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책 :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 디노 부차티
토론일 : 2024. 5. 28
발제 : 설윤지
참석 : 강윤미, 김경은, 권지은, 이경아, 원민영, 정혜은, 설윤지, 조정근
1. 작가 소개 : 디노 부차티(Dino Buzzati)
이탈리아의 소설가, 화가, 시인, 신문기자 (1906~1972)
이탈리아 북동부의 도시 ‘벨루노’에서 태어난 그는 수의사인 어머니, 국제법 교수인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했다. 밀라노대학교의 수학한 뒤 22살에 밀라노 신문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입사해 평생 기자로 살았다. 이후 그는 기자, 특파원(2차 세계대전 동안 아프리카에서 일함), 편집자, 미술 평론가로 일했다. 그의 기자 경력은 환상적인 이야기에도 사실주의의 아우라를 실어주었다고 평가된다. 이탈리아 아방가르드 문학을 이끈 환상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부차티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환상적이고 예리하게 담아낸 작가로 주목받았다. 대표작으로는 『타타르인의 사막』(1940), 『60개의 이야기』(1958)가 있다.
2. 발제글
곰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동구매했는데 여러모로 저를 놀라게 한 책입니다. 신간인 줄 알았는데 1945년에 나온 이탈리아 작품이었고, 중간중간 포함된 그림(삽화)의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왜 작가가 스스로를 '기자와 작가를 취미로 하는 화가'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알고 있던 '시칠리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매우 험준한(심지어 눈이 덮여있는) 산에서 출발합니다. 등장인물과 배경을 앞서 소개해줄 뿐 아니라 중간중간 "여러분 잘 따라오고 계시죠~?" 느낌의 친절한 설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희곡’이나 ‘판소리’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평면적으로는 곰들의 왕 레온치오의 아들이 인간에게 납치되며 촉발된 곰과 인간의 전쟁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여러 캐릭터를 통해 리더십, 충성, 배신의 덕목이 보여지더니 가장 절망적 순간에는 마법도 한 스푼 더해져요. 전쟁보다 인상적인 건 정복 이후 도시에 새로운 터전을 꾸린 곰들이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욕심이 많아지고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으로서 어쩐지 마음이 불편한데 그게 바로 이 책이 훌륭한 우화라는 반증이겠죠.
"산으로 돌아가게 ~ 여러가지 편리하고 근사한 것들과 헤어지자면 슬프겠지. 그러나 그 후에는 훨씬 행복할 거고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거야. 친구들, 우린 살이 찌고 배가 나왔어. 이게 진실이야."
(레온치오 왕의 유언, 134p.)
책의 형태는 동화인데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어른을 위해 쓰여졌단 생각이 들었고 출간연도가 무색할만큼 매우 세련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그대로 읽어주기보다 "옛날에 이탈리아의 섬에서 이런 일이 있었대~" 라고 조근조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만난 느낌입니다.
3.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누구였나요?
2)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3) 곰들이 산으로 돌아간 것처럼 내 마음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돌아갈 수 없다면 왜?
4) 좋아하는 ‘우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곰이 나오는 책! 특히 환영입니다.)
* 함께 나눈 이야기
- '곰'이라는 동물이 미련하고 둔한 이미지가 있으나 실제로는 매우 민첩하고 영특하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곰'을 신성시 여기는 문화나 전설이 많이 있었으며 곰에게 인간의 모습을 대입한 그림책 등 문학작품도 많다.
- 레온치오 왕 : 훌륭하고 강직한 왕이나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아들을 잃어버려 안절부절하는 모습에서 이중성이 느껴졌다.
- 이 책은 옛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삽화 등을 보면 어린이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장이 복잡하고 말과 행동 등에 함의가 있어 어른책으로 분류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실제 작가도 "어린이의 마음에 드는 책을 쓰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 그러나 책의 출발이 조카들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고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의 매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모아 글을 쓰고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에피소드 중심 구성이고 중간중간 빈 공간이 있는 느낌이다.
- 1945년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등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해석하기엔 모호한 지점이 있다.
- 곰과 인간 어느 측도 완전한 '악역'은 없고 곰 중에 배신하는 캐릭터 살니트로, 인간 중에서는 대공이 악하게 나온다.
*대공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다.
- 해설을 보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리얼하다!'는 네오 리얼리즘이 등장한 시기였다고 한다.
- 작가는 자신의 여러 재능(글, 그림, 기자로서의 경험)을 책 속에 고루 녹여냈다.
- 별 거 아닌 일을 거창하게 설명하는 부분 등에 유머가 느껴지고 옛날 구전 이야기처럼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훅 넘어가는 등 현실성을 뛰어넘어 즐겨야 하는 책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작가를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거장이라 부르는가보다.
- 그림과 그 상황을 설명하는 페이지만 묶어서 그림책이나 그래픽노블로 나오면 어린이책으로 더 좋을 것 같다.
- 곰들이 인간세계에 적응해 안주하며 일부 곰들은 타락하는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풍자가 잘 드러났다.
(그림책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도 떠올랐음!)
-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곰들이 레온치오 왕의 유언에 따라 다함께 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우리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혹은 돌아가야 하는 마음의 고향이 있나요? 떠날 수 없다면 왜일까요?
: 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 뉴욕, 동화를 읽으며 떠올리는 어린시절
* 보너스 자료들
- 책 속 그림들만 모아 그래픽 노블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만든 북트레일러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공유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sVZPRV9I5tY&t=99s
- 책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2021년작)도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gH4SWY27hyE
3. 좋아하는 곰 그림책들과 디노 부차티 작가의 다른 책들은 첨부의 발제파일 참고해 주세요^^
첫댓글 표지도 너무 귀엽고^^ 내용도 재밌고~^^ 윤지님 덕분에 좋은 책 읽어서 좋았어요!
처음 보는 작가님, 귀여운 허세(?)도 느껴지고, 시대적 배경 등은 차치하고 읽어도 좋은 책인거 같아요^^
귀여운 허세 완전 동감이에요 ㅋㅋ 그럴만한 엄친아적 작가님의 재능도 부럽네요 ^^
다음주 야생화에서도 이야기 나눌 책이라 윤지님 글 읽으며 더욱 그 시간이 기대되네요~~~
윤지님 정리의 달인이시네요👍👍👍
안 그래도 목록에 같은 책 있어서 야생화팀 후기도 매우 기대되어요~!! 같은 이야기,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 꼭 올려주세요^^
현실성을 넘어서 환상성으로 즐겨야하는 책이라는 정리가 너무 와닿아요!!! 작가의 허세와 장난에 이번에도 완전 속아서 혼자 헤맸네요 ㅎㅎㅎ
경은님과 경아님의 현실주의에 기반한 해석 시도가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더 고민해보게 해 주어 좋았어요!!
저도 궁금해서 빌려는데 너무 재미있게 휘릭 읽었어요~^^ 책 읽고 이글을 읽으니 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