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소멸 회피전략, 세컨하우스1
저출산·고령화·청년층 탈둥지로 백약이 무효한 농촌 소멸, 규제 풀고 세제 혜택 늘려 '4도3촌'여건 마련해야
농촌 소멸이 위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청년층의 도시 이주도 이어지면서 농촌은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의 감소는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능과 경제적 활력마저 앗아가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의 장래 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25.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농촌의 고령화율은 2020년 23%, 2022년 25%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런 속도라면 지방 소도시와 면 단위 지역은 백약이 무효한 고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촌 지역의 경제 활동 감소, 서비스 밀 인프라 축소, 사회적 고립과 같은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 인구 감소에 따라 서비스 수요가 감소하고 농촌 중심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휴·폐업하면서 주민들이 생활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면 지역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어들면 병원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인구 2,000명 이하로 줄면 식당과 세탁소, 미용실 등이 폐업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이 해체되면 인구가 더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정부 대책에도 대도시 편중 더욱 심화
농촌, 나아가 지방 소멸 위기에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 지방을 살리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수립해 수행해 왔고, 귀농·귀산·귀어를 촉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외에 지역의 각종 인프라 및 출산 장려 인센티브 확대에도 재원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대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향이나 낙향도 저조한 상황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지만 편리한 대도시의 혜택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고, 각종 규제가 지방으로의 완전한 이전을 망설이게 한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주택 소유 제한 규제를 푼 데 이어 가장 민감한 세제 특례를 대폭 확대했다. '5도2촌'에 이어 '4도3촌'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4일을 도시에서 보낸 후 3일은 촌에서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시골로 이사를 가지 않고서도 도시와 시골 생활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세컨하우스, 도시와 전원 생활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도시와 전원 생활을 동시에 만록시켜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세컨하우스다. 세컨하우스를 직역하면 '두 번째 집'이지만 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집인 도시의 집은 일상적 주거생활과 밀접한 반면, 세컨하우스는 휴식 혹은 취미를 위한 공간에 더 가깝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가족들과 여유롭게 대화하고, 바쁜 삶에서 잠깐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도시와 전원에 각각 주거지를 마련해 두 가지 삶을 모두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 균형에서 오는 여유와 안정감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물론 주택을 따로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다른 선택지로 캠핑카 혹은 농막을 선택할 수 있다. 캠핑카는 자유도가 높지만 차 안의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 진입이 제한되고, 주차비용도 부담이 된다.
농막은 본래 농사일에 필요한 자재를 보관하거나 일시적인 휴식을 취하기 위한 시설이다. 따라서 농사일과 무관하게 주거 목적으로 활용하면 불법이다. 규모도 6평을 초과하면 안 된다. 간이 구조여서 내구성이 떨어지고 난방, 수도 등 기본시설도 부록하다.
인구감소지역에 주택 구입 시 특례 적용
을해 초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주택 1채를 신규로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산세의 경우 비인구감소지역과 인구감소지역에 각각 주택 1채씩 있는 경우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해 세율을 0.05% 포인트 인하하는 등의 혜택을 받는다. 양도세도 중과가 배제되고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지역 내에 주택 1채를 구매 후 기존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도 1주택자로 판단한다. 인구감소지역에 집을 구매하더라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이 정책이 추진되면 단기적인 주택 거래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수요는 늘어나 농촌 지역에 새로운 거주자들이 생기게 된다.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 산지 규제 일부 완화
지난 3월 말 정부는 농촌 소멸 대응과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 전기 마련을 위해 '새로운 농촌(New Ruralism 2024)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최근 농촌에서 창업, 워케이션, 4도3촌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농촌 공간을 사람·기업·자원·사회 서비스 등이 융복합되는 기회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가운데 청년, 창업가 등의 다양한 농촌 입지 수요를 충족하도록 규제 완화한 내용은 토지거래 측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기대감을 주고 있다. 골자는 3ha 이하 자투리 농업진흥지역을 단계적으로 해제(전국 2.1만ha)하고, 사유지 산지 중에서 환경 변화로 지정 목적이 상실된 산지전용제한·일시사용제한 지역(3.6만ha)을 해제하는 것이다. 인구감소지역에 한해서는 지자체에서 조례로 완화할 수 있는 산지전용 허가기준 범위도 기존 10%에서 20%까지 확대했다. 중첩 규제로 막혀 있던 세컨하우스 등의 부지 확보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시골에 별장 사면 1주택자 세금 8,700만원 절약
4월 15일에는 기재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경기·부산·대구 지역을 제외한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공시가격 4억 원 이하의 '세컨드 홈'(별장처럼 쓰는 두 번째 집)을 마련하면 앞으로 1주택자로 간주해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는 것으로, 인구감소지역에 생활·방문 인구와 외국인 인력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세컨드 홈'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이 공개됐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 1채를 추가로 취득하더라도, '1세대 1주택' 세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적용 지역은 전국 89개 시군구 인구감소지역 중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곳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접경지역이나 광역시 내 군 지역은 포함하기로 했다. 즉,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경기 가평군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구 군위군, 인천 강화·옹진군, 연천군은 포함되는 것이다.
기존 1주택자가 지난 1월 4일 이후 해당하는 지역에서 취득한 공시가격 4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이런 특례가 적용된다. 취득가로는 통상 6억 원 이하 수준이다. 다만, 세컨드 홈 특례 지역 내에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가, 그와 같은 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1세대 1주택 특례가 적용되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거래가가 9억 원인 기존 주택을 30년 보유한 65세 이상 사람이 특례 지역에 공시가격 4억 원 주택을 추가 취득할 경우 현행보다 재산세 94만 원(305만→211만 원), 공부세 71만 원(75만→4만 원)을 절감 할 수 있다. 양도세의 경우 기존 1주택을 13억 원(공시가 9억 원)에 거래할 경우 8,529만 원(8551만→22만 원)을 아낀다.
농촌 소멸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 접근 외에도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인프라 개선, 공공 서비스 확충, 농업 및 농촌 경제의 다각화를 통해 농촌 지역의 매력을 높이고 청년층의 유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농촌 지역의 혁신과 기술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스마트 빌리지, 스마트 농업, 농촌 관광, 신재생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농촌 적용은 농촌 지역의 경제적 활력을 되찾는 데필수적이다.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와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와 공동체 활동은 농촌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한국의 농촌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농촌 지역 살리기와 같은 단순한 주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지방 소도시와 우리의 미래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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