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난리입니다. 도이치 뱅크를 비롯한 유럽 주요 은행 주가가 곤두박칠 치면서 리먼브러더스 재현 이야기도 나올 정도이니까요. 분위기 흉흉하다라는 단어가 적절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Brexit 때문일까요? 그 망할 놈의 영국병 때문에 이런 것인지, 기레기들이 언급하는 세대간의 갈등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난민과 이민자 때문인가요? 이에 대해서 오늘 긴 글 좀 써야겠습니다. 쓰다가 시간이 안되면 그 시점에서 2부로 넘기고 주말에 써볼 생각입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럽의 은행들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EU 은행업 주가 차트를 보시면 지난 2012년 GREXIT(그리스 유로화 동맹 탈퇴)로 표출되었던 위기를 하향 이탈할 분위기입니다. 유로화 통화동맹에서 그리스가 떨어져 나가면 그리스 채권에 투자했던 은행들이 쫄딱 망할 것이다라는 분위기 때문인데 이것이 4년만에 브렉시트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독일의 대표은행 도이치 뱅크만 봐도 큰 일입니다. 속 내용을 아는 바가 없지만 주가만 보면 이 회사가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월간 차트입니다. 주당 140달러를 기록하다가 20달러까지 하락했던 때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입니다. 당시 최저가를 이번에 가볍게 하향 돌파하고 있고 이제 한자리 주가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이치 은행, 이탈리은행, 프랑스 주요 은행들이 유로화 동맹 PIIGS의 채권투자의 실패로 이런 것일까요? 아니면 부동산 담보 대출의 부실이 많아서 그런 것인가요? 아니면 파생상품 투자를 잘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표면에 나오는 증상일 뿐이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BREXIT까지도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 유럽 은행 들의 부실화를 이끌어 낸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두 장의 그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보실 차트는 유럽 중앙은행 ECB의 대차대조표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머니프린팅을 했었고, 2012년 PIIG 사태 이후 다시 금 급속도로 돈을 찍어서 뿌려대고 있습니다. 이렇게 뿌린 돈이 어디로 갔냐구요? 은행으로 갖고 주식투자로 돌아다니고 각국 채권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돈을 뿌렸는데 EU GDP의 성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래 그림이 EU 국가들의 GDP 총합입니다. ECB가 머니 프린팅을 2008년의 약 3배를 넘게 했는데 아래 GDP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아마 지금도 별 차이 없을 것입니다) 아직 2008년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돈을 찍어대서 선풍기로 날려 보냈는데도 성장은 일어나지 않고 정체되고 있습니다. 부의효과(Wealth Effect)가 어쩌구 낙수효과가 어쩌구 하면서 돈을 찍고 부자의 세금을 줄여줘도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용화폐에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의미는 폰지시스템의 위험입니다. 지속적으로 개인의 부채가 늘어나서 이를 통해 자산가격의 상승과 소비가 일어나야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사라졌습니다. 오로지 남아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돈 찍기로 그 부족한 공간을 메꾸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죠. 은행의 주 수입원은 부채 서비스(대출)입니다. 돈을 많이 빌려줘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빌려줘야 그 전에 빌려 준 돈의 건전성이 유지되는 신용화폐 시스템의 한계가 지금 은행의 부실문제라고 보셔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펀더멘털의 개선없이 머니 게임으로 성장이 지속된다면 결과는 뻔데기 뻔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의 부동산 펀드들이 환매 러시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영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펀드 규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연초부터 지속적인 환매 요청이 있었는데 최근들어 급격하게 많아졌을 뿐입니다. 왜냐구요? 신용화폐를 사용하는 자본 주의는 과거의 현상을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제보다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부채에는 이자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불안하면 그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티핑 포인트가 파운드화의 급락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이또한 성장이 되지 않고 오로지 부채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럽은 성장이 저렇게 멈추어 버린 것일까요? 이것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용화폐를 사용하는 자본주의 전체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먼저 시작한 나라들이 조금 빠르게 경험하는 것일 뿐 결국 모든 나라들이 겪고 지나갈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진짜 이유는 그것은 인구 통계학적 요소와 자본의 탐욕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자본주의는 4차 산업혁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제 올린 책 서평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기술들이 전 지구적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까지 선도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기술혁신입니다.
기업의 기술혁신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빠르고 쉽게, 실수하지 않으면서 항상 꾸준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계화, 자동화, 지능화, 편리화로 진행되면서 편안하고 인간다운 삶이 개선되는 줄 알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명이 하던 일을 기계가 나타나서 2명이 해도 된다면 전체 10명에게 인간다운 삶을 주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닌 8명을 해고 해버리는 이 상황. 이것은 결국 자본의 더 많은 증식과 탐욕 때문에,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에 등장했던 경제이론은 두가지 전제 조건을 깔고 있습니다. 인구 증가와 소득증대. 그러나 이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졌습니다. 세상이 발전하며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것은 소득의 증가가 아닌 부채의 증가에 있었습니다. 소득이 적다 이야기 하면 금리가 싸니까 빌려서 쓰라고 말했고, 물가가 높아 미치겠다고 말하면 지금 디플레이션이 어쩌고 하면서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물가지수를 가지고 꼼짝 못하게 해버렸으니까요. 진짜 원인이 이것인데 세상의 관심은 당장의 증상 처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왜 그렇게 대처하냐구요? 미디어도 정치인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의 흐름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속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은행이 어쩌구 하면서 난리를 피워도 미국 금융시장을 보면 그리 급박하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자주 언급하는 하이일드 채권 ETF인 JNK 차트입니다. 최근 유럽 은행들이 어쩌구 해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미국 주식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왜 이런 일이?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선진국 지수라 언급되는 MSCI 은행업 주가와 주요 경제 이벤트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2014년 양적완화를 중단한 이후부터 꾸리꾸리한 흐름이 2015년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NIRP)와 브렉시트는 결국 미국발 유동성 축소의 증상일 뿐 그것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금융시장은 이제 펀더멘털의 개선에는 희망을 걸지 않고 오로지 머니프린팅 유동성에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어제 저녁까지 글로벌 주요국의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은 난리를 겪었습니다. 당연히 미국 주요 지수 및 지표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잠을 깨고 나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국의 주요 지수가 플러스로 전환되어 마무리 되었답니다. 그 이유를 찾아 봤는데 핵심은 6월 FOMC 의사록이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신문기사 해석하기에 올렸으니 참조하시구요.
“Most participants judged that, in the absence of significant economic or financial shocks, raising the target range for the federal funds rate would be appropriate if incoming information confirmed that economic growth had picked up,” job gains were sufficient to achieve full employment and inflation was moving up toward their 2 percent goal in the medium term, the minutes showed.
이 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미국의 경제가 정말 어렵다. 그러니 올 해 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시장이 유럽이 어쩌구 하면서 마이너스로 시작하다가 돌아선 이유가 유동성장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보여줬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미국의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돌아서고, 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번 글에서 향후 시장 대응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첫댓글 내용중
"금융시장은 이제 펀더멘털의 개선에는 희망을 걸지 않고 오로지 머니프린팅 유동성에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그믐밤중에 지난날 익숙하게도 더듬 더듬어 다니든 그런 길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도 밝은불 비춰주심에 반갑고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요, 이 밝은 불이 눈앞에 비춰지니 눈이 부시어
정신이 몽롱 해 집니다,
어질어질 함에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똑같은 영어 문장을 읽었는데.. 해석이 다르네요.... 경제가 어렵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