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많고 소화도 잘되는 오징어
오징어와 한치는, 미각 중에 쫄깃쫄깃하게 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무척 즐겨 먹는 어류이다. 서양에서는 지중해를 면한 이탈리아, 남프랑스, 스페인 사람들은 즐겨 먹지만 북미에서는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오징어는 7월부터 11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그중에서도 여름이 제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속초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오징어’란 말은 ‘까마귀 잡아먹는 도적’이란 뜻의 ‘오적어(烏賊魚)’에서 유래했는데, 오징어가 바다 위에 먹물을 뿜어 대며 떠 있는데 까마귀가 물 위에 쉬러 왔다가 쪼아 대자 재빠르게 긴 두 팔로 까마귀를 안고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얘기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한치(寒治)는, 뱃사람들이 다리 길이가 한치(一寸(일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여 붙였다는 설이 있다. 믿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墨契)’라 하는데, 오징어 먹으로 글씨를 쓰면 1년 만에 글씨가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크게 보통오징어, 갑오징어, 꼴뚜기의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약 460종에 이른다. 한치는 오징어에 비하여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으며, 달고 껍질이 잘 벗겨진다.
오징어류는 머리, 몸통, 다리의 세 부분으로 나뉘며, 두 개의 눈이 달려 있는데 갑오징어만 등쪽에 석회질의 두껍고 단단한 뼈가 들어 있다. 연체동물의 특징으로 몸에 뼈가 없고 근육이 많으며 머리와 다리가 붙었다고 해서 두족류라고 한다. 오징어는 다리가 있는 쪽이 앞쪽이고, 지느러미가 있는 쪽이 뒤쪽이다. 보통 머리라고 생각하는 세모난 부분은 실은 지느러미로, 헤엄치고 다닐 때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 밑에 살이 많은 부분과 빨판(흡반)이 있는 다리 사이에 머리가 붙어 있다.
오징어를 ‘십초어(十稍魚)’라고도 하므로 발이 열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여덟 개이고, 양쪽으로 길게 달린 것은 발이 아니라 팔이다. 먹이를 잡아먹을 때 그 긴 팔을 쓰고 또 사랑할 때 암컷을 힘껏 끌어안는 팔이라 하여 교미완(交尾腕)이라고도 부른다. 발에는, 끝은 가늘고 안쪽에 짧은 자루가 달린 빨판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물고기나 새우 등을 잡아먹고, 바위에 붙을 때도 이것을 사용한다.
오징어는 육식성 동물로 좌우의 눈은 시력이 아주 좋고 동공, 홍채, 수정체를 갖추고 있어 사람의 눈과 구조가 비슷하다. 오징어의 근육 속에는 발광 역할을 하는 여러 빛깔의 색소 세포가 들어 있어 근육의 신축 작용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한다. 오징어가 색소 세포에 의해 발광을 하는 것은 캄캄한 바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릴 때, 먹이를 유인할 때, 교미 기간 중 상대방을 유인할 때이다. 외부로부터 위험을 느낄 때는 먹물을 내뿜어 주위의 시각과 후각을 잃게 하고, 근육에 있는 발광 박테리아를 활동시켜 자기 몸 색을 바꾸고서 달아난다.
오징어의 살 조직을 살펴보면 몸통에는 근육 조직을 싸고 있는 결합 조직이 없고, 가늘고 긴 섬유가 옆으로 길게 병렬하고 있어 세로로는 쪼개기 힘들지만 옆으로는 쉽게 쪼갤 수 있다. 또 살에는 콜라겐 섬유가 체축 방향으로 붙어 있어 가열을 하면 이 섬유가 가장 먼저 수축하게 된다. 그래서 오징어를 굽거나 조리할 때 세로로 동그랗게 말리는 것이다.
오징어는 불빛을 좋아하는 주광성이 있어 낮에는 수심 20cm 이하의 깊은 곳에 있다가 밤에 불빛만 보이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집어등(集魚燈)을 켜 놓고 잡는다. 전진, 후진을 하며 날치 못지않게 물 위로 무려 2~3m씩 치솟기도 하는데, 불빛에 속아 잡힌 후에 배에 올라오면 먹물을 마구 뿜어 댄다.
갑오징어는 전라도 변산 반도 근방에서 많이 잡는데 5~6월이 제철이다. 격포항에서 출어하여 통발로 잡는데 미리 통발을 설치해 놓고 안에 들어온 갑오징어를 꺼낸 다음 다시 그 통발을 바다에 넣는 작업을 계속 한다. 특히 전북 부안에서 잡히는 갑오징어는 동중국해에서 잡히는 것에 비하여 육질도 좋고 맛있다. 갑오징어는 참오징어와 미륵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참오징어는 살이 연하고 감칠맛이 있으며 겉으로 보아 호랑이 껍질 같은 무늬가 있고 뼈 한가운데가 음푹 들어가 있어 쉽게 알 수 있다. 미륵은 미끄럽고 질기며 뼈가 볼록하게 나와 있으며, 참오징어보다 맛이 덜하다. 갑오징어는 피를 맑게 하고 위에 부담이 적어 민간에서 널리 애용한다. 특히 산모가 마른 갑오징어를 푹 삶아 먹으면 부기가 가라앉으며, 뼈는 가루를 내어 지혈제로 이용했다.
건조 상태에 따라 산 오징어, 물 오징어, 냉동 오징어, 바싹 마른 오징어, 반건조 오징어 등으로 나뉜다. 산 것이나 싱싱한 것은 회를 하거나 데쳐서 숙회를 하고, 찌개나 구이, 조림 등 다양하게 반찬을 만들며 마른 오징어는 구워서 술안주나 간식거리로 먹는다. 오징어는 성분 중 단백질이 17%를 차지하는 고단백 식품으로 영양가가 높고 익히면 소화도 잘 된다. 다른 생선에 비해 버리는 부분이 적으며 특유한 맛은 타우린, 펜탄 등의 성분 때문이다. 타우린은 피로 회복이나 스태미나 증강에 좋다고 하여 약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서 칼슘은 쇠고기의 여덟 배이고 구리도 많이 들어 있다. 말린 오징어의 표면에 있는 하얀 분말은 주로 타우린 성분인데 마른 오징어를 구울 때 나는 특유의 냄새는 타우린과 질소 화합물이 타면서 생긴다. 생선의 피는 보통 빨간색인데 오징어의 피는 헤모시아닌으로 이루어져 있어 청색을 나타내므로 혈청소라고 한다.
날것을 고를 때는 탄력이 없거나 몸이 흰색으로 퍼져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이므로 피하고, 투명하고 윤기 나며 약간 검은색이 나야 신선하다. 마른 오징어는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지 않고 되도록 살이 두껍고 노란색을 띠면서 흰 가루가 전체적으로 고루 덮인 것이 좋다. 옛날에는 오징어를 말릴 때 몸통을 가르고 내장을 빼고 펴서 다리에 가는 싸리를 가로지르고 지느러미를 뚫어서 대나무나 싸리에 쭉 꿰어서 햇빛에 널어 말렸다. 요즈음은 화력을 이용하는 건조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오징어를 먹으면 피가 마른다는 속설도 있으나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강원도의 향토 음식으로 오징어불고기, 오징어순대가 유명한데 오징어순대는 오징어 다리를 다져서 두부와 양념을 섞어서 오징어 몸통에 채워 찐 음식이다. 또 절여서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치는 동해안의 뱃사람들이 국수처럼 썰어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할 때 먹었다고 한다. 한치는 응혈진 혈을 풀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오징어에 비하여 연하고 물렁거려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지만 요즘은 살아 있는 한치가 널리 보급되어 한치회를 즐겨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조리법
산 것이나 싱싱한 것은 회를 하거나 데쳐서 숙회를 하고 찌개나 구이, 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고 칼슘은 쇠고기의 여덟 배나 된다.
오징어구이
재료(4인분)
물오징어 2마리
(가)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물 2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오징어는 반을 갈라 내장을 빼고 먹통도 떼고 몸통 안쪽에 칼집을 사선으로 넣는다.
2. (가)의 고추장에 간장(진간장)과 물을 넣고 묽게 푼 후 나머지 양념을 모두 넣어 고루 섞는다.
3. 오징어를 양념장에 20분쯤 재웠다가 붙은 양념을 대강 훑어서 달군 석쇠에 올려 굽는다.
4. 익어서 오그라들면 뒤집어서 남은 양념을 바르고 구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는다.
낙지, 문어, 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봄에 맛있고 낙지는 가을에 제맛이 난다는 말이다. 낙지는 9~10월이면 배 안에 밥풀과 같은 알이 있고, 겨울에는 구멍 속에 틀어박혀 새끼를 낳는다. 『규합총서』에 “문어는 일명 팔조어니 북도에서 난다. 돈같이 썰어 볶으면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알은 머리, 배 보혈에 귀한 약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좋다. 낙지는 소팔조어라고 한다.” 하였다. 『자산어보』에서는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금방 힘을 얻는다”고 했다.
낙지 중 ‘세발낙지’는 발이 셋인 낙지가 아니고 ‘발이 가는(細(세)) 낙지’를 말한다. 낙지는 서해 뻘밭 어디서나 잡히지만 달고 맛있는 세발낙지는 미암과 현경해제와 해남 산이상공(山二相公)의 것을 첫째로 친다. 세발낙지는 전라도 영암에서 나고 고흥에서는 대발낙지가 잡힌다. 이 지방 음식으로는 낙지죽, 낙지에 인삼을 넣고 끓인 낙삼탕 등이 있다. 낙지음식은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려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예전에는 미암에서 나는 낙지가 유명했으나 지금은 미암에서 해남 산이면을 잇는 방조제가 생겨 자취가 없어지고 해남과 무안에서 나는 낙지로 대신하는데 맛이 덜하다. 60~70년대에 서울 무교동 낙지 골목에는 낙지볶음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즐비했다.
전라도에는 낙지나 문어로 만든 특이한 향토 음식이 많다. 그중 낙지호롱은 낙지를 짚에 말아서 구운 특이한 음식이다.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너무 익히면 질기고 딱딱해지므로 살짝 익혀서 바로 먹어야 연하고 맛있다. 말린 피문어로는 죽을 끓여서 보신식으로 삼았다.
주꾸미는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이 더 짧아 24cm 정도이고 둥글며 맛도 낙지만 못하다. 발이 짧고 굵은 편이다. 내만의 얕은 모래땅에서 살고, 난소가 성숙할 때 마치 밥알처럼 되어 ‘반초(飯稍)’라는 별명이 있다. 대개는 삶아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볶음이나 조림도 한다.
조리법
낙지전골
낙지를 고추기름으로 맵게 양념하여 즉석에서 바로 볶아야 제맛이 난다.
낙지전골
낙지
재료(4인분)
낙지 4마리(500g), 양파(소) 1개, 다홍고추 2개, 실파 50g, 쇠고기 100g, 쑥갓 50g
(가)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½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나) 참기름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4작은술, 다진 마늘 4작은술, 다진 생강 2작은술, 깨소금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낙지는 굵은 소금을 뿌려서 주물러 씻어서 4~5cm 길이로 썬다.
2. 양파는 길이대로 채썰고, 다홍고추는 갈라서 씨를 빼고 채썰고, 실파와 쑥갓은 5cm 길이로 썬다.
3. 쇠고기는 채썰어 (가)의 고기 양념으로 고루 무쳐 놓는다.
4. (나)의 전골 양념 중에 먼저 참기름에 고춧가루를 넣어 고루 으깬 다음 나머지 양념을 모두 섞어서 썰어 놓은 낙지를 넣어 고루 무친다.
5. 두꺼운 전골 냄비를 잘 달구어서 기름을 두르고 먼저 양파를 넣어 잠시 볶다가 쇠고기와 낙지를 넣어 고루 볶는다. 낙지가 거의 익으면 쑥갓을 넣어 살짝 익힌다.
통문어찜
문어를 통째로 삶아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담백한 찬이다.
통문어찜
말린 피문어
재료(4인분)
문어(소) 1마리, 무 200g
(가) 고추장 2큰술, 간장(진간장) ½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설탕 2작은술, 마늘즙 1작은술, 생강즙 ½작은술, 통깨 1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문어를 소금으로 주물러 씻어 내고 머리를 뒤집어 먹통이 터지지 않게 잘라내어 깨끗이 씻어서 다시 머리를 원래대로 뒤집는다.
2. 무 토막으로 표면을 문지른다.
3. 넉넉히 물을 끓이면서 무 간 것을 넣고 문어를 통째로 삶는다.
4. (가)의 조미료로 양념 고추장을 만든다.
5. 20분 정도 끓이고 건져 사이사이 칼집을 넣어 식히고 초고추장은 따로 담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