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양해졌다. 골프회원권이 재테크 대상 으로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랜 일. 주식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져볼만한 상품으로 떠올랐다. 골프회원권을 투자로 여긴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9월 양지CC의 주중 회원권 분양 때였다. 주중에만 부킹이 가능한 회원권임에도 무려 7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했다.
가격은 1800만원. 대부분 강남의 주부들이었다. 이들 중 실제로 주중 에 골프를 치려는 사람도 있지만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도 적지 않 았다는 후문이다. 고객 연령층도 50대 이상에서 최근 몇 년새 40대 비중이 급증하면서 차익을 따지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제 회원권 거래소에 회원권을 사고싶다고 하면 으레 듣는 얘기가 “부킹용인가요, 단기차익용인가요”다. 예전과 비교해 회원권에 대 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증거다. 저금리는 특히 회원권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한달에 골프를 두세번 치면 비회원의 경우 이것저것 합해 최소한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나간다. 그러나 1억원을 은행에 넣어둔다고 해도 월 100만원의 이자를 기대하진 못한다.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다. 그렇다면 차라리 회원권을 사자는 심리가 자연스럽다. 그래선지 회원권 값은 많이 빠지지 않았다.
회원권 시장의 역사적인 고점은 지난해 9월 둘째주에서 10월 첫째주 사이였다. 당시 아시아나 회원권은 4억3000만원이었다. 기준시가 기 준으로 IMF 때인 98년 8월 가격이 98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상 승이다. 실제 시세는 기준 시가에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정도 높게 형성된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팀장은 “물건에 따라서는 5배 이상 오른 것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경기침체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 아시아나 가격은 3 억7000만원을 지키고 있다. 최고가 대비 15%수준이다. 주가가 최근 1 년 사이 940대에서 600까지 30% 이상 빠진 걸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 는 셈이다.
■골프회원권 투자의 매력:건강와 이재 일거양득■
골프회원권 투자는 주식투자와는 좀 다르다. 현재 회원권을 투자용으 로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법인은 접대용이 많지만 개인용은 자신 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게 첫번째고 두 번째가 자산가치로서 세 번째까지 가야 투자를 생각할 정도다. 따라서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해 회원권 가격은 주식이나 부동산보다도 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골프회원권 가격에 경기반영이 더딘 데는 유통물량이 적고 부유층만 의 특수한 시장이란 데 있다. 현재 거래 가능한 골프장 수라야 약 12 1개 정도고 발행 회원권 수도 11만5000개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이 중 실제 유통되는 숫자를 절반으로 보면 겨우 5만개의 회원권을 사고 파는 셈이 된다. 다만 단위가 커 평균 1억5000만원대 물건일 뿐이다.
또 다른 매력은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맥을 짚기가 편하다는 데 있다.
골프회원권 시장은 6개월 이상 장기투자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성공 할 확률이 높다. 이유는 아직 매매 성격이 경기나 투자 측면 성격보 다는 개인과 법인의 다른 용도, 예를 들면 단골CC를 바꾼다거나 해외 이주로 잠시 국내 회원권을 정리한다던가 등의 비율도 상당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주식 고수의 입장에서 보면 욕심만 부리지 않고 장기적 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은 편이다.
김종인 메리츠증권 고문은 “가끔 사고파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느끼 는 건 주식투자 해본 사람이라면 좀 쉽다는 점”이라 강조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골프회원권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선 종목의 증자가 없다는 점이다. 회원권을 늘리거나 액면분할도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에서 주가하락의 요인으로 증자를 꼽는다. 수요 는 정해진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면 주가는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로 보면 골프회원권은 증자가 거의 불가능해 가격하락에 나름대 로 방어벽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블루칩을 판별하기도 편하다. 서울 근교의 교통 편리하고 회원수가 적은 곳이 블루칩이다. 삼성전자 같은 블루칩은 항상 공급보다는 수 요가 높다. 따라서 주가가 폭락해도 영향을 덜 받는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이다. 어떤 시장이든 발달단계를 10 까지 보면 여의도 주식시장은 7까지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골프회원권 시장은 3 정도로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점도 투 자고수들에게는 군침을 흘리게 하는 요소다.
■회원권 시장:블루칩 낙폭은 적다■
예전에는 사고파는 시기에 법칙이 있었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한여 름과 한겨울 가격이 오히려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그 법칙도 깨졌다고 한다.
장미숙 동아회원권거래소 대리는 “요즘에는 종목마다 들쭉날쭉하기 도 하고 겨울엔 빠지고 3월에 반짝 오르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가 없 다”고 말한다.
시장이 변했다는 건 발전했다는 증거. 이젠 회원권 가격의 향방을 알 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젠 선진형 지표가 필수다. 주식시장의 지수처 럼 계량화된 수치가 필요하다. 아직 이쪽 시장이 발전가능성이 무한 하다는 얘기는 여기서 나왔다.
현재 공식화된 회원권지수는 없다. 업체별로 나름의 수치를 갖고 있 으나 공식적으로 인정받진 못하고 있다.
초원회원권은 전체 종목의 평균거래가격으로 지수를 만들었다. 일본 의 니케이와 같은 방식인데 4월 하순 현재 약 1만5000으로 가격으로 는 1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9월 최고 때는 1만8000만원까지 간 바 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개별종목의 그래프를 모두 갖고 있다. 홈페이 지에서 매매를 원하는 회원권을 입력하면 누구든 그래프를 볼 수 있 다.
회사마다 기준이 달라 가장 거래가 활발한 종목 중 하나인 뉴서울CC 회원권을 기준으로 삼아 97년부터 종합주가지수와 비교했다.
그래프를 보면 증권 전문가들은 솔직히 겁난다. 주가가 89년 1000을 돌파했지만 무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99년 말과 2000년초까지 크게 올랐고 이후 2002년 4월 상당히 오른 뒤 현재 600선에서 조정중이다. 그러나 회원권은 IMF 때인 98년 까지는 주가와 비슷하게 움직였으나 주가처럼 큰 등락이 없이 꾸준히 올라 지난해 9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프만 보면 증시 전문가 입 장에서는 좀 빠지겠다는 심리가 나올 만하다.
현재 회원권 시장에는 호악재가 혼재돼 있다.
일단 악재가 많다는 느낌이다. 경기가 꺼지고 있고 노무현 정부는 골 프 접대를 접대비로부터 점차 빼겠다는 입장이다. 공급도 만만찮다.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이 165개인데 현재 건설 중인 골프장만 80개다. 50%나 늘어난다. 이는 수요가 50%가 늘지 않으면 회원권은 빠질 가능 성이 높다는 얘기와 다름아니다.
일본에서 들리는 소문은 더 흉흉하다. 골프장의 반 이상이 망했고 매 물 중에는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면 인수할 수 있는 골프장까지 나왔 다고 한다.
그러나 호재도 있다.
일단 회원권을 가진 사람들의 기반이 단단해졌다.
송용권 에이스 팀장은 “예전에는 신문에 세금 얘기만 나와도 출렁거 렸으나 지금은 끄덕도 안한다. 이 얘긴 당당해졌다는 증거다”라고 밝혔다.
기반이 단단해졌다는 얘기는 쉽게 소문이나 심리에 부화뇌동하지 않 아 가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말과 동의어다. 더구나 1억원이 넘 는 골프회원권은 부유층이라는 특수한 시장 안에서만 움직인다.
아직 경제규모에 비해 골프장이 많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 골드 만삭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장은 400개까지 가능하다는 분석 이 있었다. 아직 성장 초기단계라는 말이다. 따라서 일시적 공급과잉 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골프산업 꼭지’는 멀었다는 얘 기다.
그래선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회원권 거래소 사람들의 시각은 호 의적이다.
안진홍 초원 이사는 “최근 두달 사이에 화산이 3000만원이나 빠졌으 니 약세란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경기불투명과 여주와 안성 등 외곽의 그린피가 올라 안쪽까지 들썩였기 때문”이라 최근 상황을 설 명했다. 그러나 그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지만 모두들 아니다라고 할 때가 바로 사야할 때다”라며 지금이 사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영균 골프뉴스 대표도 “4월 현재를 진단하면 매도자는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법인의 위축으로 매수는 감소했다. 시중의 저 금리에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진단했 다. 장미숙 동아 대리도 “장기로 봐도 사양산업이 아니다. 그렇다면 단기로 봐도 지금이 매입적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묘하게 경제나 경기흐름을 잘 분석한다는 증권업쪽 사람들은 다소 부 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들의 특징은 비교적 단기적인 성향이 강 하다.
김종화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은 “골프접대를 점차 없애는 정부 방침에 따라 법인소유 회원권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일시적이 나마 위축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 팀장은 지난해만해 도 주말 부킹이 잘 안됐으나 요즘은 부킹이 잘된다는 점을 들었다.
기업의 신용평가가 주업무인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위원은 “골프장 은 제조업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에서 4배나 높은 30%를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경영을 쉽게 생각해 상대적인 신 용위험도 높은 편”이라 밝혔다.
실제로 산정호수CC 등 부도 후 피인수된 CC가 있는 것으로 봐 골프장 경영이 결코 쉬운 편은 아니라는 건 증명이 됐다. 윤 위원은 오히려 일부 골프장에서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면에서 회원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최근 자금시장 의 이상기류를 일부 골프장 역시 벗어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진단이 다.
물론 전문가에 따라서는 극단적으로 ‘J-커브’를 말하는 사람도 있 다. 지금은 회원권 가격이 버티지만 결국 크게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회원권은 저금리에 투자안정성, 부동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 은 환금성,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래 서인지 가격도 경기를 감안하면 많이 빠지지 않았다.
회원권 가격의 향방에 대해서는 현재 양론이 존재한다. 회원권 전문 가들은 “아직 성장산업이라 끄덕 없다”고 말하는 반면 경기에 민감 한 증권업계 쪽에서는 ‘단기적으로 일시 하락이 더 진행될 수 있다 ”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블루칩의 경우 빠져도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우위’라는 사실이다. 특히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블루칩’만한 상품이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블루칩은 레이크사이드, 아시아나, 화산, 신원, 송추, 레이크힐스 등이다.
▶회원권 협회 회원사가 안전◀
전국의 400여개 회원권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있다. 서울에만 200여 군데가 있다. 회원권 거래소는 골프회원권뿐 아니라 콘도와 헬쓰 회 원권까지 중개한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나 거래단위 상 매출의 90% 가까이는 골프 쪽에서 나온다. 큰 회사의 경우에는 매출이 300억원 이상되는 곳도 있다.
주식거래처럼 회원권은 골프회원권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 물론 반드 시 그렇지는 않다. 개인과 개인이 거래해도 무방하다. 다만 부동산 거래처럼 여러가지 서류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래소를 이용하 고 수수료를 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수수료는 4년전 만해도 1억원 당 500만원까지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지금은 100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골프콘도회원권거래소협회 회원사와 거래할 것을 권한다. 물론 문제가 됐을 때 해결해줄 수 있지는 않으 나 93년 출범한 협회는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시장질서 교란을 방지하 기 위해 협회 가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사 2개 업체 이상 추천을 받아야 하며 3년 이상 영업 경험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국민거래소는 회원자 격을 박탈당했다.
유광호 회원권협회 국장은 “현재 회원이 83개인데 이들이 시장의 8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래소 광고에 회원사 여부를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 잘 알려진 에이스, 동아, 초원, 레저뱅크, 레저시대, 골프뉴스 등이 모두 협회회원사다.
에이스나 초원, 동아같은 규모가 큰 회원사의 경우에는 중개업무만 하지 않고 스스로 물건을 확보해 놓은 경우가 많아 매매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익을 얻은 뒤 되팔 경우 1억원을 벌었다면 골프장에 내는 명의개설 료 33만원까지 포함한 취득경비까지 약 230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
<노성호 기자>
<매경ECONOMY 제12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