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趙州)와 황벽(黃檗)·임제·(臨濟)의 대담(對談)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識得拄杖子 <식득주장자>하면
啐啄之機箭抽鋒 <줄탁지기전추봉>이니
瞥然賓主刹那分 <별연빈주찰나분>이로다.
不識拄杖子 <불식주장자>라도
杖頭有眼明如日 <장두유안명여일>하여
漢來漢現胡來胡現<한래한현호래호현>이로다.
이 주장자 진리를 알 것 같으면
줄탁의 기틀은 화살과 칼날을 잡음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손과 주인을 가림이로다.
이 주장자를 알지 못하더라 해도
주장자 머리 위에 해와 같은 밝은 눈이 있어서
한인(漢人)을 만나면 한인을 나투고,
호인(胡人)을 만나면 호인을 나툼이로다.
석일(昔日)에 조주(趙州) 선사께서 행각차(行脚次)에 황벽(黃檗) 선사 회상에 들르시니, 황벽 선사께서 조주 선사 오시는 것을 보고는 방장실(方丈室)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셨다. 이에 조주 선사께서 법당(法堂)에 들어가서,
“구화구화(救火救火)라!
불이야! 불이야!”
하시니, 황벽 선사께서 문을 열고 나와서 조주 선사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도도(道道)하라!
일러라! 일러라!”
이에 조주 선사께서
“賊過後張弓<적과후장궁>이라.
도적이 지나간 후에 활을 쏨이로다.”
하셨다.
일일(一日)에 조주 선사께서 임제사(臨濟寺)를 방문하여 발을 씻고 있는 차제에, 임제 선사께서 와서 물으시기를,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시니, 조주 선사께서
“마침 노승이 발을 씻는 중이니라.”
하고 대답하셨다. 이에 임제 선사께서 가만히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고 들으시거늘, 조주 선사께서
“알면 바로 알 것이지, 되씹어서 무엇 하려는고?”
하심에 임제 선사께서 팔을 흔들며 가버리시니, 조주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30년간 행각(行脚)하다가 오늘에 처음으로 주각(注脚)을 잘 못 내렸도다.”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조주 선사를 알겠느냐?
〔양구(良久)하시다가 대중이 말이 없으니, 스스로 점검하여 이르시기를,〕
須具透頂透底之眼<수구투정투저지안>하야
處處相逢善知識 <처처상봉선지식>하니
當機一句千古輝 <당기일구천고휘>로다.
조주 선사는,
모름지기 위를 뚫고 아래를 뚫어보는 그러한 눈을 갖추어서
처처에 선지식을 상봉하니,
당기일구가 천고에 빛남이로다.
대중은 황벽 선사를 알겠느냐?
龍虎相撲에 全身廻避難<용호상박 전신회피난>이라.
雖然如是<수연여시>나
好手中에 呈好手<호수중 정호수>하니
天上人間能幾幾<천상인간능기기>냐?
용과 범이 서로 부딪힘에 전신을 회피하기가 어려운지라.
비록 이와 같으나
능란한 솜씨에 능란한 솜씨를 바치니,
천상세계와 인간세계에 몇몇이나 될꼬?
대중은 임제 선사를 알겠느냐?
臨濟全機格調高<임제전기격조고>라
棒頭有眼辨秋毫<봉두유안변추호>로다.
掃除狐兎家風峻<소제호토가풍준>이요
變化魚龍電火燒<변화어룡전화소>로다.
活人刀殺人劍 <활인도살인검>이여!
倚天照雪利吹毛<의천조설이취모>로다.
一等令行滋味別<일등령행자미별>이니
十分痛處是誰遭<십분통처시수조>아.
還會臨濟麽 <환회임제마>아?
蒼天 蒼天 <창천 창천>이로다.
임제 선사의 온전한 기틀은 격조가 정말로 높고 높은지라,
주장자 머리에 눈이 있어서 가을철 털끝을 가림이로다.
야호와 토끼를 쓸어 없애니 가풍이 준걸함이요,
변화의 어룡을 번갯불에 사룸이로다.
사람을 살리는 칼과 사람을 죽이는 검이여!
하늘을 비껴 번쩍이니 날카로운 취모검이로다.
일등의 령(令)을 행함은 그 맛이 특별함이니,
십분 아픈 곳을 이 누가 만나리오.
도리어 임제 선사를 알겠느냐?
아이고! 아이고! 곡(哭)을 함이로다.
〔주장자(拄杖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병술년 동안거 결제중 동화사 금당선원 상당법어(2550.2006)
첫댓글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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