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제9집 김동출 수필 1(맞춤법 검사 필)

[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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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며 놀았던 유년의 추억.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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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의 아침, 오늘에 감사하며
개암 김동출

오늘은 2024년 4월 30일로 음력 삼월 스무이튿날. 필자가 태어난 지 꼭 70년째 되는 날이다. 아내의 축하 인사를 받고 돌아서는 발길에 딸과 아들 내외에게서 온 축하 전화를 받았다.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태어난 그날인 듯 싱그러운 신록이 물결치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봄꽃 모두가 나를 반겨 주는 듯하니 참으로 행복하니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과 오늘까지 살게 해주신 주님 은혜에 감사기도를 올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세월 참 빠르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할아버지 졸라 초등학교에 청강생으로 입학한 때가 마치 어제 같고 아직도 마음은 청년 같은데 내 나이가 벌써 일흔 살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눈 깜빡할 사이에 내 인생의 7할을 소진하고도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기적이다.
필자가 태어난 그 시절 농촌의 지금쯤은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춘궁기였다. 집집이 양식이 다 떨어지면 논밭에 파종할 씨앗만 남겨둔 나머지 곡식을 죄다 모아 맷돌이나 절구로 빻은 가루를 쑥을 한데 버무려서 시루에 쪄내 만든 쑥버무리를 밥처럼 먹었다. 그렇게 먹는 것도 시원찮은데 산모들은 아기에게 젖까지 물려야 하니 춘궁기에 출산한 산모들은 못 먹고 굶어서 전신이 퉁퉁 부어 고생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였다 한다. 힘든 그 시절에 필자가 태어났으니 산모인 어머니께서는 그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나의 오늘이 있게 된 것은, 오로지 자녀 교육열이 남달랐던 부모님 덕이다. 6.25 참전용사이셨던 아버지는 6년간의 군 생활하며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당신의 자식들을 ‘○묻은 팬티를 팔아서라도 대학까지 보내겠다’라고 공언하셨다. 宜寧 玉씨 인 어머니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정신력과 살림살이의 지혜가 뛰어나 당신의 젊은 시절에는 해상(海上)에 나간 남편을 대신하여 조부님을 도와 3,000평이 넘는 천수답과 밭농사를 지어 식구들을 건사하였다.

이러한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에 필자는 어려운 농촌 살림 속에서도 명문의 교육대학에 진학하여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이루고 마침내 지난 2019년 2월, 42년간의 초등학교 교직에서 정년퇴직했다. 벌써 5년이 지났다. 뒤돌아보니 70년 세월 속 나의 인생은 영광도 많았지만, 시련은 더 많았다. 주님께서는 특별히 나에게 더 많은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신 것 같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정년퇴직한 뒤에 비로소 간절한 나의 기도에 주님께서는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던 병든 내 심장을 어느 뇌사자의 튼튼한 심장으로 바꿔 달아 주셨다. 청년 시절에 엄한 벌을 내려 주신 하느님께서 왜 이런 기적을 내려 주셨는지 날마다 감사의 기도로 보답해야겠지만 어리석게 아직도 기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흉내만 내고 여전히 어리석은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지은 제일 큰 죄는 부모님께 불효한 것이다. 농촌 아낙으로 고생하신 어머님은 쉰둘의 나이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 자식들이 제대로 효도할 기회가 없었다. 어머니 사후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생가는 헐리고 대토를 받은 시내에다 집을 짓고 재혼한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세월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벼랑 끝에 서서 방황하신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재산 욕심에 눈이 멀어 부자유친의 천운을 끊으려 하는 계모의 패악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었다.

어머님 사후에 아버지와 소원한 그 무거운 틈새를 메워 준 분이 본가 이웃에 사는 누님과 매형이셨다. 1981년부터 타관에 나와 살았던 필자는 어머님 사후에 두 살 터울 누님을 의지하면서 살았고 특히 든든한 매형을 친형처럼 여기며 살았기에 덜 외로웠다. 그렇게 살갑게 대해 주셨던 매형께서 지난 4월에 혈액암으로 타계하셨다. 생전에 아파트 건축 콘크리트 타설 작업 감독을 하셨기에 일종의 직업병으로 추정되지만, 시비 걸 수도 없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형제 계(契)에서는 매형이 가신 뒤에 다가온 필자의 칠순 상을 지난 일요일 오후 둘째 여동생 집에 모두 모여 차려주었다. 지세포항 근처에 사는 동생은 아침 일찍 항구에 나가 공판장으로 가던 갑오징어와 아귀 등 싱싱한 횟감과 고둥을 한 다라 사와 직접 회와 무침으로 장만해 상을 차려내었다. 이태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모두 매형께서 수고하셨던 일이라 음식을 나누어 먹는 동안 내내 매형 생각이 그리워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형제자매와 매제들의 정성 들여 차려놓은 생일상 앞에서 우리 부부가 케이크를 자르고 차려 낸 음식을 먹는 동안 내내 얼마 전에 작고하신 매형 생각에 가슴에 매여왔다. 때마침 둘째 여제의 쌍둥이 손녀 남매가 불시에 찾아와 귀여움을 떨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형제 계에서는 이번 나의 칠순 생일을 기해 지나간 아내의 칠순 축하금으로 금일봉까지 챙겨주었다. 이 자리에 이어 대체공휴일이 시작되는 5월 초에 두 자녀 남매가 조촐한 축하 자리를 또 마련해 준다니 기쁘다. 한편으론 이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일찍 떠나신 부모님께 못내 송구한 마음 숨길 수가 없다.

2024-05-01

이제부터 팔순을 향해 출발하는 지금. 이제 심장은 예전과 달리 튼튼하지만, 나의 신체 곳곳에서 건강 이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정신을 아무리 곧바로 차려도 가는 세월을 이기기는 힘들다. 100세 시대라지만 장수에 연연하지 않으련다. 척박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부지런한 부모님 덕택에 한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영광을 누렸고, 가고파의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 보금자리도 장만했으니 부모님의 대를 이어온 나의 역할은 끝나가고 있다. 미래는 나와 동업자로 서울에서 초등교직에 종사하며 박사학위를 받은 딸과 최근 글로벌 전문 기업의 총괄팀장으로 승진한 아들 부부와 초등학생 두 손녀에게 희망을 걸고, 우리 부부는 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로 살아가련다.

끝으로 ‘꾸르실리스타’ 카카오톡 메신저 방에 어느 ‘꾸르실리스타’가 올린 글을 음미해 본다.

『살면서 사람 다 겪어보니, 사람 귀한 줄 알고, 모든 걸 내 탓으로만 돌리고, 마음 비우고, 더욱 낮은 자세로 베푸는 사람이 최고더라.』
『이만큼 살아보니 글쎄, 돈이 다가 아니고, 잘난 게 다가 아니고, 많이 배운 게 다가 아니고, 소박한 게 제일 좋더라.』
『살다 보니 사람은 정녕, 돈 많은 사람보다, 많이 배운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이 훨씬 좋더라.』

바라건대 세상의 모든 실버들의 생각과 같이 사랑하는 우리 부부도 서로 건강하게 살다가 하느님 나라로 함께 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또한 생명이 꺼져가던 나에게 ‘다시 뛰는 심장을 주고 가신 그분의 영혼과 그분의 가족에게 늘 감사하며, 세상의 모든 갑장 친구와 더불어 주님께 감사하며 이웃에 봉사하며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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