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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현. 새누리당 노동수석전문위원
지난주 모 조선소에서는 건조 중이던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두 달 전에도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조선소에서는 지난 7월에 41명이 다쳤고 9월에는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 달에도 많은 산업현장에서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돌이킬 수 없는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와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국가 경제발전 역량을 잠식하게 된다. 안전한 작업환경과 근로자의 건강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양질의 고용과 이를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부터 산업재해가 감소추세에 있지만 다른 OECD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산업재해자수는 매년 9만명 수준이고 재해로 인한 사망자도 매년 2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업무상 사망사고 만인율(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 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0.71로 산업안전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미국의 0.37에 비해 2배 정도 높고,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0.20에 비해 3.5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간 급속한 경제발전 추진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미흡하여 산재예방역량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기 때문이다.
산업재해의 대부분은 작업 전 안전점검을 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작업 전 방호장치, 보호구 점검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사망재해가 전체의 43.3%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화학물질 유출, 화재 등과 같은 대형재해는 주로 화재·폭발·질식·붕괴 등의 형태로 발생하고 있고, 작업 전에 기본적인 안전점검과 조치를 하지 않은데 주요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안전과 관련한 절차와 시스템이 있어도 현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사업장의 소규모화,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의 변화,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증가 등 고용형태의 다양화, 여성·고령자·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산재취약 계층의 증가 등 산업안전과 관련한 행정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획일화된 규제 방식과 정부주도 사업으로는 재해감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사망재해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보호구 지급과 착용, 안전보건표지 부착, 안전보건교육 실시, 안전작업절차 준수 등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 지키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금년 1월에는 5개년 계획인 산업안전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하청업체의 산재예방과 중대재해 감소에 정책역량을 집중키로 하였다.
그러나 산업안전관련 제도의 보완만으로 후진국형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근로자 스스로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와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전에 관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지켜야할 것은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산업안전은 처벌만 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산업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사전적 예방조치도 병행해야만 한다.
우리가 하루 절반이상을 생활하는 일터는 어느 곳보다도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6명의 근로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있다. 산업재해는 재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회사,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제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소를 위해 정부 외에도 정치권, 경제계, 노동계, 학계, 시민단체 등 우리사회 모든 주체들이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