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건드리면 내 시체 볼 것” JP, 나폴레옹 최후 떠올렸다[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82)■

[보라토끼]

“날 건드리면 내 시체 볼 것” JP, 나폴레옹 최후 떠올렸다 (82)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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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보안사 서빙고 분실은 간첩 혐의자를 조사하는 곳이었다. 대통령이 지시한 특명사항을 수사하기도 했는데 공식 이름은 국군보안사 대공처수사단이었다.

1980년 7월 2일 저녁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서 신당동 자택으로 돌아온 김종필(JP) 민주공화당 총재(가운데). 부인 박영옥 여사(왼쪽)와 딸 예리씨(오른쪽)가 JP를 부축했다. JP는 보안사에 연행돼 조사받으면서 공화당 총재직을 비롯한 모든 공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받았다. 중앙포토

1980년 5월 17일 심야, 내가 끌려갔을 때는 높은 담이 사방을 에워싸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컴컴한 밤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M16을 든 군인들이 한밤에 몰려와 어딘지 모를 곳에 나를 붙들어 갈 때 나는 확연히 깨닫게 되었다. ‘국회 다수당의 총재를 영장도 없이 무력으로 협박하는 권력찬탈이 진행되고 있다. 그 우두머리는 필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일 것이다’.

1980년 3월 1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최규하 대통령(가운데)에게 중장 진급 신고를 하고 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중장 진급 한 달 뒤인 4월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했고, 8월에는 대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사진 국가기록원

보안사 분실에 끌려가면서 19년 전 거사 때가 생각났다. 61년 5월 16일 새벽, 서울 안국동 광명인쇄소에서 혁명공약을 인쇄하던 나는 시청 쪽에서 연달아 발사되는 총소리를 듣고 아연 긴장했다. 장면 총리를 잡으러 간 박종규·차지철 등이 체포에 실패하자 분을 못 이겨 허공에 대고 난사한 총성이었다. 혁명군은 죽기를 각오했기에 두려움이 없던 그때였다.

서빙고에 기약 없이 갇힌 나는 많은 상념 속에서 자신을 추슬렀다.

‘보안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간적 존엄을 스스로 지킬 것이다. 나라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국무총리를 지낸 군의 선배로서, 거사에 목숨을 던져봤던 혁명가로서 명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