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정학
왕십리 지나 강남 가는 길 구의역을 지나네
한 푸른 청년이 컵라면 하나 남기고 떠난 그곳을
무심히 지나가네 지나가면서 먼저 떠난 동무들을
하나 둘 불러보네 한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다
소문으로 전해 듣던 동무들을 불러 오네
공장에서 공사판에서 길에서 동무들이 남겨둔
컵라면을 구의역에 남겨두고 강 건너 강남에 가네
내 주머니 속 컵라면 하나 만지면서 서둘러서둘러
강남에 가네
―『문학선』 2016년 가을호