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권혁웅
소가 트림의 왕이자 이산화탄소 발생기라면
이 동물은 방귀의 왕이자 암모니아 발생기입니다
넓은 거실에 서식하면서 소파로 위장하고 있죠
중추신경은 리모콘을 거쳐 TV에 가늘게 이어져 있습니다
배꼽에 땅콩을 모아두고 하나씩 까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렇게 위장하고 있다가 늦은 밤이 되면
진짜 먹잇감을 찾아 나섭니다
치맥이라고, 조류의 일종입니다
이 동물의 눈은 카멜레온처럼 서로 다른 곳을 볼 수 있죠
지금 프로야구와 프리미어리그를 번갈아 보며
유생 때 활발했던 손동작, 발동작을 회상하는 중입니다
본래 네 발 동물이었으나 지금은 퇴화했거든요
이 때문에 새끼를 돌보는 건 흔히 어미의 몫이죠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큰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급격한 호르몬 변화 때문인데요
이를 월급이라고 합니다
ㅡ시집 《세계문학전집》 타이피스트,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