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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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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시등 감상 칼 융 분석심리학-인생은 자아(ego)가 자기(self)를 찾아 떠나는 여행 *당신의 당신/문혜연
시냇물 추천 0 조회 505 22.10.07 23:4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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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2.10.08 08:26

    첫댓글 *인간은 페르소나가 없는 새라는 자기(self), 실체를 찾아 떠나야 하지만 결코 도달할 수는 없다
    당신의 당신/문혜연 *2019조선일보 신춘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를 대신할 말을 찾아요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져요
    뻐끔거리던 입술들이 짝을 짓습니다
    입술을 부딪치며, 서로에게 옮아가는 인간들
    새들은 인간과 상관없이 날아다닙니다
    새들은 새들이고, 우리는 우리입니다
    부리를 부딪치는 새들은
    정다운 만큼 가벼운가 봐요

    자신을 닮은 사람을 세 번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지렁이와, 지렁이 모양 젤리
    그걸 공포라 할 수 있나요
    머리와 꼬리를 알 수 없는 젤리는
    달콤하고 모호한, 주인모를 관계들
    우리는 점점 닮아 가는데
    누가 누굴 닮은 건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할까요, 당신은 지금
    2%의 당신 자신과, 98%의 당신의 당신
    순도 높지 않은 당신, 그리고 나
    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아래에 계속)

  • 작성자 22.10.08 08:23

    (위에서 이어서)
    새들은 언제나 아득한 높이에서 웁니다
    그림자도 생기지 않을 물에는
    새의 밑면만 지나갑니다
    깊이 가라앉은 바닥, 그곳에서 우리는
    떠오를 수 없는 낮은 음, 낮은 울음

    새들의 이름은 그들의 인사가 됩니다
    우리의 울음도 우리의 내일이 될까요
    안녕, 당신, 안녕
    유언 같은 안부를 주고 받아요
    우리는 새들의 세계에서도, 서로의 이름만 부르고
    인간은 역시, 새들에게는 이해받을 수 없나봅니다

  • 작성자 22.10.08 13:41

    *광대는 페르소나(사회적 자아), 허들:사회적 목표, 밤:자기(self)의 반성의 시간, 하이데거의 현존재 즉 죽음을 앞당겨 사유는 실존
    https://youtu.be/fcC_emRrM24
    랜덤박스/류휘석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내겐 매일 허들을 넘다 실패하는 광대들이 살아요

      불필요한 기념일이 빼곡한 달력, 숨 쉴 날이 없어요
      나 대신 종이에 누워 숨 쉬는 사람들

      밤이 되면 광대는 잠을 자고 나는 일어납니다

      나는 허들을 치우고 부서진 광대들을 주워 종이 상자에 집어넣습니다
      그늘을 뿌리는 거대한 인공 나무, 물을 줘요 잘 자라서 더 크고 뾰족한 허들을 만들어내렴

      그렇지만 모든 게 나보다 커져서는 안 돼,

      광대들은 일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이불을 걷어냅니다 나는 토스트처럼 튀어 올라 침실을 접어 내던져요 나를 어지럽히는 벽시계와 발목에 생긴 작은 구멍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커집니다 

      방이 비좁아서 나는 밖에 있습니다 밖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상자를 만들어야 해요 재사용 종이는 거칠고 단단해서 반성에 알맞습니다
      천장에 붙어 기웃거리는 가녀리고 얇은 나의 광대들
    (아래에 계속

  • 작성자 22.10.08 13:39

    (위에서 계속)
    반성이 시작된 집은 무덤 냄새가 나는 요람 같아요

    나는 탄생부터 기워온 주머니를 뒤집습니다 바닥은 먼지로 가득찹니다
      도무지 채워지질 않는 상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실패와 실종
      내가 죽으면 광대들은 허들을 넘을까요
      궁금해서 죽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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