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한국전통식품포탈(http://www.tradifood.net)”과 ‘e뮤지엄(www.emuseum.go.kr)’에 수록되어 있는 소중한 우리의 유산인 향토음식에 관한 정보를 통하여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향토음식의 발달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지형과 기후가 달라 각 지방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향토음식이 발달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시대에 따라 영토의 경계가 달랐고,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도읍이나 도시가 발달해 다양한 음식문화 형성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각 지방의 향교를 중심으로 농촌사회의 향토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환경도 향토음식의 발달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향토음식이라고 하면 보통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해 그 재료에 적합한 지방의 조리법으로 조리한 것을 말하는데, 어디에나 있는 흔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생활 형태나 기후, 풍토 등 지역적인 특성이 반영된 독특한 조리법으로 발전시킨 향토음식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뱃사람을 위한 도시락으로, 밥이 쉬지 않도록 반찬과 밥을 따로 싼 충무김밥이 그런 경우인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 음식문화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남쪽으로 갈수록 음식의 간과 매운맛이 강해지고 양념과 젓갈을 많이 쓰는 반면 북쪽의 음식은 간이 싱겁고 매운맛이 덜하며 젓갈을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한 것이 특징입니다.
팔인팔색의 매력, 지역별 향토음식의 특징
이렇게 지역마다 특색 있게 발달한 향토음식은 각각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요?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성품까지 닮는 법이어서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그 지방 사람들의 기질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련된 서울 음식부터 화끈한 경상도 음식까지, 각 도마다 개성 있게 차려내는 향토음식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맵시 있고 세련된 서울 음식
예부터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서울 사람들의 인색함을 빗댄 말이지만, 매사에 빈틈이 없고 정확한 기질을 뜻하기도 합니다. 음식에서도 서울 사람들의 ‘깍쟁이스러운’ 면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음식은 맵시를 중요시하여 모양새가 세련된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크기도 작게 만들고 모양을 예쁘게 하여 멋을 내며 양은 적으나 가짓수를 많이 만듭니다. 양념들도 곱게 다져서 쓰며,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울 음식이 이렇게 모양새를 중히 여기는 것은 서울이 조선시대 초기부터 500년 이상 도읍지였기 때문입니다. 왕족과 양반이 많이 살던 고장이라 자연히 의례적인 것이 중요시되어 격식이 까다로워지고 맵시를 중히 여기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좋은 재료들이 수도인 서울에 모였기 때문에 최고급의 음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음식은 개성, 전주의 음식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하고 다양하다고 합니다. 또 궁중음식이 양반집에도 전해져 서울 음식에는 궁중음식과 비슷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 소박하고 푸짐한 경기도 음식
경기도 지방은 밭농사와 벼농사가 활발해 농산물이 고루 생산되며, 동쪽의 산간지대에서는 산채가 많이 나고 서해안에는 해산물도 풍부해 먹거리가 다양합니다. 경기도 음식은 서울에 비해 소박한 편이며 양이 많아 푸짐한 것이 특징입니다. 간은 서울과 비슷해 세지도 약하지도 않으며 양념도 많이 쓰는 편이 아닙니다. 경기도에서는 오곡밥과 찰밥을 즐겨 먹으며, 국수를 끓일 때는 맑은 장국보다는 칼국수를 국수장국에 넣어 그대로 삶아낸 제물칼국수나 메밀반죽을 칼로 싹둑싹둑 두툼하게 썰어낸 메밀칼싹두기처럼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먹습니다. 또한 호박, 감자, 옥수수, 밀가루, 팥 등을 섞어 구수하게 만드는 범벅이나 풀떼기, 수제비 등을 즐겨 먹습니다.
▶ 산나물부터 해산물까지, 다양한 강원도 음식
태백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는 강원도는 영서와 영동 지방의 기후와 지세가 서로 달라 생산되는 식재료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산악지대인 영서 지방에는 밭농사가 발달해 감자나 옥수수, 메밀 등의 잡곡과 산채들이 많이 나며,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영동 지방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자연스레 영서지방에는 감자밥이나 감자송편, 메밀묵, 메밀 막국수 등 감자, 옥수수, 메밀 등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으며, 다양한 산나물과 더덕생채 등 태백산이 선사한 먹거리로 별미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영동 해안지방에서는 해산물을 이용한 젓갈과 식해 등 저장식품 뿐 아니라 황태구이, 오징어구이, 오징어순대 등 독특한 해산물 요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청국장처럼 구수한 충청도 음식
옛 백제의 땅인 충청도 지방은 평야가 발달해 곡물이 풍부하며 하천에 근접한 지역이 많아 메기, 뱀잠어, 붕어,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도 흔해 이를 이용한 음식이 많습니다. 또 서해안에 접하고 있어 해산물도 풍부합니다. 충청도 음식은 꾸밈이 없이 소박하며 양념도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하고 구수한 것이 매력입니다. 인심 좋은 충청도 사람들의 성품을 그대로 닮아 음식의 양도 많은 편입니다. 국물을 내는 데는 고기보다는 굴이나 조개 같은 것을 많이 쓰며 양념으로는 된장을 즐겨 쓰는데, 겨울에는 청국장을 만들어 구수한 찌개를 끓여 먹습니다. 그밖에도 죽이나 국수, 수제비, 범벅 같은 음식이 흔하며 늙은 호박을 좋아해 호박죽이나 꿀단지 등을 만들기도 하고 떡에도 많이 사용합니다.
▶ 화려하고 멋스러운 전라도 음식
전라도 지방은 기름진 호남평야의 풍부한 곡식과 남해와 서해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 산간지방에서 자라는 산채 등 다른 지방에 비해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그렇다보니 음식의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음식에 대한 정성까지 유별나 사치스럽고 화려한 음식을 차려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라도 지방의 상차림은 음식의 가짓수가 전국에서 단연 제일로 상위에 가득 차려내며, 전주, 광주, 해남 등 각 고을마다 부유한 토박이들이 대를 이어 살았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집안 대대로 전수하여 맛으로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전라도 음식은 다양한 젓갈을 이용하여 감칠맛이 강하고 짭짤하며 매운 것이 특징입니다. 전라도 음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고장이 전주인데, 조선왕조 전주 이씨의 본관인 전주는 풍류와 맛이 개성과 맞먹는 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빔밥 하나에도 멋을 가득 담아내는 것이 바로 전주 사람들입니다.
▶ 맵고 화끈한 경상도 음식
경상도는 남해와 동해에 좋은 어장을 가지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며 남북도를 크게 굽어 흐르는 낙동강 주위의 기름진 농토에서 농산물도 넉넉히 생산됩니다. 경상도 음식은 얼얼하도록 맵고 간은 센 것이 특징인데,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음식에도 그대로 나타나 멋을 내지 않고 사치스럽지 않으며 소박하게 차려냅니다. 이곳에서는 ‘고기’라고 하면 물고기를 가리킬 만큼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해 매운탕, 회, 찜, 젓갈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소금간을 한 싱싱한 생선을 말려서 굽는 것을 즐기고 생선으로 국을 끓이기도 합니다. 곡물음식 중에는 국수를 즐겨 먹는데,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섞어서 만든 국수를 멸치나 조갯국물에 끓인 제물칼국수를 제일의 별미로 생각합니다.
▶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려내는 제주도 음식
농경에 적합하지 않은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음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다른 지방과의 왕래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섬 안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에만 의존하게 되어 다른 지방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만드는 법이 매우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 제주도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인데, 이것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식품의 종류가 한정되었고 여자들이 집안일 뿐 아니라 밭일이나 물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준비되는 음식이 발달한 탓입니다. 제주도 사람들의 부지런하고 꾸밈없는 소박한 성품은 음식에도 그대로 나타나 상차림은 반찬수가 많지 않으며, 양념을 많이 넣거나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드는 음식은 별로 없고 각각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바다에서 얻는 해산물과 산에서 나는 산채 등 언제든지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있어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운 지방이기 때문에 음식이 쉽게 상해 간은 대체로 짠 편이며, 생선이나 채소, 해초 등을 이용해 된장으로 소박한 맛을 내는데 생선으로 국을 끓이고 죽을 쑤는 것이 이색적입니다.
※ 이영미 (요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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