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수능 언어영역 '족집게 전략'
2009년 2월 19일(목) 오후 11:17 [대전일보]
김진영 충남대 국문과 교수-초등 때부터 폭넓게 공부
전길운 유성여고 교사-일기 쓰면 작문력 향상박종덕 박현국어논술학원장-신문 읽기가 비판력 훈련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 나도는 말이 있다. 수능 1교시에 웃는 학생이 끝까지 웃는다는 것이다. 1교시 언어영역을 망치면 긴장하게 되고 다음 시간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언어영역을 수능 4교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더구나 언어는 수학이나 영어처럼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서 점수가 나오지 않는 점도 수험생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왕도는 있다. 언어감각, 독해력, 속도만 갖추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김진영 교수(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전일운 교사(유성여고), 박종덕 원장(박현 국어논술학원)은 언어영역은 분석적 읽기보다 독서를 통해 길러지는 상상력, 추리력, 직관력을 중시하는 과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연히 문제집을 수십권 푼다고 점수가 높아질리 없다.
전길운 교사는 “언어영역은 단순히 국어적 지식만을 묻지 않는다"며 “초등학교부터 꾸준한 독서가 선행될 때 수준높은 언어감각과 깊이있는 지문 독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교수 역시 “대입 수능은 충분한 독서를 전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뒤늦게 독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저학년 때부터 국어, 문학, 독서, 작문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요 작품과 지문을 감상하는 능력을 기르고, 문학과 비문학을 망라하는 책을 읽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9 수능 언어영역의 출제 경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문학에 비해 비문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추세(문학 4지문 17문항 35점·비문학 6지문 21문항 41점) 속에 말하기·듣기, 쓰기는 현실적 언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됐고, 문학은 한용운 ‘님의 침묵’, 작자미상 ‘박씨전’, 김승옥 ‘역사’, 김광규 ‘나뭇잎 하나’ 등 인지도가 높거나 낮은 작품이 섞여 나왔다. 현대시와 고전시가를 한 지문으로 묶은 운문 복합 문제도 출제됐다.
비문학은 ‘집단 수준의 인과의 필연성’(인문), ‘창조 도시의 근본 동력과 환경’(사회), ‘공룡 발자국 화석에 관한 연구’(과학), ‘동영상 압축 기술의 원리’(기술), ‘각 시대의 음악 양식에 적용된 반복의 다양한 양상’(예술), ‘옛 문헌에 쓰인 부호의 종류와 기능’(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출제돼 관련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배경지식 없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언어 점수늘 높이기 위해서는 다독(多讀)이 필수인 셈이다. 틈나는대로 다양한 제재의 글을 많이 읽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독해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박종덕 원장은 시각적인 영상자료도 적극 권했다. 한반도의 공룡,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같은 다큐프로그램은 관련 서적 100권을 읽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1960년대 시대적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김수영의 참여시를 설명한들 공염불일 수 밖에 없다"며 “이 때 영상실록(KBS)은 효과적인 공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감각과 독해력을 키웠다면 다음은 어휘다. 어휘가 부족하면 지문을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수능에서 어법을 포함한 어휘 문제는 대략 20%다. 1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대입시에서 엄청난 비중이다.
김 교수는 살아있는 어휘 공부를 위해 단어장 만들기를 추천했다. 영어 공부할 때 어휘의 다양한 의미와 용법을 단어장에 기록하듯 독서할 때마다 주요 단어를 기록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둬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자 공부도 필수다. 한자는 대부분 교과서에 사용되며 비문학 지문 어휘의 70%를 차지한다.
전 교사와 박 원장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어휘로 이뤄진 문장들을 해석할 때 미세한 의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약 1800-2000자 정도의 한자를 익혀두면 수능 독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읽고 요약하고, 주제와 중심내용을 찾는 훈련도 언어영역 고득점을 위한 비결이다. 단순히 기출문제를 많이 풀면 실력이 늘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김 교수는 “목적없는 독서는 여기저기 떠도는 산보와 같다"며 “내용을 정리하면서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시 통합하는 훈련을 반드시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사는 꾸준히 일기를 쓸 것을 권했다. 다만 생활을 단편적으로 기록하는 일기가 아닌 어떤 문제에 대한 느낌을 이유 중심으로 써야 한다. 가령 초등학생 일기에서 종종 보이는 ‘엄마를 보니 기분이 나빴다’ 같은 내용은 “내 성적이 떨어져 엄마가 내게 화를 내는 것 같다. 이런 사실이 내 기분을 나쁘게 한다"는 식으로 쓰는 연습을 하면 비판적 사고가 증가되고, 작문 능력이 향상돼 논술 준비까지 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신문 읽기를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며 “신문 읽기는 반드시 논조가 다른 두 개 이상을 읽어 용산사태나 광우병 파동 처럼 같은 사건에 대한 시각 차이 등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고 말했다.<글·사진 권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