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Ⅱ 196 - Case No.23 암살(暗殺) 죽여. 살고 싶다면... 죽여. File #02 감기처럼... “주말에 선은 잘 봤어요?”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식당에 먼저 와서 기다리던 다린은 선호와 나란히 들어오는 동완을 향해 인사하듯 물었다. “선이요? 동완 형. 선 봤어요?” 다린의 갑작스런 물음에 놀라 대답조차 못하고 있는 동완과 달리 진은 동완을 향해 소리쳤고, 선호 역시 토끼처럼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동완을 바라봤다. “아니... 그게...” “윤지 좋은 애예요. 만나보면 동완 씨도 좋아할 거야.” 다린의 말에 동완은 뭐라 변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선호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 “저...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선호야.” 선호의 행동에 동완이 선호를 불렀지만, 선호는 못 들은 척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걸었다. “하아...” 세수를 하고 거울에 비친 젖은 얼굴을 바라봤다. 욕심과 질투심이 섞인 형편없는 얼굴이었다. 선호는 다시 차가운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아무리 씻어내도 씻겨 지지 않는 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닌 좀 더 커다란 죄가 아닐까? 선호는 빨갛게 변한 눈가를 다시 차가운 물로 씻어냈다.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돌아서던 선호는 화장실 앞에 서 있는 다린을 발견하고 놀라 걸음을 멈췄다. “놀랐어?” “아... 네.” “실은 동완 씨는 선 본 얘기 비밀로 해줬으면 하는 거 같았지만, 그건 너무 치사한 거 같아서.” “네? 그게 무슨...” “선호 씨는 이렇게 동완 씨를 바라보는데, 동완 씨는 몰래 선이나 보고...” “아니에요!” “음... 뭐가?” “아... 그러니까...” “어? 여기서 뭐해요? 주문한 음식 다 나왔어요.” 그때 얼굴을 쏙 내미는 진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자리로 돌아갔다. “감사합니다.” M호텔 수영장.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이미 사용 시간이 지난 호텔 수영장은 조용했다. 조금은 무리한 부탁을 해온 진에게 거절의 말을 할 수 없었던 건 그 뒤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정혁을 알아본 지배인의 명령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수영장으로 안내해주는 여자 직원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진의 모습에 20대의 여직원은 부끄러운 듯 웃으며 풀장을 나갔다. “수영할 때만 들렸어요. 아마 물에 들어가야 하나 봐요.” 진은 걸치고 있던 티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거 확인하러 여기 온 거야?” “네.” 옆에선 정혁의 물음에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지마저 벗고 수영복 차림으로 풀장 바로 앞으로 걸어갔다. 심호흡을 한 진이 물속으로 뛰어들자 첨벙하는 소리가 텅 빈 수영장에 울려 퍼졌다. [하아... 하아...] [우읍... 으으...] [커억...] 며칠 전과는 달리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괴로운 호흡들이 진의 목을 졸랐다. 온 몸에 무겁게 달려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무게 때문에 진은 중심을 잃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첨벙!!! 시간이 흘러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은 진 때문에 물속으로 뛰어든 정혁의 눈에 점점 가라앉고 있는 진의 몸을 끌어당기고 있는 영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혁은 민우가 알려준 수인을 맺고 진에게 헤엄쳐 갔다. 진의 목을 짓누르는 영들의 손가락 모양대로 진의 목이 눌려있는 것이 보였다. 정혁이 수인을 맺은 손으로 진의 목을 누르고 있는 영들을 잡자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비명을 지르며 진에게 떨어져 나왔다. 정혁은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진의 몸을 끌어올렸다. “하아... 하아...” 가늘긴 하지만 숨을 쉬고 있는 진을 확인한 정혁은 진의 옆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수영장의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사람의 기운을 빼앗아 갔다. 엄청나게 소모해버린 기운을 차리기 위해 한참을 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데 어느새 비릿한 피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정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수영장의 물이 새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정혁은 놀라 아직까지 물에 잠겨 있는 진의 다리는 물 밖으로 빼냈다. 거친 정혁의 행동에 진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하아... 혀엉?” 정혁의 시선에 풀장의 물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진이 정혁의 팔을 잡은 채 고개를 돌리자 점점 진한 핏빛으로 변한 수영장의 물이 출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저, 저게... 뭐예요?” “나도 몰라. 나가자.” 진은 공포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채 정혁의 팔을 놓지 않고 정혁의 옆에 바짝 서서 물었다. 하지만 정혁은 고개를 저으며 진을 탈의실로 이끌었다. 수영장 입구 쪽에 벗어놓은 옷을 집어 들고 샤워실에서 대충 샤워를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입던 진이 수영장 쪽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정혁을 돌아봤다. “형.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요?” 유리창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는 정혁에게도 들렸는지 정혁은 티셔츠를 입으며 수영장으로 통하는 샤워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호텔 수영장의 커다란 창문에 뭔가 작은 것들이 수도 없이 많이 부딪히는 듯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샤워실까지 들렸다. 샤워실을 거쳐 수영장 입구에 들어서자 수영장의 전면창에 새카맣게 많은 흡혈귀들이 퍼덕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어억! 저, 저게... 뭐예요?” 진은 문 의원의 별장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올라 공포에 떨며 정혁의 뒤로 숨었다. 하지만 정혁 역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달빛이 하나도 새어 들어올 틈 없이 창에 붙어있던 흡혈귀들의 움직임에 커다란 수영장의 통유리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자극에 유리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틀만 남긴 채 모두 깨져버린 유리창의 커다란 틈으로 흡혈귀들이 쏟아지듯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미친 듯이 수영장에 가득찬 피를 마셨다. 이미 수영장의 핏빛물은 완전히 피로 변해 있었다. 그 괴기스런 광경에 숨조차 크게 못 쉬고 서 있던 진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자 인기척을 느낀 흡혈귀들이 고개를 들어 정혁과 진을 바라봤다. 피에 젖은 얼굴과 붉게 빛나는 눈은 광기 어린 괴물의 모습이었다. “혀엉...” 정혁의 팔은 잡아끄는 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정혁은 오른손을 뻗어 손바닥을 곧게 핀 채 소리쳤다. “Vaede restro, Satan!사탄아, 물러가라!” 라틴어 구마경驅魔經이 수영장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정혁의 손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과 구마경의 기운이 섞여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쿠웨에엑!!!]
“Nunquam suade mihi vava! Sunt mala quae ubas. Ipse venena bibas! 너의 교만으로 나를 유혹하지 말 지어다! 네가 내게 권하는 것은 악한 것이니, 그 독잔을 너나 마셔라!” 이미 피에 굶주려 본능만이 남은 흡혈귀들은 정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맞고 짐승같은 소리를 내며 재로 변해갔다. 안에서 터져 나오는 기운에도 피냄새를 맡고 날아오던 흡혈귀들은 마치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처럼 수영장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불꽃에 타버린 나방처럼 정혁의 기운에 재로 변했다. 수영장을 가득 메운 흡혈귀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구마경들을 읊는 정혁과 그런 정혁의 곁에 서서 정혁을 응원하던 진은 마지막 흡혈귀가 재로 변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은 형이 했는데... 왜... 내가... 힘들지?...” 이미 말할 기운도 없는 듯 정혁의 어깨에 기대 가늘게 숨을 내쉬며 묻는 진의 목소리에 정혁은 몸을 움직여 수영장 입구의 벽에 기대앉은 채 말했다. “내가 네 기운으로 주술을 사용해서 그래.” “아아...” 정혁의 대답에 진은 담담한 어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용한 공간에 나란히 앉아있던 진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악한 것들이 모여드는 건... 대체 왜 일까요?” “글쎄...” “나 그래도 절대 형 포기 안 해...” “그래...” “형... 나... 졸려요...” “자.” 정혁은 제 어깨에 기대 잠든 진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진은 색색거리며 잠이 들었다. 우리의 사랑은 감기에 걸리면 나오는 기침처럼... 숨길 수가 없나 보다. -똑똑 「신혜성. 신혜성?」 민우가 방에 돌아왔을 때도 혜성은 방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사냥터에서부터 보이지 않던 혜성이었지만, 먼저 돌아와 씻고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에는 돌아온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 큰 녀석을 기다리는 게 웃기다고는 생각했지만, 아까 제로의 일도 있고 했기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혹시 욕실에 있나 싶어 욕실문에 노크를 하며 혜성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욕실 문을 열어봤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밖은 상황이 정리 된 듯 고요했다.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 민우는 정적이 도는 복도를 걸었다. 두꺼운 카펫이 깔린 복도는 발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대체 어디 간 거야?」 화려하던 낮의 평화로움과는 달리 밤의 고요함은 음산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마치 낮에는 깨어나지 못한 사악한 기운들이 한꺼번에 이 저택 안으로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신혜성?」 거실 전면을 채우고 있는 프랑스식 창 너머로 보이는 화단에 앉아있는 혜성의 뒷모습을 발견한 민우가 창가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 유연하고도 고요한 동작으로 마치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혜성의 등 뒤로 다가선 검은 그림자가 혜성의 위로 몸을 숙였다. 「신혜성!!!」 그 모습에 민우가 재빨리 뛰어가 창을 열려 했지만, 굳게 닫힌 창은 열리지 않았다. 민우는 걸쇠 부분을 잡고 열려 흔들다가 혜성의 몸 위로 숙여진 검은 그림자가 작게 몸을 떠는 것을 보고는 유리창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쾅쾅쾅!!! 「신혜성!!!」 유리창을 부술 생각으로 세게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어쩐 일인지 혜성은 축 늘어진 채 검은 그림자의 팔에 안겨 있었다. 「신혜서어엉!!!」 유리창을 깨어버릴 듯 미친 듯이 창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민우의 행동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검은 그림자는 붉은 눈과 새하얀 이빨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손으로는 혜성의 늘어진 상체를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혜성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젠장!!!」 그 모습에 재빨리 몸을 돌린 민우가 현관으로 뛰쳐나가 화단으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검은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다. 「신혜성! 신혜성?!!」 정신을 잃은 채 화단에 쓰려져 있는 혜성을 안아든 민우가 혜성을 흔들어 깨웠지만, 혜성은 깨어나지 않았다. 「이, 이건...」 마치 주사바늘에 찔린 듯 붉은 두 개의 자국이 혜성의 목덜미에 남아있었다. 「서, 설마...」 “...민우... 이민우. 좀 일어나 봐.” “허억!” “정신 드냐?” “어...” 혜성의 물음에 민우는 잠과 열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 가라는 병원은 안가고 버티더니 잘~한다...” “쿨럭... 너한테 옮은 거거든?” 기침 섞인 민우의 말에 혜성은 모른 채 시치미를 떼며 계속 잔소리를 했다. “왜 가라는 병원은 안 가고 열은 펄펄 내고 지랄이냐고.” “... 시끄러. 머리 울리니까 조용히 해.” “그래도 잘했다고 떠들어 댄다.” “..... 으으...” 혜성의 구박에도 민우는 정말 아픈 건지 몸을 움츠리며 이불을 잡아 당겼다. “한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데, 8월 한복판에 감기 걸리는 넌 뭐냐?” “이 감기 옮긴 게 누군데 자꾸 개 타령이야?” “쳇! 체온계 깨져. 시간 됐다. 팔 벌려 봐.” 아픈데도 여전히 입담으로는 지지 않는 민우의 대꾸에 혜성은 민우의 이불을 들추고 겨드랑이 사이에 끼여 있는 체온계를 꺼내 체온을 확인했다. “38.5도. 넌 평소에 체온이 낮으니까, 다른 사람들 39도에 육박하는 체온이군. 얼른 열 내려라. 열이 40도 넘으면 죽는 거 알지?” 혜성의 썰렁한 농담에 대꾸할 기운조차 없는 민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혜성을 올려봤다. 혜성은 제가 말해놓고도 아니다 싶었는지 멋쩍은 표정으로 민우에게 물었다. “뭐, 그렇다고... 뭐 먹을래?” “... 입맛 없어.” “알았어.” 거칠게 갈라진 민우의 힘없는 목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난 혜성은 밖으로 나갔다. -달칵-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혜성은 죽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혜성의 기척에 선잠이 들었던 민우는 열 때문에 부은 눈을 억지로 떠 혜성을 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입맛 없어.” “죽 먹고 약 먹어야 되니까 좀 먹어라?” 지난 주 혜성이 아플 때 민우가 했던 말을 따라하며 억지로 죽을 떠먹이는 혜성의 행동에 민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아서 숟가락을 받아 천천히 죽을 떠먹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려 천천히 죽 한 그릇을 다 비운 민우는 혜성이 건네주는 물과 함께 약까지 먹고 다시 누웠다. 민우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다 죽 그릇을 들고 나갔던 혜성은 잠시 뒤 수건에 싼 얼음 팩을 들고 들어와 민우의 이마에 올려주었다. 민우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차가워...” “네가 열이 너무 높아서 그래.” 잠이 덜 깬 탓인지 민우답지 않은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혜성은 딱 잘라 말하며 얼음 팩을 꾹 꾹 눌렀다. 그렇게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얼음이 완전히 녹아버린 것을 본 혜성이 얼음 팩을 들고 일어서며 물었다. “물 마실래?” “... 응.” 혜성의 물음에 힘겹게 대답한 민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사이 더 기운이 없어진 것인지 혼자선 일어나지도 못했다. “으쌰.” 축 쳐져 있는 민우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어 끌어올린 혜성의 몸으로 민우의 열이 후끈 전해졌다. 겨우 민우를 들어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놓고 물 잔을 민우의 입에 대자, 고열로 하얗게 일어난 민우의 입술이 차가운 얼음물로 젖어들었다. “일어난 김에 옷도 갈아입자.” “됐어. 그건 이따 내가...” “넌 어떻게 아픈데도 고집이냐?” 민우의 말에 혜성은 투덜거리며 서랍장에서 민우의 잠옷을 꺼내고 욕실로 들어가 수건을 찬물로 적셔 와 민우의 티셔츠를 벗겨냈다. “으... 땀 좀 봐. 안 축축하냐?” “..... 하아... 별 생각 없어...” “차가워도 좀 참아.” “좀 살살해.” “해줘도 잔소리야.” 몸을 물수건으로 씻어주고 보송보송한 티셔츠를 입혀준 혜성이 얼음이 녹아 버린 얼음 팩과 축축해진 수건들을 들고 거실로 나오자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 동완의 모습에 혜성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어? 동완 형. 또 출근해요? 오늘 새벽에 들어왔잖아요.” “약속이 있어.” “무슨 약속이요? 혹시 데이트?” 혜성의 짓궂은 농담에 오히려 깜짝 놀라며 생수를 꺼내 마시는 동완의 모습에 혜성은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선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선호는 생각에 잠긴 듯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혜성이 수건을 세탁실에 던져놓고 얼음 팩과 새 수건을 들고 방으로 돌아오자 민우는 또 그새 잠이 들어 있다. “진짜 아픈가 보네...” 평소 잠이 별로 없는 민우였기에 이렇게 심하게 아파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혜성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수건으로 감싼 얼음 팩을 민우의 이마에 올려놓았다. 동완은 형수가 보내 준 양복을 꺼내 걸어 놓고 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지난 번 만남에서 윤지가 선물한 커프스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동완은 소매에 커프스를 달고 재킷을 입었다. 거실로 나오니 혜성은 밖에 나간 것인지 거실에는 망고와 꽃등심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선호도 보이지 않았다. 동완은 소리 없이 현관 쪽으로 걸어가 깨끗하게 닦인 정장 구두를 꺼냈다. 몸을 세우고 구두에 발을 넣으려는 순간 가느다란 팔이 동완의 허리를 감아왔다. “가지 마요. 가지 마요. 형...” 선호는 동완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가느다란 선호의 팔이 단단한 동완의 가슴을 조이고 있었다. “가지... 마요... 흑...” “선호야...” “조금만... 조금만 더 우리랑 있어줘요... 나랑... 있어줘요... 나... 버리지 마요... 흐흑...” 동완은 그제야 깨달았다. 가족이 있는 자신과는 달리 선호에게는... 멤버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안하다. 형이 용기가 없어서...” “흐윽...” 동완의 말에 선호는 동완의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울며 돌아섰다. 선호도 알고 있었다. 지우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쉬운 사이는 아니었다. 피붙이 하나 없는 선호와는 달리 동완은 꽤 대단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선호와 함께 할 이유도, 여우도 없는 사람이었다. “미안... 해요... 괜히 고집 부려서...” 선호는 울며 사과하고 제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곧 동완에게 잡혔다. 가느다란 손목을 잡혀 돌려진 선호는 동완의 가슴에 안겼다. 동완은 선호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똑똑한 녀석이 왜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동완의 말에 선호는 고개를 들어 동완의 얼굴을 바라봤다. “... 혀엉...” “미안하다고. 내가 먼저... 용기 내지 못해서...” 여전히 동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선호는 떨리는 눈으로 동완을 바라봤다. “이제 피하지 않을게. 내가 먼저... 피하지 않을게. 널 위해서라는 합리화로 피하지 않을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선호야...” “흐윽...” 동완의 말에 선호는 울며 동완을 끌어안았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아이에게는 나뿐이란 걸... 아이를 위해 포기하는 게... 아이에게는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죄송합니다.” 동완의 등장에 환하게 웃던 윤지는 동완의 사과에 놀란 표정으로 동완을 바라봤다. “그날엔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용기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녀석 때문에 다른 분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네요.” “약혼녀 분 말씀이신가요?” “그녀를 잊게 해준 녀석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깨달아서...”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완의 말에 윤지는 웃으며 말했다. “동완 씨가 좋은 분이라... 정말 감사해요.” 윤지의 인사에 동완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선호야.” 아이는 호텔 화단에 앉아 햇살을 맞고 있었다. 동완의 부름에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이는 가슴 벅차게 사랑스러웠다. 연인이라고... 아직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미묘한 감정이었지만... 분명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봐도 지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에 대한 마음은 변해가고 있었다. 약 먹으면 일주일, 그냥 쉬면 칠일이면 낫는 감기처럼... 그렇게 우리의 상처도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민우는?” 아파트 앞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비호의 옆에 앉은 혜성이 비호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다 죽어가요. 안 아프던 놈이 한 번 아프면 완전 무섭네요. 어젯밤부터 끙끙 앓더니 해 뜨니까 더 해요. 진짜 죽을 것처럼 앓고 있어요.” “민우 아픈데 이렇게 나와도 돼?” “그냥... 바람 좀 쐬려고요.” “그래. 잘 나왔어. 아이스크림 먹을래?” 비호의 물음에 혜성은 볼을 빵빵하게 불린 채 귀엽게 투덜거렸다. “비호 씨는 제가 애로 보이세요?” “나한테야 혜성인 귀엽지. 그래서? 아이스크림 싫어?” “아뇨. 좋아요.” 대답하며 웃는 혜성의 머리를 쓰다듬은 비호는 가서 아이스크림 콘 두 개를 들고 와 혜성에게 내밀었다. 혜성은 빨간 혀를 내밀어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면서 비호 눈치를 봤다. 비호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왜?” “왜 안 물어보세요?” “뭘?” “시온이랑 화해했는지요.” “물어봤으면 좋겠어?” “아뇨.” “근데?” “비호 씨는 시온 친척이라고 했으니까...” “뭐, 피가 섞인 건 아냐.” 비호의 말에 혜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요?” “아마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다른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 “아아...” 비호의 말에 혜성은 비호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시온이랑 아직 화해 안했어?” “화해랄 게 뭐 있나요. 멍청하게 저 혼자 착각하고 혼자 열 낸 건데... 사실 시온이 미안해 할 거 하나도 없는 일인데, 괜히 속 좁게...” 혜성의 반응에 비호는 빙긋 웃고만 있었다. “왜 자꾸 웃기만 하세요?” “왜? 싫어?” “아뇨. 이민우는 시온한테 사과 안한다고 자꾸 구박하거든요.” “민우는 네가 시온한테 사과 했으면 좋겠나 보지.” “사과하는 게 맞으니까요. 근데 비호 씨는 왜 그 말 안하세요? 다른 사람들은... 말로는 안 해도 눈으로까지 말한다니까요? 심지어는 꽃등심까지... 쳇!” 혜성은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알고 있잖아. 그런데 굳이 나까지 말할 필요 없지.” 비호의 말에 혜성은 묘한 기분이 들어 피식 웃으며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해요. 왜 혈팀인 시온이랑 함께 있을 때 공격했을까요? 나 혼자 있을 때였으면 성공했을 텐데?” 이성이 돌아오자 혜성은 침착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온이 자신의 와쳐Watcher라는 사실을 알고 흥분해있을 때는 생각나지 않던 의문점들이 침착하게 생각하자 하나 둘씩 떠올랐다. “이유가 있었을 거야.” “왜 흡혈귀들이 한국으로 모여드는 거죠?” “소문에는 뱀파이어 킹이 한국에 있어서라고 하더군.” “뱀파이어 킹이요?” “그래.” “그게 뭔데요?” “뱀파이어들의 우두머리야. 뱀파이어 사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우두머리만이 존재하는 데 하나의 뱀파이어 킹이 죽는 순간 다음 뱀파이어 킹이 태어나지.” “그럼 혈팀에서는 뱀파이어 킹을 없애는 건가요?” “뱀파이어 킹은 전 세계에서 하나 뿐이야. 확률적으로 한국에서 나오기란 힘들지. 아직까지 한국에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적어도 기록된 바로는 그래.” “그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는 거예요?” “가능성은 늘 있지. 말이 뱀파이어 킹이지 어떤 존재인지는 아무도 몰라. 인종도,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모두 달라. 하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지. 뱀파이어 킹이 각성할 때가 되면 많은 뱀파이어들이 킹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그럼 뱀파이어들을 뒤쫓으면 킹을 찾을 수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만, 킹이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해.” “각성이요?” “응. 뱀파이어 킹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뱀파이어 킹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일보다 일정한 나이가 된 뒤에 깨닫는 경우가 많아.” “그건 왜 그렇죠?” “힘을 조종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게 되면 적들의 타깃이 되기 쉬우니까. 힘을 조종할 수 있게 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고 힘의 봉인을 풀게 되는 거지.” “아아...” 「능력을 조절할 줄 모르는 상태에선 그 놈들 타깃이 되기 쉽거든. 능력을 조절할 줄 알면 네 기운을 숨길 줄도 알게 되는데, 지금은 네 능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니까.」 혜성은 예전 경주 계곡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얼마의 공백이 있었죠?” “지난 번 뱀파이어 킹이 언제 죽었는지가 확실하지 않지만, 20년은 훨씬 넘었어.” “그럼 스무 살이 넘었다는 거예요?” “추정 나이가 그런 거지.” “흡혈귀들은 왜 킹의 곁으로 모이는 거죠?” “아마도 이번 움직임은 아직 각성하지 못한 킹을 수중에 넣으려는 속셈 같아.” “왜요?” “킹의 공백기가 이렇게 길었던 적은 별로 없거든. 보통의 뱀파이어 킹들은 늦어도 청소년기에 각성을 시작해서 20살이 되기 전에 활동을 시작하지. 여자인 경우 초경과 동시에 각성을 하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일단 이렇게 활동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많은 힘을 축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지도자가 자리는 비우는 건 역시 불안한 거야. 그래서 직접 자신들의 수중에 넣어 보호하거나 각성 시키려는 속셈이겠지.” “그럼...” “이번 움직임은 뱀파이어들이 뱀파이어 킹을 납치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이 커.” 비호의 말에 혜성의 눈이 떨렸다. 바지를 꽉 쥐고 있는 두 주먹도 바르르 떨렸다. “그 녀석들... 절 죽이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충분히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이지... 않았어요.” “혜성아.” “설마... 아니겠죠?” 고개를 들어 비호를 바라보는 혜성의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비호는 손을 뻗어 떨리는 혜성의 손을 쥐고 다른 손으로 혜성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내가... 뱀파이어 킹인 걸까? 혜성은 두려웠다.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비호도 두려웠다. 방이 건조한 건지 목이 아팠다. 민우가 힘겹게 눈을 뜨자 캄캄한 방안은 희미한 창밖의 불빛만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침대 한쪽 끝에 아슬아슬하게 쪼그리고 누워 자는 혜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러고 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침대에 매달려 있는 모습에 피식 웃은 민우는 혜성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쪽으로 눕게 하고 이불을 끌어 덮어주었다. 혜성의 간호 덕분인지 사흘을 꼬박 앓던 혜성과 달리 민우는 만 하루 만에 가뿐한 기분이었다. 민우는 무릎에 턱을 괸 채 잠든 혜성의 얼굴을 내려 봤다. “신혜성.” 손가락으로 혜성의 동그란 볼을 콕 찌른 민우는 ‘으으음...’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돌리는 혜성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턱을 괸 채 잠자는 얼굴의 바라보았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한 여름 감기에 걸리 듯 서로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조금씩 변해갔다.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왔다. 눅눅하고 퀘퀘한 냄새가 방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검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 “허억!!!” 승민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호흡했다. 꿈이었다. 하지만 그 소름끼치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기분 나쁜 벌레들처럼 스멀스멀 사지四肢를 타고 올라왔다. 그 날. 분명 그 날이었다. 새까만 것들이 하늘을 뒤덮던 바로 그날. 그리고... 검은 어둠 속에서 빛나던 붉은 눈은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은 침대 위를 비추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승민 뿐이었다. “제거라니요!!!!” “말 그대로네. 자네들이 제거하게.” 시온이 소리쳤지만, 이 부장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광견병 걸린 유기견을 없애라고 말하는 듯 말하는 그 잔인한 모습에 시온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승민 오빠는 비청원 멤버예요!!!” “멤버이기 이전에 비청원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지.” “비청원에서 직접 스카웃한 거잖아요.” 시온의 말에 이 부장은 아무 말 없이 시가를 깊이 빨아들였다. 이 부장을 노려보는 시온과 달리 조용히 서서 이 부장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희원이 입을 열었다. “숨겨진 이유가 있는 거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군.” 희원의 말에 남자는 폐 깊은 곳까지 돌고 나온 시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웃었다. 그 모습에 다린이 화를 꾹꾹 눌러 참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가 뭐죠?” “이유를 말하면 제거 하겠나?” “이유를 의심한 이상 알아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실력으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후훗- 그래. 그렇지... 간단하네. 이선호의 영입.” “.....!!!!!.....” 의외의 대답에 희원과 다린, 시온은 놀라 이 부장을 바라봤다. 모두들 승민이 비청원에 들어오면서 선호를 함께 데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선호는 승민 씨가 비청원에 들어오면서 합류하게 된 거 아닌가요?”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그 반대지. 이선호를 영입하기 위해서 이승민을 스카웃한 거야.” “그럴 수가...” 요원을 스카웃하기 위한 비청원의 꼼수는 늘 상상을 초월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유명한 엑소시스트였던 승민이 마피아 조직에서 폭탄을 만들다가 자신이 만든 폭탄의 폭발 장소에 있다가 자폐아가 된 선호를 데려오기 위한 미끼였다는 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이선호는 이미 2살 때 비청원의 멤버로 내정된 아이었다네. 하지만 Boomber에서 납치하듯 미국으로 데려간 것이지.” “어째서?!!” “그 아이의 실력을 알지 않나? 무기를 만드는 아이디어와 폭탄 만드는 솜씨가 비청원 내에서 최고지. 게다가 폭탄 제조 솜씨는 신의 손이라 불릴 만큼 대단해.” “그래서... 승민 씨는 단순히 선호를 데려오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해도 승민 씨 정도면 뛰어난 엑소시스트예요.” “하지만 이제 그만한 가치만으로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해.” “그게 무슨 뜻이죠?” “풋. 천하의 유다린도 모르는 것이 있었군.” 이 부장의 말에 다린은 기분 나쁜 듯 미간을 구겼다. 그 순간 희원의 청아한 목소리가 어두운 방에 울려 퍼졌다. “뱀파이어군요.” “큭큭큭... 역시 희원이야. 대단해. 대단해.” 이 부장은 유쾌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희원의 말에 시온과 다린은 놀라 희원과 이 부장의 얼굴만 번갈아 돌아봤다. 하지만 늘 희원의 입가에 머물던 연한 미소마저 사라진 모습을 보고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안해!!!” 이 부장의 말에 시온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리고 다린 역시 냉정을 잃은 목소리로 말했다. “..... 저도... 못해요.” “... 제가 하겠습니다.” “희원 언니!!!” “희원아!!!” 놀란 시온과 다린의 외침에도 희원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희가 하지 않겠다고 해도 다른 팀을 보내시겠죠? 같은 혈팀. 아니면... 암팀.” “훗... 역시 희원이야. 잘 알고 있군.” “희원아!!!”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손으로 성불하게 해주고 싶어. 누가 뭐래도... 그들의 가.족... 이니까...” “그래. 잘 생각했어. 요즘 한국에 흡혈귀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에 탐내고 있는 자들이 많거든. 그 중 하나가 비청원 멤버라는 걸 알게 되면 다들 신나서 덤벼들 거야.” “그냥 제거 명령을 내릴 생각이 아니군요.” “이대로 이런 기회를 없애버리면 피에 굶주린 암팀에서 난리치게?” 비청원이라는 특수조직에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각자 자신의 장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는 독특하단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괴이한 취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특별한 존재들. “지난 번 사냥은 내가 봐도 역겹더군. 손가락 끝부터 시작해 모세 혈관 하나하나를 발라내 3만 조각 이상으로 도려내는 장면은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보지도 못할 장면이지.” 이 부장의 말에 다린과 시온은 인상을 구긴 채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들이 거절한다면 이번 건도 꽤 재미있어 질 뻔 했는데, 아쉽군... 하지만 희원의 솜씨를 믿으니, 내가 해결한 것만큼 안심하겠어.”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나가 보게. 자세한 사항은 곧 전달하지. 훗-.” “희원 언니!!! 언니가 직접 승민 오빠를 없애겠다니!!!” “... 어차피 내가 아니라면 더 처참하게 죽은 거야.” “그, 그래도...” 평소와 다른 냉정한 말투에 시온은 크게 당황했다. 시온에게 희원은 언니이자, 어머니였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가정에서 자란 시온이 느끼는 진짜 어머니의 정은 모두 희원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희원 역시 늘 시온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래서 시온은 지금의 희원이 낯설었다. “다린 언니! 뭐라고 말 좀 해봐!!!” “희원의 말이 맞아.” “다린 언니!!!” “가자. 천사가 걱정할라...” “승민 오빠가 그렇게 되면, 천사 언니는!!! 천사 언니는 어쩌고??!!!” “... 사람에게는 추억이라는 게 있단다. 그게 동물과의 차이점이지.” “하지만...” “가자. 날이 어두워진다. 오늘은... 힘쓰기 싫어.” 기운 없는 희원의 목소리에 시온은 아무 말 없이 희원을 따라 나섰다. 그렇게 감기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공기가 서서히 멤버들을 조여오고 있었다.
----------------------------------------------------------------------------------------------------------------------------
- 이제 딱 5편 남았네요. ㅎㅎ-
시즌2 소장본도 무사히 나올 수 있길...
|
첫댓글 비가 올 것 같은 밤이어서 들어와봤는데~와우! 승민씨가 뱀파이어라니.ㅠㅠ죽는 수 밖에 없는건가요? 그럼 가족이랑 천사씨는 어째요ㅠㅠ 별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건지. 빨리 다음편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건필하세요!
선리요!!!이리 좋네요!!!ㅋㅋ
말도안되요ㅜㅜ헐,,,,그렇게 악몽을 꾸던 이유가 이런거였을거라고는,,,흑,,,ㅠㅠ
이런..이런...그럼 승민씨가 뱀파이어이라니...뱀파이어킹은 따로 있나봐요~~
아 어떡해.. 너무 섬뜩해요! 정말 혜성이가 뱀파이어 킹인건가요..... 아 제발 그런 비극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ㅠㅠ 흥미진진한 퇴마연의.. 러브님 건필하시구요, 감사해요♡
비가 와서 아침부터 컴퓨터를 잡았어요~ 소설 잘 읽고 갑니다.. 부디 승민씨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래요..ㅡ.ㅜ
갈수록 흥미진진해져요...뒤가 너무 궁금해요 ㅠㅠ
저번에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잖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악 승민씨 이렇게 죽는건가요 ㅠㅠㅠㅠ
제발...혜성이가 아니길....쭈욱...해피엔딩..../
ㅠㅠㅠㅠㅠㅠㅠㅠ이러면 아니됩니다........./ 제발 다들 무사해야하는데!!!!!!
혜성이가 뱀파이어킹인지 알았는데.... 승민씨였군요.... 비와서 왔는데 역시나 있네요 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를 잃어버렸어요- 승민씨가 뱀파이었다니요, 설마설마 했는데, 으음......... 혜성오빠가 뱀파이어킹은 아니겠죠? 아침에 비가 내려서 딱 눈뜨자말자, 퇴마연의 올라와있겠구나 생각했지요- 으하하, 완결까지 화이팅입니다.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love님이라면 왠지 혜성이를 뱀파이어로 할 꺼같아염 ㅋㅋㅋ
안타깝네요...피할 수 없을테니 더욱 그렇구요ㅜㅜ 만약 제 짐작이 사실이라면 아픔으로 마무리될까요? 멋진 아이니 꼭 매력적인 작품으로 나와줄 거예요.^^ 수고하세요~
승민씨..... ㅠㅠㅠㅠㅠㅠ
으아, 승민군 죽는거에요? 왠지 혜성군도 뱀파이어같은데 그렇게되면 혜성군도 죽는건..........ㄷㄷ; 어제 비도오고 딱 퇴마연의가 올라왔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들어오질 안았네요; 왠지 퇴마연의 라는 선물을 받은것같아 기분이 좋아요. 사실 어제가 생일이였거든요,후후. 이번편 절 깜짝 놀라게 했어요!
아니 이게 뭡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떡밥만 잔뜩 물어버린 것 같은... 정말 러브님의 절단신공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시는군요 언제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시니 딱히 걱정할 결말은 안날거라고 믿고 있어도 말이죠.. 불안한건 어쩔수없네요ㅠㅠ; 흐음.. 뱀파이어니..... 누구라도 죽는건 싫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뱀파이어가 어떻게 엑소시스트를.. ㅎㅎㅎ 점점 흥미진진! 혜성의 정체는 대체 무엇? ㅋㅋㅋㅋ 요즘 시험기간이라 이걸보니 금세 기분전환되네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혜성은 단지 힘때문에 뱀파이어들이 원하는 걸까요? 아니면 승민이 뱀파이어킹이 아닐지도. 그냥 흡혈귀 중에서 힘이 센 축일지도 모르겠네.
혜성과 승민 둘중 한명은 뱀파이어 킹이겠죠?? 근데 승민이 죽으면 슬퍼할 사린이는요 ㅠ.ㅠ 사린이가 불쌍해지네요~~~
어어억 이거 완전.... ㅠ_ㅠ 뭔가 더 꼬여가는게... 이러시면 소녀 골때립니다. 가뜩이나 셤기간이었는데 복잡함과 기쁨을 함께 담고 ㅎㅎ; 감샤합니당~
아아아아아 승민이 뱀파이어에요~!!!!!! 세상에 허허허허 각성이 안됬다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해요 ㅜㅜ
어어...... 승민이 킹? 아니면 혜성? 우우 미스테리에용 전 이런대 약하다구요 ㅜㅜ 슬픈 내용은 싫지만.. love님이시니까... 끝까지 읽을거에용~ 건필하세요~
승민이가 뱀파이어....뱀파이어 킹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승민이가 뱀파이어 킹이라면 이때까지 퇴마연의를 읽었다면 뭔가 추측가능한데..왠지 그러진 않을 것 같고...영이 혜성이의 힘을 노리는건 공주의 힘때문인지. 아님 혜성과 비호씨의 불안처럼 정말로 혜성이가 뱀파이어 킹인지..아..정말 다음 5편이 두근두근이네요. 다음 5편에 누군가의 목숨이 걸렸고, 애정라인에도 변동이 생길테고. 러브님, 언제나 고생이 많으셔요. 이곳에서, 일상에서도 러브님 언제나 응원하고 있을께요~ 힘내시고 퇴마연의로 쭈~욱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