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홍매화가 실컷 만개한 뜰을 두고 남의 집 담장을 기웃거립니다.
아는 사람의 집에 분홍색 꽃몽오리가 팍팍 터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걸어가는 것이 다급할 만큼 꽃이 보고 싶었지요.
왕띠(뒤) 벚꽃이 손짓하였지만, 새로운 꽃소식이 급해서 모른 척 했습니다.
다만 왜 꽃을 누리고도 점심 초대를 않는지, 그곳 시인들을 웃기게 생각하였지요.
여기는 토연 김영곤 시인의 집.
담장을 걷고나니 한결 잘 키운 아들처럼 화려한 꽃나무가 자태를 드러냅니다.
길가에 앉은 집들은 주인의 속옷차림이 무람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때
보는 이들도 꺼리낌 없겠지요. 아니면 모든 게 자신있는 집이거나.
아무도 없는지 고요한 집 바깥에서 저는 기웃거릴 필요도 없이 구경 좀 했습니다.
혹시 이걸 보고 집의 초상권 운운하진 않겠지요?
망망한 하늘은 꽃을 피우라고 아주 깨끗합니다.
이웃간의 경계에도 한 손 싹싹하게 내밀어 주었네요.
수사해당화는 꽃사과와 엇비슷하지만, 꽃이 열리는 가지가
맵시있게 벋어나와 꽃을 매다는 것이 다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당화와는 생김새와 나무의 모양까지 완전히 다르지만
벚꽃이 만개할 즈음 분홍색 꽃몽오리를 밀어올려 봄을 더욱 화사하게 만듭니다.
서부해당화라고도 하지요.
천천히 둘러보고 가시라고 적당한 위치에 표지판도 서 있고요.
만개하거든 또 한번 반하러 오라고 아직 수많은 봉오리가 팔랑거리네요.
파란 하늘에 꽃분홍 물감 적신 붓을 푱푱 뿌려논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핀 꽃은 물방울에 희석되어 먼저 벌어졌겠네요.
아, 봄은 너무 착하고 예쁩니다.
저는 언제부터 이토록 봄앓이를 했을까요?
무지무지 착한 마음으로 이 꽃들에서 저를 봅니다. 히...
첫댓글 내 참! 키스 기동력에 혀를 내두를 판 ---울타리에 있던 장미와 찔레꽃은 담장철거 시 뽑혀나가고 해당화는 아주 작은 나무를 사다 심었는데 나와 더불어 늙어 갑니다. 그리고 옆 벚나무는 뽑아야된다 말아야된다는 산고 끝에 살아 남았습니다( 집에 큰나무가 있으면 안된다는 입방아들이 많았지만 울 아버지가 키운 나무라 제가 우겨 살렸지요 유심히 보면 나무 몸에 풍경도 달고 있는데...이미 전 제 몸과 집까지 전부 나체로 공개됐습니다-호기심 상실남으로)
안과 밖의 경계를 턴 토연님 집, 배경이 정말 예쁘군요. 부럽습니다.
토연 님 댁 해당화 정말 예쁘군요. 토연 님 댁에 저리도 화려한 붉은 해당화가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담을 트고 열린 공간으로 안내한 집안 분위기 정말 일품입니다. 작은 대문이 있지만 역시 열린 공간으로 인도하는 작은 통과의례같습니다. 장래에 꼭 한번 소유하고 픈 집이군요.아버님 손길이 묻어 있는 벚꽃 역시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 잘 구경했습니다. 키스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