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삶과 운명, 성찰에 대한 서정적 진실 --해월 이은상 시집 『달과 바다』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1. 삶과 운명에 대한 인식과 성찰 현대시가 적시하는 주제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시의 발상에서부터 주제의 창출까지는 그 시인의 삶의 여정에서 명민(明敏)하게 남아서 재생되는 궤적(軌跡)에서 이미지를 도출하여 상황을 도입하거나 전개하고 결론으로 주제를 정립하는 시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삶의 형식이나 지향점은 그 시인의 정서나 사유(思惟)의 범주(範疇)에서 현재의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주안점으로 하는 예를 흔히 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생행로를 운명에서 탐구하는 경향도 시인들의 작품 발상이나 주제의 설정에 많은 영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삶이라는 화두(話頭)나 테마(thema)를 떠올리면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시 「삶」이 먼저 생각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멀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버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누구나 한 번씩 읊어본 삶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여기에 상재하는 해월 이은상 시집 『달과 바다』를 일별하면서 이러한 삶에 대하여 먼저 시선을 집중하게 되는 것은 삶과 인생, 즉 적극적인 삶과 성공적인 인생을 동시에 탐구하려는 그의 존재 사유의 지향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해 삶에 관하여 철학자, 종교가, 시인, 소설가 많은 대가들이 수 世紀에 걸쳐 설파하고 제시하였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 표현이 다를 수 있어도 공통분모는 낙관적 긍정적 적극적인 삶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것 같다 때로는 간단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쉬울 듯도 한 세상살이 그러다가도 고추보다 매워 고통스럽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인생살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뒤돌아보고서 힘들었지만 보람이 느껴지는 삶이라 여겨진다 말하는 사람은 그런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산 것이리라 맛을 봐야 맛을 알 수 있듯이 살아봐야 삶이 무엇이더라. 말할 수 있을 터이니. --「삶」 전문 이은상 시인은 “삶”이라는 제재(題材)의 화두에서 인생과 삶은 “철학자, 종교가, 시인, 소설가”들이 적시하는 의미보다도 더욱 가깝게 밀접한 방향 제시에서 그의 인생관을 유추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내면 의식은 결코 평탄하지만 않은 세상살이(또는 인생살이)가 고난의 행보를 멈추고 어느 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뒤돌아보고서/ 힘들었지만 보람이 느껴지는 삶이라 여겨진다 말하는 사람은/ 그런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산 것이”라는 안도의 정적(靜的)인 어조(語調)로 자성(自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인생 성찰에서 인식한 삶의 의미는 우리들의 칠정(七情-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감에서 투여하는 희비의 상황들이 그의 심연(深淵)에서 분사하는 인생론적인 결론으로 “공통분모는 낙관적 긍정적 적극적인 삶”이거나 “고통스럽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인생살이”라는 명징(明澄)한 신념의 메시지를 이은상 시인만의 인생관으로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인연」 중에서도 “우리네 삶이란/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심(欲)/ 이 7정(情)의 밀고 당김이겠거니” 그의 심중(心中)에서 삶의 지향점을 적시하고 있는데 “어느 날 돌아다보니/ 인생이란 그 누구에게라도/ 인연이라는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거라고/ 새삼스런 확신이 선다.”는 작심(作心)으로 단정하면서 “남은 내 인생길/ 선연과 선업을 맺고 쌓으며/ 순탄하게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어조로 인생론을 정리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불운 앞에서 끝내 죽음을 택하지 않고 새로운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간 그에게 누구라도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노라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치고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파산하거나 사별로 기둥을 잃게 되는 엄청난 아픔을 당하는 삶도 많다. 돌아보면 베에토벤처럼 신체의 장애를 극복해낸 인생 승리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인내와 노력이 얼마나 큰 수고였으랴.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오는 듯 한 불운에 맞서서 부딪쳐 쓰러지지 않고 피땀으로 이겨내는 승자 그렇기에 인간의 삶은 더 값지고 위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것이 아닌가! --「운명」 중에서 이은상 시인은 다시 삶과 인생에서 “운명”을 대칭점으로 설정하고 독일의 악성(樂聖) 베에토벤의 유명한 작곡 「운명」에서 감명을 받는다. 그는 베에토벤이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불운 앞에서”도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데 대한 존경심과 함께 장애를 극복하고 인생 승리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는 “사노라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치고/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파산하거나/ 사별로 기둥을 잃게 되는 엄청난 아픔을 당하는 삶도 많다.”는 희노애락에 대한 긍정적인 심정으로 삶에서는 인내와 노력으로 불운을 “피땀으로 이겨내는 승자”의 운명을 여망하는 그의 심리적인 안도감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작품 「대웅전에서」 중에서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세상사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제행무상이오!/ 해아래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생자필멸이라는 것입니다.”라거나 「부음」 중에서도 “생자는 필멸/ 왔으면 떠나는 것이 인생임을 모르진 않으나/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애달 퍼진다.”는 어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삶이나 인생에 있어서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성찰의 교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2. 세월과 동행하는 무형(無形)의 존재 이은상 시인은 다시 삶과 동행하는 세월에 대하여 민감한 사유가 전개되고 있다. 세월이라는 시간성이 우리 인생과 막중한 상관성을 갖고 있어서 세월의 흐름이나 시간의 변화는 바로 우리 인간들의 생멸과도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는 “흘러만 가는 것이 어디 너뿐이냐/ 세월도 청춘도 너와 같구나.(「강가에서」 중에서)” 또는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이루려 애쓰던 날들이 행복했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들이 꿈결 같고/ 아름답다(「지나고 보면」 중에서)”는 세월과의 교감은 그의 삶과 인생이 동행하는 소중한 무형(無形)의 존재이다. 세월이 나이 속도로 흐른다더니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또 한 장 달력을 넘긴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마음은 청춘이고 눈, 비, 바람, 가로수 지는 낙엽에도 감성의 움직임은 여전한데 세수는 칠십 중반에 올라섰다 늘어난 수명 따라 한국 남자 평균나이도 80을 넘었다니 산 좋고 물 좋은 공기 좋은 진천의 산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가히 상수(上壽)를 누리려니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수명보다 중요하리니 내 몸 스스로 잘 보살피며 살으리라 --「달력을 넘기며」 전문 이은상 시인은 일상생활에서 세월과의 균질성(均質性)을 유지한다. “달력을 넘기며” 그가 세수 칠십 중반에서 감응하는 세월에 대한 사유는 현재의 청춘의 감성이 상수(上壽)를 여망하는 기원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산 좋고/ 물 좋은/ 공기 좋은/ 진천의 산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가히 상수(上壽)를 누리려니/ 기대를 가져보기도 한다.”는 어조는 그가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고사(故事)에서 살아서는 진천(고향이 진천)이라는 장수촌을 응용하여 상수를 기대하고 있는 거싱다. 그는 다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수명보다 중요하리니/ 내 몸 스스로 잘 보살피며 살으리라”라는 메시지로 달력을 넘기면서 자성하는 시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세월과 나이가 동시에 동일한 속도로 흐르고 있음을 달력 한 장을 넘기면서 감회에 젖어 있어서 숙연한 공감을 유로(流露)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다는데 내 나이 어느새 고래희를 넘었다 지금은 백세 시대인데 나이 70이 무슨 의미이랴만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힘겹지 않은 인생이 있으랴! 나 그런대로 잘 살아왔구나, 싶기도 하다 이 발길 멈추는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저 성심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천수를 누리겠지 --「年 輪」 전문 또한 이 작품 “연륜”에서 그는 시성(詩聖) 두보의 “인생칠십고래희”라는 고전을 인용하고 자신의 나이가 고래희를 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동행한 세월을 인지(認知)하지 못한 채 유수(流水)처럼 흘러버린 시간성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살아왔으나 “지금은 백세 시대인데/ 나이 70이 무슨 의미이랴”라는 어조로 자위(自慰)하는 시법으로 사유를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힘겨운 인생을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자애(自愛-self love)의 인식으로 “이 발길 멈추는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저 성심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천수를 누리겠지”라는 어조로 세월에 대한 긍정적인 사유를 지향하는 인생관을 보유하고 있어서 공감으로 흡인하는 마력(魔力)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시집의 표제시가 되는 작품 「달과 바다」 중에서도 “어느 날은 출렁거리는/ 밤바다에/ 금빛으로 내리와/ 반짝거리는 달빛의 아름다움// 어디 그뿐인가/ 잎이 져서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만월로 머무르는 노란 달의 정겨움에/ 따사로운 겨울밤이 된다.// 그런 달은 종종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는 대자연의 벗이다”라는 달빛의 아름다움에서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 등으로 시간에 따라서 “다양한 얼굴로” 변화는 신비와 경이로움에서 그는 시간의 궁극적인 진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3. 향수에서 재생하는 가족애의 실체 이은상 시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정서 중심에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모(思慕)의 정감이 넘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향수나 가족과의 이미지는 영원한 불망(不忘)의 사유의 흔적으로 남아 있어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가슴에는 깊은 애환이 작품의 발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鄕愁)와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은 보편적인 사고(思考)의 범주에서도 지워질 수 없는 영원성을 가지지만 이은상 시인의 사고에서는 아스라한 추억에서 그리움의 진원지가 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고향길 코스모스」 중에서 “고향 산촌으로 가는/ 구불구불 신작로 좌우에/ 듬성듬성 피어있던/ 코스모스를 떠올린다.// 가냘픈 허리가 긴 코스모스는/ 어느 해 태풍이 지난 다음에도/ 꺾이지 않고 그대로여서/ 감동으로 보던 기억도 되살아난다.”는 어조로 그의 기억에는 고향의 풍광(風光)이 서리어 있는 것이다. 세월 갈수록 나이 들수록 더 정겹게 다가오고 그리워지는 고향이런가. 내 고향은 살아서는 진천에 사는 게 좋다는 뜻이 담겨진 鄕土 생거진천 차령산맥의 산줄기로 둘러싸인 분지지형, 찰흙으로 이루어진 토양, 미호천의 풍부한 수량, 풍부한 일조량으로 벼 재배에 유리한 지형과 기후, 그래서 내 고향 진천은 쌀의 명산지로 살기 좋은 땅 고향 떠나온 지 50여년에 首丘初心이랄까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한 생애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을 해 보게 하는 내 고향은 그래서 나에게는 生居鎭川이며 死去鎭川이려나 --「生居鎭川」 전문 그의 교향은 충청북도 진천이다. “생거진천”이라는 영원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정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체로 고향이나 가족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의 상상력은 작품으로 재창조되는 시법을 선호(選好)하는 그리움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고향 떠나온 지 50여년에 首丘初心이랄까/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한 생애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구나.”라는 평소에 간직한 그의 심경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어서 그가 다시 강조하는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고향 진천을 사무치도록 향수에 젖어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고향 친구」 중에서 “인생길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는데/ 70년을 이어온 우정을 / 오래도록 잘 지켜가야지// 내일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사인데/ 우리가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남았으랴// 만날 때마다/ 좋은 음식에 소주 잔 주고받으며/ 정담을 함께하리.”라는 고향친구와의 우정을 향수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제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리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위해 제 자식을 버리는 엄마도 있다 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 태어난 아기가 있겠는가. 해외입양 65년에 아직도 세계 1위의 아기 수출국이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제가 낳은 자식을 베이비 박스에 넣거나 보육원 앞에 슬그머니 두고 돌아서거나 더 좋은 가정에서 잘 살기 바라고 입양 보낼 만큼 키우기 힘들거든 차라리 함께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별스런 생각까지 해보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부모란, 엄마란 자식에게 마음의 상처와 큰 아픔을 주어선 안 된다 아기가 성장하며 겪어야 하는 비애를 생각하며 무엇보다 큰 죄임을 생각해야 한다. 부모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무슨 행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부모」 전문 그렇다. 고향과 함께 사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애환이다. 이은상 시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여기 작품 “부모”에서는 “부모란, 엄마란/ 자식에게 마음의 상처와 큰 아픔을 주어선 안 된다/ 아기가 성장하며 겪어야 하는 비애를 생각하며/ 무엇보다 큰 죄임을 생각해야 한다.// 부모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무슨 행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라는 타자(他者)의 부모에 대한 스토리를 인용하여 해법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들려주기(telling)의 시법은 현대시창작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서 보여주기(showing)의 시법의 전개와 함께 많은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을 이은상 시인도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부모에 대한 효심(孝心)과 사회적인 문제에 경악심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꿈에」 중에서도 “그리운 어머니/ 늘 다정하셨던 내 어머니// 어머니께선/ 간밤 꿈에/ 모처럼 그렇게 이 아들을 찾아오셨다가/ 순식간에 가셨다// 아~ 어머니”라는 애절한 사모곡이 공감을 흡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품 「부부의 날」 「손주」 등에서도 부모와 어머니의 사랑과 동일한 개념의 그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4. 자연 친화와 서정적 자아 탐구 이은상 시인은 자연 친화와도 교감하는 서정 시인이다. 그는 만유의 자연 풍광에서 감응하는 서정성은 바로 그가 자연의 물상들에 동화(同化-assimilation)하거나 투사(投射-project)하는 심리적인 발현을 통해서 자연 현상을 시인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내적인 인격화하거나 자연 현장에 자신을 상상적으로 투여하는 원리를 적극 활용하는 서정적 자아의 탐구에 지대한 관심으로 작품에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이 아니라도 산에 오르면 높고 낮은 산들이 이어져 펼쳐지고 산과 산 사이 계곡들이 시야로 들어온다. 이 산들은 어떻게 생겨났고 산마다 울창한 수목들은 어디서 왔을까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또 어떻게 시작되는가. 창조설이니 자연유출설이니 따져서 뭘 하랴만 더러는 궁금해질 때가 있게 하는 것도 대자연의 능력이리라 청량한 공기 시원한 바람에 몸과 마음을 세정하고 하산하면 몇 년은 더 건강하게 살 것 같은 뿌듯함이 솟는다 그 누구라도 막지 않고 그 누구라도 붙잡지 않는 산처럼 인간사를 영위하리라 다짐으로 산을 내려온다. --「산에 오르면」 전문 우선 그는 산에 심취하고 있다. 그는 “이 산들은 어떻게 생겨났고/ 산마다 울창한 수목들은 어디서 왔을까/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또 어떻게 시작되는가.”라는 의문을 간직한 채 산을 오르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바로 “창조설이니/ 자연유출설이니 따져서 뭘 하랴만/ 더러는 궁금해질 때가 있게 하는 것도/ 대자연의 능력이리라”라는 어조로 궁금증을 자신의 해법으로 긍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등산을 하면서 산의 풍취(風趣)에서 흡인하는 청량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에서 몸과 마음을 세정하고 하산하면 그는 “몇 년은 더 건강하게 살 것 같은 뿌듯함이 솟는다”는 순박한 의식이 흐르고 있어서 “산처럼/ 인간사를 영위하리라는 다짐”도 자신을 신심(身心)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자연 친교의 서정성을 이해하게 한다. 옛날에 공자가 인자요산(仁者樂山)이며 인자정(仁者靜)이라 해서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 정적인 삶을 즐긴다는 고사를 새겨둘 필요가 있으리라. 3월이 오는 길목 새봄의 전령으로 피는 꽃 하늘거리는 초록 잎줄기 사이로 메마른 흙을 뚫고 나와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 독특한 꽃 생김 수수한 듯 품위를 지닌 꽃송이가 내 마음을 끈다. 여전한 찬바람 속 흔들거리는 네 모습 사랑스러워 발걸음 멈춘다. 들여다보면 슬픈 전설 고결 신비 자기애(愛) 자존심 꽃말이 느껴지누나. --「수선화」 전문 이은상 시인은 산야(山野)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에 대한 미감(美感)의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자신의 진솔한 미적인 감응으로 작품을 발현하고 있어서 그의 서정적 자아를 탐구하는 자연에서도 꽃과의 사유에 몰입하는 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수선화”가 보내주는 꽃말 매혹, 신비, 자기애, 고결, 자존심 등등에서 자신이 감응하는 범주가 다채롭게 현현되고 있는 것이다. 매마른 흙에서도 노랗게 핀 수선화는 “수수한 듯 품위를 지닌 꽃송이가/ 내 마음을 끈다.”거나 “고결 신비 자기애(愛) 자존심/ 꽃말이 느껴”진다는 그의 감도(感度)는 자연 사물들과의 교통(交通)이 자신의 심저(心底)에 잠재한 자기애, 결국 자아를 인식하는 서정적인 시법임을 이해하게 한다. 이 밖에도 작품 「모란꽃」 「장미」 「민들레」 「패츄니아」 「찔레꽃」 등을 비롯하여 봉숭아꽃, 접시꽃, 개나리, 유채꽃과 함께 다수의 야생화에게도 그의 시각은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화훼류(花卉類)에 관한 시적 발상은 봄이라는 계절적 훈풍을 동행하지 않고는 그 진가(眞價)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작품 「노란 봄」 중에서 “봄날 내내/ 이어서 피어나는/ 노란색 꽃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한 계절/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연노랑이어서/ 노란 꽃으로 시작되어 노랗게 수놓아 가는/ 봄이 더욱 좋다”는 봄의 이미지가 흠뻑 넘치는 봄과 함께 꽃, 그리고 새 생명의 계절이 화사하게 산하를 장식하고 있어서 이은상 시인의 사유에서도 “대자연의 변화무상과 오묘함(「춘설」 중에서)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상 시인은 이 시집에서 삶과 운명에서 인식하면서 성찰하고 세월의 시간성에서 감내하고 극복하는 존재의 탐색 그리고 향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진원지 확인, 마지막으로 자연 친화에서 감응하는 서정적 자아 등이 공감을 확대하는 시법을 감상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의식에는 인본주의(humanism)의 흠모(欽慕)와 지향적인 삶의 방향제시임을 이해하게 한다. 앞으로는 좀더 숙성된 사유를 근간으로 한 작품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면서 시집 『달과 바다』의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