘 다 그것을 알았다.
"누구 마음대로?"
박찬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내 마음대로.'
"야!"
'애들 좀 조용히 시켜줘. 너 걔네 통제할 수 있잖아.'
"..."
'딜하는 거야.'
변백현을 건 협박은 직방이었다. 아무도 날 건들지 않는다면 나 또한 변백현을 건들지 않겠다는 내 거래는 성사되었다. 구차한 사랑 한 번 지켜보겠다고 박찬희는 참 애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짠했다.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너랑 나랑 거래한 거야. 넌 백현이에게 이제 눈길도 줘선 안돼."
"..."
"파기하면 난 진짜 널 죽여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그 후로 정말 거짓말처럼 날 흉보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간간이 나를 감시하는 박찬희의 눈빛만 있을 뿐, 날 거슬리게 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상쾌했다.
석식때부터 나는 미술실에 틀어박혔다. 그림이 얼추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이미 윤곽은 또렷했고, 이제 전체적으로 명암만 제대로 주면 되었다. 부서져버린 황량한 도시, 마치 나 같았다.
-어디야?
남자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디든.
짤막한 대답과 함께 다시 점묘화에 집중했다. 미술실을 물들이던 선홍빛 하늘이 어둠에 잠식되었다. 형광등 빛에 눈이 아팠다. 펜을 내려놓고 눈을 비비고 있을 때 미술실 문이 열렸다.
지금쯤 심화반에 있어야 할 변백현이였다. 가져온 화지를 펼치고 내 앞자리에 자리해 앉았다. 박찬희가 이 모습을 보면 난 죽임당할지도 모르는데.
"재밌냐?"
내 팔에 난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던 네가 툭 던졌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재미있느냐고 묻는 게 아니라는 건 지나가던 개미도 알았다.
"재밌냐고."
내 얼굴을 좀 봐.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속마음을 삼키고 연필로 글자를 적었다.
'주어가 빠져서 모르겠어.'
야자 1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백현도 따라 일어섰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있다고.
"너 좆같아."
나지막한 한 마디를 끝으로 변백현은 미술실을 나보다 앞서 나갔다. 신경질적으로 던진 2B 연필심이 바닥을 때리며 부서졌다. 찬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를 듣다 제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지가 먼저 나가줬으니 내가 피할 필요는 없었다. 다시 돌아와 앉은 곳에는 변백현의 빈 화지만 남아있었다. 아무것도 그려내지 못한 빈 화지.
늦게까지 미술 작업을 마무리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지쳐있던 아이들이 유일하게 활기를 되찾는 시간. 그 아이들 틈에서 나는 박찬열을 발견했다. 내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하는 말이-
"왔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손은 왜 그래?"
박찬열의 시선이 밴드가 덕지덕지 붙은 내 손에 닿았다.
쟤네. 턱짓으로 박찬희 쪽을 가리켰다.
"누구?"
좀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설명에 내 손가락은 박찬희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을 콕콕 집어냈다. 특히 박찬희하고 붙어 다니는 저 친구1 계집애 말이다. 내 폰을 빼앗으려는 척 고의적으로 할퀴었단 걸 내가 모르지 않았다.
"오빠, 선배부심 부리지 마."
박찬희는 꼴에 친구랍시고 친구1에게 다가서는 제 오빠 앞길을 막고 섰다. 친구1은 진심으로 상처받은 얼굴로 박찬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전부터 저 애가 박찬열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화이트데이니 뭐니 할 때마다 박찬열에게 뭔들 사다 바치며 요란을 떨었었으니까.
"너는 오빠부심 부리지 말고 비켜. 나 여자애 안 때리는 거 알지?"
"..."
"근데 동생은 때려."
박찬희는 독에 찬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비켜봐봐."
천하의 박찬희라도 결국 제 오빠는 이겨먹지 못하는 듯, 눈을 내리깔고 한 발자국 옆으로 비켜섰다. 그 동시에 친구1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은 마치 박찬희마저 감싸주지 않은 제 처지를 비관하는 것도 같았고, 의지할 곳이 눈물 밖에 없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착한데. 왜 친구를 괴롭히고 그래."
"..."
"응?"
눈물 콧물 터트리는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보던 박찬열은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대신 손을 올려 그 애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차라리 욕이라도 쏴대줄 것이지. 한쪽에서 불쾌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나 지금 설마 질투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휙 고개를 돌렸는데 하필 그곳에 변백현이 있었다. 이쪽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스리슬쩍 교실을 나갔다. 박찬희가 변백현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변백현은 박찬희의 손을 떨쳐내고 나를 계속 주시했다.
"백현아 나가자."
그래도 결국에는 박찬열과, 친구1과, 나 셋만 남았다. 박찬열은 책상에 걸터앉아 그 애를 거만하게 내려보았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 고3이야. 일분일초가 귀해. 얼른 말하고 꺼져봐. 누가 뭘 했는지."
통곡에 가까운 울음소리에도 박찬열은 인정 없이 내려봤다. 눈물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친구1은 술술 다 불었다. 저를 배신하고 먼저 나가버린 박찬희와 그의 친구들의 만행들을 모두다.
"처음엔 그냥 찬희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요. 아빠도 그랬거든요. 미래에도 일적으로 계속 기생해야 되는 관계니까 지금부터 관계 잘 유지하라고요. 그런데 나중엔 그냥 제 의지로 괴롭힌 거예요. 선배를 채간 것만 같아서 김여주가 너무 미웠어요..."
"그래? 그럼."
이야기를 다 들은 박찬열은 그 애 필통을 뒤적거렸다. 분홍색 커터칼을 꺼내 날카로운 칼 촉을 세웠다. 친구1의 얼굴빛은 사색이 되었다.
"아쉽게도 난 손톱이 짧아서 똑같이 할퀼 순 없으니 칼로 할게."
그 애 치마가 살짝 들춰졌다. 뽀얀 살갗에 날카로운 칼이 그어지려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나 박찬열의 손목을 꽉 잡았다. 박찬열은 행동을 멈춘 채 나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말려올렸다.
"하지 말까?"
내 단호한 끄덕임에 숨을 꾹 참던 여자애는 두 번째 통곡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남자는 자고로 여자 말을 잘 들어야 된댔는데. 네가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박찬열은 커터칼을 교실 구석으로 슝 날려던지고 미소 지었다. 아무리 복수라지만 어떻게 커터칼로 살을 그어버릴 생각을 하지? 진짜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박찬열에 비하면 박찬희는 순수 덩어리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안고 박찬열을 교실 밖으로 잡아끌었다. 마치 내가 그 일을 당할 뻔한 것처럼 손이 달달 떨렸다. 주변 모든 소음이 희미해졌을 즈음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진짜 미친 거야?' 이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이 떨려 글자가 좀처럼 완성되지 않았다.
"뭘 놀라냐."
"..."
"니가 말릴 줄 알았어. 너 그런 애잖아."
녀석은 내가 들고 있던 폰을 뺏어 전원을 껐다. 그것은 곧장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아직까지도 파르르 떨리는 내 눈꺼풀을 내려보던 녀석이 달래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당돌한 듯 여리고. 나쁜 듯 착하고."
익숙한 밤바람을 맞았다. 함께 맞는 사람은 박찬열이었지만, 나는 이 길에서 변백현을 생각했다. 처음 입맞춤을 나눴던 놀이터 뱅뱅이가 눈에 들어왔을 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춰버렸다.
"생색 좀 내보자면 나 여자 집에 데려다주고 이런 거 네가 처음이야. 여자는 길을 모르냐, 발이 없냐. 이랬는데. 나는 그랬는데, 너는."
"..."
"지켜주고 싶고 그런 게 있네."
"..."
"야, 들은 척이라도 좀 해봐."
더 이상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진전시킬 기력은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저 쓸쓸한 가로등 아래 언뜻 변백현의 그림자가 스친 것도 같다.
내 팔 곳곳에 난 생채기를 보면 오빠는 뭐라고 할까. 가뜩이나 요즘 일로 바쁜 것 같은데 심란을 가중시키고 싶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들어갔다. 야구 채널을 보다 곯아떨어진 오빠가 깰 세라 빠르게 방으로 들어와 긴 팔로 갈아입고 나왔다.
저렇게 오들오들 떨면서 잘 거면 애초에 에어컨을 켜질 말던가. 꼭 켜놓고 춥다 감기 걸렸다 난리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오빠 위로 아기 이불을 휙 날려던지고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피곤했다.
무의식이 급하게 의식을 지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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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이 너..ㅜㅜㅜ 설레라..ㅜㅜㅜ
머시쪙....! 나 변덕 심한것 같다
솔직히 여주도 츤데레굳 그리고 찬열이 사이다 너무 좋다
찬열이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1.12 16:32
박찬열 멋있다 사귀고싶어..!
박찬열 너무 좋아요...나도 저런남자..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 지금 제상태 같네여..
와....찬열이 멋있다...
너무 좋다??
찬열이 듬직해서 좋아ㅠㅠㅠㅠㅠ
박찬열 듬직하다..♡
짜식멋있네 듬직하고
듬직하네♡
처음엔 놀래다가 그래도 여주한테 듬직하네
ㅠㅠㅠㅜㅜㅜㅜ머야 조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20 16:47
아 찬열이 역시 찬열이답다
박차녈이자씩..(흐뭇)
찬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열아사랑해ㅎㅎㅎ
진짜 찬열이 사랑해 ㅠㅠㅜ
와... 뭔가 멋진데 소름끼치게 무섭네요...
찬열아 커터칼이라니ㅋㅋㅋㅋㅋ또라이같은데 왜때문에 설레죠
민석이 찬열이 사이다ㅠㅠㅠ 내가 사랑해♥
오우..찬열아 여주가 안말렸으면 어쩔뻔했니..그래도 박찬열 짱!
크으 찬녈이~~~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4.17 17:53
와 박짜녈 말 완젼 설렌다..
짜녈같은 사람 하나 있으면 만천하가 함부로 애틋해짐.. ㅎㅎㅎㅎ
와.....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10.0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