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표정, 미안한 미소
집에 들어서는 시어머니를 보고
며느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침에 신고 나가신 따뜻한 털신은 온데 간데없고
다 해진 여름 신발을 신고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신발이 왜 이래요?"
"어유, 미안하다. 잃어버렸어."
며느리는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큰맘 먹고 사드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걸 잃어버리시다니..
"어디서 잃어버리셨어요?
다 낡아 빠진 신발은 뭐고요."
역정이 실린 질문에 시어머니는
우물쭈물 대답하셨습니다.
"응 그게..
식당에서 신발이 바뀐 것 같아."
"그 식당 어딘데요?
변상해 달라고 해야죠."
시어머니는 또 우물쭈물 하시며
대답을 피하셨습니다.
"에이, 놔둬라.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뭐."
며칠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시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겁니다.
며느리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동영상에서 시어머니는
구걸을 하는 어느 남루한 할머니에게
신발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낡고 해진 여름 신발을 신고 있었으며
시어머니는 털신을 벗어 건네면서 말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시려면 발이 시려서 안돼요.
이 신으로 어서 갈아 신으세요."
그 할머니가 미안해하며 손을 내젓자
시어머니는 계속 설득했습니다.
"나는 전철에서 내리면 집이 금방이에요.
얼른 이걸로 신으세요."
시어머니는 미안해하며 주저하는 할머니한테
억지로 털신을 신겨주고,
그 할머니가 신고 있었던
낡은 여름 신발을 바꾸어 신었습니다.
그렇게 신발을 바꿔 신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시어머니와
미안한 웃음을 짓는 그 할머니.
그 광경을 감동깊게 본 어떤 사람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잔소리를 했으니
며느리는 가슴이 아련했습니다.
며느리는 시장 보러 나선 길에
시어머니 털신을 한 켤레 다시 샀습니다.
또 어디서 잃어버리시더라도
절대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오늘도 당신은 좋은일만 있을겁니다
- 봉천동 "김은숙" -
(받은 글/ 사진- 인터넷자료)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브리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