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남대울트라 참가 이유
2월말(?), 3월초(?) 임영호고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청남대 울트라에 나가자고? 이유인즉 그 대회에 참여하면, 완주할때마다 십장생을 준다고, 저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십장생주석판을 보고,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함께 하기로 결정 하였습니다. 거기에 박춘미부회장님, 한경수형님까지 해서 총 4명, 함께 톡방을 만들고, 참가계획을 세웠습니다.
여기 주석판에 참가할때마다 십장생을 얻어서, 채워가는 재미가 솔솔할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회전에 발표된 십장생의 가격이
개당 418,000원(순금 1돈으로 만든다고 함), 나중에 레이스가 끝나고 확인한 십장생 주석판은 처음 기대했던것과는 달리, 조금 초라해 보였습니다. 사진은 근사한데, 실물은 많이 작게 보여서, 급 실망을 하였습니다.
2. 청남대 울트라 참가계획
각자 5만원을 걷어서, 차량을 가져가는 사람에게 10만원을 주기로 하고, 나머지 잔액으로 소용경비를 충당하기로 하고
논의끝에 박춘미부회장님 차량을 가져가기로 함, 운전은 임영호 고문
3. 출발당일
제가 토요일 오전근무가 있어서, 제 한의원에서 11시경에 모여서, 진료가 끝나는대로,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박춘미부회장님이 먼저 도착을 해서, 제가 간단히 발목, 경추등을 교정을 해주었고, 이윽고 임영호 고문이 도착해서는 두타베드, 발맛사지를 하고, 연이어 경수형님이 도착해서, 주문해두었던 김밥을 찾아서 청남대를 향해서 출발을 합니다. 백양사 휴게소에 들려서 김밥을 먹고, 다시 출발
4. 청남대 가는길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지 않는데, 제 네이버네비는 도착시간이 2시 53분, 차량과 연결된 부회장님 네비는 3시 50분, 두 네비의 도착시간이 틀려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가다보면 맞겠지, 싶었는데, 청남대 정문에 도착하니 2시 53분, 그런데 청남대 정문에서 청남대 본관까지는 4km 정도 되는데, 주말오후에는 혼잡해서 1시간 정도 걸린다는 게시판을 보고나자, 두 네비의 차이점이 파악이 됩니다. 그런데 차량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가고, 2km정도 가는데 30분정도가 소요되어서, 남은 시간은 30분, 여기 저기 차량에서 울트라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냥 내려서, 뛰어가는 것을 보고, 저와 경수형님은 내려서 뛰어가서 먼저 배번을 받기로 하고, 임고문과 부회장님은 차를 타고 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km 정도를 뛰어가서 배번과 500ml 생수한병, 기념품(십장생이 그려진 접시)을 받아서, 차량을 기다리는데, 대략 4시 10분이 넘어서 도착하여, 급히 짐을 맡기고, 출발준비를 하고 대회장으로 가니 4시 20분정도, 대회측에서 정문으로 출발하라고 하면서, " 제한시간 그대로 적용됩니다 "
차량에서 1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출발을 20분 늦게 하면서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뭔가 원활하지 않은 조짐이.
5. 울트라 마라톤 시작
대청호를 따라 청남대로 들어왔던 길로 뛰어가는데, 후미주자가 전혀 안보입니니다. 하기사 출발시간이 20분이나 늦었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합니다. 7km정도를 가다가 진행요원이 우회전을 하라고 해서, 우회전을 하니, 급격한 오르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오르막을 한시도 쉬지않고 뛰어서 오른후 다시 우회전해서 1km 정도를 가니, 드디어 후미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전에 참가했던 빛고을 순천울트라는 그래도 15~20km 정도는 평지를 뛰다가 오르막이 나타났는데, 청남대는 7km 이후부터 오르막 내리막이 나타나기 시작, 초반부터 러너들을 지치게 하고 기를 죽이는것 같습니다.
17km까지를 오르막에서 걷지 않고, 뛰어서 올라가는데, 그 오르막에서 아무도 뛰지 않고 걷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어 이러다가 오버페이스 하는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걷기 시작했습니다. 주로에 핑크빛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벚꽃에서 꽃비가 내리는 광경이 토요일 오후의 나른한 햇빛과 어우러지는 장관에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끼면서 사진을 몇 장 촬영했습니다.
윗 분 복장이 특히해서 한 컷. 보통 풀코스에서는 이런 복장을 간혹 볼 수 있었는데, 울트라에서는 처음이라서, 알고보니 외국인 이었습니다 ㅎ
역시 전문 사진사가 찍어주는 사진은 퀄리티가 틀리내요 ㅎ
6. 22.2km[일몰CP]
2번째 cp에 도착후, 떡이 있어서 몇 개 먹고, 앞뒤 깜박이를 점검하는데, 부착하는 고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몇 분 이상을 헤메고 있을때, 임고문이 들어옴, 임고문은 떡을 배불리 먹고, 함께 출발하는데,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부회장님 발목 부상으로 회수차량 기다리는 중 ㅠㅠ
7. 22,2km ~ 51.4km
임고문과 함께 천천히 걸으면서 출발했는데, 제 컨디션이 저하되면서, 임고문 먼저 가고, 저는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데, 양목덜미(우>좌) 통증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오기 시작합니다. 38km 지점에서 간식과 물을 먹고 출발하면서, 핸드폰으로 코스지도를 보면서 걷다가 좌측 늑골부위를 도로 가드레일에 부딪혔습니다. 옆에 가던 다른 분이 걱정할 정도로, 컨디션 저하로 아마도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렸나 봅니다. 그분께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다시 걷고 뛰기를 하는데, 다시 목덜미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목덜미 통증을 못느꼈는데, 여수마라톤때 조금, 대구마라톤때는 레이스내내 통증을 심하게 느꼈는데, 이번 통증은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임고문도 제 컨디션이 안좋아보여서, 중간에 기권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그래서 왜 아플까 왜 아플까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가[대충 최근에 여러가지 상황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 갑자기 '수용' 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습니다. 아 내가 여러가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저항]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어떤 상황을 못 받아들이고 있나 하고 찾아보니, 한의원상황, 클럽활동등의 여러 가지가 주마간산처럼 스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통증에 대해 이해가 가기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경감되기 시작합니다.
위사진에 47km 지점부터 제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하게 몸이 가벼워지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합니다. 제 자신이 뛰면서도 왜 이렇몸이 가볍게 속도가 나지 하는 생각이 날 정도로.
8. Time cp 51.4km 지점[제한 시간 8시간, 즉 밤 12시 정각]
차정 사거리[개성휴게소]에 도착하니, 가민시계상으로 7시 1분 경과, 시간은 11시 22분
임고문은 벌써 두 그릇째 먹고 있고, 저도 서둘러서 식사를 하고, 임고문과 함께 이런 저린 담소를 하던중, 광마에서 오신분과
함께 기념촬영도 하고, 임고문이 사준 음료수도 한 잔 먹는데, 작년 순천마라톤때 중간식사 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훨씬 회복되었내요, 정석근씨가 마라톤을 하다가 사점[힘든 순간]이 올 수 있는데, 그때는 피치를 많이 하면서 제자리에서 뛴다는 느낌으로 레이스를 하면 1~2분정도 지나면, 사점을 지난다고 하는데, 저도 사점을 지나온 것 같았습니다.
9. 63.9km cp, 76.5km cp
time cp에서 식사를 하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임고문과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제가 임고문에게 걸으면서 코로 호흡하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들숨은 짧게, 날숨은 길게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하면서, 뭔가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뛰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임고문에게 먼저 간다는 인사도 못하면서 앞을 향해서 뛰어가는 제 자신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조금 가다보니 좌측 옆구리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데, 아까 가드레일에 부딪혔을때 혹시 갈비뼈를 다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부분도 "수용'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앞을 향해서 가는데, 우측 어깨 통증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처음보다는 통증이 많이 줄었지만, 우측 손으로 렌턴을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였습니다. 목덜미 통증이 느껴질때마다 통증도 결국 나의 불수용으로 인한 통증이다고 생각하면서 통증을 줄여가기 시작했습니다.
10. 마지막 고비 피반령을 넘어서 86.4km 마지막 CP
좌측 옆구리 통증과 우측 목덜미 통증이 많이 경감되면서, 마지막 고비인 피반령을 넘기 시작합니다. 고도 360m 지점인데, 처음부터 끝가지 걷기 시작합니다. 피반령 정상부근에서는 몇 개의 클럽이 각자 클럽 회원들을 위하여 자봉을 하고 있었고, 피반령 정상을 넘어서 내리막이 나오자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뛰고 뛰어서, 드디어 마지막 cp에 도착해서 오뎅국을 먹고서, 남은 길을 재촉하게 됩니다.
11. 드디어 골인지점 청남대
오뎅을 먹고서 바로 뛰면 안될듯 해서, 500m 정도를 걷다가 뛰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이번까지 3번의 울트라 마라톤 참여인데, 항시 해가 밝아올때는 뭔가 어둠속에서 빠져나오면서 뿌듯함과 희망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로를 따라서 뛰어가는데,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이 있습니다. 90km가 넘어가니 몇 사람 빼놓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습니다. 보통 빛고을 순천은 마지막 10km 정도는 평지여서 괜찮았는데, 90km 넘어서의 오르막 내리막은 정말 힘들더군요. 청남대 정문에 도착하니 4km가 남았는데, 청남대안에서의 오르막은 어제 분명히 잘 안느껴졌는데, 마지막까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다가 드디어 101km가 넘어가니, 골인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슴 한켠에서 울컥함과 함께 아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인지점에서 박부회장님의 축하소리와 함께,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의 대장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끝으로 이번 참가자 690명중에 215명이 포기하고, 475명이 완주했는데, 나주영산강 마라톤에서 부상을 입은 박부회장님[원래는 기권을 해도 되지만, 함께 참여하기로 한거라 의리상 청남대까지 와주심]을 제외하고 평소 아킬레스근염 부상에도 끝까지 완주한 임영호 고문, 발목부상임에도 끝까지 완주하신 한경수 형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모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어제 출발때 경황이 없어서 함께 못찍은 사진촬영]
[울트라가 끝난후 맛있는 식사]
[울트라 기념품]
메달, 기록증 그리고 십장생 접시
누군가는 울트라 대회에 나가면 뛰는 스피드가 감소되어서, 원래의 스피드를 회복하려면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울트라대회를 통해서 일종의 런너스하이를 느끼는것 같습니다. 동적명상이 된다고 할까요?
향후에 토요일 근무를 하는 저로서는 청남대울트라를 다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울트라대회를 경험하면서, "수용"이라는 자체를 깨달았다는 사실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 좌측 옆구리가 자고 일어나면서 계속 아파서, 방금전에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10번째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도 수용하겠습니다. " 챔프 챔프 힘 "
첫댓글 십장생 동기부여가 많이 될 것 같아요.
울트라 일단 엄두가 안나는 거리예요. ㄷㄷㄷ
부럽습니다!!
정석님도 언제 함께 갑시다 ㅎ
인간극장같은 다큐멘터리 후기를 읽으니 곁에서 함께 뛴 기분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해요, 일곤님도 언젠가 울트라에 입문하실듯 ㅎ
지나온 기억들이 새록새록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청남대, 간식도 못 먹고 도착하자마자 출발 !
오는 증간에 먹은 단팥빵의 힘으로 2CP까지 가서 떡 먹었어요 ~ ㅎㅎ
눈처럼 휘날리던 벚꽃 잎들 ~
숲속 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 ~
까만 밤 하늘에 하얗게 활짝 피어있는 가로수의 목련 꽃들 ~
시원하게 들려오는 계곡 물 소리 ~~
상쾌하고 시원한 새벽 공기 ~~
지칠 때마다 나타나는 자봉의 손길들도 ~ 감사 !!
그 중에 꽃은 급식 지점에 있던 반가운 마트 ~
콜라 한캔 사서 가지고 가다가 피반령 넘을 때 먹었어요 ~ 꿀 맛 !!
오갈 때 차량 지원도 해주시고,
출발부터 도착까지 이것 저것 다 챙겨 주시니 편하게 다녀 왔습니다 ~ ^_^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챔프 ~~ 힘 !!
경수형님 청남대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이고....ㅜ 수고하셨습니다..
네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멋지십니다~!^^
고마워요, 유경씨 이번 빛고을 울트라 완주하느라 고생했고, 순천에서 봐요 ㅎ
부상투혼..쾌유기원!
가보고싶은 충동을 느끼게하는
감동후기 ㅎ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울트라 함께 가시죠 ㅎ
울트라를 하고나서 보니깐 더 느낌이 오네요~ ㅎㅎ
이번 빛고을 울트라 완주하느라 고생했어요 ㅎ, 순천 갑시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